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4월 6일 경향신문

- [ 감정을 낭비하는 사람들 ] 한 사람이 내보이는 자랑질은 다른 모든 사람에게 결핍감을 선사하고, 결핍감은 즉각 그들 내면에 억압되어 있는 시기심을 촉발시킨다. 우리는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의외의 결과를 가끔 목격한다. 탄복할 만한 재능을 가진 이가 언제나 우승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런 이들은 경쟁 초기에 두각을 나타내다 어느 순간 무너지기 십상이었다. 쉽게 타인들의 시기심의 표적이 되어 따돌림당하거나 이유 없는 분노를 뒤집어쓰기도 했다. 그렇게 마음이 흔들리면 다음 경쟁에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한 채 무너지기 일쑤였다. 물론 시기심을 표출하거나 모함과 공격을 경쟁 전략으로 사용하는 사람도 오래 살아남지는 못했다. 그런 사람은 재능을 발휘하는 데 사용하는 에너지보다 타인을 시기하고 공격하는 데 더 많은 에너지를 사용함으로써 재능을 낭비했다. 소설가 김형경 작가는 “역설적이게도, 치열한 경쟁의 장에서 최종 우승자는 대체로 경쟁하지 않는 사람, 자랑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들은 주변 사람들에게 신경쓰지 않고, 타인들의 갈등에 휩싸이지 않은 채 불필요한 감정 에너지를 퍼올리지 않는다. 마음으로 다양한 심리 전략을 사용하는 이들이 빠르게 정신 에너지를 소진해가는 동안 그들은 고요하게 비어 있는 마음에 새로운 경험을 쌓아갔다. 그런 이들은 경쟁 과정에서도 발전하는 모습을 보였고, 최종 우승자가 된 후에도 자신의 부족함을 말했다”고 일깨운다. 경향신문에 실린 김형경 작가의 칼럼 ‘뜨거운 의자’, 꼭 전문을 읽어 보길 권한다. <김형경의 뜨거운 의자> 전문  http://goo.gl/GdR9Un 

- [ 박근혜 대통령, 무궁화 심은 까닭 ] 박근혜 대통령이 4월 국회를 앞두고 정국구상에 몰두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 3·4일 공개 일정을 소화하지 않았으며, 5일에도 청와대 내에서 식수행사만 했다. 유일한 공식 일정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녹지원에 높이 2m ‘홍단심계’(붉은 중심부에 붉은 꽃잎)와 ‘백단심계’(붉은 중심부에 흰색 꽃잎) 무궁화 세 그루를 심은 뒤 “산림녹화가 세계적으로 성공한 것도 모든 국민이 힘을 합쳐 오랜 기간 지속적으로 노력하니까 이뤄졌다”며 “세계적으로 유명했던 벌거숭이산 우리나라가 이렇게 푸르게 덮이고, 모든 일도 다 그렇게 마음을 합해야 되지 않나. 어려운 시기일수록 더 그런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생각할 게 많았던 모양이다. 공무원연금 개혁, 노동시장 구조개편, 무엇보다 오는 16일 세월호 1주기에 어떤 행보를 할지도 고민거리다. 잘못하면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는 점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http://goo.gl/2rwbYl 

- [ 맨 바닥이나 다름없는 사회안전망 ] 서커스 공연장의 공중그네 밑에는 탄력 있고 튼튼한 그물이 깔려 있다. 곡예사들이 떨어지더라도 다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장치다. 달인들은 가끔 일부러 떨어졌다가 튀어올라 그네를 다시 잡는 ‘깜짝쇼’로 관객들을 즐겁게 한다. 곡예사를 보호할 뿐 아니라 재도전도 가능케 하는 탄력이 그물에 있는 것이다. 서의동 경향신문 경제부장은 “한국의 사회안전망은 ‘군용 담요’ 수준이어서 추락하면 뼈를 다치거나 자칫 죽을 수도 있다. 해고되는 노동자는 이 담요 위로 뛰어내려야 하는 곡예사 신세다. 해고된 뒤 재취업을 하더라도 대체로 최저임금 수준에 장시간 근로의 질 나쁜 일자리를 얻는 게 고작이다. 이래서는 아이 교육비는커녕 집세도 감당하기 힘들다. 자영업은 사정이 더 나쁘다. 이미 2013년부터 자영업을 새로 시작한 사람보다 접는 사람이 더 많아지고 있다”고 말한다. 노사정위원회가 정규직을 쉽게 해고하도록 하는 방안을 놓고 교착상태에 빠졌다. 정부와 재계는 정규직이 과보호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해고장벽은 이미 충분히 낮아져 있다. OECD가 조사한 ‘해고 보호지수’를 보면 한국은 34개 회원국 중 22위로 중하위권이다. http://goo.gl/9CJuVy

