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6월 6일 경향신문
- [ ‘역병’에 내던져진 국민들 ] 인간 생명의 ‘3대 주적’은 전쟁, 기근, 역병이었는데 그중에서도 역병의 살상력이 가장 컸다. 역병은 인간의 대규모 이동 이후에 치성(熾盛)했다. 인간은 언제나 세균, 바이러스 등과 함께 이동했으며, 처음 밟은 땅에 그들을 퍼뜨렸다. 몽골군과 접촉한 이후 반복적으로 페스트의 참화를 겪었던 유럽인들은 역병이 어떤 재앙보다도 무섭다는 사실을 절감했고, 그 확산을 막기 위한 집단적 대응책을 세워갔다. 유럽인들은 16세기 이후 지구 전체로 활동 반경을 넓힐 때도, 자기들이 점령한 땅의 원주민보다 질병에 더 촉각을 곤두세웠다. 역사학자 전우용씨는 “2003년 세계적으로 사스가 창궐했을 때 한국은 사스 예방 모범국으로 국제적 칭송을 받기까지 했다. 그런데 2015년 6월, 메르스 방역 실패로 한국은 현대 문명국으로서의 자격을 의심받기에 이르렀다. 12년 전에 이 나라는 방역 모범국이었다. 그랬던 나라가 12년 만에 최악의 방역 후진국이 된 것이다. 나라의 기본을 이렇게 망가뜨렸으면, 국정 총책임자가 책임을 통감해야 정상이다. 그럼에도 그분은 다른 사람들을 질책할 뿐 국가의 기본이 무너진 게 자기와는 전혀 무관하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국가의 기본이 왜 이렇게 무너졌는지, 국가 운영을 책임진 사람들 스스로 통렬히 반성하지 않으면, 국민은 ‘나라 잃은 백성’과 다를 바 없는 불쌍한 처지에서 헤어나지 못할 것이다”라고 말한다. http://goo.gl/KpSR2W
- [ 박 대통령, 마스크도 안쓰고… ] 박근혜 대통령이 6월5일 오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발생 16일 만에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을 전격 방문했다. 국립중앙의료원은 메르스 의심환자 격리병동과 선별 진료소가 설치된 현장으로 박 대통령이 메르스 대처를 국정 최우선 순위에 두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청와대와 정부의 ‘뒷북 대응’에 대한 비판여론을 진화하기 위한 행보로 보인다. 노란색 민방위복 차림의 박 대통령은 의료진 등과 간담회를 가졌다. 이날 박 대통령은 마스크도 쓰지 않고 격리병동을 방문했는데 이를 두고 뒷말이 많다. 마스크를 쓰지 않고 갔다가 감염이라도 되면 어쩌려고 그랬냐는 의견이 있지만 마스크를 쓰고 갔더라면 또 마스크를 쓰고 갔다고 뒷말이 나올수도 있었다. 청와대 내부에서도 많은 의견이 있었겠지만 마스크를 쓰지 않는 것이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적을 것이라고 판단 했던 것으로 보인다. http://goo.gl/ob1bDd
- [ 박 대통령, 국정운영 능력 있나? ] 전염병과의 싸움은 질병을 유발하는 바이러스와의 싸움이자 질병의 확산이 불러오는 공포와의 싸움이다. 바이러스의 피해 범위를 최소화하기 위해 감염자 또는 잠재적 감염자를 효율적으로 보호·격리하는 보건시스템적 대응, 바이러스 백신이나 치료제를 개발하는 의료기술적 대응, 불필요한 공포의 확산을 막고 시민이 차분하게 질병에 맞서도록 중심을 잡아주는 정치적 대응, 이 세 가지가 맞물려야 전염병과의 싸움에서 승리할 수 있다. 경향신문 사회부 정제혁 기자는 “국가적 재난의 극복은 대통령의 첫째 소임이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은 메르스 환자가 발생한 지 보름이 지나서야 점검회의를 소집했다. 그 자리에서도 남 일 말하듯 하는 특유의 유체이탈 화법으로 사람들의 속을 뒤집어놓았다. 메르스 확산 국면에서 정부가 취한 선제적 대응이라고는 ‘유언비어 엄벌’ 방침밖에 없다. 메르스 사태로 한국은 국제적 망신거리로 전락했다. 가게는 텅텅 비었고, 중국인을 비롯한 관광객은 급감했다. 이 정권이 말하기 좋아하는 ‘국격’은 곤두박질쳤고, 경제에는 적신호가 켜졌다. 서울 강남구가 ‘메르스 괴담’의 직격탄을 맞은 것을 보면 이 정권이 사회의 보편적 가치와 이익은 고사하고 우파적 가치와 핵심 지지층을 보호할 능력이 있는지도 의심스럽다. 박 대통령은 국가를 운영할 최소한의 능력이 있는가”라고 묻는다. http://goo.gl/EbR289
