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월 20일 경향신문
- [ 보육교사만 나무라는 정권의 자기 모순 ] 취업난이 갈수록 악화되면서 박봉의 일도 마다하지 않고, 본인의 꿈과 무관하게, 남발된 자격증을 쉽게 얻어 ‘취직’한 이들에게 사랑과 봉사만 강조하는 건 공정한 일이 아니다. 보육교사들이 월 120만원 정도의 박봉을 받으면서 매일 12시간 넘게 20명 안팎의 아이들을 돌보고 있는 현실은 그들로 하여금 꿈도 보람도 지웠을 것이다. 그렇다고 다른 일로 전환하는 것도 쉽지 않다. 가뜩이나 취업난에 경력단절이 일상사인데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가 아니다. 그런 생각이 드는 순간 직장은 지옥이고 아이들은 때론 악마처럼 여겨질 것이다. 선거 때 약속한 보육 공약을 제대로만 실천했어도 이 지경이 되지는 않을 수 있었다는 반성부터 따라야 한다. 자신은 약속을 내팽개치면서 이 사태를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흥분하고 단호하게 처리하라고 명령하는 건 정권의 자기모순이다. http://goo.gl/nS84Z9
- [ 청와대 ‘문고리 권력’ 의 유례 ] 기원전 210년 진시황이 순행 중 급서했을 때 환관 조고의 직책은 부새령(符璽令·황제 옥새 관리)과 중거부령(中車府令·황제 마차관리)이었다. 그는 ‘부새령’의 직책으로 황제의 유서를 조작해서 스스로 후계자(호해)를 골랐다. 진이세(호해)가 등극하자 조고는 딱 한 가지의 직책만 차지했다. 낭중령(郎中令)이었다. 대궐의 문호, 즉 대신들의 출입을 통제하는 직책이다. 구중궁궐의 문고리가 권력의 문고리임을 이미 2200년 전에 알아차린 것이다. 조고는 “황제가 조정에서 대신들과 정사를 논하면 폐하의 단점만 보일 뿐”이라 했다. 황제는 구중궁궐에 틀어박혔다. 조고가 문고리를 열지 않으면 그 누구도 황제를 만날 수 없었다. ‘지록위마’의 고사가 이때 등장한다. 조고가 자신의 권세를 가늠하려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 우겼고, 상당수 대신들이 말이라 대답했다’는 것이다. 조고의 이간질로 황제와 신하들 간의 소통은 완전히 막혔다. 승상(총리) 이사가 “조고가 국정을 농단하고 있다”는 상소를 올렸다. 그러자 황제는 “그렇게 청렴하고 부지런한 사람을 의심하느냐”고 질책했다. 사람들은 “황제가 사람의 머리로 짐승 소리를 한다(人頭畜鳴)”며 혀를 찼단다. 등장인물만 다를 뿐 요즘 청와대 모습과 비슷하다고 느끼는 건 나 뿐일까? http://goo.gl/QwwqyH
- [ 용산의 흑역사 ] 서울 한복판의 용산 미군 기지는 무려 120여년 동안 한국의 주권이 미치지 않은 이역(異域)이었다. 1882년 청나라 군대가 임오군란을 진압한 뒤 주둔하면서 용산의 흑역사가 시작된다. 청일전쟁에서 승리한 일본군은 청나라 주둔지에 그대로 눌러앉았고, 러일전쟁을 앞둔 1904년 수만명의 일본군이 주둔할 대병영을 지었다. 이게 현재 용산기지의 원형이다. 일제시대 용산기지는 조선주둔일본군 사령부가 자리 잡아 대륙 침략의 후방기지 역할을 수행한다. 해방 후 용산기지는 주둔 군대의 나라만 미국으로 바뀌었다. 대한민국 수도 서울 한복판의 남의 땅. 동작대교의 강북 연결도로가 끊기고, 지하철 4호선이 직진하지 못하고 우회 노선으로 건설된 것도 용산기지 때문이다. http://goo.gl/osi8Pg
- [거머리보다 끈질긴 여자 ] ‘암벽여제’ 김자인은 키 1m53, 몸무게 42㎏의 작은 체구를 가졌다. 연약해 보이는 몸이지만 김자인은 맨손으로 오르는 것을 즐긴다. 신문에 게재된 사진은 지난해 5월22일 이탈리아 아르코의 자연 암벽 루트인 ‘레이니스 바이브스’를 등반하고 있는 김자인의 모습이다. http://goo.gl/Jmemzo
- [비정규직 대책의 실제 표적, 알고보니… ] 박근혜 정부는 비정규직 문제가 ‘정규직 과보호’ 탓이라며 성과·업적 중심의 임금체계로 바꿔야 한단다. 해고 기준과 절차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한다며 정규직에 대한 손쉬운 해고도 밀어붙이고 있다. 사장님들은 이제 개별 노동자의 성과와 업적을 평가한 후 경영이 어려울 때엔 정리해고를, 그렇지 않을 때엔 일반해고를 할 수 있게 된다. 해고를 면한다 하더라도 성과·업적에 따라 임금을 깎도록 임금체계도 개편해 준다니, 사장님들은 박근혜 정부 비정규대책에 만세를 부를 지경이다. “그래도 우린 노조가 있으니 단체협약으로 보호가 될 거야.” 이것도 틀린 말은 아니다. 그렇다면 정부 대책은 도대체 누구를 겨냥한 것일까? 비정규직도 아니고, 노조로 조직된 노동자도 아니라면? 그렇다. 한국 사회 90%에 달하는 이들, 노동조합을 갖지 못한 노동자들이다. http://goo.gl/zLTxeq
- [ 박찬호가 미국에서 가장 놀란 것 ] 박찬호는 “한국에서 경기했을 때는 시합 후 감독이 말한 뒤 코치와 선배 순으로 얘기했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반대로 경기 후 선수들이 의견을 주고받고 코치들은 가만히 있었다”고 했다. 이는 지금도 한국 스포츠의 거의 모든 현장에서 발견되는 풍경이다. 선수들이 빙 둘러서서 열중쉬엇 자세로 서 있으면 감독이 일장훈시를 하고 코치가 세부적인 잘잘못을 가리고 고참 선배가 인상을 찌푸리고 주장이 ‘자, 운동장 돌고 들어간다’ 하는 풍경을 말한다. 그런 문화에 익숙했던 박찬호는 메이저리그의 격의 없는 관계와 활발한 토론 문화에 ‘문화적 충격’을 받았던 것이다. 박찬호는 “선배가 내게 의견을 물어보면 난 혼내는 줄 알고 ‘죄송합니다’라고 했다. 나중엔 의견을 말하려 해도 의사표현이 잘 안됐다. 그 후 내 의견을 말하기 위해 끊임없이 생각하다 보니 창의력과 독립심이 생겼다”고 덧붙였다. 비단 체육계 뿐 아니다. 대부분의 회사 생활을 하는 직장인들도 비슷한 풍경에 놓여있다. 상사나 선배가 의견을 물으면 혼내는 것으로 알고 ‘죄송합니다’라고 한다. 그런데 ‘죄송합니다’는 정답에 가까울 때가 많다. 안타깝게도 상사나 선배가 의견을 물을 때는 대부분 혼을 내려는 것일 때가 많다. http://goo.gl/ZhY6d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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