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6월 3일 경향신문

- [ 사랑의 유효 기간 ] 아일랜드 더블린의 트리니티 대학 제프리 쿠퍼 박사는 실험을 통해 이성이 매력적인지 판단하는 데 1000분의 1초도 걸리지 않는다고 밝혔다. 실험대상자에게 수초간 이성의 사진을 보여준 뒤 이들을 한방에 모아놓고 5분간 대화하도록 한 결과, 사진 호감도와 대화 후 호감도가 63%나 일치했다. 이성을 선택하는 것이 매우 즉흥적인 것이다. 사랑이 끝나는 속도 역시 생각보다 빠르다. 미국 코넬 대학의 신시아 하잔 교수는 사랑의 유효 기간을 18~30개월로 잡았다. 물론 진화생물학의 관점에서 3년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결혼해서 아이 낳고, 아이의 생존이 보장되기까지 3년이 필요하기 때문이란다. 이대근 경향신문 논설위원은 “그래서 ‘끝없는 사랑’을 원하면 3년 이내 새로운 사랑을 시작해야 한다. 그러나 이건 알고 사랑하는 게 좋다. 뇌과학적으로 사랑은 판단 중추인 전전두피질의 비활성화, 사회 인지에 관여하는 두피질 영역인 측두극과 두정측두 결합부의 비활성화에 기인한다. 한마디로 판단력, 비판기능의 마비를 뜻한다. 병리학적으로 사랑의 증세가 정신병과 유사하다는 것도 그 때문이다. 지구상의 모든 사람들이 이 위험한 사랑에 빠져 인류가 멸망할까 걱정된다면 사랑의 유효 기간을 받아들이는 게 좋을 것 같다. 사랑 이후에는 무엇으로 사느냐고? 정, 의리, 우정, 연대 뭐 이런 것도 있지 않나”고 말한다. 실제로 주위를 둘러보면 정, 의리, 우정, 연대로 사는 부부들이 적지 않아 보인다. http://goo.gl/sP5Uqb

- [ 남성들이 매춘부에게 돈을 주는 이유 ] <노팅 힐> <러브 액츄얼리>의 배우 휴 그랜트는 대단한 미남이다. 지적이고 자상하고 위트 넘친다. 런던에만 집이 17채 있을 정도로 부유하다. 1995년 그는 큰 사건을 저질렀다. 심야에 자기 차의 뒷좌석에서 매춘부와 구강성교를 하다가 경찰에 체포된 것이다. 참으로 이상하다. 그랜트처럼 잘생긴 갑부라면 술집에서 젊은 여성을 유혹해 하룻밤 정을 나누기란 그리 어렵지 않을 터이다. 그런데 왜 매춘부에게 돈까지 내고 성교를 했을까? 아니할 말로, 남자가 그랜트라면 돈을 내야 할 쪽은 오히려 여자 아닐까? 왜 그는 일반인과의 뜨거운(?) 만남 대신 매춘부와의 거래를 택했을까? 진화심리학자인 전중환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의 답은 이렇다. “남성들은 성교에 대한 대가로 매춘부에게 돈을 주지 않는다. ‘성교만’ 하는 대가로, 즉 끝나고 사라지라는 뜻으로 매춘부에게 돈을 준다. 이처럼 남성들이 낯선 여성과 ‘성교만’ 하고자 기꺼이 돈까지 내놓는 까닭은 남녀의 진화된 성심리가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다. 성매매는 먼 과거의 진화적 환경에서 남녀가 자원과 성을 맞바꿨던 행동에서 유래했다. 시장경제가 발달한 오늘날에는 성매매가 더 빈번하고 다양하게 행해지고 있다. 성매매가 진화된 인간 본성에서 유래했다는 사실은 성매매에 대한 법적, 정책적 판단이 훨씬 더 세심하게 이루어져야 함을 뜻한다”라고 말한다. http://goo.gl/lEbelO

- [ 고종은 왜 전깃불을 켰나 ] “듣도 보도 못한 불이어서 공포감마저 들었다. 휘황찬란한 불빛이 대낮같이 환했다. 사람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었다.” 1887년 1~3월 사이 어느 날 경복궁에서 전깃불이 켜진 밤의 풍경에 대한 묘사이다. 이 광경을 숨어서 지켜봤다는 한 상궁은 이를 ‘불가사의한 불’이라 했다. 바람에 건들거리며 켜졌다 꺼졌다를 반복하는 전등불을 ‘건달불’이라고도 했다. 경복궁 전깃불 점등은 1879년 토머스 에디슨이 백열전구를 발명한 지 불과 8년 만의 일이니 얼마나 신기한가. “고종은 임오군란 및 갑신정변 이래 밤에 병란이 일어나는 것을 두려워했다. 궁궐 내에 전등을 많이 켜서 새벽까지 훤하게 밝히도록 명했다”(황현의 <매천야록>). 황현의 말대로라면 당시 2만4000달러가 넘는 거액을 들여 전등을 설치한 이유가 흥미롭다. 결국 ‘밤이 무서워서’였던 것이다. 이기환 경향신문 논설위원은 “변란을 우려해 밤을 환하게 밝히고 싶었던 고종과, 조선을 동양 진출의 교두보로 삼았던 에디슨의 생각이 맞아떨어진 것이지만 이 최초의 전깃불은 단명하고 만다. 당시 전등설비는 경복궁 내 연못을 이용한 증기동력으로 발전했다. 이 때문에 뜨거워진 냉각수가 다시 연못으로 역류되면서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했다. 그러자 ‘증어망국(蒸魚亡國)’이라는 흉흉한 소문이 돌았다. 고종은 꺼져가는 왕국의 불을 되살리려 궁궐을 밝혔지만 끝내 나라의 운명을 되살리지 못했다. 궁궐에 불을 켠 지 불과 23년 만인 1910년 조선의 불이 꺼졌다”라고 말한다. http://goo.gl/f9AhJR

