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월 27일 경향신문

 - [ 재상이 왕을 죽여야 할 때 ] “군주의 권한은 단 두 가지뿐이다. 하나는 재상(宰相)을 선택·임명하는 것이요, 다른 하나는 그 한 사람의 재상과 정사를 논하는 것이다.”(<경제문감>) 삼봉 정도전(1342~1398)의 ‘재상론’은 혁명적이다. 재상을 잘 뽑아서 그와 모든 국정을 논하는 게 바로 군주의 권한이라는 것이다. “재상을 상(相·돕는다)이라 하는 이유가 있다”며 “그것은 바로 ‘임금을 도와서(相) 바로잡는다’는 뜻”이라 했다. 정도전은 또 <맹자> ‘양혜왕·하’를 인용, “어짊과 올바름을 해친 자는 군주가 아니라 한 사람의 ‘사내’에 불과하므로 죽여도 된다”고 했다. 그러니까 재상은 최악의 경우 민심을 잃은 군주를 죽일 각오까지 해야 한다는 뜻이다. 경향신문 이기환 논설위원이 이완구 총리 후보자에게 정도전의 말을 전한다. “천하를 화평하게 만드는 것이 재상의 몫입니다. 임금이 잘못할 때 비위를 맞춰서는 절대 안됩니다.” http://goo.gl/hrpIAT

- [ 장하준 “정부 꼼수 탓에…” ]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경제학과 교수(52)가 최근 불거진 연말정산 사태와 관련해 “지금 조세부담이 과연 공평하게 가는가에 대해 국민 불만이 많다”면서 “(정부가)꼼수 같은 것을 써서 문제가 생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나라 법인세가 결코 높은 수준이 아니다. 기업 활동을 장려하는데 법인세가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면서 “자꾸 씀씀이를 줄이고 조세감면 줄이고 남은 잔돈으로 복지하겠다고 하는데, 기본 발상을 전환해야 한다”며 복지확충을 위한 증세 필요성을 강조했다. http://goo.gl/lwPiLG

- [<단독> 조신 청와대 미래전략수석, 체중 미달로 병역면제 ] 조신 청와대 미래전략수석(57)이 체중 미달로 병역을 면제받은 사실을 경향신문이 단독 보도했다. 조 수석은 1970년대 후반 서울대 경제학과 재학 중 받은 병무청 징병 신체검사에서 체중 미달과 낮은 시력을 이유로 제2국민역 처분을 받았다. 당시 ‘신체검사 규칙’에 따르면, 병역 면제에 해당하는 ‘병종’ 판정을 받으려면 몸무게가 45㎏ 미만이어야 했다. 최근에는 심사 기준이 강화돼 저체중으로 병역을 면제받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1980년대 기준을 적용하면 키가 164~165㎝의 경우 몸무게 43㎏ 미만, 166~167㎝는 44㎏ 미만, 168~170㎝는 45㎏ 미만이어야 군 면제를 받을 수 있다. 빼빼 마른 몸 때문에 ‘통아저씨’로 알려진 방송인 이양승씨도 키 158㎝에 체중 50㎏으로 면제 기준을 초과한다. 박근혜 정부 들어 첫 총리 후보자로 지명됐던 김용준 전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은 장남이 체중 미달로 군 면제를 받은 사실이 알려지자 국회 인사청문회가 열리기도 전에 사퇴했다. 대선에 출마했던 이회창 전 대법관 아들도 키 1m79cm에 45kg미만 저체중으로 병역면제를 받았다. 당시 키에 비해 체중이 너무 적게 나간다는 논란이 일었고 이회창은 낙선했다. http://goo.gl/Yj9DiO

‘조신 청와대 미래전략수석의 병역면제 의혹’ 단독 기사 옆에 박근혜 대통령과 이완구 총리 후보, 그리고 이명박 전 대통령의 8년 모습이 눈길을 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자화자찬 자서전’ <대통령의 시간>이 오는 2월 2일 출간된다. 책 제목인 <대통령의 시간>, 즐거웠다는 건지 되돌리고 싶다는 건지 읽어보고 싶진 않은데 궁금하다.

- [ 무책임한 짐작은 재앙을 부른다 ] 담론(談論)은 권력이다. 세상 허다한 사물(事物) 즉 사건과 물건 중 ‘오늘의 주제’로 선택된 이야기다. 그날의 세상을 움직이는 동력이다. 그 담론에 쓰인 단어는 권력을 펴는 도구다. 어느 말 하나 쉽게 고를 일이 아니다. ‘시민의 입’인 언론의 언어는 더 바르고 옳아야 한다. 하지만 우리 사회엔 ‘짐작(斟酌)’이 난무한다. ‘짐작’이란 말의 본디 뜻은 생뚱맞게도 ‘술을 따르는 것’이다. 술 따를 짐(斟)과 술 따를 작(酌)이 한단어를 이루고 있다. 술을 따르는 것이 짐작의 어원(語源)어원이다. 술은 제사를 지내는 귀한 음식이며, 약(藥)이었다. 병 고치는 의사의 의(醫) 글자에도 들어있는 술은 동전의 양면처럼 뒷면은 독(毒)이다. 갑골문에도 술 주(酒)가 있다. 유리가 없던 시기의 토기(土器) 술그릇은 그 안이 보이지 않았다. 술이 얼마나 남았는지 모르니 응당 조심해서 찬찬히 ‘짐작’해야 했을 것이다. 정서적 조세저항이라는 말까지 나오는 연말정산 대란도 어쩌면 정부의 ‘대충 짐작’의 결과가 아닌지 짐작해본다. 짐작은, 아무렇게나 제멋대로 하는 것이 아니다. 무책임한 짐작은 재앙을 부른다. http://goo.gl/YqEzzN

