2015년 4월 20일 경향신문

- [ ‘대통령’ 자리가 비어있다 ] 대통령은 행정부의 수반이다. 동시에 대통령은 국가원수로서 외국에 대하여 국가를 대표한다. 이것은 미국에서 세계 최초로 국왕이 없는 나라를 만들 때 논란이 있었던 대목이다. 누군가가 행정수반이면서 동시에 국가원수라면, 그것은 선거를 통해 왕을 뽑는 것과 다를 바가 없지 않은가? 계몽주의자들과 미국 헌법의 작성자들은 입법권과 사법권을 독립시킴으로써 그 문제를 해결했지만, ‘민주주의임에도 선거로 왕을 뽑는다’는 대통령제의 근본적 결함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모든 국가는 그 나라를 대표하는 단 한 사람의 존재를 필요로 한다. 그 사람이 바로, 우리의 경우, 국가원수로서의 대통령이다. 자유기고가 노정태씨는 경향신문 칼럼 <별별시선>에서 “대통령이 해외 순방을 떠났고, 국무총리가 검찰의 수사 대상인 지금, 상징적 군주이며 국민의 구심점인 ‘대통령’ 자리는 사실상 비어 있다. 이럴 때 어떤 정치인이 정부, 경찰, 세월호 유족, 시민들을 설득해 광화문에서 평화적으로 추모 행사가 진행되는 장면을 이끌어낸다고 가정해보자. 국민들은 아마 그러한 역할을 수행하는 사람을 진정한 ‘대통령’으로 생각하게 될 것이다. 김무성과 유승민, 문재인, 박원순 등에게 모두 열려 있는 정치적 기회다. 세월호 참사 이후 표류하는 대한민국은 그런 선장을, 책임지고 비난을 감수하며 국민을 하나로 묶어줄 대통령을 필요로 하고 있다”고 말한다. http://goo.gl/MdnO1L

- [ 광장에 모인 우리가 ‘국가’다 ]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아 4월 18일 토요일에 서울 광화문광장에서는 ‘범국민대회’가 열렸다. 정부는 수많은 경찰병력을 동원해 집회현장을 겹겹이 둘러쌌다. 시민들을 완전히 고립시킴으로써 그들이 자신의 주장을 다른 사람에게 알릴 권리를 박탈하는 한편 이들에게 폐쇄공포의 심리폭력을 가하는, 전대미문의 불법행위가 자행됐다. 원래 거리는 일상의 정치공간이다. 그곳은 대화와 공감의 장소이며 연대의 자리이다. 특히 힘없고 돈 없어 서러운 장삼이사의 서민들이 가진 자들의 권력에 맞서 자신의 애환을 나누고 삶의 희망을 말하는 유일한 통로는 바로 이 공간이다. 그러나 정부와 경찰은 시민의 외침에 질서를 앞세우며 폭력으로 겁박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세월호 참사의 슬픔까지도 차벽으로 가로막고 나서는 경찰에 환멸을 느끼게 된다. 여기에는 국가가 없기 때문이다. 국민과 함께하며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국민의 국가는 이제 이곳에 없다. 무한탐욕의 권력과 그 권력의 뜻을 받들어 일신 영달을 꿈꾸는 과잉충성의 폭력은 ‘국가’를 침탈했다. 거리에 나서고 광장에 모인 우리가 바로 ‘국가’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한다. http://goo.gl/MKx1iy 

- [ 세월호로 기억 될 박근혜 대통령 ] 김영삼 대통령이 인기 없는 대통령이 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1997년의 국제통화기금(IMF) 경제위기다. 그 이전에 그는 지방자치제, 금융실명제 실시 등 제법 많은 공적도 있지만 그 모든 것은 사라졌다. 동아일보조차 1998년 권두제언에서 IMF 경제위기로 귀결되는 그의 실책들을 거론하며 “김영삼 대통령은 모든 국민에게 고통을 안겨주고 나라의 위신을 추락시킨 인물로 기억될 것”이라고까지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어떨까? 박근혜 대통령은 세월호로 기억될 것이다. 문화학자 엄기호씨는 “300명이 넘는 구성원이 희생된 사고라면 그것이 아무리 불가항력적인 사고였다고 하더라도 개인들의 ‘불운’으로 취급해서는 안된다. 정치공동체는 그 개인들의 ‘우연한 불운’을 공동체의 ‘필연적인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다시는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기 위한 다짐으로써 그들의 이름과 죽음을 기억해야 한다. 그럴 때 비로소 그 정치공동체는 생명을 보호하고 역사를 추구하는 곳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난 1년의 시간을 보면 잊지 않고 기억하기는커녕 오히려 필사적으로 잊어버리거나 다른 일로 덮어 버리려고 노력하는 것처럼 보인다”라고 말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어떤 업적을 세운다고 하더라도 역사는 그를 세월호로 기억할 것이다. http://goo.gl/zQFZ4A

- [ 부패 척결, 입에 올리지 못한 이완구 총리 ] 이완구 국무총리(65)는 19일 ‘4·19혁명 55주년 기념사’에서 “4·19는 민주주의와 정의의 표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 이 총리 기념사에는 ‘부정부패 척결’ 관련 내용이 일절 없었다. 박근혜 정부가 핵심기조로 강조해온 ‘부패 척결’이 공식 연설이나 기념사에서 빠진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로 사실상 처음이다. 이 총리 본인이 ‘성완종 리스트’ 의혹에 연루되다 보니 정부가 부패 척결 의지를 천명하지 못하는 비정상적 상황에 빠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4·19 기념사에서도 정홍원 총리는 ‘부정부패 근절’을 강조했었다. 이완구 총리의 입지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이날 기념식에서 이 총리와 좌석 하나를 사이에 두고 앉았지만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 등 지도부는 항의 차원에서 기념식에 불참했다. 문 대표는 기념식에 앞서 4·19묘지를 참배하고 방명록에 “4·19 정신 되살려 민주주의와 부패 척결 해내겠습니다”라고 남겼다. http://goo.gl/Rd8nJJ 

 

 

Posted by jinokor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