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4월 2일 경향신문

- [ 종북 언어 ‘미끌거리다’ ] ‘미끌거리는 비누’ ‘미끌거리는 미꾸라지’ ‘미끌거리는 다시마’…. ‘미끌거리다’는 ‘몹시 미끄럽다’ ‘흠이나 거친 데가 없이 부드럽다’란 뜻으로 일상생활 속에서 널리 쓰는 말이다. 한데 ‘미끌거리다’는 표준어가 아니라 ‘북한어’다. 해서 국어사전은 ‘미끌거리다’ 대신 ‘미끈거리다’로 쓰라고 한다. 하지만 ‘몹시 미끄럽다’란 뜻으로 쓰인 ‘미끌미끌하다’는 표준어로 인정하고 있다. 종북 공안몰이가 한창인 요즘, 북한어를 쓰다간 ‘종북’으로 몰릴 수도 있다. 경향신문 김선경 기자는 “왜 ‘미끌미끌하다’는 표준어인데 ‘미끌거리다’만 북한어 취급을 하는지 모르겠다. 하루바삐 ‘미끌거리다’에 ‘미끄럽고 번드러워서 자꾸 밀리어 나가다’란 뜻을 주어 ‘북한어’란 족쇄를 풀어주었으면 한다”고 말한다. http://goo.gl/Hd4qDn

- [ 누가 이 아이를 이렇게 만들었나 ] 아이들은 세상이 가르친 대로 따라한다. 아이와 침팬지를 비교하는 유명한 실험이 있다. 나뭇가지로 검은 상자 위쪽을 두드리는 등의 세 가지 행동을 한 뒤 상자 한 면에 달린 창을 열어 나뭇가지로 사탕을 꺼내는 것이다. 아이와 침팬지 모두 잘 따라 했다. 그 다음 투명한 상자로 같은 실험을 했다. 사탕이 잘 보이므로 상자 위쪽을 두드리는 행동은 불필요했다. 그냥 창을 열고 사탕을 꺼내면 된다. 그러나 아이는 세 가지 절차를 다 따랐다. 반면 침팬지는 바로 사탕을 꺼냈다. 침팬지가 아이보다 똑똑했다. 이대근 경향신문 논설위원은 “하지만, 침팬지는 문명을 만들지 못한다. 모방할 줄 모르기 때문이다. 인간은 모방할 줄 알기 때문에 선례를 배우고 지식을 습득해 후대에 전수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이러한 장점은 단점이 될 수도 있다. 최근 보도된 시리아 난민촌 사진 한 장을 보자. 사진에서 네 살짜리 아이는 공포에 질린 눈으로 두 손을 들고 있다. 누군가가 자기를 겨냥하자 살려달라며 두 손을 든 것이다. 아이가 생존법부터 배운 것이다. 인간의 문명이 아이에게 왜 공포가 됐는지 이 사진은 묻고 있다”고 일깨운다. http://goo.gl/25GJen 

- [ 건물은 개인의 것이 아니다 ] 좋은 건축은 집주인뿐 아니라 일반시민들의 이익도 지켜줄 수 있어야 한다. 어쩌면 건축주는 그 건축의 사용권만 가질 뿐, 소유권은 사회가 갖는 게 맞다. 건축이 목표하는 바는 단순한 부동산의 가치를 뛰어넘는 공공성의 가치라는 것인데 이는 바로 건축이 지녀야 할 윤리를 뜻한다. 서울 대학로에는 ‘샘터’라는 잡지사의 사옥이 있다. 대학로 대로변 가장 번화한 곳에 있다. 1970년대 말에 지어진 이 건축의 1층 가운데 부분은 비워져 있어 앞의 큰길과 뒤편 작은 길을 이어준다. 마치 도시의 로비처럼 바로 앞의 지하철역을 빠져나온 이들이 서로 약속하여 만나는 장소이며, 비 오는 날이면 길 가다 비 그치기를 기다리는 행인들로 북적이는 공간이다. 이 지역에서 가장 땅값이 비싼 곳이니 막아서 카페 같은 공간으로 쓰면 큰 수익을 올리련만 이 건축의 주인은 지난 수십년간 이 공간을 그냥 공공에 내주어 이제는 모두를 위한 공공의 장소가 되었다. 난삽한 상업적 풍경이 득세하는 대학로에서, 오랜 시간의 윤기가 맑게 배인 벽돌벽과 그 위를 덮은 담쟁이는 이 건축의 도시에 대한 헌신을 상징하며 그래서 넘보지 못할 기품이 늘 있다. 건축가인 승효상 이로재 대표는 “‘샘터’사옥이 40년 가까운 세월을 한 장소에서 변함없이 건축의 윤리적 사명을 지키고 있는 것은 건축가 김수근 선생과 건축주 김재순 전 국회의장이 건축의 공공적 가치에 대해 완벽한 일치를 이룬 결과다”라고 말한다. http://goo.gl/uB1ZlK

- [ 대학은 공장, 학생은 재고 ] 한양대 이영무 총장이 언론 인터뷰에서 학교를 공장에, 학생을 재고물품에 비유해 학생들이 반발하고 있다. 총학생회 측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이 총장의 발언을 패러디한 사진전을 열어 이 총장을 비판했다. 이 총장은 “종합대로서 어느 한 전공만 잘돼서는 발전할 수 없다”며 “공장에서 제품을 생산했는데 재고만 쌓이고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면 되겠나. 취업률 같은 사회적인 요구도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총학은 1일 오전부터 페이스북에서 이 총장의 발언을 비판하는 ‘패러디 사진전’을 열었다. 창고에 재고 상자들이 잔뜩 쌓여 있는 사진에 ‘입학식’이라는 제목을 달았다. 상자들이 마주 쌓여 있는 사진으로 선후배 대면식을 표현했다. 공장에서 물품을 확인하는 직원의 사진을 게시한 뒤 “교수님이 출석을 체크하고 있다”는 설명을 달기도 했다. http://goo.gl/jsmMrF 

- [ 생물을 고기로 부르지 마라 ] 누구든 일상생활에서 동식물을 가장 자주 접하는 곳, 다름 아닌 바로 밥상이다. 산에서 뜯은 나물, 흙에서 자란 야채, 그리고 바다에서 건진 생선. 서식지로부터 그릇 위까지 긴 여행을 마친 여러 종의 생물이 하루에 세 번, 또는 그 이상, 우리와 마주한다. 웬만한 한국인의 식탁은 단일 먹거리가 아닌 최소한의 생물다양성이 나타나는 식단으로 구성되어 있다. 영장류 학자인 김산하씨는 “밥상에 오르는 다양한 생물 중 유독 물고기만이 거의 원형 그대로 식탁에 오른다. 사람들이 소나 돼지를 보면서 그 자체로 입맛을 다시지는 않는다. 하지만 물고기는 심지어 날 것으로 산채로 회를 떠서 먹고, 통째로 구워 먹는다. 그리고 살아있건 죽었건 간에 대놓고 ‘고기’라고 부른다”며 “물고기가 아닌 물살이로 명칭을 바꾸자”고 제안한다. 어엿한 생물로서의 지위를 부여하자는 취지다. http://goo.gl/prxial

 

 

Posted by jinokor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