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2월 21일 경향신문

- [ 어리석고 무능한 군주 탓에…무도 세상 ] 2015년 한국 사회를 규정하는 사자성어로 대학교수들은 ‘혼용무도(昏庸無道)’를 꼽았다. ‘혼용무도’는 ‘나라 상황이 암흑에 뒤덮인 것처럼 온통 어지럽다’는 뜻이다. 교수신문은 올해의 사자성어 후보 5개를 놓고 교수 88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59.2%인 524명이 ‘혼용무도’를 선택했다고 12월20일 밝혔다. 혼용은 어리석고 무능한 군주를 가리키는 혼군(昏君)과 용군(庸君)이 합쳐진 말이고, 무도는 세상이 어지러워 도리가 제대로 행해지지 않음을 묘사한 <논어>의 천하무도(天下無道)에서 유래했다. 군주, 즉 지도자에게 어지러운 세상에 대한 책임을 묻는 말로 풀이된다. ‘혼용무도’를 추천한 이승환 고려대 철학과 교수는 “역사가들은 ‘혼용무도’의 표본으로 중국 진나라 2세 황제 호해를 들곤 한다”면서 “호해는 환관의 농간에 귀가 멀어 실정과 폭정을 거듭하다 즉위 4년 만에 반란군의 겁박에 의해 자결하고 진은 멸망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2015년 한국의 상황을 가리켜 “연초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로 민심이 흉흉했으나 정부는 이를 통제하지 못하는 무능함을 보여줬다. 중반에는 청와대가 여당 원내대표에게 사퇴 압력을 가하면서 삼권분립과 의회주의 원칙이 크게 훼손됐고, 후반기에 들어서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으로 국력의 낭비가 초래됐다”고 비판했다. 대학교수들은 지난해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고 일컫는 것’을 뜻하는 말로 ‘고의적으로 옳고 그름을 섞고 바꾼다’는 의미의 ‘지록위마(指鹿爲馬)’를 올해의 사자성어로 선정했다. 또 박근혜 정권 첫해인 2013년에는 ‘순리를 거슬러 행동한다’는 뜻인 ‘도행역시(倒行逆施)’를 꼽았다. 모두 한국 사회를 걱정스럽게 바라보는 말이지만, 점점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 한편 올해의 사자성어 2위는 ‘사시이비(似是而非)’였다. 응답자의 14.3%(127명)가 선택한 ‘사시이비’는 ‘겉은 옳은 것 같으나 속은 다르다’는 뜻으로 ‘겉보기는 그럴듯하나 사실은 틀린 경우’에 쓰는 말이다. 3위인 ‘갈택이어(竭澤而漁)’는 응답자 13.6%(121명)의 지지를 얻었다. ‘연못의 물을 모두 퍼내어 고기를 잡는다’는 말로, ‘목전의 이익에만 관심을 두는 세태’를 꼬집는다. http://me2.do/FuM1Sm5G 

- [ 천정배 곤혹, 누구랑 합칠까? ] 안철수야권 신당 ‘국민회의(가칭)’를 추진 중인 무소속 천정배 의원(61)이 12월20일 ‘안철수 신당’과 새정치민주연합 호남 의원 탈당에 “매우 곤혹스럽다”고 말했다. 내년 총선에서 개혁적 인사들을 내세워 새정치연합 현역 의원들과 대결 구도를 만들려던 전략에 차질이 빚어졌다는 판단 때문이다. 천 의원은 이날 서울 여의도 한 식당에서 오찬 기자간담회를 하면서 “새정치연합 의원들이 내년 총선에 공천을 받아 나오는 것을 상정하고 새로운 인물을 모아 경쟁구도를 만드는 것이 제 의도였는데, (이들이) 나와서 신당을 한다고 하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개혁대상으로 꼽았던 호남 의원들이 ‘줄 탈당’할 경우 천 의원으로선 ‘개혁 대 기득권’ 구도를 만들지 못하고 ‘안철수 신당’과 새정치연합 후보를 모두 상대해야 하는 상황을 맞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천 의원은 “가치·비전을 공유할 수 있는 상대방들과 널리 연합하겠다”며 안철수 신당 등과의 연대도 고려하는 모습을 보였다. http://me2.do/53k6gEBu 

- [ 안철수, 의사로서의 속성 ] 의사는 이분법적 성향이 강하다. 현대의학은 정상(건강)과 비정상(질병)을 구분하는 데서 비롯된다. 원래 건강과 질병은 단절된 단계가 아니라, 연속적인 과정의 일부이다. 그런데 건강과 질병을 연속적인 과정으로 두루뭉술하게 해석해서는 현대의학의 역할이 없다. 어느 시점을 기준으로, 그 이전에는 ‘건강’으로, 그 이후에는 ‘질병’으로 단절시켜야 의학적 개입이 가능해진다. 이런 측면에서 현대의학은 양자택일의 학문이다. 이진석 서울대 의대 교수는 “의사는 매번 치료를 할지 말지, 수술을 할지 말지, 약물치료를 할지 말지를 놓고 양단 간의 결정을 내려야 한다. 정보의 불완전성과 불확실성 때문에 머뭇거리거나 타협하면, 환자에게 더 큰 위험이 초래된다. 칼로 자르듯 이분법적으로 가부를 가리는 것은 의사에게는 피할 수 없는 숙명이지만, 이것 때문에 자칫하면 독단과 독선의 오류에 빠질 수도 있다. 의사의 속성을 늘어놓은 이유는 얼마 전에 야당을 탈당한 안철수 의원 때문이다. 의학에서 이분법적 사고는 불가피하지만, 정치나 사회 문제를 대하는 방식으로는 금기와도 같다. 정치나 사회 문제에서는 전적으로 옳은 것도, 전적으로 그른 것도 없다. 타협과 절충이 필연적이다. 양자택일의 대상이 아닌데도 마치 진실과 거짓의 대결처럼 다걸기를 하고, 종국에는 리셋 버튼을 눌러 상황을 초기화하는 것은 독단과 독선의 또 다른 이름일 수 있다. 혁신 전대와 탈당이라는 안철수의 선택은 이와 다른 것일까?”라고 묻는다. http://me2.do/FeHhZxLA 

