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을 보고 알게 된 것_2018년 8월 11일
- [ 기력이 달려 아내가 두렵다? ]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신간 소설 <열쇠>는 1월1일의 일기로 시작한다. 일본 성애문학의 거장으로 손꼽히는 그가 71세에 발표한 소설이다. 내용이 몹시 내밀하다. 부부의 성생활이 일기의 주제다. 일기를 써내려가는 ‘나’는 “올해 쉰여섯살”인 대학교수인데 이제 기력이 달려서 아내의 욕구를 제대로 만족시켜주지 못한다. 아내도 남편과 동시에 일기를 써내려간다. 남편의 묘사에 따르면 “(아내는) 고풍스러운 교토의 유서 깊은 집안에서 태어나 봉건적인 분위기에서” 자랐으나 팜파탈적 매력이 넘친다. 그 아내도 자신의 성생활에 관한 본심을 낱낱이 털어놓는다. 둘은 서로가 일기를 쓴다는 것을 알고 있으나 상대의 일기를 훔쳐보지 않으려 한다. 하지만 속마음은 훔쳐보기를 은근히 갈망한다. 이 애매함이 소설의 묘미다. 경향신문 문화부 문학수 선임기자는 “남편은 아내의 발가락에 탐닉하고 아내는 정사를 치르면서 다른 젊은 남자의 가슴팍을 떠올린다. 성적 묘사의 수위는 아슬아슬하고 둘 사이에 펼쳐지는 심리전은 촘촘하고 팽팽하다. 읽고 나면 두 가지 생각이 따오른다. 다니자키의 문학에서 섹스란 인간의 본성을 들여다보는 하나의 ‘창’이다. 그리고 일본의 작가와 바평가들이 왜 그의 문장을 찬미하는지 알 수 있게 된다”고 전한다. https://goo.gl/tyiY8r
- [ “나도 한때는 너처럼 젊었다” ] <문명 이야기> <철학 이야기>로 유명한 윌 듀런트의 에세이 신간 <노년에 대하여>. 그의 사후 30년이 지나서 발견한 원고들을 묶었는데, 총 22편이 실려 있다. 과학과 예술, 교육과 역사 등 사회적인 논제부터 청춘과 죽음, 영혼 등 일상과 감정의 영역까지 다뤘다. “사람은 정점에 있을 때 죽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다”는 말로 시작하는 ‘노년에 대하여’ 편에는 청년과 노인에 대한 일화가 실려 있다. 한 20대 청년이 도서관에서 책을 찾는 중이다. 서가의 모퉁이를 돌던 중 백발의 노인과 부딪친다. 갑작스러운 마주침에 두 사람은 말없이 서로를 바라보기만 한다. 청년은 속으로 “세월이 흐른다면 저것이 바로 내 모습”이라 생각한다. 노인은 “나도 한때는 너처럼 젊었단다”고 마음속에 되뇐다. 경향신문 문화부 고희진 기자는 “일 년이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로 이뤄져 있는 것처럼. 인간사도 태어남과 성장기, 노후와 죽음이 순서대로 반복한다. 어느 한 계절만을 아름답다고 말할 수 없는 것처럼 인생의 어느 시기만 빛난다고 할 수 없다. 흔히 말하는 것처럼 세상에 대한 성찰도 노인의 것이 청년의 것보다 깊거나 넓다고만 할 수 없다”고 말한다. https://goo.gl/315EMW - [ 생명을 위협하는 기술 ] 이제는 자기 앞으로 다가오는 드론에 신경 좀 써야 한다. 드론 택배도 있지만, 드론 폭탄도 있다. 드론에 누군가가 보내주는 선물이 실려 있을 수도 있지만, 폭탄이 가득 담겨 있을 수도 있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지난 4일 국가방위군 창설 기념식에서 연설할 때였다. 드론 두 대가 날아와 연단 상공에서 폭탄을 터뜨렸다. 드론이 요인 암살용으로 데뷔하는 순간이다. 이대근 경향신문 논설고문은 “평창 동계올림픽 개회식을 장식한 드론 쇼는 드론의 활용도가 무궁무진하다는 사실을 세계에 각인시켰다. 공연에 쓸모가 있다면, 살인에도 쓸모가 있다. 마두로 정적이 평창 드론 쇼에서 드론 폭탄 아이디어를 얻었는지 모를 일이다. 지구화한 세상이다. 베네수엘라에서 할 수 있으면 어디서도 할 수 있다. 문명의 이기를 살인 도구로 쓰는 일은 이미 세계적 현상이 됐다. 강국들은 드론 폭탄처럼 인공지능을 활용한 킬러 로봇의 개발에 한창이다. 킬러 로봇 개발만큼 반대 운동도 활발하다. 하지만 생명을 위협한다는 사실이 개발을 억제한다면, 세계적인 핵확산은 일어나지 말았어야 했다. 인류는 불·철 같은 새 기술을 개발하고 도구를 발명했지만 생명을 지키는 데만 쓴 적이 없다. 생명을 죽이는 데도 썼다. 기술·도구는 선도, 악도 아니다. 기술·도구가 드러내는 선악의 양면성은 그걸 사용하는 인간의 속성에 기인한다. 그렇다면 해결책은 하나뿐이다. 갈등을 폭력으로 해결하려는 인간의 욕망을 억제하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https://goo.gl/QD7Vj1
