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5월 25일 경향신문
- [ 시골 사람들의 억울한 죽음 ] 평소 고혈압을 앓던 한 노인이 어느 날 갑작스러운 심장마비로 쓰러졌다면 살아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이 질문에 딱 부러지게 대답하기는 어렵다. 이 노인이 어디에 살고 있느냐에 따라 살아날 가능성은 천양지차이기 때문이다. 전국 지자체 4곳 중 1곳은 심장마비 환자 생존율이 0%다. 대부분 농어촌 지역이다. 노인이 대도시에 살고 있다면 살아날 가능성은 꽤나 높아진다. 심장마비 환자 100명 중 30여명이 살아서 병원에 도착하고, 이 중 절반 정도가 살아서 퇴원한다. “한국에서 병 가진 사람이 살아남으려면 무조건 서울에서 살아야 한다”는 말도 있다. 이진석 서울대 의대 교수는 “농어촌의 의료 접근성 문제는 의사와 병원이 없어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농어촌에 병원은 대폭 늘었다. 하지만 응급상황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다. 기존 병원과 신설 병원 모두 100병상 내외의 중소형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병원이 300병상 규모는 되어야 각종 응급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진료역량과 체계를 갖출 수 있다고 말한다. 100병상 규모의 병원으로는 상시 인력과 진료체계를 갖추기 힘들고 수지타산도 맞추기 어렵다. 치료 역량도 없으면서 검사만 하다가 골든타임을 놓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농어촌에는 ‘병원’이 없었던 것이 아니라, ‘제 역할을 하는 병원’이 없었던 것이다”라며 “단지 사는 곳 때문에 생사가 갈린다면, 이것만큼 억울한 일도 없다. 모든 죽음을 막을 수는 없지만, 억울한 죽음은 막아야 한다”고 말한다. http://goo.gl/O7969D
- [ 노무현 아들, 김무성에 분노의 일격 ]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6주기 추도식이 지난 5월 23일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 주변에서 거행됐다. 추도식에서는 유족과 여야 정치인, 일반 추모객 등 5000여명이 참석해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고, 노무현 전 대통령 생전 모습이 담긴 동영상을 보며 고인을 추모했다. 이 자리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 아들 건호씨가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를 면전에서 비판했다. 건호씨는 유족 인사말에서 “전직 대통령이 NLL(북방한계선)을 포기했다며 정상회의록 일부를 피 토하듯 읽으시던 모습이 눈에 선한데 어려운 발걸음을 해주셨다”면서 여당 대표로서는 처음 추모식에 참석한 김무성 대표를 직격했다. 김무성 대표는 2012년 대선 당시 부산 유세에서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일부 내용을 공개하면서 노 전 대통령이 NLL을 포기했다고 주장, 논란을 불렀다. 노건호씨는 “권력으로 전직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아넣고도 모자라 선거에 이기려고 국가 기밀문서를 읊어대고 국정원을 동원해 댓글 달아 종북몰이 해대다가 암말 없이 언론에 흘리고 불쑥 나타나시니 진정 대인배의 풍모”라며 “내년 총선에는 노무현 타령, 종북 타령 좀 안 하시려나 기대도 하지만 뭐가 뭐를 끊겠나 싶기도 하고, 본인도 그간 사건들에 대해 처벌받은 일도 없고 반성한 일도 없으시니 그저 헛꿈이 아닌가 싶다”고 비판했다. 노건호씨는 “사과, 반성, 그런 거 필요 없다. 제발 나라 생각 좀 하십시오”라고 덧붙였다. http://goo.gl/Otcu0H
