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6월 15일 경향신문
- [ 대통령은 ‘왕’ 아닌 ‘종’ ] 박근혜 정부는 ‘경제’를 살려야 한다고 역설하지만, 경제의 본바탕은 상품교환이 이뤄지는 시장에 달려 있지 않다. 경제란 ‘경세제민(經世濟民)’의 줄임말로 ‘나라를 운영하면서 백성을 편안케 한다’는 뜻에서 나왔다. 영어로 경제(economics)는 ‘집(oikos)을 잘 운영한다’는 뜻이다. 한마디로 동서양 모두 경제는 내 집, 내 국민을 편안케 하는 ‘살림’을 강조한다. 박근혜 정부가 세월호 승객들을 살리지 못하고 메르스의 확산으로 국민에게 죽음의 그림자를 드리운 것은 우연이 아니다. 오세일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는 “공자는 ‘정치는 바로 다스리는 것(政子正也)’이라고 했다. 그런데 공(公)보다 사(私)를 먼저 고려하는 국가가 ‘바른 길’에 들어설 수 있을까? 관변 언론들을 통해 현실을 왜곡하고 국민들의 비판을 탄압하고자 한다면, 그런 국가는 민주주의 국가가 아니라 봉건주의, 전제 국가일 따름이다. 박근혜 정부는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에서 시작해서 세월호 참사, 성완종 대선자금 의혹, 메르스 확산 등 의혹과 불신으로 점철된 가운데 국민들에게 끊임없이 고통과 눈물을 안겨줘 왔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대통령은 왕의 자리가 아니라, 공적인 ‘종’(civil servant)으로서 국민을 섬기는 자리다. 국민을 섬길 줄 모르는 정부를 마냥 지지해주지 않는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국가는 특정 통치권자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사사로운 수단에 복속해서는 안된다. 국가의 존재 이유는 국민을 섬기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돌보며, 공과 사를 구분해 제대로 ‘나라 살림’을 해야 하는 데 있다”고 말한다. http://goo.gl/PdHwgh
- [ 기억력의 저주 ] ‘똑똑한’ 쥐가 개발됐다고 한다. 기억력이 좋아 한 번 왔던 장소를 잘 기억하는 쥐도 있고, 공간에서의 사물 배치를 잘 파악하는 공간 지각력이 좋은 쥐도 있다. 현재까지 가장 많이 연구가 이루어진 것이 기억력이다. 유전적으로 기억력을 강화한 쥐는 보통 쥐에 비해 확실히 뛰어난 기억력을 보여준다. 대부분의 쥐는 두 사물을 연속해서 보여주면 나중에 보여준 사물에 집중하느라 첫 사물은 잊기 일쑤지만, 이 똑똑한 쥐는 그러지 않는다. 하지만 이 ‘천재 쥐’에게도 아픔이 있었으니…기억력이 강화된 쥐가 유난히 겁이 많고, 충격적인 사건을 겪고 나서 트라우마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가벼운 전기충격을 가했을 때 대부분의 쥐는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이 사건을 잊고 정상적인 삶으로 돌아오는 데 비해, 이 ‘똑똑한’ 쥐는 오랫동안 이 충격의 기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트라우마 ‘환자’처럼 매사에 소극적 행동을 보였던 것이다. 과학철학자인 이상욱 한양대 교수는 “믿기 어려운 정도의 기억력을 가진 사람들도 ‘똑똑한 쥐’와 유사한 증상을 보인다. 단테의 신곡을 한 번 읽고도 바로 다 암송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이 남자는 글의 내용을 이해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글을 읽을 때마다 각 단어가 수많은 ‘기억’을 연상시키는 바람에 그 연상들에 압도되어 문장을 통합적으로 이해하는 데 집중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이처럼 기억력이 좋은 것이 반드시 이해력처럼 다른 지적 능력에 유리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좋은 기억력이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다. 적당히 잊어버리고 적당히 기억하는, 다시 말하자면 잊을 만한 것은 잊고 기억할 만한 것은 기억하는 것이 우리의 삶에 더 도움이 된다”라고 말한다. http://goo.gl/TNqF8K