- [ 미국 우주군 창설, 실현될까? ]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8월9일(현지시간) 우주군 창설 방침을 공식화했다. 펜스 부통령은 이날 국방부 연설에서 “미군 역사의 위대한 다음 장을 쓸 때가 왔다”면서 2020년을 목표로 우주군을 창설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월 “미국이 우주를 지배하도록 해야 한다”면서 국방부에 우주군 창설을 지시했다. 미국의 우주군 창설 계획은 중국과 러시아를 겨냥하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의 위성요격기술이 커다란 위협으로 부상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6월 우주군 창설을 선언하면서 “중국이나 러시아가 우리를 앞서나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했다. 지난해까지 우주군 창설에 반대했던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은 이날 “(우주가) 전투 지역이 되어가고 있다”면서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백악관 계획대로 우주군이 창설되면 미군은 기존 5군(육·해·공군, 해병대, 해안경비대) 체제에서 6군 체제로 바뀌게 된다. 미군은 현재 우주사령부를 운용하고 있지만 공군 산하에 있다. 문제는 의회다. 독립적인 우주군 창설을 위해서는 의회 동의를 얻어야 한다. 막대한 재정 부담 등을 이유로 우주군 창설에 반대하는 여론이 적지 않다. 펜스 부통령은 이날 우주 안보 강화를 위해 향후 5년간 80억달러(약 9조원) 예산을 지원해달라고 의회에 요청했다. 우주군 창설 이후 미국과 중·러 사이 우주 군비경쟁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https://goo.gl/ZTtcvC
- [ 한나라당 ‘차떼기’로 탄생한 ‘오세훈법’ ] 2002년 치러진 16대 대선에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가 선거운동에 필요한 비용을 조달하기 위해 LG, 삼성, SK, 현대차, 롯데 등 대기업으로부터 823억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한나라당에는 트럭으로 현금을 받았다는 뜻으로 ‘차떼기 정당’이라는 오명이 씌워졌다. 정치개혁에 대한 국민들의 요구가 반영돼 2004년 3월12일 일명 ‘오세훈법’이라고 불리는 정치자금법이 개정됐다. 오세훈 당시 한나라당 의원이 발의한 법안이다. 법안의 핵심 내용은 법인 및 단체의 정치자금 기부 금지, 중앙당의 후원회를 비롯한 정당 후원회 금지, 정치자금 기부의 실명제와 정당의 회계보고 절차 강화 등이다. 개인의 정치자금 기부 상한선도 하향조정됐다. 국회의원 연간 후원금은 1억5000만원(선거가 있는 해엔 3억원)으로 제한됐고 개인이 국회의원 1인에 대해 연간 500만원까지 기부할 수 있다. 뭉칫돈을 묶어 돈정치를 차단하고 소액 다수 기부를 활성화해 정치자금을 투명하게 관리하자는 취지다. 그러나 유권자들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약하고 신인 정치인이나 소수정당이 경쟁력을 갖고 거대 정당과 경쟁하는 데 한계로 작용한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계속 제기되고 있다. https://goo.gl/xZw3Qf - [ “선거 빚 갚느라 일용직 뛴다” ] 김민수 정의당 인천 남동구 지역위원장은 7월23일 세상을 떠난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의 마지막 가는 길을 제대로 배웅하지 못한 게 내내 마음에 걸린다. 하필 노 원내대표가 세상을 떠난 날부터 지역 공사현장의 하청업체에서 보일러를 교체 일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이 일을 시작한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정의당은 인천에서 시의원 비례 1석만을 차지했다. 뭐라도 해보자는 마음이 있었고 이왕이면 노동 현장을 일터로 잡자고 생각했다. 하지만 사실 더 큰 이유는 따로 있다. 선거비용으로 남은 빚이었다. 지난 선거에서 구의원으로 출마한 그는 9.78%의 득표율을 얻었다. 10%가 넘지 못해 선거비용을 보전받지 못했다. 선거비용은 약 4000만원 들었다. 1000만원은 당에서 지원했고 나머지는 가족·지인들의 도움으로 충당했다. 선거 뒤 2000만원 정도의 빚이 남았다. 선거판은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국회의원 선거운동 기간은 120일. 원외 지역위원장들은 120일 동안 후원금 한도액인 3억원을 모금하는데 현역의원은 이미 그 전에 모금액을 채워두고 움직인다. 선거를 치르고 나면 어떤 정당은 더 부유해지지만 정의당은 더 가난해진다. https://goo.gl/QqHSPu'지식 정보 공동체 > 신문을 보고 알게 된 것'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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