- [ <어벤져스2> 흥행, 배아프다 ] <어벤져스2>가 외국영화 사상 최단기간 1000만 관객을 동원했다. 사실상 관객 블랙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내에서 1000만 관객을 넘게 동원한 할리우드 영화 중 <아바타>의 개봉일 스크린 수는 총 912개였는데, 이는 미국 다음으로 많은 스크린 수였다. 미국을 제외하고 <겨울왕국> 흥행 수입은 일본 다음으로 높았고, <인터스텔라>는 중국 다음으로 높았다. <어벤져스2>의 노나는 장사는 예견되어 있었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사상 서울이 처음으로 주요 촬영장소로 선정되었고 관객들 대다수는 서울이 영화 속에서 어떻게 그려졌을까 궁금해하며 극장을 찾았다. 그리고 서울시는 서울시는 <어벤져스2>의 촬영을 위해 교통을 통제하면서 각종 편의를 제공했다. 극장은 <어벤져스2>의 흥행 독주를 위해 스크린을 아낌없이 내어주었다.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솔직히 나는 <어벤져스2>의 노나는 장사에 배가 아프다. 글로벌 관광효과를 노리며 이 영화에 각종 편의와 거액을 지원한 서울시의 문화적 판단도 지나쳐 보인다. 이건 애초부터 공정한 게임도, 합리적인 경제논리도 아니다. <어벤져스2>가 노나는 장사를 하도록 열심히 밀어줘 우리에게 남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서울의 관광 특수효과? 한국 영화산업의 경쟁력 강화? <어벤져스2>의 노나는 장사가 씁쓸한 것은 우리가 생각하는 이런 기대가 단지 우리만의 망상이고, 우리에게 특별히 남는 것 없이 한국 영화는 더 골병이 들 것 같아서이다”라고 말한다. http://goo.gl/XoN5AV
- [ 연금개혁안 속 숨은 악마 ] 박근혜 대통령은 국무회의를 주재하는 자리에서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사회 곳곳에 만연해 있는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이었다. 즉, 숨어 있는 악마를 찾아 없애라는 의미다. 최근 여야가 합의한 공무원연금 개혁안의 큰 제목도 ‘더 내고 덜 받는 구조’로 개선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역시 악마는 디테일에 숨어 있다. 공무원연금 개혁 속 디테일을 살펴보자. 홍창의 가톨릭관동대 경영대학 교수는 “첫째, 연금 수령 기준을 20년 가입에서 10년으로 줄였다. 이것이 과연 세금을 줄이는 방향에 부합하는가? 오히려 연금 수혜자를 엄청나게 늘려놓은 셈이다. 둘째, 20년에 걸쳐 지급률을 단계적으로 줄인다는 조항은 향후 20년 동안 공무원연금 개혁이 불가능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셋째,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을 50%로 올리는 안도 세금을 줄이는 방향과는 정반대의 얘기다. 아쉬운 점은 청와대가 국민연금만을 가장 크게 문제 삼고 다른 독소조항을 간과하고 있다는 점이다. 나쁜 크기로 보면, 20년 동안 공무원연금 개혁이 불가능하다는 항목이 더 나쁘고 20년 가입에서 10년 가입으로 연금 수혜자를 무책임하게 늘려놓은 항목은 최악이다. 시간이 갈수록 디테일에 숨어 있던 악마들의 모습이 나타날 것이다”라고 경고한다. http://goo.gl/dAAo2t
- [ 용기가 없다면 변화도 없다 ] 아일랜드가 국민투표로 동성결혼을 합법화한 세계 최초의 국가가 됐다. 서유럽에서 가장 보수적이라는 아일랜드가 동성결혼을 국민투표에 부치기까지 엄청난 ‘사회적 용기’가 필요했을 것이다. 2015년 5월 23일(현지시간) 동성결혼 합법화에 대한 찬반을 묻는 국민투표를 실시한 결과 찬성이 62.1%로 반대(37.9%)를 압도했다. 동성결혼을 합법화한 나라는 많지만, 모두 법원 판결이나 의회 입법 등을 통해서였다. 네덜란드, 벨기에, 덴마크, 핀란드, 노르웨이, 스웨덴, 프랑스, 캐나다, 뉴질랜드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김민아 경향신문 논설위원은 “아일랜드는 국민의 84%가 가톨릭 신자(2011년 조사)인 나라다. 이 때문에 서유럽에서 가장 보수적인 국가로 알려져왔다. 동성애는 1993년까지 범죄로 간주됐고 이혼이 법적으로 허용된 것도 1995년의 일이다. 이러한 나라에서 국민투표를 통해 동성결혼이 합법화됐으니 말 그대로 ‘사회적 혁명’(레오 바라드카르 보건장관)이다. 변화란, 첫 발을 떼기는 어려우나 일단 시작되면 생각보다 빨리 진전되는 것일지 모른다”라고 말한다. http://goo.gl/Exkr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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