- [ ‘재난 콘트롤타워’ 자처한 정조 ] 1783년 경기·호남·동북지역에 기근이 들자 정조는 침전에 ‘상황판’을 걸어놓았다. “침실 벽에 재해를 입은 지역을 세 등급으로 나누어 고을의 수령 이름을 써놓고, 세금을 감면하거나 구휼을 마칠 때마다 그 위에 기록했다.”(<홍재전서>) 이기환 경향신문 논설위원은 “정조가 침실을 ‘재난 컨트롤타워’로 삼아 진두지휘한 까닭은 명쾌했다. ‘백성이 있어야 나라가 있으니 곤경에 빠진 백성을 편안하게 만들어야 과인의 마음도 편안해진다’는 것이었다. 군주가 나서 발 빠른 대처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정조의 재난대처법은 심금을 울린다”라고 말하며 박근헤 대통령에게 들려주면 좋을 것 같은 정조의 <홍재전서>에 나온 글을 전한다. “재난을 당한 백성을 돌보는 것은 특히 시기를 놓치지 않도록 서둘러야 한다. 백성의 목숨이 달려있는 사안이다.” http://goo.gl/JhvO4M
- [ 대학 총장은 아무나 하나 ] 사학의 전횡을 볼 때마다 대학의 주인은 과연 누구냐는 물음이 떠오른다. 국공립대학의 주인은 두말할 나위 없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이며 궁극적으로 주권자인 국민이다. 한국 대학의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는 사립대학은 어떠한가? 큰 뜻을 품고 토지와 건물을 기부한 설립자의 소유도 아니요, 총장이나 이사장, 이사회의 재산도 아니다. 초·중·고교이든 대학이든 사학은 사회의 공유자산이며, 역시 국민이 주인이다. 그래서 사학도 공공성이 보장되는 투명한 운영을 해야 한다. 최근 총장 임명을 두고 갈등을 빚고 있는 동국대 정관은 이사 정원 13명 중에 무려 9명을 ‘대한불교조계종 재적승려’로 구성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스님들만 다니는 대학도 아닌데 말이다. 김명환 서울대 교수는 “대학이 행하는 연구와 교육의 질과 성과에 대해 최종 책임을 진다는 의미에서 대학 운영의 ‘주역’은 교수이다. 총장은 주역의 역할을 제대로 해야 할 교수진, 그리고 학생과 직원 등 다양한 대학 구성원을 이끄는 막중한 자리이다. 특히 학문의 길, 학자의 길에 대해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깊은 이해를 지녀야 한다. 또 대학의 사회적 책무에 민감한 동시에 권력과 자본의 압력과 유혹 앞에서 대학의 자율성과 학내 민주주의를 지켜야 한다. 기업 경영이 주된 이력인 분, 장관이나 국회의원 등 정무직 경력자가 대학총장으로 종종 적격이 아닌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라고 말한다. http://goo.gl/5GlFFb
'지식 정보 공동체 > 신문을 보고 알게 된 것' 카테고리의 다른 글
왜 삼성병원만 격리 안됐나_경향신문을 보고 알게 된 것_20150609 (0) | 2015.06.09 |
---|---|
메르스보다 대통령이 더 무섭다_경향신문을 보고 알게 된 것_20150608 (0) | 2015.06.07 |
한국 정부는 왜 무능해졌나_경향신문을 보고 알게 된 것_20150605 (0) | 2015.06.05 |
‘사법 신뢰’가 무너진 한국_경향신문을 보고 알게 된 것_20150604 (0) | 2015.06.04 |
사랑의 유효 기간_경향신문을 보고 알게 된 것_20150603 (0) | 2015.06.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