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2월 15일 경향신문
- [ 문·안 모두 ‘불려 나온’ 사람들 ] 안철수 전 대표의 탈당을 계기로 우리 정치를 좀 찬찬히 돌아보면 좋겠다. 지금 야권의 유력한 대선주자라고 하는 문재인 대표, 박원순 시장, 안 전 대표 등은 모두 ‘불려 나온’ 사람들이다. 정치에 뜻을 품고, 정당에서 훈련받고, 선거를 통해 검증받으면서 대선주자의 반열에 오른 분들이 아니다.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은 “현재 한국정치는 매우 후지고 지질하다. ‘중요한 것은 삶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들여다볼 수 있는 단련된 실력, 그런 삶의 현실을 견뎌낼 수 있는 단련된 실력, 그것을 내적으로 감당해 낼 수 있는 단련된 실력이다’라고 한 막스 베버의 통찰처럼 정치인은 들여다보고, 견뎌내고, 감당할 수 있는 실력으로 승부해야 한다. 안 전 대표의 탈당 소식을 들으면서 이런 말이 떠올랐다. ‘얻으려면 먼저 주라.’ <노자>에 이런 표현이 나온다. 장욕탈지 필고여지(將欲奪之 必固與之), 나중에 얻으려면 먼저 주라는 뜻이다. 안 전 대표는 먼저 주었고, 게다가 줄 만큼 주었다고 생각할 것이다. 맞는 생각이다. 하지만 받는 것도 다 때가 있다. 그때를 잘 분별하지 못한 점이 아쉽다. 문 전 대표는 타이밍상 이번에 크게 주는 게 필요했다. 지난 대선 때 양보받은 빚을 이번 국면에서 갚았더라면 싸게 갚는 셈이다. 앞으로 두 사람이 ‘먼저 주는’ 정치를 펼쳐주길 소망한다”고 조언한다. http://me2.do/xpxk2pJA
- [ 호남서 김무성보다 지지율 낮은 문재인 ] “문재인, 안철수 두 사람 모두 실망스럽습니다. 분열되고 무능한 야권에 누가 표를 주겠습니까?” 경향신문이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전 대표의 탈당 후 전남 광주의 민심을 살펴 봤다. 기자들이 본 야권 1번지 광주의 민심은 싸늘했다. 문재인 대표(63)와 안철수 전 공동대표(53) 모두에게 차가운 시선이 모아졌다. 12월14일 만난 광주 시민 대부분은 탈당한 안철수 전 대표와 이를 막지 못한 문재인 대표를 향해 “더 이상 기대하지 않는다”, “자기 욕심만 차리는 사람들”이라는 험한 말들을 했다. 문재인 대표 책임론이 가장 거셌다. 12월10일 국민일보사와 지앤컴퍼니가 공동으로 실시한 ‘누가 제19대 대통령감으로 적합한가’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대표에 대한 호남지역 지지율은 2.7%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3.5%보다도 낮다. 그렇다고 안철수 전 대표의 지지율이 높은 것도 아니었다. 호남지역민들은 박원순 서울시장(19.8%)을 가장 많이 꼽았고 안철수 전 대표는 11.3%로 두 자릿수를 겨우 넘겼다. 탈당을 결행한 안철수 전 대표를 바라보는 시각은 갈렸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며 두둔하기도 했지만 “야권의 공멸을 부를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다. http://me2.do/5ctOWXJD
- [ 김정은 기획 ‘모란봉 악단’의 뿌리 ] 중국 공연 전격 취소 논란이 커지면서 북한 모란봉악단이 다시 관심사로 떠올랐다. 모란봉악단은 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 시대를 상징하는 아이콘이자 음악정치의 도구로 이해된다. 이번 중국 공연 취소로 모란봉악단의 역할을 음악외교로 확장하려는 시도가 무산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모란봉악단은 김정은 제1비서 주도로 2012년 3월 창단됐으며 이름도 김정은 제1비서가 직접 지었다. 시범공연부터 미국 영화 <록키>의 주제가를 연주하며 파격을 선보였다. 킬힐을 신고 미니 원피스를 입은 가수와 연주자들 모습도 눈길을 끌었다. 모란봉악단은 김정은 시대와 북한의 변화를 상징하는 존재로 받아들여졌다. 음악적으로 모란봉악단은 김정일 시대 만들어진 경음악단인 왕재산 경음악단과 보천보 전자악단을 계승하고 있다. 여기에 은하수 관현악단 같은 클래식 계열의 영향을 받았고, 사상적으로는 조선인민군 공훈국가합창단과 연결된다. 북한 유명 가수인 현송월이 단장을 맡고 있으며, 관리자를 제외한 맴버 전원이 여성이다. 김유경 등 가수 10명과 선우향희 등 연주자 14명으로 구성됐다. 공연에는 주로 가수 7명, 연주자 10명이 등장한다. 모란봉악단은 김정은의 메시지를 전하는 도구 역할을 하고 있다. ‘가리라 백두산으로’ 등 자주 연주하는 노래에서도 악단 성격을 알 수 있다. 악단 구성원은 전원 군인이다. 단장 현송월은 대좌(대령)이고, 가수와 연주자들도 소위나 중위 계급이다. http://me2.do/GZkyUGxw
