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2월 17일 경향신문

- [ 골병 든 총리 ] 박근혜 대통령은 선거운동 기간 중 책임장관제를 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다른 대선 공약과 마찬가지로 이 약속 또한 공허하게 되고 말았다.  박 대통령은 밤새워 보고서를 읽고 모든 사안을 일일이 지시하는 만기친람형 미시(微視) 관리를 하고 있어 이 정부에서 총리는 아무런 용도가 없는 존재가 되고 말았다. 총리는 행사에 참석해서 인사말이나 하고 국회에 나가서 내용 없는 답변이나 하는 신세로 전락했다. 그런데 그렇게 하는 일도 없는 총리 자리에 대한 국민의 눈높이가 높기만 한 것도 아이러니다. 박근혜 정부는 대통령이 총리를 못 구해서 정부 자체가 골병이 든 형상이다. 그리고 결국 골병 든 총리를 임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우리나라에 총리가 필요한지 의문이다. http://goo.gl/UesC62 

이한구 총리 인준안 가결로 정홍원 총리는 드디어 ‘탈출’한다. 사의를 표하고도 10개월이나 더 총리직에 머물러 ‘무기계약직 총리’로 불리기도 했다. 이번에 이완구 총리가 낙마했다면 김황식 총리를 제치고 비록 ‘식물상태’이지만 역대 최장수 총리가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간 마음 고생이 얼마나 심했겠는가. 떠나는 얼굴이 참 밝다. 얼마나 급했으면 총리 표결이 진행중인데 이임식을 했다.

- [ 최저시급, 1만원이 되면…] 박근혜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국민소득 4만달러시대’를 말했다. 4만달러면 현재 환율로 연 4360만원, 월 소득 기준으로는 363만원가량이다. 하지만 현실은 어떠한가? 올해 최저임금은 시간당 5580원, 월 116만원 남짓이다. 그리고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을 받는 노동자는 500만명에 육박한다.  이런 임금수준으로 어떻게 국민소득 4만달러 시대로 간다는 말인가? 잘사는 사람을 더 잘살게 만들어 이루겠다는 건가? 그렇다면 민주노총이 내건 최저 시급 1만원이면 어떻게 될까. 월 209만원을 받게 된다. 최저시급이 1만원으로 오르면 추가로 징수되는 4대 보험료만 1인당 연간 100만원에 육박한다. 500만 저임금 노동자들에게서 최소한 5조원의 재원을 조달할 수 있다는 얘기이다. 근로소득세와 주민세, 그리고 소비 진작으로 늘어나는 부가가치세 등 국고 수입 또한 엄청난 규모에 달할 것이다. 분배를 억누르면서 성장을 이룰 순 없다. http://goo.gl/p4lLLS

- [ 88만원 청년들과 88억원 청년들 ] 지난 몇 해 동안 한국에서 발간된 책 가운데 가장 파렴치한 책을 꼽는다면 단연 <아프니까 청춘이다>일 것이다. ‘청년의 지옥’이라 불리는 사회에서 기성세대의 한 사람이 청년에게 할 첫 번째 말은 ‘미안하다’여야 한다. 좀 더 사리분별이 있는 사람이라면 ‘현실을 바꾸자, 나도 함께하겠다’여야 한다. 그런데 아프니까 청춘이라니…청년들에게 자신들이 처한 현실을 직시하지 목하도록 만든 건 죄악이다. 중요한 건 모든 청년이 88만원 세대는 아니라는 것이다. 대다수의 청년이 88만원 세대인 건 맞지만 극소수의 청년은 88억원 세대다. 88만원 세대 청년들은 ‘노동하기 나쁜 나라’의 직격탄을 맞은 청년들이고 88억원 세대 청년들은 ‘기업하기 좋은 나라’의 수혜를 입은 청년들이다. 현재 한국은 소수의 88억원 세대 청년들의 건재를 위해 대다수 청년들이 88만원 세대로 살아야만 하는 사회다. 청년 문제의 진실은 세대가 아니라 철저하고 처절한 계급적 참상이다. http://goo.gl/N4sIqm

- [ ‘지덕체’가 아니라 ‘체덕지’ ] ‘지덕체’는 부등식 智>德>體의 표현이다. ‘아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도덕이나 윤리는 그 다음이며, 몸은 맨 나중이다. 우리 사회, 특히 교육에서 작동해 온 우선순위다.  ‘지덕체’는 출세지상주의나 ‘SKY’만 학교라는 그런 따위 생각이 만들어 낸 말이다. 우리는 마음(덕)과 지식(지)을 담는 몸(체)이 망가진 인간들의 참상을 매일 본다. 사람은 생명이다. 곧 생동(生動), 즉 ‘살아 움직임’이다. 그 반대는 ‘죽음’이다. 인간과 운동의 관계를 깨우치는 체육은, 수단이 아닌, 인류의 본질을 다루는 원초적 가치다. 강상현 진흥원 원장은 장담한다. “운동을 해야 너그러워지고, 공부도 일도 잘한다. 예뻐지고 젊어진다. ‘지덕체’가 아니라 ‘체덕지’가 맞다. http://goo.gl/PYaTkC 

- [ 바위를 뚫고 글자를 새기는 나무 ] 이굴기 궁리출판 대표는 북악산을 걷다가 한 푯말을 발견했다. 와룡공원에서 시작해 숙정문, 청운대를 지나 창의문으로 빠지는 고개에서 백악마루로 오르는 길목에 있는 푯말이다. “손톱 크기 남짓한 작은 잎에다 사람 키 두 배 정도 자라는 자그마한 늘푸른나무입니다. 오늘날은 정원 주위에 장식용으로 심는 경계나무일 뿐이지만, 옛날에는 나무 활자를 만들고 정교한 목판을 새기는 데에 쓰였습니다. 우리의 찬란한 인쇄문화를 책임지던 역사를 가진 나무입니다.”  살아선 바위를 뚫고 죽어선 글자를 새겼던 회양목이다. http://goo.gl/p4lLLS

- [ 한국영화, 왜 이렇게 됐나 ] 베를린 영화제 금곰상 올해 베를린국제영화제 단편 부문에서 나영길 감독의 <호산나>가 금곰상을 거머쥐었다고 한다. 이미 여러 국내외 영화제에 초청돼 호평을 받은 작품이다. 그런데 32살의 신예 감독이, 한국예술종합학교 졸업작품으로 만든 25분짜리 단편영화로 거둔 성과라니 더욱 놀랍고 대단하다. <호산나>는 올해 한국영화로는 유일하게 국제 경쟁 부문에 진출했다. 한국 장편영화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경쟁부문 진출에 실패했다. 칸에도 2년 연속 나가지 못했다. 얼마 전까지 임권택·이창동·김기덕·박찬욱 등이 칸, 베니스, 베를린의 세계 3대 영화제를 휩쓴 걸 생각하면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이유가 뭘까. 전문가들은 대작 상업영화 쏠림 현상이 심해지면서 작품 세계가 뚜렷한 작가주의 감독군이 정체됐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한마디로 외국 평론가들에게 한국영화가 더 이상 새롭지 않다는 얘기다. http://goo.gl/PQGjGQ

 

 

Posted by jinokor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