- [ “메르스, 웃겨” 김문수 막말 ]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산세가 꺾이지 않는 상황에서 여권 인사들이 잇따라 ‘국민 탓’을 하고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 상식적 우려를 하는 사람들까지 ‘겁쟁이’로 묘사하며 ‘난리친다’는 식의 발언을 공개석상에서 내놓는 이들을 향해 ‘메르스 막말’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새누리당 보수혁신특별위원장을 지낸 김문수 전 경기지사(64)는 지난 12일 오후 “핵무기는 겁 안 내는데 독감은 겁내는 나라가 대한민국”이라고 말했다. 김 전 지사는 이날 경남 창원 마산대학교에서 열린 ‘내가 꿈꾸는 대한민국’이라는 주제의 특강을 통해 “정부가 잘못한 것도 있지만, 메르스가 ‘중동 낙타 독감’인데 이것 때문에 난리”라며 “마산 이쪽에는 죽은 사람이 없는데도 난리다. 그런데 원자폭탄은 아무도 겁을 안 내 희한하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 소고기 먹고 광우병 걸린 사람 손 들어봐라, 없잖아. 대한민국 사람 웃겨”라고 했다. 국민 정서는 안중에 없는 듯한 발언이다. http://goo.gl/XsRzKO
- [ 버티던 삼성병원 ‘항복’ ]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환자가 대량 발생한 뒤에도 정상 진료를 하던 삼성서울병원이 결국 부분 폐쇄 조치에 들어갔다. 이 병원 응급실 이송요원이 메르스 환자로 확진되고 정부가 “특단의 대책”을 요구하자 뒤늦게 병원 핵심 업무를 중단하는 조치를 취한 것이다. 지난주까지만 하더라도 즉각대응팀은 삼성서울병원에 휴원이나 휴원에 준하는 조치를 권고할 계획이 없었다. 지난달 27~29일 이 병원 응급실에 입원했던 슈퍼전파자 14번째 환자(35) 접촉자들의 잠복기가 지난 12~13일로 종료돼 메르스 2차 유행이 차차 진정될 것으로 전망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12일 확진 판정된 이 병원 응급실 이송요원(55)이 격리되기 전 431명과 접촉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국면이 바뀌었다. 병원이 슈퍼전파자(14번째 환자)에 의해 더 넓게 메르스에 오염됐을 것으로 추정되면서 더 이상 정상 영업을 고집할 수 없게 된 것이다. http://goo.gl/LvJCdz
- [ 노들섬이 품은 뜻 ‘백로가 노닐던 징검돌’ ] 서울 한강의 최중심부에 있는 노들섬은 신기(?)하게도 아직 미개발지로 남아 있다. 건축학자 조한 홍익대 교수의 표현을 빌리면, 인간의 공간적 욕심에 저항해온 자연과 역사의 시간이 노들섬에 축적되어 있는지 모른다. 잠실섬, 부리도, 저자도, 율도, 여의도, 선유도, 난지도 등 한강의 아름다운 섬들은 1968년 시작된 한강개발계획으로 흔적도 없이 사라지거나 본래 섬의 형체를 깡그리 잃어버렸다. 노들섬도 본디 풍경은 완전히 바뀌었지만, 섬으로써 외양을 유지하고 있는 거의 유일한 경우다. ‘백로가 노닐던 징검돌’이란 뜻의 참한 이름이 붙여진 ‘노들섬’을 개발하려는 시도는 서울시장이 새로 올 때마다 계속됐다. 1983년 유람선 선착장 설치, 1986년 관광호텔 건립, 1989년 공원 조성, 이명박 서울시장의 오페라하우스 건설, 오세훈 서울시장의 예술센터 조성 등이 제안·추진됐으나 여론 반대 등으로 모두 무산됐다. 양권모 경향신문 논설위원은 “노들섬의 운명이 전혀 새로운 길에 맡겨졌다. 서울시가 논란 많은 노들섬의 용도, 시설·운영 계획을 시민 공모로 결정키로 했다고 한다. 노들섬의 미래를 시민의 꿈으로 그려보겠다는 뜻일 터이다. 거기에 기대어, 섬을 옥죄는 거대한 콘크리트 둔치 등이 없어지고 사라진 하얀 모래가 되돌아오는 한강의 마지막 섬 ‘노들섬’의 아름다운 부활을 꿈꿔본다”고 말한다. http://goo.gl/nkhVDS
'지식 정보 공동체 > 신문을 보고 알게 된 것'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무능’ 넘어 ‘불능’으로 가는 정부_경향신문을 보고 알게 된 것_20150617 (0) | 2015.06.17 |
---|---|
참 나쁜 노무현, 참 못난 박근혜_경향신문을 보고 알게 된 것_20150616 (0) | 2015.06.16 |
메르스 환자가 죄수인가_경향신문을 보고 알게 된 것_20150613 (0) | 2015.06.15 |
욕정 앞에 성인군자 없다_경향신문을 보고 알게 된 것_20150612 (0) | 2015.06.12 |
메르스 재앙, 민주주의 결여 탓_경향신문을 보고 알게 된 것_20150611 (0) | 2015.06.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