- [ 한국엔 ‘프리덤’만 있고 ‘리버티’는 없다 ] 오늘 한국의 어지간한 시민들에게서 애국심이나 나라에 대한 자긍심 같은 건 찾아보기 어렵다. 오히려 대한민국은 소수의 도둑들이 주인인 몹쓸 나라라는 분노와 비판이 폭발하고 있다. 모든 게 박근혜 일당 때문이고, 박근혜를 지지하는 우매한 사람들 때문인가. 사회를 그렇게 단순하게 파악하는 건 편한 일이지만, 아쉽게도 사회는 단 한번도 그렇게 단순했던 적이 없다. 한국에서 자유는 미국과 달리 ‘리버티’(Liberty)가 아닌 ‘프리덤’(Freedom)에 편중되어 있다. 리버티와 프리덤은 똑같이 ‘자유’라 번역되지만 다른 말이다. 프리덤은 어떤 구속으로부터 벗어난 상태, 내 마음대로 행동할 수 있는 자유를 말한다. 그러나 리버티는 사회 성원들이 서로에게 배분한 책임감을 수반한 자유다. 한국에서 리버티가 없는 것에는 역사적 배경이 있다. 한국 보수에게 자유는 ‘공산독재로부터 자유’에서 기인했고 여전히 그렇다. 한국 진보에게 자유는 ‘반공독재로부터 자유’에서 기인했고 여전히 그렇다. 둘 다 과거의 현실에 퇴행적으로 머물러 있다. 둘 다 정체성과 존재 가치를 스스로가 아니라 상대의 부정을 통해 만들어낸다. 둘은 서로 싸울 수 있을 뿐 제 나름의 사회를 구현할 능력은 확인된 바 없다. 한국사회는 무성한 사회적 토론이 존재하는 듯하지만, 보수의 자유로운 진보 까대기와 진보의 자유로운 보수 까대기를 제하면 남는 게 별로 없다. 보수 시민은 자신과 견해가 다른 사람을 ‘종북 좌파’라 싸잡아 까대고 진보 시민은 자신과 견해가 다른 사람을 ‘수구 꼴통’이라 싸잡아 까댄다. http://goo.gl/qKEHZd

- [ “우리는 자연과 협상할 수 없다” ] 기후변화의 파국을 막기 위한 온실가스 배출허용총량은 온실가스 2900Gt(기가톤)인데, 이미 1900Gt을 배출해 버렸다. 따라서 1000Gt이 인류에게 남는 한도이다. 그 안에서 190여개 국가가 몫을 나눠야 한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은 “우리는 자연과 협상할 수 없다”고 말했다. 나오는 방귀는 어쩔수 없겠지만 온실가스 배출은 참아보자. 지구가 죽으면 인간이 무슨 소용인가. http://goo.gl/MySpdm 

대한민국 국민들 마음도 가뭄이다. 민심이 쩍쩍 갈라지는 소리가 들린다. 자연과는 협상 할 수 없지만 민심과 소통은 할 수 있지 않을까. 시간은 자꾸 가는데 대통령이 점점 외톨이가 되어가는 건 아닌지 마음이 불편하다.

- [ CCTV의 치명적 단점 ‘사각’ ] 어린이집 대책의 큰 흐름은 두 가지. 첫째 학대 발생 원인을 개별 어린이집에서 찾는 흐름이다. 둘째 비정상적 보육환경을 만드는 사회구조에서 찾는 흐름이다. 전자는 감시와 처벌 위주의 형사정책적 경향을, 후자는 구조 변화와 보상 중심의 사회정책적 경향을 보인다. 어떤 대책이 바람직 할까. 원인를 살펴보자. 아동학대 문제를 발생시키는 근본 원인은 영리사업자의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한 보육서비스에서 찾을 수 있다. 비영리 국공립·법인 어린이집 비율이 획기적으로 높아지지 않는 한 어린이집 아동학대는 좀처럼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CCTV 감시와 처벌을 골자로 한 2010년 MB정부의 대책도, 감시와 처벌에서 벗어났던 2013년 대책도 국공립·법인 어린이집 확대는 없었다. 박근혜 정부의 대책은 MB처럼 감시와 처벌을 강화하는 모양새다. CCTV의 사각지대에서 아동학대는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창조적 국정을 강조하면서도 ‘사각’을 줄이는 정책을 내놓지 못하는 건 왜 일까. 그것이 궁금하다. http://goo.gl/F1b6XP 

 

 

Posted by jinokor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