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6월 24일 경향신문
- [ 메르스 피해자가 가해자 둔갑 ] ‘슈퍼전파자’라는 단어는 매우 불편하다. 메르스 확산에 대한 정부 당국의 책임을 은연중에 가리면서 특별히 엄청난 전염력을 지닌 환자 ‘개인’을 주목하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번째 환자’가 슈퍼전파자로 불리게 된 이유는 사실 개인에게 있지 않다. 평택성모병원의 경우 병실료 수입을 올리기 위하여 병실을 쪼개면서 환기시설을 갖추지 않았기 때문에 메르스 확산이 일어났다. 이호중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삼성서울병원의 경우 메르스 환자일 가능성을 충분히 알아차릴 수 있었던 기회를 병원 측이 놓친 것에다 응급실의 다닥다닥 붙어 있는 침대, 그리고 정부의 초동 대응 부실이 슈퍼전파를 빚어냈다. ‘슈퍼전파’는 이처럼 병원의 취약한 방역구조와 정부의 초동 대응 실패가 만들어낸 ‘사회적 피해’이다. 슈퍼전파자는 정부의 비밀주의와 병원의 부실한 감염관리 체계가 만들어낸 피해자일 뿐이다. 실상은 피해자인데 ‘가해자’라는 낙인을 찍는 일은 주로 국가나 기업 등 ‘권력’ 집단이 사회적 재난을 유발하거나 아니면 최소한 그 재난을 확산시킨 데 책임이 있는 경우에 종종 목격되는 현상이다”라고 말한다. http://goo.gl/ZKbM3G
- [ ‘먹튀’ 대통령 ] 추신수는 요즘 위기다. 작년의 부진은 부상 핑계를 댈 수 있지만, 올해마저 못한다면 변명의 여지가 없으니 말이다. 더 큰 문제는 그가 서른 중반에 접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7년 계약 중 첫 2년을 이렇게 망친다면 내년, 내후년의 성적은 더 암담하지 않겠는가? 당연한 얘기지만 텍사스 팬들도 추신수에게 별로 호의적이지 않다. 발 빠르고 선구안도 좋은 데다 홈런도 많이 치는 선수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는 것. 현지 언론에서는 심심치 않게 ‘먹튀’ 얘기가 나온다. ‘먹고 튀었다’의 줄임말인 먹튀는 많은 돈을 받고 입단한 선수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때 그 선수를 일컫는 말이다. 그렇다고 먹튀가 꼭 스포츠에만 국한되는 개념은 아니다. 서민 단국대 의대 교수는 “대통령을 예로 들어보자. 대통령의 연봉은 2억원가량 된다. 수많은 비서를 거느리고, 안전을 위해 경호원을 둔다. 차는 방탄이 되는 에쿠스리무진으로, 가격은 20억원이다. 필요할 때 언제든 이용할 수 있는 전용기도 있다. 퇴임 후에도 현직 때 월급의 95%를 받으니 평생 돈 걱정할 일은 없다. 이 모든 것은 물론 국민이 낸 세금으로 지급된다. 다시 말해서 국민은 십시일반으로 세금을 모아 대통령을 5년간 부리며, 이 기간 동안 대통령이 나라를 잘 이끌어주기를 기대한다. 이 기대에 부응하면 좋은 대통령이고, 그렇지 못하면 먹튀라고 불러도 무방하다”고 말한다. http://goo.gl/MhJQtl
- [ 도어록 4자리 비번, 1시간이면 뚫린다 ] 500여차례 빈 사무실을 털었다는 5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그는 2011년 1월부터 2025년 6월까지 서울 강서·양천·마포·영등포구 등지를 돌며 밤 늦은 시간 사무실 문을 따고 들어가 상품권이나 컴퓨터 부품을 훔친 혐의를 받고 있다. 조씨 스스로 사무실 500곳 이상을 털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이 중 148곳에서 6000만원가량 훔친 사실을 확인해 검찰에 송치했다. 조씨는 용의주도했다. 범행 장소를 사전 답사해 폐쇄회로(CC)TV 위치를 파악했다. 사무실 디지털 도어록 숫자판을 살펴 손때가 많이 묻은 번호를 조합해 암호를 풀었다. 조씨는 “4자리 암호는 1시간이면 다 풀 수 있었다”면서 “도어록 암호는 무조건 5자리 이상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진술했다. http://goo.gl/Q7ecw0
