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6월 26일 경향신문
- [ 대통령의 사과를 구걸하는 처지 ] 1960년 4·19 혁명 당시 이승만 대통령의 하야성명은 “국민이 원한다면 물러날 것이며…선거에 많은 부정이 있다 하니 다시 치르도록 하겠다”는 것이었다. 사죄는커녕 ‘국민이 원한다면…’, ‘많은 부정이 있다 하니…’라는 가정법에서 유체이탈 화법의 원조격임을 알 수 있다. 1988년 백담사로 유배형을 떠난 전두환 전 대통령의 사과문 역시 다르지 않다. “침묵을 지키는 것이…사죄를 통할 것으로 알았지만 분노와 질책이 높아갔기에 이 자리에 섰고…1980년 광주의 비극적인 사태는 민족사의 불행한 사건이었다”고 했다. 침묵을 사죄로 알았다는 것도, 남의 일처럼 ‘5·18을 민족사의 불행한 사건’이라고 평가한 것도 기가 찰 노릇이다. 일찍이 고려의 대학자 이색도 “죄를 알아 사과를 한다면 누가 지난 일을 다시 책하겠느냐”고 했다(<목은시고>). 1403년(조선 태종 3년) 조운선 34척이 침몰돼 1000여명이 수장된 ‘조선판 세월호 사건’이 일어났다. 그러자 태종은 “내가 백성을 사지(死地)로 내몰았다”면서 “모든 책임이 나에게 있다(責乃在予)”(<태종실록>)고 깨끗이 인정했다. 이기환 경향신문 논설위원은 “요즘 각각 다른 색깔의 ‘사과’가 회자되고 있다. 메르스 사태의 책임을 진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의 ‘90도 사과’와, 표절의혹 소설가 신경숙씨의 ‘사실상의 사과’가 있었다. 아직 남아있는 사과가 있다. 국정 최고책임자인 대통령의 ‘메르스 대국민사과’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대통령의 사과를 구걸하고 있는 괴상쩍은 처지에 놓여있다”고 말한다. http://goo.gl/wRdp6f
- [ 과연, 누가 배신자인가 ] 박근혜 대통령은 6월25일 국회법 개정안을 재의요구하면서 “당선된 후 신뢰를 어기는 배신의 정치는 결국 패권주의와 줄세우기 정치를 양산하는 것으로 반드시 선거에서 국민이 심판해주셔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야 합의로 국회에서 의결한 법안을 거부한 것은 물론 그 법안을 만든 국회와 정치권을 ‘배신 집단’ ‘심판 대상’으로 맹비난한 것이다. 성장률 저하 등 경제위기,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로 민생과 국정이 모두 난맥인 상황에서 대통령이 국회와 여야를 향해 ‘전쟁’을 선포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박 대통령의 강한 의지를 반영한 듯 재의요구안은 국무회의 첫 안건으로 상정돼 법제처장의 법안 내용 설명 후 5분여 만에 의결됐다. 박 대통령은 “국민과 신의를 저버리고 국민 삶을 돌보지 않고 이익을 챙기는 구태정치는 이제 끝내야 한다” “저의를 이해할 수 없다”고 정치권을 비난했다. 경향신문 이용욱·조미덥·박순봉 기자가 쓴 <“배신의 정치, 심판해야”… 국회에 전쟁 선포한 대통령>기사는 “대통령이 국회를 이처럼 강도 높게 비난한 것은 헌정사상 유례없는 일이다”고 말한다. http://goo.gl/fqHj0E
- [ 부모 월급 줄여, 아들 딸 채용? ] 근로자의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의무화한 정년연장법 시행이 몇 달 앞으로 다가왔다. 정년연장은 고령화사회에 진입한 국가들이 예외 없이 실시하는 정책이다. 일본과 대다수 유럽 국가들의 정년은 65세이다. 정년연장은 노동자에게만 유리한 제도가 아니라 함께 살기 위한 사회적 합의이다. 정부는 내년부터 60세 이상 정년이 의무화되므로 기업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임금피크제를 우선 도입해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노광표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은 “과연 임금피크제는 청년고용의 돌파구가 될 수 있는가? 그렇지 않다. 임금피크제는 청년고용의 해법이 아니다. 경총은 ‘모든 기업이 임금피크제를 도입할 경우 여기서 발생하는 재원으로 2016년에서 2019년까지 18만2000여개의 청년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 가정은 전제부터 엉터리다. 임금피크제가 도입되더라도 신규인력이 필요 없는 곳은 사람을 뽑지 않을 것이고, 임금피크제가 시행되지 않더라도 생산량 증가가 예상되는 사업장은 인력을 충원할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기업의 부담에게 부담을 주지 않고 부모세대의 임금을 깎아 그것을 청년고용의 재원으로 사용하자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http://goo.gl/opnSMf
- [ 메르스 환자에게 전자발찌? ]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감염 의심자에게 위치추적 전자장치를 채울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 추진되고 있어 뒤늦게 논란이다. 전염병 감염이 의심된다고 해서 성범죄자에게 부착하는 위치추적 전자장치를 메르스 환자에게 부착해 관리하는 것은 발상 자체가 신비롭다. 새누리당 이명수 의원은 지난 6월12일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법안은 보건복지부 장관과 광역·기초단체장들이 “감염 전파의 위험성이 인정되는 사람에 대하여 이 법에 따른 감염병관리시설 또는 적당한 시설에 즉시 격리하거나 격리기간 동안 위치추적 전자장치를 부착하는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당연히 인권침해가 논란이 될 것을 알았을 텐데…참 용감하신 분이다. http://goo.gl/9Auz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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