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6월 5일 경향신문

- [ 한국 정부는 왜 무능해졌나 ] 한국의 정부는 지난 30년간 깜짝 놀랄 정도로 무능해졌다. 과거 성장의 신화를 써나가던 시절 외국 학자들은 한국과 일본의 관료들에 대해 감탄을 금치 못했다. 명문대를 졸업한 최고의 인재들이 엄격한 시험을 거쳐 등용되어 개인의 이익보다 국가의 이익을 앞세워 정책을 끌고 나가니 나라가 잘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치적 독재에 대한 우려들은 많았으나 한국 정부가 유능하다는 데에 토를 다는 사람은 없었다. 그런데 불과 30년 사이에 이것이 과연 같은 나라가 맞나 싶을 정도로 무능해졌다. 그 이유는 뭘까. 사회학자인 장덕진 서울대 교수는 “현장에서 마주치는 대부분의 관료들은 탁월한 역량과 선한 의도를 가진 사람들이다. 그렇지만 한국의 국가는 무능해졌다. 뛰어난 학습능력을 가지고 한 부서에서 오래 근무한 관료들은 정책이 나아가야 할 길을 안다. 그러나 말하지 않는다. 한국의 정권은 제왕적이다. 특히 정권 초기에는 그렇다. 정책을 잘 아는 관료의 입장에서 보면 실패할 것이 뻔한 정책도 새 정권의 브랜드이기 때문에 해야 하는 경우가 수두룩하다. 그는 이 정책이 무슨 이유로 어떤 과정을 거쳐서 얼마쯤 세금을 낭비하고 실패할 것이라는 걸 대충 알고 있다. 정책전문가로서의 사명감으로 반대의견도 내보지만, 정권과 가까운 쪽에서 두어 번 태클이 걸리고 나면 입 다물고 가만히 있는 게 신상에 좋다는 걸 느끼게 된다. 그러니 관료의 역할은 정책이 실패할 걸 알면서도 말은 안 하고 예측대로 실패하는 걸 지켜보는 것이 된다. 유능한 관료가 무능한 정책밖에 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정권의 책임이다”라고 말한다. http://goo.gl/01seua

- [ 메르스보다 무서운 ‘불평등’ ]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이 한국에서 3차 감염까지 생긴 것으로 알려지면서 팬더믹(Pandemic)이라는 영어 단어가 일반인에게도 소개되었다. 한국말로 번역하면 ‘대창궐’이라고 할 수 있는데, 세계보건기구(WHO)가 분류한 전염병 경보단계의 최고단계를 의미하며, 대량 살상 전염병이 생겨날 때 이를 팬더믹이라고 표현한다. 팬더믹은 이른바 ‘비전통안보위협(Non-Traditional Security Threat)’이다. 이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팬더믹보다 더위협적인 ‘비전통안보위협’으로 ‘불평등’을 꼽는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는 불평등이 활력의 동인이 되기도 하지만 불평등이 구조적으로 고착화되고, 불평등 극복의 희망이 없어지면 사람들은 자본주의 시장경제 그 자체의 정당성에 대해서 근본적인 회의를 갖게 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고서에 의하면 선진국 인구의 5분의 2는 지난 몇 십 년 동안 소득이 거의 늘어나지 않았고, 선진국 34개 회원국의 소득 불평등이 꾸준히 증가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다보스 포럼으로 알려진 세계경제포럼에서도 불평등을 향후 세계가 직면한 가장 위험한 리스크 중 하나로 꼽고 있다”고 말한다. http://goo.gl/NSgzkK 

