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7월 15일 경향신문
- [ 탱크보다 무서운 뱅크 ] 탱크는 제1차 세계대전 때 처음 등장했다. 철조망과 참호, 기관총 진지로 구성된 이른바 ‘악마 3형제’ 돌파용이었다. 상대 진지를 뚫고 진격하려면 수많은 보병의 희생이 필요했지만, 탱크는 순식간에 적진을 돌파했다. 전쟁 중이 아니더라도 탱크는 존재감만으로도 공포감을 조성해 상대를 제압하는 수단으로 동원됐다. 1956년 공산당 독재와 공포 정치를 반대하는 헝가리 혁명을 진압한 것은 소련 탱크 1000대였다. 박정희 소장은 1961년 5월16일 새벽 탱크를 앞세워 서울시내로 들어왔다. 1980년 5월 광주 민주화운동 진압에 나선 계엄군도 탱크의 위세를 빌렸다. 1989년 중국 톈안먼(天安門) 민주화 시위 때도 등장했다. 탱크는 언제부터인가 민주주의의 요구를 짓밟는 상징이 됐다. 안호기 경향신문 논설위원은 “그리스 전 재무장관이 그리스와 유로존의 3차 구제금융 합의안을 1967년 그리스 군부 쿠데타와 비교하면서 당시에는 민주주의를 무너뜨리는 무기가 ‘탱크’였다면, 지금은 ‘뱅크(은행)’라고 비난했다. 보다 강력한 긴축을 요구한 유로존의 요구를 받아들인 게 못마땅하다는 뜻이다. 유로존은 그리스가 사실상 재정주권을 행사할 수 없도록 했고, 부채 탕감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은행의 탐욕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이제는 한 국가의 주권마저 흔드는 지경에 이르렀다. 바루파키스 전 장관은 ‘(쿠데타와) 다른 점이 있다면 이번엔 국가 재산을 모두 가져간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탱크보다 뱅크가 더 무자비한 모양이다”라고 말한다. http://goo.gl/ReBLgs
- [ 직언은 충성인가 배신인가 ] “아첨하는 자는 충성하지 못한다. 간쟁하는 자는 배신하지 않는다”<목민심서>. 다산 정약용의 말이다. 성호 이익은 “바른말을 하고 극진하게 간언하는 신하야말로 국화(國華·나라의 권위와 위엄)”<성호사설>라고까지 치켜세웠다. 그렇다면 직언, 즉 곧은 말이 왜 그렇게 중요한가. 1450년(문종 즉위년) 사헌부 장령 신숙주는 “언로(言路)는 인체의 혈맥과 같은 것”이라면서 “언로가 뚫리지 않으면 나라에 큰 병이 생긴다”<문종실록>라고 했다. 여말선초의 대학자 권근은 “지나친 직언을 했다 해서 벌을 주면 언로가 막히고 결국 나라와 군주는 멸망에 이른다”고 했다<양촌집>. 그랬기에 역대 군주들은 과할 정도로 직언을 구했고, 신하들은 죽을 각오로 군주를 다그쳤다. 이기환 경향신문 논설위원은 “가뭄이 극심했던 1690년 숙종은 직언을 구하는 교지를 내린다<숙종실록>. ‘임금이 부덕한 탓이다. 가여운 백성이 죽어가는데 차라리 죽고 싶다. 임금의 잘못을 숨김없이 아뢰라. 어떤 말이라도 벌하지 않겠다.’ 재변에 임하는 임금들의 태도가 이렇게 저자세였는데도 대신들의 다그침에는 관용이 없었다. 1650년(효종 1년) 영의정 이경여는 ‘전하가 초심을 잃고 도량이 좁은 탓에 가뭄이 일어난 것’이라고 직언을 퍼부은 뒤 사퇴의 뜻을 전했다. 그러자 효종은 ‘무능하다고 날 버리는 거냐. 날마다 직언을 올리고 내 허물을 고치게 하라’<효종실록>며 뜯어말렸다. 이것이 우리가 깎아내리기 일쑤인 ‘왕조시대’의 으뜸 덕목인 신하의 ‘직언’과 임금의 ‘소통’이었다”라고 전한다. http://goo.gl/H236pg