- [ 중국판 세월호 사건 ] 중국 중부 양쯔(揚子)강 유역에서 458명을 태우고 가던 유람선이 지난 6월1일 밤 갑작스레 불어닥친 회오리바람에 휘말려 침몰했다. 불과 2분 만에 배가 침몰한 데다 배에서 구조신호가 발신되지 않아 뒤늦게 구조작업이 시작되면서 큰 인명피해가 생겼다. 한국의 사월호 사건 때 처럼 선장과 기관장이 소수의 생존자 안에 포함돼 구조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논란도 일고 있다. 승객 406명, 선원 47명, 여행사 직원 5명 등 458명이 탑승했다. 사고 수역은 수심이 약 15m이며 2013년에도 침몰사고가 있었다. 2일 오후 5시(현지시간) 현재 14명의 생존이 확인됐으며 5명은 숨진 채 발견됐다. 탑승객 중에는 50~80대의 고령자가 많았고 수백명이 실종 상태여서 얼마나 많은 승객이 구조될지 불확실하다. 중국 리커창 총리는 사고 다음날 비행기를 타고 곧장 사고현장으로 날아갔다. http://goo.gl/7O6uIl 

- [ 뭔가 잘못 알고있는 박 대통령 ] 1983년 미국 대법원은 의회가 행정부의 행정입법을 무효화할 수 있도록 한 입법적 거부(legislative veto) 제도를 위헌으로 판시한 적이 있다. 대법원은 법률안 제정을 위해선 상하 양원 통과가 필요하고 대통령은 상·하원을 통과한 법률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데, 입법적 거부는 한 개의 원(院)에 의해서도 행사될 수 있으며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기회가 없다는 이유를 들어 위헌으로 판시했다.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는 “1983년 미국 대법원 판결에 의해 위헌 판정을 받은 입법적 거부는 지금 문제가 된 한국의 국회법 개정안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미국의 입법적 거부는 의회가 거부권을 행사하면 그 순간 해당 규칙(시행령)이 무효화된다. 반면 우리 국회법 개정안은 상임위원회가 소관 부처로 하여금 처리하고 보고하도록 하는 데 그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정부의 시행령까지 국회가 번번이 수정을 요구하게 되면 정부의 정책추진은 악영향을 받게 되어서 국정이 마비상태가 되고 정부는 무기력하게 될 것’이라며 거부권 행사 뜻을 밝혔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발언에서는 위헌 논리를 찾아볼 수 없고 오히려 국민의 대표기관이며 원래 입법기관인 국회를 국정을 마비시키는 집단으로 보고 있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시행령 제정을 대통령의 전적인 재량으로 알고 있다면 그것 역시 큰 문제다”라고 말한다. http://goo.gl/nDdQzo

- [ 삼권분립의 진정한 의미 ] 박근혜 대통령과 국회가 기싸움을 하고 있는 개정 국회법의 핵심은 정부 시행령을 국회가 심사하고 수정을 요구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행정부의 곤혹스러움을 이해한다. 요컨대, ‘원칙주의자’인 국회가 ‘현실주의자’인 행정부에 대해 감독권을 행사하는 일이 벌어질 것이며, 이것은 행정부에겐 악몽이 될 것이다. 법률을 제정하기에도 인력과 자원이 부족해 정부나 심지어 민간의 도움을 받아가면서 일하는 국회가, 법률보다도 더 세부적이고 전문적인 행정입법까지 관리하겠다는 것은 사실 쉽지 않아 보인다. 한국의 경우 국회가 행정부에 요구한 것이지만 미국의 경우는 다르다. 법보다 운용을 어찌 할지가 더 중요해 보인다. 정치학자인 박원호 서울대 교수는 “흥미로운 사실은 미국 행정입법에 대한 의회제한(입법적 거부·legislative veto)은 후버 대통령이, 보다 많은 행정입법권을 보장받기 위해 의회에 먼저 안전장치로 제안한 것이라는 점이다. 의회에 잠재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행정입법 통제권한을 약속한 대신, 광범한 수준의 행정입법권을 넘겨받았던 것이다. 진정한 삼권분립은 삼부가 서로 경멸하며 견제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다름과 고유한 영역을 인정하는 데서 시작한다”고 말한다. http://goo.gl/JJT7rm

 

 

 

Posted by jinokor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