- [ 박원순의 승부수 ] 박원순 서울시장이 4일 35번째 확진판정 의사의 행적과 관련해 긴급 브리핑을 가진 것은 보건복지부의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에 대한 수동적 방역만으로는 서울시민들의 대량 감염 가능성을 차단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박 시장은 “지난 3일 대책회의 참석 과정에서 확진 판정을 받은 이 의사의 서울시내 동선을 자체 인지하게 됐다”며 “상황에 대해서 (보건당국의) 정보를 공유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박 시장은 이어 “개포동 재건축행사에 참여한 1565명이 메르스 위험에 노출된 시민들이라고 판단, 이 같은 사실을 알리고 추가 확산을 막기 위해 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에 사실관계 공개를 요청했다”며 “그러나 4일 오전부터 복지부 관계자와는 유선통화가 안됐다”고 덧붙였다. 또 “(보건당국은) 정확한 정보도 없고 동선도 모르고 1565명 참석자 명단 확보도 안 했다”고 말했다. 결국 정부는 아무것도 안했다는 것이다. 결국 서울시와 정부가 정면 충돌했다. 박원순 시장은 “시민을 직접 지키겠다”고 나섰고 박근혜 대통령은 “혼란만 초래한다”고 맞받았다. 누구의 말이 맞는지 지금 당장은 알 수 없으나 박원순 시장의 지지율은 올라가고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을 떨어질 것 같다는 느낌이다. http://goo.gl/uD42X0 

 

- [ 정부의 순진한 ‘질병관리’ ] 한국의 ‘질병관리본부’는 미국 관련 기구를 본뜬 것이다. 그런데 미국 기구의 공식 명칭은 ‘질병관리본부’가 아니라 ‘질병통제 및 예방중심’, 통칭 ‘질병통제센터’이다. 그런데 정작 한국은 ‘질병관리’라고 한다. 이번 경우와 같은 ‘괴질’을 어찌 관리하겠다는 말인지…허상수 지속가능사회연구소 소장은 “질병관리본부는 ‘환자가 다녀갔던 병원은 다른 사람들이 방문해도 안전한가요?’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한다. ‘메르스의 전파는 환자와 같은 공간에 동시에 머물면서 밀접한 접촉이 있었던 경우에 한해 제한적으로 발생합니다. 환자가 이미 거쳐 간 의료기관을 방문하는 것으로 메르스에 감염될 가능성은 없습니다.’ 이런 안이한 태도와 자세로 메르스의 퇴치는 불가능하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 왜냐면 정부는 자가 격리만으로도 메르스의 조기 퇴치가 될 것이라고 순진하게 전망하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한다. http://goo.gl/rgVXgP

- [ 황교안의 정체성, 애국가와 찬송가 ] 박근혜 대통령이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한 사람은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다. 왠지 낯설다 했더니 43대였던 이완구 전 총리를 비롯해 그간 총리로 재직한 사람들 가운데 법조인 출신은 많았지만 법무부 장관을 지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더구나 현직 장관이 곧바로 자리 이동을 하는 것도 흔치 않았다. 황교안 장관의 정체성은 애국가와 찬송가로 대표된다. 황 장관의 애국가 사랑은 유별나다. 기독교적 신념도 국가관 만큼이나 철저하다. 경향신문 김재중 사회부 기자는 “황 장관은 독실한 기독교인이다. 사법연수생이던 1983년 신학교를 졸업한 현직 전도사인 그에게 찬송가는 애국가 못지않게 소중하다.황 장관은 적 또는 남과 나를 구분하는 도구로 애국가와 찬송가를 즐겨 사용해 왔다. 그는 현역 국회의원 5명이 속한 통합진보당이 애국가를 부르지 않는다면서 ‘암적 존재’라고 했다. 애국가로 ‘국민’과 ‘비국민’을 가른 셈이다. 그가 책에 쓴 ‘우리 기독교인들로서는 세상법보다 교회법이 우선 적용돼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는 말은 교회 안에선 ‘신앙고백’이겠지만, 교회 밖으로 나오는 순간 ‘교인’과 ‘비교인’을 가르는 칼이 된다. 황 장관에겐 ‘다양성’보다는 ‘구분’이 어울린다. 그에게 구분은 나와 다른 상대방을 인정하기 위한 전제가 아니다. 강요와 배제로 가기 위한 징검다리에 더 가깝다. 그가 총리가 되면 한국 사회에서 관용과 다양성이 설 자리가 더욱 좁아지리라는 것은 쉽게 예상할 수 있다”고 말한다. http://goo.gl/Un8ItG

 

 

Posted by jinokor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