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4월 25일 경향신문
- [ ‘빨갱이’는 어떻게 생겨나는가 ] 우리 사회는 정직해지려는 용기와 노력에 간혹 ‘종북’의 혐의를 덮어씌우기도 한다. 한 사회의 권력과 질서에 대해 그 약점을 말한다는 것은, 그 사회의 적을 이롭게 하는 일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는 우리의 적이 북한일 뿐만 아니라 북한이어야 한다고 믿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들에게 현재의 권력과 질서를 비판하는 것은 적을 이롭게 하는 것으로 비춰진다. 문학평론가인 황현산 고려대 명예교수는 “우리사회에서 ‘질서의 편’에 선 사람들은 권력에 대한 하찮은 비난도 견디지 못하고 어김없이 ‘빨갱이’라는 말을 입에 올린다. 물론 사람들은 이 ‘빨갱이’라는 말이 터무니없다는 것을 모를 만큼 바보가 아니다. 그러나 여론조사도 투표도 그 터무니없는 말에 늘 결정적인 영향을 받는다. 우리 사회의 정신 상태에 알 수 없는 어떤 코드가 존재한다고밖에는 설명할 길이 없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코드는, ‘자기합리화의 코드’라고 말한다. ‘종북’과 ‘빨갱이’는 그들이 자기 합리화를 위해 만들어 낸 말이다. http://goo.gl/mgJATW
- [ 박근혜와는 다른 오바마의 ‘대국민사과’ ] “이러한 일이 일어난 것에 깊은 유감을 느끼며, 정부를 대표해 대통령으로서 유가족들에게 가장 깊은 사과를 드린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3일 민간인 오폭에 대해 책임을 인정하고 대국민사과를 한 것은 관련 보도가 나온지 몇 시간도 채 지나지 않은 때였다. 사과는 지난 1월 파키스탄·아프가니스탄 국경지역에서 미군의 오폭으로 자국민 1명과 이탈리아인 1명이 사망한 데 대한 것이다. 오바마로서는 아랫사람들에게 책임을 미룰 수도 있었고, 대테러전 과정에서 수반되는 ‘부수적 피해’로 치부할 수도 있었다. 구호요원을 인질로 붙잡은 알카에다의 행동을 부각함으로써 책임을 외부에 떠넘길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대통령, 군 최고사령관으로서 모든 대테러작전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내게 있다”고 말했다. 손재민 경향신문 워싱턴 특파원은 “정부에 대한 비난 일색으로 치달을 수 있었던 이 사건은 오바마의 직접적이고 빠른 사과로 전장에서 무인기 사용에 대한 이성적 토론으로 흘러가고 있다. 막을 수 있었던 대형 참사, 주변의 부패 스캔들에도 대통령이 모호한 말로 책임을 회피하는 바람에 ‘유체이탈 화법’이란 말이 유행하고, 토론을 통한 제도 개선은커녕 갈수록 나빠지는 한국 상황을 생각하면 오바마의 태도는 부러울 뿐이다”라고 말한다. http://goo.gl/lnecg2
- [ 박 대통령이 중남미로 간 까닭 ] ‘말은 부드럽게 하되, 큰 몽둥이를 갖고 다녀라. 그럼 멀리 갈 수 있다.’ 아프리카 속담으로 현실주의 외교를 상징하는 표어로도 자주 인용되는 속담이다. 하지만 미·중 정상은 만날 때마다 할 말 다 하고, 간혹 군사력 시위로 긴장을 조성하기도 한다. 이런 미·중관계는 중·일관계에도 그대로 복제되고 있다. 반둥회의에 참석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 간 정상회담은 이런 외교의 미묘함을 잘 보여준다. 일본 언론은 5개월 전 중·일 정상회담 때 굳은 얼굴을 했던 시 주석이 이번엔 “웃었다”고 환영했다. 반면 중국 중앙TV는 굳은 표정만 보도했다. 어느 것이 시 주석의 진짜 표정인지 진실게임을 할 필요는 없다. 외교는 두 얼굴을 갖고 있다. 이대근 경향신문 논설위원은 “외교 현장에선 웃는다고 웃는 게 아니다. 특히 복잡한 동아시아 외교에서는 더욱 그렇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의 표정에서는 외교의 복잡성을 읽을 수 없다. 북·중·일이 참석하는 반둥회의에 그가 갔다면 그 역시 다양한 표정을 지어야 했을 것이다. 활짝 웃거나 굳은 표정이거나 둘 중 하나에 익숙한 그로서는 불편한 자리다. 역시 그래서였을까? 박 대통령은 그곳 대신 현안도 없고 즐거운 마음으로 다녀올 수 있는 중남미 도피외교를 택했다”라고 말한다. http://goo.gl/Vqjv8R
- [ 영원히 읽히는 책 ] 경향신문 토요기획에서 ‘영원히 읽히는 책’을 소개 했다. 내용의 우수성을 인정 받는 고전인 동시에 독자들의 지속적인 사랑을 받고 있는 스테디셀러들이다. 전세계에서 700만부가 팔린 <코스모스>와 최고의 여행기로 꼽히는 연암 박지원의 <열하일기>, 성서 다음 가장 많은 언어로 번역된 <돈키호태>3권을 꼽았다. <코스모스>는 1980년 9월28일 다큐멘터리로 방영됐고, 같은해 11월 책으로 출간됐다. 방송은 전 세계 60개국 7억명의 시청자가 봤고, 책은 전 세계에서 700만부 가까이 팔렸다. <코스모스>는 스티븐 호킹의 <시간의 역사>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이 팔린 과학책으로 기록됐다. 다음은 연암 박지원의 <열하일기>. 1780년 청나라 건륭제의 70회 생일을 축하하는 사절단에 끼어 중국을 방문한 연암은 공적인 소임을 맡지 않아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었고, 북경을 벗어나 당시 조선인들에게 생소했던 열하 지방까지 방문했다. 연암은 귀국 즉시 기행문 집필에 착수했고, 완성된 책은 곧바로 조선의 지식인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고 지금도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돈키호테>는 ‘지구상에서 성서 다음으로 가장 다양한 언어로 번역된 책’으로 꼽히는 고전인 동시에 나온 지 400년이 지난 작품이다. 하지만 한국어 완역본은 2종에 불과하다. 유명한 풍차 에피소드 등 돈키호테의 좌충우돌 모험이 담긴 1권은 자주 번역됐지만, 돈키호테의 죽음 등을 다룬 2권은 내용이 무겁고 방대하기 때문이었다. http://goo.gl/iENsmq
- [ ‘프레임’이 뭔가 했더니… ] 신문 정치면에 보면 간혹 ‘프레임’이란 말이 등장한다. 보수 프레임, 진보 프레임, 프레임 전쟁, 강요된 프레임, 프레임 만들기 등등… 막연히 관점이라고 생각되긴 했지만 명확하게 감이 오지 않았는데 이병철 평화협력원 비확산센터 소장이 경향신문 시론에서 예를 든 “유리컵 속의 절반의 물을 ‘절반이나 찬 것’으로 볼 것이냐, 아니면 ‘절반이 비어 있는 것’으로 보느냐라는 프레임 문제”라는 문장을 보니 확실하게 감이 온다. http://goo.gl/8pvE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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