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4월 14일 경향신문

- [ 마지막 순간, 성완종의 심정은… ] 마지막 순간, 꼭 기사화해 달라며 신신당부하던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심정은 어땠을까. 누구도 원망 말라던 노무현 전 대통령과 달리, 성완종은 돈을 건넨 정권의 실세들을 일일이 거명했다. 원망 때문인지, ‘깨끗한 세상’을 위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중요한 건, 그가 자신의 일생과 목숨을 걸고 우리 사회에 중요한 질문을 던졌다는 점이다. 1987년 이후 치른 대통령 선거에서 선거캠프의 정치인들은 매번 불법자금을 끌어들였다. 지난 대선도 예외가 아니었다는 게 돈을 준 사람의 고백을 통해 드러났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성완종의 고백은 형벌 따위를 피하기 위한 술수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하나뿐인 목숨을 걸고 한 최후의 진술이다. 특별히 신뢰할 만한 진술이다. 해서 우리에겐 죽은 사람이 던진 질문에 답해야 할 책무가 생겼다. 산 사람들에겐 언제나 죽은 사람의 마지막 말을 경청해야 할 책무가 있다”고 말 한다. 그러나 검찰이 살아있는 권력에게 제대로 칼을 겨눈 적은 없었다. 간혹 대통령의 가족들을 구속한 사례가 있지만, 그건 임기가 다 끝나가는 상황에서나 가능한 일이었다. 아직 박근혜 대통령의 임기는 2년10개월이나 남았다. 하지만 여태껏 없었다는 게, 앞으로도 없을 거란 근거는 되지 않는다고…믿고 싶다. http://goo.gl/Xy45yO

[ ‘김진태 검찰’은 수사 못 할 것 ] “검찰이 말하는 부패는 우리 모두가 아는 그 부패가 아니다. 권력자가 ‘저건 부패야’라고 지목한 것이, 검찰이 말하는 부패다. 현재의 거악은 검찰의 칼날을 피한다. 아니, 검찰이 칼날을 휘두를 생각을 안 한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이광철 변호사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검찰 수사의 성패는 2012년 대선자금에 칼날을 들이댈 수 있느냐에 달렸다. 성 전 회장은 2012년 새누리당 중앙선대위 조직총괄본부장이던 홍문종 의원에게 대선자금 2억원을 건넸다고 밝혔다. 정식 회계처리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그의 주장대로라면 홍 의원이 불법 정치자금을 받아 박근혜 후보의 당선을 위해 쓴 셈이 된다. 김민아 경향신문 논설위원은 “공소시효도 충분하다. 문제는 검찰의 의지다. 정권의 정통성을 뒤흔들 만한 사안인데 검찰이 손댈 수 있을까. ‘김진태 검찰’의 궤적에 비춰볼 때 ‘수사 못한다’ 쪽에 걸겠다”라며 “성완종 리스트 수사를 처음부터 특별검사에게 넘기는 편이 낫다”고 단언한다. http://goo.gl/5V9BzF

- [ 성완종 “이완구, 사정 대상 1호” ]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 사망 전 단독 인터뷰를 한 경향신문의은 3번째 녹취 공개에서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전 새누리당 의원)이 2013년 4월 이완구 국무총리에게 3000만원의 선거자금을 건넸다고 밝혔다. 당시는 이완구 총리가 부여·청양 국회의원 재선거에 나섰을 때다. 성완종은 “(박근혜 정부가) 개혁을 하고 사정을 한다고 하는데 이완구 같은 사람이 사정 대상 1호”라고 말했다. 성완종은 지난 9일 숨지기 전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지난번(2013년 4월 부여·청양) 재·보궐선거 때 선거사무소 가서 이 양반한테 3000만원을 현금으로 주고 왔다”고 밝혔다. 또 ‘이완구 총리가 당시 회계 처리를 했느냐’는 질문에 “뭘 처리해요. 꿀꺽 먹었지”라고 밝혔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정치자금법상 공소시효(7년)가 남아 있어 이 총리는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기소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 앞서 이완구 총리는 성완종이 숨진 뒤 그의 측근에게 15차례 전화를 걸어 “성완종 회장과 무슨 얘기를 나눴느냐”고 꼬치꼬치 캐물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완구 총리는 “경남기업과 고인(성완종 전 회장)에게 후원금을 한 푼도 받은 게 없다”고 말했다. http://goo.gl/9kBBSl

- [ 진실은 안 꺼내고, 돈 꺼내는 정부 ] 정부·여당이 끈질기게 ‘돈’을 언급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천정환 성균관대 교수는 “정부 브리핑은 사건 본질을 덮으면서 유족에 대한 혐오를 부추기려는 책략”이라며 “시민 덕성이나 공공선에 관한 감각을 액수의 과다 문제로 마비시키는 것”이라고 했다. 김진영 철학아카데미 이사장은 “참사 직후 함께 눈물을 흘리던 당시는 ‘시민’이라는 연대의식 없이 파편화된 개인들이 잠시 ‘동아리’를 구성하던 때”라며 “시간이 흐르며 ‘눈물잔치’도 끝나갔다”고 했다. 그는 “‘사회’라는 공동체 기반이 얇은 한국은 다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는 ‘개인’들의 공간이 됐다”면서 “벼랑 끝에서 일상을 사는 개인들에게 ‘돈’은 절대 가치를 지닌 상징물로 받아들여질 것”이라고 했다. 진태원 고려대 HK연구교수는 “‘자식을 팔아서 한몫 챙기려고 한다’ ‘세월호 때문에 장사가 되지 않는다’는 비난을 입으로 옮긴 이들 역시 국가로부터 배제당하기 일쑤인 ‘몫 없는 자’ 아니냐”고 묻는다. 서민의 시선을 돈 문제로 옮겨 진상규명의 초점을 흐리려 한 이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얘기다. 유족들은 진실 규명 외침이 돈 문제로 환원되는 현실에 분노하고 절망한다. http://goo.gl/09ht1v 

사진을 누르면 경향신문 세월호 특별기획 http://sewol.khan.co.kr 으로 연결됩니다.