- [ 밥도 안주고 쪽박까지 깬 선생님 ] 서울의 한 고교 교감이 급식비 미납자들을 한 명씩 불러 미납자들은 밥 먹지 말라고 전체 학생들 앞에서 망신을 주는 일이 발생했다. 피해 학생과 학부모들은 수치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난 2일 서울 충암고 김모 교감이 임시 식당 앞 복도에서 점심 급식을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던 3학년 학생들 앞에 나타났다. 김 교감은 급식비 미납자 현황이 적혀 있는 명단을 들고 한 명 한 명씩 3월분 급식비 납부 현황을 확인하고 식당으로 들여보냈다. 이 과정에서 김 교감은 전체 학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급식비를 못 낸 학생들 개인별로 몇 달 치가 밀렸는지 알려주며 “내일부터는 오지 말라”고 다그쳤다. 주변 학생들에 따르면 김 교감은 “넌 1학년 때부터 몇 백만원을 안 냈어. 밥 먹지 마라” “꺼져라. 너 같은 애들 때문에 전체 애들이 피해 본다” 등의 발언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밥도 안 주고 쪽박까지 깼으니, 아이들 가슴에 박힌 대못을 어이할꼬… http://goo.gl/lMhLzt 

- [ 9호선 지옥철 이유, 알고보니… ] 서울 지하철 9호선 2단계 구간이 지난달 28일 개통됐다. 이로서 송파·강남과 김포공항이 40분 거리에 놓이게 됐다. 노선의 형태도 다른 노선에 비해 ‘직선’에 가까워 ‘우회로 인한’ 시간 손실이 최소화되었을 뿐 아니라 급행 운행으로 승용차 대비 시간 경쟁력도 높다. 즉, 지하철 9호선은 서울 지하철 중에 가장 잘 설계된 노선 중 하나이다. 이런 ‘시간 경쟁력을 갖춘’ 노선에 승객이 몰리는 것은 당연하다. 지하철 9호선은 과거에도 혼잡했고, 2단계 구간 개통 후에는 더 혼잡해졌다.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맥파든 교수는 ‘수단선택(통행자는 효용을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교통수단을 선택한다)’ 모형을 고안해 바트(BART)라는 신규 경전철에 적용했고 ‘통행량’을 거의 정확히 예측했다. 이 사례로 ‘교통 수요를 정확히 예측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미신이 생겼고, 이로부터 ‘엉터리’라는 형용사가 ‘수요예측’이라는 용어의 수식어로 자주 등장하게 되었다. 김남석 한양대 교통물류학과 교수는 “맥파든 교수가 수요조사를 한 것은 바트의 개통 전인 1972년쯤이고 검증한 시점은 바트의 완공 직후인 1975년이다. 즉 예측 목표연도가 3년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지하철 9호선의 수요예측은 2000년 최초로 시행되었고, 2004년, 2005년에 각각 재예측을 거쳤다. 이런 ‘강산이 변하는’ 시간차를 두고 승객 수를 맞추려는 시도에 큰 신뢰를 두어서는 안된다”고 말한다. 수요를 공사 기간 중에도 꾸준히 모니터링해 수정·보완하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http://goo.gl/B2ACF5

 

 

Posted by jinokor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