- [ 6·25, 문신처럼 새겨진 상흔 ] 전쟁은 그 무엇으로도 치유할 수 없는 깊은 상처를 남겼다. 중국 베이징에 있는 국제적십자위원회(ICRC) 동아시아대표처는 23일 한국전(6·25전쟁) 당시 적십자 직원과 참전 미군이 찍은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에는 울음을 터뜨리는 어린이와 화물열차에 몸을 실은 피란민 등 전쟁통에 고단한 삶을 이어가야 했던 사람들의 모습이 담겼다. 국제적십자위원회 관계자는 “한국전쟁의 참상을 담은 사진들을 자료 차원에서 보관해 오다 전쟁 발발 65주년을 맞아 공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 [ 민주주의 결핍 탓에 죽어가는 사람들 ] 정부가 초기에 메르스 관련 모든 정보를 공개만 했더라도 사태가 이 지경이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애당초 삼성서울병원 이름을 공개하기만 했어도 확산을 크게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정부는 왜 초기에 쉬쉬 덮으려고 했는지 수수께끼인데, 나중에 메르스가 진정되고 나면 반드시 철저히 조사해서 진실을 밝히고, 책임질 사람이 있으면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이정우 경북대 교수는 “한꺼번에 대량의 인명이 희생된다는 점에서 역병과 기근은 비슷하다. 이 두 가지는 지금까지 인류 역사를 통해 무수한 인명을 앗아간 양대 공포·양대 재난이라고 할 수 있는데, 흥미로운 사실은 둘 다 민주주의의 결핍과 관련이 있다는 점이다. 민주주의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경제학자 중에 인도 출신의 아마르티야 센 하버드대 교수가 있다. 1998년 노밸경제학상 수상자인 센은 인도 출신이라서 그런지 불평등, 빈곤, 기근 연구로 유명하다. 그는 수많은 기근 연구를 통해 기근으로 대량 사망이 발생한 원인은 식량 부족이 아니고, 사람들이 인간답게 살 권리가 부족한 것이 원인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세계 역사상 대기근의 원인은 식량 부족이 아니라 식량이 골고루 분배되지 못하고, 위기 상황에 관한 정보가 공개되지 못하고, 독재자들이 기근을 방비하지 않아도 쫓겨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공자는 ‘모자라는 것을 걱정하지 말고, 고르지 못한 것을 걱정하라(不患寡而患不均)’고 했는데, 기근에서도 생산의 부족보다는 분배의 불평등이 문제가 된다. 모든 인간에게 인간답게 살 평등한 권리가 인정되고, 정보가 잘 소통되는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기근이 발생한 적이 없다고 센은 주장한다”라고 전한다. http://goo.gl/HaLYDG
- [ 뿌리깊은 ‘개고기’의 역사 ] 성질이 흉악한 사람을 ‘개고기’라 일컫던 때가 있었다. 살아서는 한없이 충성스럽고, 죽어서는 여름철 보양식으로 사랑받아온 개와 개고기가 왜 망나니를 뜻하는 나쁜 말로 변했을까. 개를 잡아먹던 바로 그 사람들의 잔인함에서 비롯된 말이 ‘개고기’라는 표현이 됐을 수도 있다. 개고기는 동양만의 식습관은 아니었다. 1926년 1월8일자 동아일보를 보면 흥미롭다. “조선에서는 위생상 해롭다고 떠드는데 독일 작센 지방에서는 매년 평균 5만두의 개가 식용으로 팔리고, 개고기 전매업자까지 있다”는 해외토픽을 전하고 있다. 하지만 차츰 ‘개고기는 동양의 야만스러운 식습관’이라는 이미지로 굳어져 갔다. 중국의 위안스카이(袁世凱)가 독일의 빌헬름 2세에게서 사냥개를 선물받은 뒤 보냈다는 감사편지는 인구에 회자된다. “맛있게 잘 먹었소이다.” 동양의 개고기 역사는 뿌리가 깊다. <예기> 등을 보면 2600년 전인 주나라 때부터 여름철 보양식으로 애용됐다. 한나라를 세운 유방은 ‘개도살업자’인 번쾌가 잡아준 개고기를 즐겨 먹었다. 한나라 창업의 일등공신이 된 번쾌는 개백정에서 제후로 출세한 것이다. 조선의 정약용과 박제가도 소문난 개고기 애호가였다. 정약용은 흑산도에 유배 중인 형(정약전)에게 편지를 보내 “나라면 섬 안을 돌아다니는 들개를 5일에 한 마리씩은 삶아 먹겠다”고 입맛을 다셨다. 박제가는 ‘개 맛있게 삶는 법’, 즉 개요리의 ‘필살 레시피’까지 남겼다(<다산시문집>). 이기환 경향신문 논설위원은 “중국 광시(廣西) 자치구 위린(玉林)시에서는 개고기축제가 국제적인 논란 속에 열리고 있다. 식습관일 뿐이라는 주장과 동물학대라는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그러나 일주일 축제를 위해 무려 1만마리의 개가 도살됐다. 이 대목에서는 입을 다물 수가 없다. ‘개고기’라는 욕을 들어도 싸다”고 말한다. http://goo.gl/yjRDd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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