- [ ‘내파사회’가 된 대한민국 ] 세월호가 속절없이 물 속으로 사진진 직후, 대통령을 포함한 이름 있는 정치인들은 한입처럼 말했다. 대한민국은 세월호 참사 이전과 이후로 나뉠 것이라고…그리고 1년이 지났다. 대한민국은 바뀌지 않았고, 대한민국의 시간은 세월호 이전과 이후로 나뉘지도 않았다. 아니, 대한민국의 시간은 2014년 4월16일에서 멈추었다. 어쩌면 지난 1년은 국가가 국민을 어떻게 버리는가를 고통스럽게 확인하는 시간이었는지도 모른다. 냉혈한 국가, 배반의 정치, 기만의 정부를 국민의 가슴속에 심는 시간이었다. 사회학자인 조대엽 고려대노동대학원 원장은 “지난 1년 간 우리 사회는 치유의 과정은 없고 안으로부터 깨어지고 갈라져 균열의 틈으로 인해 고통받는 ‘내파사회(內破社會)’가 되고 말았다. 가학적 정부의 보이지 않는 고문이 국민들을 갈라 그 상처로 인한 증오와 적대가 어떻게 쌓이는지를 온전히 확인한 1년이었다”라며 “우리 삶을 바꾸는 새로운 선택은 국민의 몫이고 깨어 있는 시민의 몫이다”라고 강조한다. http://goo.gl/tS6LZC

- [ 조선 발명가 장영실은 중국계 ] 주나라 시대에 계인(鷄人)이라는 벼슬아치가 있었다. 닭을 관장하면서 새벽을 알리는 관리였다(<주례> 춘관). 이렇듯 ‘하늘을 공경하여 백성에게 때를 알려주는(欽若昊天 敬授人時)’(<서경>) 직책은 매우 중요했다. 만약 농사철에 ‘때(인시·人時)’를 잘못 일러주면 농사를 천하의 근본으로 여기는 백성들은 큰 혼란에 빠질 것이다. 1434년 세종이 자격루의 제작을 명한 이유가 될 것이다(<세종실록>). 자격루(自擊漏)는 물시계와 자동시보장치를 겸비한 조선의 표준시계다. 이기환 경향신문 논설위원은 “자격루의 정교함은 600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혀를 내두를 만큼 대단하다. 내로라하는 과학자 30여명과 최첨단 장비까지 총동원하고도 23년 만에 겨우 복원했다(2007년). 쇠구슬의 크기가 1㎜만 달라도 제대로 시간을 측정할 수 없다”고 설명한다. 세종은 “원나라 때도 절로 작동하는 물시계가 있었지만 정교함에서는 장영실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 칭찬했다고 한다. 이 자격루를 만든 조선 최고의 발명가 장영실은 노비 출신이다. 실록은 “장영실의 아비는 원나라 소·항주 출신의 귀화인이었지만 어미 신분(기생)을 좇아 천민(노비)이 됐다”고 했다. 조선 최고의 발명가 장영실이 중국계였다는 건 이번에 처음 알았다. http://goo.gl/mMUQlv

- [ 차두리의 눈물 ] 스포츠평론가인 정윤수 한신대 교수는 최근 스포츠계의 가장 의미있는 장면의 하나로 지난 3월31일 차두리의 축구 대표팀 은퇴식을 꼽았다. 그날 차두리의 아버지, 차범근 감독이 그라운드에 등장하여 아들을 끌어안았다. 입술을 굳게 다물고 은퇴식을 치르던 차두리는 끝내 아버지 품에 안겨 펑펑 울었다. 정윤수 한신대 교수는 “그 장면을 보면서 이 나라의 수많은 청년들도 눈시울이 뜨거워졌을 것이다. 누군가의 품에 안겨 저렇게 따스한 위로와 격려를 받아본 적이 언제였던가. 청년들은 기성세대가 일러준 대로 열심히 살아왔는데 바로 그 기성세대가 망쳐놓은 사회 구조 때문에 힘겨운 현실과 암담한 미래 앞에 불안하게 놓여 있다. 진심으로 따스한 위로 대신 사실상 공허한 채찍질에 불과한 이른바 ‘멘토’들의 격려사밖에 들은 게 없다. 그런 청년세대는 지금 이 순간 누군가로부터 진심어린 위로를 받고 싶어 한다. 누군가의 품에 안겨 한번 울어보고 싶다. 차두리에 대한 강렬한 감정은 바로 이러한 집합적 감수성이 응축된 것이다”라고 말한다. http://goo.gl/kbMOeq

 

 

Posted by jinokor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