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5월 14일 경향신문

- [ 딸들에게 더 잔혹한 사회 ] 딸들은 대체로 또래의 아들들보다 더 일찍 현실을 깨친다. 여자아이들이 남자아이들보다는 좀 더 일찍부터 타인의 시선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누군가로부터 평가받는 일에 더 익숙해지기 마련이라는 점이 한 가지 이유가 될 것이다. 또한 가정 내에서 자식들의 현실 적응을 돕고 그들을 바람직한 삶의 방향으로 조련하는 일을 아빠보다는 여전히 엄마가 주도하는 경향이 있다. 동성 멘토(엄마)의 지도를 받는 딸들이 아들들보다 ‘길들여지기에는’ 좀 더 유리할 것이다. 오늘날의 엄마들은 이전보다 훨씬 더 높아진 사회적 성공의 가능성을 염두에 둔 채 확신과 결의를 가지고 딸들을 대한다. 산전수전 다 겪은 엄마는 이 사회가 여전히 남성 주도의 거칠고도 냉혹한 현실로 구성되어 있음을 알고 있다. 그래서 엄마들은 더 가혹하게 딸들을 조련한다. 최유준 전남대 HK교수는 “딸들에게 더욱 가혹한 현실은 자신의 능력이 아름다운 외모와 결합될 때만 이상적으로 발휘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일찍부터 깨달아야 한다는 데에 있다. 일찍이 막스 베버가 말했던 자본주의 정신, ‘합리적 절제’의 정언명령은 여성들의 다이어트와 몸매 가꾸기에서 그 극점에 도달한다”고 말한다. 딸들에게 너무나 잔혹한 사회다. http://goo.gl/MW7Kbh

- [ 졸면 죽는다 ] 북한 인민군 서열 2위인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이 최근 반역죄로 숙청·총살당했다는 첩보가 입수됐다고 국가정보원이 13일 밝혔다.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 최측근이자 군 권력의 핵심 인사가 재판도 없이 총살당하는 ‘이상 징후’가 정보당국에 포착됨에 따라 북한 내부 권력질서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국정원은 이날 국회 정보위원회 비공개 현안보고에서 “현 부장은 지난달 24~25일 열린 군 일꾼대회에서 조는 모습이 적발되고 김 제1비서 지시에 대꾸하고 불이행했으며, 김 제1비서에 대한 불만을 표출한 부분 등이 ‘불경’ ‘불충’으로 지적됐다”고 밝혔다. 현 부장은 이 같은 지적이 나온 지 2~3일 만에 ‘반역죄’로 몰려 평양 순안구역 소재 강건군관학교에서 수백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고사총으로 공개 처형된 것으로 전해졌다. http://goo.gl/dFFpVN

[ 문재인의 성의없는 ‘읍참마속’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공갈’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정청래 최고위원에게 “자숙을 권고했다”면서 “읍참마속의 심정”을 토로한 것을 계기로 한때 네이버 검색어 1위에 ‘읍참마속(泣斬馬謖)’이 올랐다. 하지만, 번지수를 잘못 찾았다. 읍참마속의 고사성어가 함의하는 리더십의 본령은 법과 기강을 세우기 위해 소아(小我)를 끊어내는 결단이다. 촉나라의 제갈량은 군령을 어기고 얕은꾀로 전투를 벌이다 참담한 패배를 불러온 장수 마속을 주변의 선처 호소에도 불구하고 참수한다. 마속은 제갈량이 총애하는 우수한 장수였다. 마속의 목을 벤 제갈량의 답은 이랬다. “이같이 어지러운 세상에 전쟁을 시작한 처음부터 군율을 무시하게 되면 어떻게 적을 평정할 수 있겠는가.” 양권모 경향신문 논설위원은 “새정치연합 최고위원들이 보여준 ‘참을 수 없이 가볍고 저열한 언행’은 4·29 재·보선 참패로 허우적대는 당에 KO펀치를 안긴 꼴이 됐다. ‘싸가지 없고 질서 없는 정당’이라는 이미지를 덧씌우며 당의 지지율 추락에 불을 댕겼다. 전투(선거)에서 패배하고 내분까지 불거진 비상한 상황에서 문 대표가 꺼낸 읍참마속은 아무런 울림도, 실제 효력도 내지 못하고 있다. 문 대표의 호소가 제갈량의 ‘읍(泣)’과는 너무도 거리가 멀고, 정청래 최고위원에 대한 ‘자숙 권고와 최고위원회의 출석 정지’ 조치가 시늉만의 ‘참(斬)’으로 비치기 때문일 터이다”라고 말한다. 제갈량은 마속을 읍참한 뒤 스스로 자신의 지위를 3단계 강등하며 병사들에게 사과했다. http://goo.gl/AOWrSR

