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5월 30일 경향신문

- [ 박정희의 호 ‘중수’에 숨은 뜻 ] 조선의 선비들에겐 최소 세 개의 이름이 있었다. 명(名), 자(字), 호(號)다. 명은 오늘날처럼 태어난 뒤 짓는 ‘이름’이며, 자는 성인식 뒤에 짓는 이름이다. 자는 귀한 이름을 함부로 부르지 않기 위한 수단이었다. 명과 자는 모두 부모 혹은 스승이 지어준다. 하지만 호는 본인이 살아가면서 스스로 짓는 이름이다. 살면서 뜻한 바를 명확히 하거나, 머문 장소에서 따오거나, 옛글이나 위인에서 빌려오거나, 자신의 용모를 묘사하기도 한다. 하나의 호만 사용하는 사람도 있지만, 수백개의 호를 지은 사람도 있다. 추사 김정희(1786~1856)가 대표적이다. 김정희의 호는 조사자에 따라 적게는 100여개, 많게는 500여개에 이른다고 한다. 경향신문 백승찬 기자는 36명의 조선 선비들이 호를 지은 유래를 통해 그들의 삶과 사회상을 살피는 책 <호, 조선 선비의 자존심>을 소개한다. 책에는 현대 정치인·경제인의 호가 가진 뜻도 소개한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호는 ‘우주의 가운데 뿌리박은 나무’라는 뜻의 중수(中樹)였다고 한다. 1966년 어느 한학자가 박정희를 만나 지어줬는데, 정작 박정희는 이 호를 거의 쓰지 않았다. 저자 한정주씨는 “진정성이 담긴 작호(作號)라기보다는 다분히 아부와 아첨으로 뒤범벅된 작호”라고 평가한다. 최규하 전 대통령의 호는 ‘검은 돌’이라는 뜻의 ‘현석(玄石)’이었다. 본심을 드러내지 않았으며 세상을 떠날 때까지 대통령 재직 당시의 상황에 대해 입을 열지 않았던 최규하의 행적에 어울리는 호다. 신간 <호, 조선 선비의 자존심(다산초당)> http://goo.gl/uAkXe9 

 - [ ‘친노’는 어쩌다 새정치의 족쇄가 됐나 ] ‘친노무현(친노) 프레임’은 야당에서 유통기한이 가장 긴 논쟁거리다. 친노의 계파가 있는지 없는지 실체 논란이 아직도 진행 중이다. 실체가 있든 없든 ‘친노’ 논쟁에 불이 붙으면 정치권을 집어삼킬 정도로 파괴력이 크다. 문제는 ‘친노 프레임’의 후유증이다. 친노 프레임은 (친노)패권주의로, 계파 갈등으로, 제1 야당 분열로 이어졌다. 경향신문 주말기획부 구혜영 기자가 친노 프레임은 어쩌다 제1 야당의 덫이 됐는가를 상세히 정리했다. http://goo.gl/FOdqTt 

 ▲프레임(Frame)=사람들이 정치·사회적 현상을 ‘반복을 통해 뇌 속에 주입된’ 틀 속에서 본다는 의미다. 2006년 미국 언어인지학자 조지 레이코프가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미국 진보세력은 왜 선거에서 패배하는가>에서 제시한 개념이다. 레이코프는 프레임을 ‘사람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정신적 구조물’이라고 했다.

- [ 돈과 권력이 만나는 식당, 어디? ] 젊은이들 사이에서 ‘자의반 타의반’으로 ‘혼밥(혼자 먹는 밥)’이 확산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성완종 전 의원의 일정표에 기록된 식사는 결코 ‘혼자서’가 아니었다. 항상 상대가 있었다. 다른 전·현직 정치인들 또한 이와 유사한 동선을 반복했을 것이란 추정이 가능하다. 더 비싼 요릿집을 찾아다닌 정치인이 있는가 하면, 데리고 있는 직원들 밥도 제대로 못 사줘 쩔쩔매는 현역 의원도 꽤 있다. 그러나 이들이 먹고 마시는 데 들어간 돈의 상당 부분이 국회 돈·회삿돈·눈먼 돈일 것이라는 의심을 거둬들이긴 힘들다. 경향신문 정치부 정환보 기자가 성완종 다이어리 속 ‘돈과 권력이 만났던 그곳’을 파헤쳤다. 성완종 전 의원의 다이어리에는 하루에도 몇 차례씩 여의도와 광화문의 고급 식당 이름이 등장한다. http://goo.gl/nGBewH 

- [ 늑대 학살, 피해자는 인간 ] 환경부가 최근 경북 영양에 국립멸종위기종복원센터를 착공하면서 늑대, 표범 등 대형 육식동물 복원을 검토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상위 포식자가 생태계에 필요함을 보여주는 사례로 유명한 것은 미국 옐로스톤 국립공원 늑대 복원 사업이다. 1920년대 미국은 늑대가 가축을 공격해 목장주의 피해가 커지자 대대적인 늑대 박멸에 나섰다. 늑대를 완전히 없애는 데는 6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그런데 늑대가 없어지자 엘크의 수가 급속히 늘어 풀과 나무를 마구 먹어치웠다. 숲이 망가지고 살 곳을 잃은 곤충도 사라져 자연이 황폐하게 변하고 말았다. 결국 환경운동가의 노력으로 1995년 70년 만에 늑대 방사가 이루어졌다. 늑대가 돌아와 최상위 포식자 역할을 수행하자 생태계가 다시 이전 모습으로 회복됐다. 신동호 경향신문 논설위원은 “일제강점기의 해수구제(害獸驅除) 정책으로 곰, 호랑이, 늑대 등이 대량학살됐고, 여우나 살아남은 늑대도 1960~1970년대 쥐 잡기 운동이나 개발, 밀렵 등으로 씨가 말랐다. 일제의 표현대로 ‘해로운 짐승’이 이 땅에서 완전히 사라진 것이다. 그 결과 더 안전하고 풍요해졌을 텐데 우리가 오히려 불안과 결핍을 느끼는 것은 왜일까”라고 말한다. http://goo.gl/vIXG4W

 

 

Posted by jinokor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