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월 31일 경향신문
- [ 이완구의 황당 해명 ] 이완구 총리 후보자는 2003년 1월 서울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의 8억8000만원대 분양권, 이른바 ‘딱지’를 11억7980만원에 사들였다. 원소유자가 건설사에 지급해야 할 미납금 8800만원은 따로 떠안았다. 웃돈을 얹어 ‘딱지’를 매입하는 건 부동산 투기에 흔히 쓰이는 수법이다. 이 후보자는 이 아파트를 10월 16억4000만원에 되팔았다. 불과 9개월 만에 3억7000여만원의 시세차익을 남겼다. 취득세·등록세와 양도소득세를 빼고도 앉은 자리에서 2억2000여만원을 벌었다. 2억2000만원은 월 급여 200만원인 직장인이 9년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 하는 액수다. 올해를 기준으로 최저임금(시간당 5580원) 노동자가 주말을 제외하고 매달 22일 하루 8시간씩 총 18년6개월간 꼬박 일해야 벌 수 있는 돈이다. 이 후보자는 십수억 더 오를 수 있는 아파트를 일찌감치 팔아 3억대의 차익만 남겼으니 투기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 후보자의 장인·장모는 경기도 분당의 토지를 2000·2001년 7억5600만원에 매입한 뒤 2002년 딸(이 후보자의 부인)에게 증여했다. 이 후보자의 부인은 이 땅을 2011년 다시 차남에게 증여했다. 현재 이 땅의 공시지가는 20억원대, 실거래가는 30억원대다. 증여세 5억원을 제하고도 14년 새 20억원에 이르는 시세차익이 생긴 것이다. 최저임금 노동자가 169년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 가능한 액수다. http://goo.gl/53W9vl
- [ 정책 결정자들의 인성 ] 산아제한을 하던 80년대 광고엔 “셋부터는 부끄럽습니다”라고 되어있다. 지금은 외동 아이로 자란 사람들이 성격에 문제가 있다며, 출산을 부추긴다. 정책에 따라 부끄러웠던 아이는 귀한 아이가 되었다. 인성교육이란 폭넓게 말하면 인문학교육이고, 인문학이란 결국 사람을 사람으로 대접하려는 생각을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기르는 공부다. 사람은 산업역군이기 전에 사람이고 국가의 간성이기 전에 사람이다. 어떤 정책이나 정치적 이념에 맞춰 사람을 끼워 맞추려는 시도는 사람을 ‘배반’하는 것이다. 사람이 국가나 제도를 위해 있는 것이 아니라 국가나 제도가 사람을 위해 있다는 것은 지극히 명백한 진실이다. 교육부에서 인성교육을 강화 한다고 한다. 어떻게 강화할 건지 기대반 우려반이다. 정책을 결정하기에 앞서 결정자들은 스스로 자신의 인성에 대한 충분한 성찰이 있어야 할 것이다. http://goo.gl/DR1QDO
- [ 시치미떼다의 어원이 된 ‘시치미’ ] 경향신문 포토다큐가 인간과 야생의 생생한 교감을 보여준다. 세계인류문화유산 박용순 응사(매를 길들이거나 매사냥을 하는 사람)와 매의 이야기. 시치미는 매의 발목에 매어놓던 일종의 이름표. 어떤 사람들은 남의 훌륭한 매를 보면 매의 발목이나 꼬리에 있던 이름표를 떼고 그 매가 자기 것인 척했다. 그리하여 매사냥에서의 ‘시치미떼다’가 오늘날의 의미를 가지게 되었다. http://goo.gl/Ks3wbi
- [ 공부 외엔 스토리가 없는 아이들 ] “보수적인 부모는 아이를 일류대에 보내려고 하고, 진보적인 부모는 아이를 의식 있는 일류대생으로 만들려고 한다.” ‘고래가 그랬어’ 발행인 김규항씨가 한 말이다. 한 청소년은 고백한다. “제가 고3인데, 대학을 어디로 가야 할까 생각하다가 자기소개를 한 번 써보려고 책상에 앉았는데 글이 너무 안 써지는 거예요. 아, 내가 정말 이야기가 없구나, 내가 좋아하는 게 뭐고, 이걸 위해서 어떤 일을 했고, 술술 나와야 하는데, 그냥 공부만 하고 살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23명의 청소년들이 인문학 책방 ‘길담서원’에서 기획하고 진행한 청소년인문학교실에서 강연을 들었다. “당신의 힘은 무엇이고 당신은 지금 어디에 힘을 쓰고 있습니까.” 강연 주제는 ‘힘’이었다. 신간 <세상을 바꾸는 힘(궁리)> http://goo.gl/d2jZ3N
- [ 묻지마 양심 ] “선(善)을 쌓는 집안에 반드시 경사가 생긴다(積善之家 必有餘慶).” <주역> ‘곤괘·문언’에 나오는 이야기다. 조선 중기 문신인 허목(1595~1682)은 ‘돌이 쌓이면 산을 만들 듯(積石者成山) 선이 쌓이면 덕을 이룬다(積善者成德)’고도 했다. 옛사람들은 평소에 선을 쌓으면 후손들이 번창한다는 뜻에서 ‘적선’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인용한 것이다. ‘대구 돈벼락 사건’ 이후 돌아오지 않은 515만원을 대신 채워 달라며 한 독지가가 500만원을 기부했다. 그는 “묻지도, 찾지도 말라”는 말과 함께 ‘돌아오지 못한 돈도 사연이 있을 것이니 그 돈으로 생각해서 사용하라’는 메모를 남겼다고 한다. 또 다른 독지가들의 성원도 이어져 이미 뿌려진 800만원을 훌쩍 넘었다. 미담이 넘치는 사회, 선을 쌓으면 사회적으로 분명 보상 받는다는 믿음이 쌓여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http://goo.gl/LbTDG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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