- [<단독>국정원, 박근혜 당선 직전 해킹프로그램 30개 긴급 주문 ] 국가정보원이 지난 대선 직전인 2012년 12월 초 이탈리아의 해킹 프로그램 제작업체 ‘해킹팀’에 다수의 기기를 해킹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긴급하게 주문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국정원은 경향신문의 단독보도가 계속 되자 7월14일 해킹팀으로부터 소프트웨어를 구입한 사실을 인정했다. 하지만 국민을 대상으로 사용한 적은 없다고 밝혔다. 경향신문이 외부 공격으로 유출된 해킹팀의 내부 e메일 자료를 분석한 결과 해킹팀과 국정원을 중개해온 나나테크 허손구 대표는 2012년 12월6일 ‘새 주문(긴급)’이라는 제목의 영문 e메일을 해킹팀에 보냈다. 허 대표는 “오늘 아침 고객으로부터 좋은 소식이 왔다”면서 “목표물(target) 30개 추가 구입”이라고 적었다. 허 대표는 그러면서 “고객이 1주일간 테스트를 해본 뒤 당신 측 계좌로 돈을 송금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허 대표는 이후 구체적인 목표물 명단이 담긴 것으로 보이는 압축파일을 첨부한 e메일을 해킹팀 측에 보냈다. ‘목표물’이란 국정원이 해킹 대상으로 지목한 사람을 지칭한 것으로 해석된다. 예를 들어 해킹팀은 지난해 11월4일 ‘데블엔젤(devilengel)’이라는 아이디를 쓰는 국정원 직원과 주고받은 e메일에서 “목표물이 링크를 누르기만 하면 RCS가 설치된다”고 밝혔다. RCS는 해킹팀이 제작한 해킹용 소프트웨어를 말한다. http://goo.gl/h3NA7f
- [ TV 연예권력의 세습 ] 박근혜 대통령이 부모의 후광 없이 그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고는 믿기 어렵다. 지금 국내 최대의 기업을 이끄는 이들 또한 아버지나 할아버지의 성공을 발판으로 이 자리에 서 있다. 케이블카를 타고 산 중턱에 내려 등산을 시작하니, 보통 사람들이 아무리 새벽부터 일어나 숨을 헐떡이며 올라와도 경쟁이 되기 어렵다. 불공정 게임이다. 케이블카건 헬기건 위법은 아니라 하고, 종종 부모보다 나은 청출어람 정치인이나 기업인을 목격하기도 한다. 하지만 개운치 않다. 자신의 노력이 남들의 유산을 결코 넘어설 수 없다는 확신이 드는 순간, 그 사회는 앞으로 나아갈 동력을 잃는다. 핵심은 세습이다. 기업의 세습, 지역구 세습, 인맥의 세습. 윤태진 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교수는 “텔레비전 예능 프로그램인 <아빠를 부탁해> 역시 세습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한다. 권력이나 재력을 물려주는 것이 아니니 세습이라는 용어가 적절하지는 않겠으나, 스타로서의 힘을 가진 아버지가 스타 지망생인 딸을 (결과적으로) 지원하는 이 상황을 잘 설명할 수 있는 다른 단어가 떠오르지 않는다. 이전에 <붕어빵>이나 <아빠 어디가>가 없었다면 이런 (당사자들로서는 억울할 수도 있는) 의심과 떨떠름함이 없었을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미 시청자들은 연예인 가족이 스타가 되는 모습을 봤고, 여러 광고에 겹치기 출연하는 모습을 봤다. 안 그래도 불공평한 세상이다. 노력하면 용이 될 수 있다는 믿음은 차차 사라져 간다. 텔레비전 예능 프로그램이 계몽의 주체가 될 필요는 없지만, 세습사회 불씨에 기름을 붓는 역할을 하는 것은 좀 너무하지 않을까?”라고 지적한다. http://goo.gl/3enQ7q
