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6월 8일 경향신문

- [ 메르스보다 대통령이 더 무섭다? ] 지난 6월5일 서울 종로구 종각역과 마포구 홍대입구역 인근에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산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박근혜 대통령을 비판하는 전단이 뿌려졌다. 서울 종로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30분에서 7시 사이 종각역 인근 건물 옥상에서 ‘민주주의를 염원하는 시민들’ 명의의 전단 3000장이 살포됐다. 전단에는 “무서운 건 내가 아니라 너희들이야”라고 말하는 낙타 옆으로 박 대통령이 서 있는 6월4일자 경향신문 만평 ‘그림마당’과 함께 “메르스보다 대통령이 더 무섭다”, “책임지지 않는 정부, 국민들이 알아서 살아남아야 하는 현실, 이게 나라냐”는 문구가 쓰여 있다. 이날 홍대입구역 근처에서도 박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전단 수백장이 뿌려졌다. 전단에는 박 대통령을 풍자하는 그림과 “세월호로 아이들이 죽고 메르스로 노인들이 죽는다”고 쓰여 있었다고 한다. http://goo.gl/YRG64Z 

- [ 총리, 일요일엔 쉰다? ]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58)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하루 앞둔 7일 출근을 생략했다. 2주 연속 ‘주일(主日)’ 결근이다. 휴일인 데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산 사태까지 겹치면서 총리 후보자 결근에 뒷말이 나오지는 않았다. 하지만 정부는 물론 온 나라에 비상이 걸린 상황에서 ‘일각이 여삼추’ 같은 총리 후보자가 청문회 준비 시간을 그만큼 날려버린 것 아니냐는 걱정도 나온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황 후보자는 “주일은 하나님 앞에 드리는 것이 바르다고 생각한다”고 공·사석에서 밝혀 왔고 또한 가급적 이를 지켰다. 저서에서는 “주일에 사법시험을 치르는 것이 합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유감”이라고도 했다. 총리에 취임할 경우 앞으로 ‘주일 근무’는 어떻게 할지 관심을 끈다. ‘주일’에 일이 터져도 그는 교회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 물론 골프장에 있는 것 보다는 욕을 덜 먹겠지만… http://goo.gl/VlXzYU 

- [ 시민들에겐 욕할 자유뿐 ] 인간이 만든 정치체제 가운데 민주주의만 유일하게 ‘목적을 전제하지 않은 체제’로 불린다. 민주주의는 공동체가 지향해야 할 목적을 시민이 참여하는 공적 논의를 거쳐 결정하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보면 민주주의란 모든 시민이 의견을 가질 권리를 향유하는 체제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를 가장 날카롭게 비판하고 나선 사람이 있었으니…바로 플라톤이다. 그는 시민 대중의 불안정한 의견에 의존한다는 이유에서 민주주의를 나쁜 체제로 보았다. 불안정한 의견이 아니라 확고한 진리 위에 체제를 세워야 한다고 생각한 그가 주창한 것은 ‘철학자 왕’ 내지 교육받은 소수 엘리트에 의한 지배였다. 민주주의자라면 플라톤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플라톤의 주장처럼 행정권력이나 언론권력에 사회를 통째로 맡길 수는 없다. 정치발전소 학교장은 “민주주의는 집단과 조직, 결사체의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시민 참여와 의견 형성 과정으로 이해된다. 이런 기준에서 오늘의 한국 민주주의를 보면 국가와 개인 사이가 텅 빈 공간처럼 다가온다. 이 같은 상황이 달라지지 않는 한, 우리의 민주주의가 행정권력과 언론권력에 휘둘리는 상황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런 민주주의에서 시민이 향유할 수 있는 것은 욕할 자유뿐이다. 이래저래 시민은 더 사나워지고 사회는 더 분열되는 일만 많아지는 것 같아 걱정이다”라고 말한다. http://goo.gl/6Hk9TG