- [ 말짱 도루묵, 이름 붙인 임금은? ] 목어에서 은어(銀魚)로 신분상승됐다가 다시 목어로 전락한 ‘환목어(還目魚 혹은 還木魚)’가 있다. 이름하여 ‘도로 목어가 됐다’는 뜻의 도루묵이다. 1613년 무렵 허균은 “목어를 좋아했던 고려왕이 이름을 은어로 고쳤다가 싫증이 나자 다시 목어라 고쳤다”(<성서부부고> ‘도문대작’)고 썼다. 이식(1584~1647)은 ‘환목어’라는 시까지 지었다(<택당집>). “왕년에 임금이 난리를 피했는데(國君昔播越)~마침 목어가 수라상에 올라와(目也適登盤) 허기진 배 든든히 채우니(頓頓療晩飢) 은어라는 이름을 하사했다(勅賜銀魚號)”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난리 후 서울로 돌아온 임금이 진수성찬 속에 끼여있던 ‘이 가여운 생선’을 외면했다는 것이다. 이식은 “(그래서) 도로 목어로 삭탈되어(削號還爲目) 순식간에 버린 자식 취급을 받았다(斯須忽如遺)”고 동정어린 시선을 보냈다. 이기환 경향신문 논설위원은 “문제의 임금은 임진왜란의 선조나 이괄의 난 혹은 병자호란 때의 인조일 수 있다. ‘고려왕’이란 언급을 본다면 홍건적의 난 때(1361년) 피란한 공민왕일 수도 있겠다. 어찌 됐든 백성을 전란의 화에 빠뜨린 임금 때문에 ‘도루묵’의 오명을 얻었다. 물론 도루묵이 볼품도 맛도 없는 하찮은 생선에 붙이는 ‘돌’과, 눈이 큰 생선에 붙는 ‘목(目)’에서 유래됐다는 설도 있다. 그래도 이식은 ‘씹어보면 담박한 맛이 있어(終然風味淡) 겨울철 술안주로 제격(亦足佐冬시)’이라고 옹호했다. 근래 몸 값이 올라 ‘도루묵’의 지위에서 다시 ‘도로은어’의 작위를 받을 만한 수준까지 오른 도루묵에게 청천벽력 같은 일이 벌어졌다. 엄청난 양의 도루묵 알이 동해안 바닷가와 어선의 그물을 새까맣게 뒤덮은 것이다. 복원사업을 한다며 10년째 치어를 방류한 탓이다. 이번에도 사람 때문에 ‘말짱 도루묵’으로 다시 전락할 판이다”라고 말한다. http://me2.do/xBbOjClp 

- [ ‘이력서 천재’ 1년 만에 퇴사한 까닭 ] 지난해 1월 제일기획에 입사한 김모씨(30)는 올해 2월 사직서를 냈다. ‘착한 광고’ ‘사회공헌’ 캠페인을 하고 싶어 입사했던 만큼 광고일이 적성에 맞지 않아서는 아니었다. 직장 내 괴롭힘을 겪은 그가 1년 만에 사직한 데는 “회사 내부에선 이 문제를 해결하긴 어렵다”는 좌절감 때문이었다. 김씨는 입사 초기 직장 상사인 가해자의 언어폭력에 놀랐지만 ‘신입사원을 길들이는 과정’이라고 여겼다. 길들이기 수준을 넘는 언어폭력은 수개월간 지속됐다. “얜 이력서만 보면 천재야. 근데 왜 이렇게 멍청해졌냐.” 지인들에게 상담받을 정도로 힘들어진 김씨는 “하지 말아달라”며 어렵게 이야기를 꺼냈다. 하지만 돌아온 답변은 “이XX 개기네”였다. 급기야 지난해 12월 전체 회식에선 그 상사로부터 머리를 수차례 맞았다. 병원에 가보니 전치 3주라는 진단이 내려졌다. “더 이상 혼자서 해결할 순 없겠다”는 생각에 김씨는 부서 임원에게 보고했다. “사내에 신고할지, 둘이 해결할지 고민해보라”는 답이 돌아왔다. 그는 몇 주간 고심한 끝에 가해자 징계로 이어질 수 있는 신고를 하진 않았다. 연말 인사로 가해자와 다른 팀에서 일하게 되긴 했지만, 사실상 계속 업무를 같이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가해자는 “신고만 해봐. 나 뒤끝 있다. 이 회사 나가도 아쉬울 것 없다”며 압박을 이어갔다. 가해자의 태도에 큰 충격을 받은 김씨는 올 2월 인사팀에 신고한 뒤 퇴사했다. http://me2.do/GdEvaoA8 

 

 

Posted by jinokor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