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4월 15일 경향신문
- [ 부패한 자가 더 유능하다? ] 제나라 왕위다툼에서 패한 규(糾)의 추종자였던 관중은 그의 능력을 높이 산 포숙아의 천거로 재상이 된다. 관중은 보잘것없었던 제나라를 부강하게 만들었다. “곳간이 가득해야 예절을 알고, 의식(衣食)이 족해야 영욕(榮辱)을 안다. 위에 있는 사람이 절도가 있으면 육친(六親)이 뭉치고, 예·의·염·치가 베풀어지지 않으면 나라가 망한다.” 법령이 흐르는 물처럼 민심을 좇았다. 범속한 사람이 바라는 대로 허여해주고, 꺼리는 것은 제거해주었다. 관중의 정사는 화(禍)가 될 것을 복(福)이 되게 했고, 실패를 성공으로 바꿨으며, 일의 경중(輕重)을 잘 헤아리고 저울질에 신중했다. 밖으로는 주변국 제후들에게 신뢰를 주어 제나라를 따르게 했다. 그는 말했다. “주는 것이 갖는 것임을 아는 것이 정치의 도(道)다.” 하지만 공자의 평가는 이중적이었다. <논어> ‘팔일’ 편에서 관중을 평가하기를, 그릇이 작았다, 검소하지 않았다, 또한 예를 몰랐다고 했다. 그런데 ‘헌문’ 편에서는 그의 공업(功業)을 들어 인(仁)하다고 평가하며 “천하를 크게 바로잡아 백성들은 지금까지 그 혜택을 받고 있다”고 했다. 김태희 다산연구소장은 관중의 예를 들며 오늘의 현실을 “은연중에 도덕성과 능력을 택일적인 것처럼 생각하고, 다소 부패한 사람이 더 유능할 것이라는 근거 없는 생각도 있는 듯하다. 정치적으로 반대하는 사람에겐 과도하게 도덕성을 요구하는가 하면, 자신에게 이로울 것이 기대되는 사람에겐 공직자라면 갖춰야 할 최소한의 도덕성도 포기한다. 부패와 무능이 쌍으로 난무한다”며 개탄한다. http://goo.gl/00vz3j
- [ 이정현에게 기회는 위기다 ] 친박계 핵심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복심으로까지 불렸던 새누리당 이정현 최고위원(57)이 ‘성완종 리스트’ 파문을 두고 ‘하늘이 준 기회’라며 “박근혜 정부는 로비가 통하지 않는 정권”이라고 주장했다. 이를 두고 정권 핵심들이 비리 의혹에 연루된 현실은 외면한 ‘아전인수’식 논리란 지적도 나온다. 이정현 최고위원은 14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대정부질문을 시작하며 이완구 국무총리를 답변석으로 부른 뒤 이 총리에게 답변은 요구하지 않고 ‘성완종 리스트’ 파문을 언급하며 “저는 지금 상황이 하늘이 준 기회라 생각한다. 정치의 부패 뿌리를 뽑기 위해서라도 또 모든 국민이 납득할 때까지 끝까지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최고위원은 “성공한 로비와 실패한 로비, 한 정부는 로비가 잘 통했던 정권이고, 또 다른 정부는 로비가 전혀 통하지 않는 정권이라는 이 극명한 차이를 국민은 목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야당 측 의원들로부터 “아직도 상황을 그렇게 파악 못하느냐”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이정현 최고위원에게 경향신문 구독을 권유한다. http://goo.gl/VHMsPq
- [ 보고 싶은 것만 보는 시대 ] 대화란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의 시냇물이 모여 거대한 의미의 강을 이루는 것이며, 대화의 목적은 더 큰 지혜를 창출하는 데 있다. 그런데 사람들은 각자 자신의 정파적 취향에 맞는 모임에 가고 인터넷을 통해 대화를 하면서도 반대 입장의 사람들과는 대화하지 않는다. 모두가 각자 보고 싶은 것만 본다. 이것을 의학이나 심리학에서는 주의편향 또는 선택적 인지라고 한다. 이 병이 만연하고 있다. 지하철에 앉아서도 끊임없이 스마트폰으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들여다보지만 앞자리에 앉은 사람들과는 눈도 마주치지 않는다. 광장에서의 단절이다. 신좌섭 서울대 교수는 “동종 그룹 내에 편중된 밀폐 대화는 사회적 의제에 대한 선택적 인지를 더욱 강화한다. 이렇게 되면 상대의 입장에서 사물을 볼 수 없고 상대의 기쁨이나 고통을 이해하기 어려워진다. 공감할 수 없으니 경청도 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http://goo.gl/Hny7zs
- [ 국가 개조는 커녕, 실종 상태 ] 전남 진도군 팽목항에는 ‘국가는 어디에 있었습니까’라고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다. 세월호 참사 가족의 분노만은 아니다. 여러 전문가들도 참사 이후 두드러진 문제로 국가와 정치의 부재를 꼽는다. 세월호가 불법 증축과 과적 상태로 출항할 때까지 국가 감시 기능은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 구조 상황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참사 진실을 밝혀내고 재발 방지 체계를 갖추려는 노력도 보이지 않았다. 국가 부재의 중심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있다. 박 대통령은 참사 이후 국민 안전대책 마련, 관료 마피아 근절, 국민안전처 신설을 발표하며 국가를 대개조하겠다고 했다. 박 대통령은 “진상규명에 유족들의 여한이 없도록 하겠다”고 약속했지만 1년이 지나도록 참사 가족의 여한은 풀어지지 못했다. http://goo.gl/xbsKWy - [ 이름 없는 범죄 ‘제노사이드’ ]1941년 8월24일 영국의 윈스턴 처칠 총리가 BBC 생방송 연설에서 나치독일의 만행을 규탄했다. 그는 나치의 민간인 대량 학살을 두고 “우리는 ‘이름 없는 범죄(a crime without a name)’에 직면해 있다”고 표현했다. 독일의 살인특무무대가 빨치산 소탕을 명목으로 소련땅에서 자행한 민간인 학살을 지칭한 것이었다. ‘이름 없는 범죄’라고 한 것은 군대 간 전쟁이 아니라 ‘민간인을 대상으로 한 전쟁(war against peoples)’이었기 때문이다. 1944년 폴란드 출신의 유대인 법학자 라파엘 렘킨은 ‘이름 없는 전쟁’에 ‘제노사이드(genocide)’란 이름을 붙였다. 종족을 뜻하는 고대 그리스어(genos)와 살인의 라틴어(cide)를 결합시켰다. 이기환 경향신문 논설위원은 “제노사이드는 반드시 한 집단의 ‘즉각적인 파괴’만을 뜻하는 개념이 아니었다. 어떤 집단의 절멸을 위해 자행되는 다양한 행위를 지칭했다. 집단의 존재기반을 서서히 와해시키는 ‘부드러운 절멸’도 포함시켰다. 창씨개명(정치), 모국어사용 금지 및 우민화정책(문화) 등도 역시 제노사이드다”라고 말한다. http://goo.gl/C37b3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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