- [ ‘헌법파괴자’ 인명사전 만든다 ]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헌법을 파괴·유린한 사람들을 기록하는 ‘인명사전’인 <반헌법 행위자 열전>(가칭)이 만들어진다. 과거 역사문제연구소에서 편찬한 ‘친일인명사전’과 비슷한 성격이다. 성공회대 민주자료관(관장 한홍구)과 평화박물관(대표 이해동)은 “광복 70주년 제헌절을 맞아 헌법의 진정한 의미와 가치를 되새기고 현대사를 왜곡한 반(反)헌법 행위를 기록하기 위해 <반헌법 행위자 열전> 편찬 사업을 하겠다”고 7월14일 밝혔다. <반헌법 행위자 열전>의 수록 대상으로 ‘대한민국 공직자 또는 공권력의 위임을 받아 일정 직무를 수행하는 자로 직위와 공권력을 이용해 내란이나 고문조작·부정선거 등 반헌법 행위를 자행한 자, 반헌법 행위를 지시 또는 교사한 자, 반헌법 행위를 방지하거나 고발할 책임이 있으면서 묵인·은폐한 자, 반헌법 행위 또는 행위자를 적극 비호한 자’를 꼽았다. 이들은 “구체적으로 반민특위 습격 사건, 민간인 학살, 진보당·인혁당·학림·부림 사건, 유서대필과 각종 조작 간첩 사건 등 주요 공안사건의 핵심 관계자들과 고문 수사관, 고문을 묵인한 검사·판사들 중 200~300명가량이 수록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또“오늘의 잣대로 과거를 재단하는 오만을 피하기 위해 행위 당시 법률로도 범죄에 해당하는 일을 저지른 자들을 수록할 것”이라며 “유신정권 7년 중 4년 반을 중앙정보부 대공수사국장으로 일하면서 조작 간첩을 양산했고,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 조작 당시의 법무장관이었던 김기춘(전 청와대 비서실장),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에서 김대중에게 사형선고를 가능하게 한 김정사 조작 간첩 사건의 판사였던 김황식(전 국무총리)을 비롯해 정홍원·이완구(전 국무총리), 황교안(국무총리), 황우여(교육부총리) 등이 수록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http://goo.gl/b0618P
- [ 조현아, 한국서 재판 받고 싶다 ] ‘땅콩회항’ 사건으로 미국 법원에서 민사소송을 앞두고 있는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한국에서 재판을 받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조현아 전 부사장은 7월14일 미국 뉴욕 법원에 ‘땅콩회항’ 당시 피해 여승무원이 제기한 민사소송을 각하해 달라고 요청했다. 땅콩회항 사건 당시 조현아 전 부사장에게 마카다미아를 서비스했던 여승무원 김모씨는 지난 3월 “조현아 전 부사장이 기내에서 욕설을 퍼붓고 폭행해 정신적 충격을 받고 경력과 평판에 피해를 봤다”며 조현아 전 부사장과 대한항공을 상대로 뉴욕법원에 소송을 냈다. 조현아 전 부사장 측은 “사건 당사자와 증인이 모두 한국인이고 수사, 조사가 한국에서 이뤄졌으며 관련 자료는 모두 한국어로 작성됐다”며 “한국 법원에서 민사·노동법상 김씨가 배상받는데 아무런 제한이 없기에 재판도 한국에서 하는 게 타당하다”고 밝혔다. 이른바 ‘불편한 법정의 원칙’을 들어 한국에서 재판이 진행 되도록 해달라는 것이다. 여승무원은 뉴욕 법원에 소송을 내면서 ‘징벌적 손해배상’을 요구한 것도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징벌적 손해배상’은 실제 손해액을 훨씬 넘어선 금액을 배상액으로 부과하는 것으로, 한국에는 없지만 미국에는 있는 제도다. 박창진 사무장도 미국에서 조현아 전 부사장과 대한항공을 상대로 소송을 낼 지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창진 사무장은 최근 외상 후 신경증과 불면증을 산업재해로 최근 인정받았다. http://goo.gl/twTm6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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