- [ 재수없는 숫자, 동서양의 차이 ] 서양에서는 13을 불행의 수로 생각하고, 특히 13일과 금요일이 겹치면 불길한 날로 여긴다. 잘 알려진 유래에 따르면, 최후의 만찬에 예수와 열두 제자를 포함한 13명이 참석했고 예수를 배반한 유다가 13번째 손님이었으며,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힌 것이 금요일이기 때문이다. 서구의 건물 중에는 13층을 두지 않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13일의 금요일 공포증(paraskevidekatriaphobia)’이라는 용어도 있다. 한자 문화권에서도 길한 수와 불길한 수가 있다. 대표적인 예로 넉 사(四)는 죽을 사(死)와 발음이 같다는 이유로 기피된다. 중국에서는 8을 길한 숫자로 생각하는데, 중국어로 8의 발음이 돈을 번다는 뜻의 ‘발(發)’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8로만 이루어진 자동차 번호판에는 높은 프리미엄이 붙는다. 한편 십진법에서는 0부터 9까지의 기본수를 사용하므로 그중 가장 큰 수인 9는 충분함을 나타내는 수이자 황제와 관련된 수로 생각했다. 우리말과 마찬가지로 중국어에서도 아홉 구(九)는 오랠 구(久)와 발음이 동일해, 9는 영원함을 나타내기도 한다. 박경미 홍익대 수학교육과 교수는 “이처럼 한자 문화권에서는 숫자의 발음과 관련하여 길흉을 따진 반면 서양의 기독교 문화권에서는 13과 같이 종교적 의미와 관련짓는 경우가 많다. 3은 삼위일체를 나타낸다고 해서 중세에는 신성한 수로 취급되었다. 또 7은 신의 수로 7이 세 번 연속된 777을 가장 길하게 여긴다. 슬롯머신에서 777을 당첨 수로 설정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고 말한다. http://me2.do/xJ0p9Bbu
- [ 나이를 먹을 수록 무(無)에 가까워지다 ] 2015년에 가장 많이 팔린 책은 80만부를 넘긴 <미움받을 용기(인플루엔셜)>다. 프로이트, 융과 함께 심리학의 3대 거장으로 꼽히는 아들러의 가르침을 철학자인 기시미 이치로와 프리랜서 작가인 고가 후미타케가 철학자와 청년의 대화 형식으로 풀어낸 이 책은 올해 내내 베스트셀러 1위를 달렸다.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은 “저는 1월21일에 발표한 한 글에서 이 책이 일본에서 큰 인기를 얻은 것은 아들러의 주장이 ‘사토리(득도) 세대’의 의식구조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라고 썼습니다. 초등학생 때부터 성적보다 자율성을 강조하는 ‘유토리 교육’을 받은 이 세대는 어려서부터 스마트폰을 이용한 ‘스마트폰 세대’이기도 합니다. 이들은 검색으로 거의 모든 정보를 얻고, 언제 어디서나 엄지손가락으로 글을 써서 주변 사람들과 자유롭게 소통하고, 액정화면을 통해 이성이 아닌 감성을 느끼는 세대입니다. 일본은 네 사람 중 한 사람이 65세가 넘을 정도로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노령화되고 있는 나라입니다. 2060년에는 그 비율이 40%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책 시장에서도 103세의 고령임에도 현역에서 맹렬하게 활동하고 있는 미술가 시노다 도코가 때로는 다정하게, 때로는 엄하게 인생을 살아가는 법과 즐기는 법을 전수하는 <103세가 돼서 알게 된 것? 인생은 혼자라도 괜찮아>가 오랫동안 베스트셀러 1위를 달렸습니다. 평생 독신으로 살아온 시노다는 이 책에서 ‘100세를 넘으면 어떤 식으로 나이를 먹으면 좋을까, 모두 스스로 창조해서 살아가지 않으면 안됩니다’라고 조언합니다. 그는 또 ‘100세가 넘으면 인간은 차츰 무(無)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느낍니다’라고 썼습니다”라고 말한다. 나이가 들어도 스스로 창조하며 살고, 무(無)에 가까워진다는 것을 깨닫고 비움의 삶을 사는 것, 진정한 용기있는 삶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http://me2.do/GaOPASd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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