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4월 1일 경향신문
- [ 군인들 무상급식을 폐지한다면… ] 복지정책에 있어서 선별주의는 보편주의에 비해 예산이 적게 드는 것 처럼 보이지만 결코 경제적이지 않다. 가난한 사람을 선별하는 데 큰 조사비용이 들고, 선별에서 빠진 어려운 사람이 발생하고(송파 세모녀 사건), 가난하지 않은 사람이 속여서 나랏돈 빼먹는 부정이 생기고, 선별로 인해 가난한 사람들이 마음의 상처를 받고(낙인효과), 복지는 가난한 달동네 사람들을 위한 것이니 나하고는 상관없다는 반복지 의식을 함양하고, 국민들이 세금 내는 것을 거부하게 만들어 되레 복지국가 건설을 방해한다. 이정우 경북대 교수는 “홍준표 경남지사는 예산이 부족하니 예산을 학교급식에 쓰지 않고, 저소득층 아이들 교육지원에 쓰겠다고 한다. 스웨덴, 핀란드가 학교 무상급식을 시작한 것은 1인당 국민소득이 1000달러도 안될 때였다. 소득이 2만5000달러가 넘는 한국이 아직 가난해서, 예산이 부족해서 무상급식을 못한다면 그건 핑계일 뿐이다. 문제는 예산이 아니고 의지다. 예산이 없는 게 아니고 하기가 싫은 것이다. 예산이 부족해서 아이들 밥 못 주겠다는 도지사가 비즈니스 클래스를 타는 것은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홍준표 지사는 학교는 공부하는 곳이지, 밥 먹는 곳이 아니라고 한다. 그의 어법을 빌리자면 미국 출장은 일하러 가는 것이지 골프 치러 가는 게 아니지 않은가”라고 말한다. 아이들의 무상급식을 폐지하는 것은 군대에서 무상급식을 폐지하고 가난한 군인에겐 무상급식을, 살만한 군인들은 밥을 사먹게 하는 것과 같다. http://goo.gl/zkuh2A
- [ 박 대통령의 눈물, 진짜였나? ] 세월호 참사 후 한 달여가 지난해 5월19일, 대통령은 눈물을 흘리면서 “모든 진상을 낱낱이 밝혀내고 엄정하게 처벌할 것입니다. 그리고 여야와 민간이 참여하는 진상조사위원회를 포함한 특별법을 만들 것도 제안합니다”라고 말했다. 대통령의 눈물에 많은 이가 감동했었다. 그리고 지금, 어렵사리 통과된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은 누더기가 되어버렸다. 진상규명 의지는 실종됐고 정부와 여당은 되레 진상규명을 방해하는 형국이다. 기생충박사로 유명한 서민 교수는 “궁금해진다. 대통령이 흘렸던 눈물은 진짜였을까? 혹시 눈에서 땀이 났다든지, 콧물이 역류해 눈으로 간 것이 아닐까? 아니면 좌파들의 주장처럼 50초간 눈을 깜빡이지 않아서 눈물이 난 것일까? 이유가 무엇이든 난 그 이후 눈물을 흘리는 사람을 보면 덜컥 의심부터 한다”고 말한다. 대통령 탓에 눈물까지도 불신 받는 시대가 됐다. http://goo.gl/MQIP67
- [ 아이는 살고 싶었다 ] 전쟁은 누구에게나 고통을 주지만, 특히 아이들이 받는 상처는 크고 깊다. 내전 중인 시리아 어린이들이 겪고 있는 고통을 그대로 보여주는 사진이 인터넷에 올라왔다. 사진에 담긴 것은 아디 후데아라는 4세 여자아이다. 두 손을 들고 있고, 큰 눈에는 두려움이 가득하다. 오스만 사을리라는 터키 기자는 지난해 말 시리아의 한 난민촌에서 이 사진을 찍었다. 기자가 들고 있던 카메라를 본 아이는 총을 든 줄 알고 두 손을 번쩍 든다. 사을리 기자는 31일 BBC 인터뷰에서 “나는 망원렌즈를 쓰고 있었는데 아디는 그걸 무기라고 생각했다. 카메라를 들고 나서 아이가 겁에 질렸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그는 “난민들이 어떤 일을 겪는지는 어른들보다는 아이들을 통해 더 잘 볼 수 있다”고 말했다. http://goo.gl/3Wd0Ld
- [ 무상급식 요구하면 종북? ] 경남지역 학부모와 시민사회단체들이 무상급식 중단에 항의하는 학부모들 배후에 종북세력이 있다는 경남도의 색깔공세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경남도는 지난 30일 무상급식 중단과 관련해 경남도 명의로 ‘종북세력을 포함한 반사회적 정치집단이 경남도를 상대로 정치투쟁을 하려는 행위는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성명서를 냈다. 무상급식을 요구하면 종북이라니…무상급식을 복지가 아닌 공산주의 국가의 배급 정도로 생각하는 모양이다. http://goo.gl/3G2Osi
- [ 축복 받지 못하는 ‘장수’ ] 서경(書經) 홍범편에는 인생의 다섯 가지 복으로 수(壽)·부(富)·강녕(康寧)·유호덕(攸好德·덕을 쌓는 것)·고종명(考終命·제 명을 다하고 죽음)을 들었다. 청나라 학자 적호(翟灝)는 ‘통속편(通俗編)’에서 좀 더 서민적인 오복으로 유호덕과 고종명 대신 귀(貴)와 자손중다(子孫衆多·자손을 많이 남김)를 넣었다. 한때 중·장년층 이상의 술자리에서 애용되던 건배 구호가 ‘구구팔팔이삼사’였다. ‘99세까지 팔팔하게 살고 2~3일간 앓다가 4일 만에 죽는’ 것은 누구나 바라는 것이다. 신동호 경향신문 논설위원은 “요즘 ‘구구팔팔이삼사’라는 건배 구호를 잘 들을 수가 없다. 오복 중에 으뜸이던 장수가 축복이 아니라 부담인 시대요, 사회가 됐기 때문이다. ‘구구팔팔이삼사’는 고사하고 ‘웬만하면 90살, 재수 없으면 100살까지 산다’는 농담이 뼈 있게 들리는 세상이다”이라고 말한다. 박윤경 청주교대 교수 등이 57권의 도덕·사회·경제 교과서를 분석하니 대부분 고령화를 노인 부양 부담 증가, 경제 성장 둔화, 국가 경쟁력 약화 등 부정적 관점으로 기술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장수 만세’가 ‘장수 재앙’이 되는 현실은 매우 곤혹스럽고 혼란스럽다. http://goo.gl/eqUnu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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