- [ 메르스 퇴치의 기본 ] 전염병 퇴치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병원체와 감염경로를 확증하는 일이다. 그 다음으로는 그 확산 범위를 예측하고, 중요 길목을 지켜 더 이상 번지는 것을 막는 것이다. 그런데 지도를 펼쳐 발원지에 중심을 둔 동그란 원을 그려 그 구역을 격리하는 방식은 인적이 드문 시골에서나 통할 방법이다. 도시화가 완성된 공간에서의 거리는 교통망으로 결정된다. 뉴욕에서 밀워키로 가는 사람의 수보다 런던으로 가는 사람의 수가 더 많기 때문에 물리적 직선거리로 반경을 정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대도시의 중심에서 10분에 도달할 수 있는 모든 도착점을 모아보면 그 경계는 원이 아니고 교통망을 중심으로 길쭉한 소시지 모양의 타원체가 될 것이다. 또 모든 사람이 똑같은 정도로 남을 감염시킨다는 식의 단순 계산법으로는 전염병 확산 형태를 예측할 수 없다. 컴퓨터공학자인 조환규 부산대 교수는 “전염병 확산은 임계전이(critical transition)의 대표적인 예이다. 전염병, 폭동, 눈사태, 동식물의 멸종, 사막화, 인기 연예인의 몰락 등은 임계전이의 좋은 사례다. 임계전이는 파국 바로 직전까지도 별 조짐을 드러내지 않아 예측이 아주 어렵다. 게다가 임계전이 이후 다시 이전 상태로의 회복이 거의 불가능한 것이 일반적인 전이와 다른 점이다. 따라서 임계전이가 있는 시스템이라면 초기 상태부터 극단의 노력으로 시스템이 문턱을 넘지 않도록 방어해야 한다. 파국으로 인한 엄청난 손해와 비교하면 어떤 초기 비용도 아깝지 않을 것이다. 국가 경제와도 직접 맞닿은 작금의 메르스 사태에, 호들갑을 떤다느니, 감기 수준에 과잉 대응이다라는 식의 발상은 임계전이 현상에 대한 이해가 없는 사람들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메르스를 이기기 위해 필요한 것은 궐기대회나 결연한 각오, 유언비어 발본색원 등 정치적 과시가 아니라 계산이다. 지금은 계산역학(computational epidemiology)이 필요한 시점이다”라고 말한다. http://goo.gl/HbsnQa

- [ 메르스 감염자 말고 메르스와 싸워라 ] 경찰서, 병원, 법원은 안 가는 게 좋지만 살다보면 갈 일이 생기는 이 3곳에서 ‘아는 사람’의 여부는 대단히 중요하다. 꼭 도움을 받지 않더라도 아쉬운 소리를 하거나 소소한 정보를 얻어듣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때문에 난리인 지금 같은 때 아는 의사가 있다면 당장 연락을 해보고 싶을 것 같다. 적어도 이 동네 병원 중에 어디를 가지 말아야 할지, 일상 생활을 어떻게 해야 할지 정보와 위안을 얻을 수 있을 테니까. 어디서 파는지조차 알 수 없는 낙타유와 낙타고기 먹지 말라고 국민을 계몽하는 보건복지부나, 손을 자주 씻고 기침이나 재채기할 때 입과 코 가리라는 뒷북 문자를 요란스럽게 보내는 국민안전처보다 믿음직스러울 것이다. 상황이 이러니 누구라도 치안, 보건, 법 영역의 일을 맞닥뜨렸을 때 시스템이 아니라 ‘아는 사람’, 즉 연줄을 먼저 찾게 되는 것은 당연지사다. 문화평론가 정지은씨는 “언제부터인가 ‘생존’은 ‘각자도생’과 동의어가 되어버렸다. ‘행복한 사람은 시계를 보지 않는다’는데 나는 요새 자꾸 시계를, 달력을 들여다보게 된다. 시간은 흘러가는데 언제까지 이렇게 알아서 해결하는 방식으로 버틸 수 있을까 싶어 불안하기만 하다. ‘미국이 위대했던 때에는 가난과 싸웠다. 가난한 사람과 싸우지 않았다.’ 미국 드라마 <뉴스룸>에 나오는 대사다. 그렇다. 우리는 질병에 걸린 사람과 싸우는 대신 질병과 싸워야 한다. http://goo.gl/7BClLN

 

 

Posted by jinokor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