- [ 아사리판의 ‘아사리’는 승려 ] 아사리판을 일본말로 알고 있는 사람이 있다. 아사리판은 ‘질서가 없이 어지러운 곳이나 그러한 상태’를 뜻하는 말이다. 아사리판은 ‘개판’ ‘난장판’처럼 한 단어로 국어사전에 올라 있진 않다. 사전은 ‘아사리’를 ‘제자를 가르치고 제자의 행위를 바르게 지도하여 그 모범이 될 수 있는 승려’로 풀이하고 있다. 어원전문가인 조항범 충북대 교수는 승려를 뜻하는 ‘아사리’와 일이 벌어진 자리를 의미하는 ‘판’이 붙어 ‘아사리판’(<정말 궁금한 우리말 100가지>)이 된 것으로 본다. 아사리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다 의견이 다를 경우 격론이 벌어졌는데 이 모습이 소란스럽고 무질서해 보인 데서 ‘질서 없이 어지러운 현장’이란 비유적 의미가 생겨났다고 한다. 김선경 경향신문 교열부 기자는 “아사리판과 비슷한 말로 ‘아수라장’이 있다. ‘아수라’는 싸우기를 좋아하는 귀신이다. 아수라는 모이기만 하면 싸움질해 엉망진창이며 소란스럽다 해서 생긴 말이 아수라장이다. 아수라장을 줄여 ‘수라장’이라고도 한다”고 알려준다. http://goo.gl/RukstN

- [ 김진태 총장의 ‘작품’이 기다려지는 이유 ] ‘성완종 리스트’ 수사로 나라가 시끄럽다. 시간을 거슬러 2003년 대선자금 수사로 가 보자. 12년 전이나 이번 리스트 수사 모두 살아있는 권력을 상대로 한 쉽지 않은 수사다. 그때나 지금이나 새누리당이 주된 타깃이다. 2003년 대선자금 수사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은 ‘차떼기당’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썼다. LG그룹이 2.5t 트럭에 현금을 싣고 경부고속도로 만남의광장에서 트럭째 150억원을 전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수사의 하이라이트였다. 당시 한나라당이 거둬들인 불법 정치자금만 900억원을 넘었다. ‘차떼기’ 수법은 경향신문 특종 보도로 세상에 알려졌다. ‘차떼기’는 배추나 무를 심은 농민들이 돈이 급한 나머지 수확 전에 밭을 통째 중간도매상에 넘기는 ‘밭떼기’에서 착안한 것이었다. 당시만 해도 차떼기 작명의 위력이 그렇게 확산될 줄을 미처 몰랐다. 이번 대선자금 수사 역시 성 전 회장의 경향신문 인터뷰가 수사의 단초가 됐다. 박 대통령 입장에서 보면 12년 만의 데자뷰다. 박문규 경향신문 논설위원은 “검찰에게 이번 수사는 위기이자 기회다. 국민 여론도 검찰 편이다. 정치권에 만연된 불법 정치자금의 검은 고리를 이번에는 손봐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결국 검찰의 수사 의지에 달린 문제다. 이명박 정부 이후 검찰은 정권 눈치보기 수사로 국민 신뢰는 입에 담기조차 민망할 정도다. 더 이상 물러설 곳도 없다. 공안사건은 몰라도 특수수사는 김진태 총장이 최고의 전문가다. 그는 7개월 후면 임기가 끝난다. 청와대 눈치 볼 일도 없다. 철저한 조사를 거쳐 기소하면 검찰의 임무는 끝이다. 그 뒤의 고민은 법원 몫이다”라고 말한다. http://goo.gl/mX31nD

- [ 연금, 한국경제의 재앙되나 ] 공무원연금도 국민연금 이상으로 세대 간 불균형 문제가 심각하다. 지금 공무원연금을 받거나 곧 받을 사람은 혜택이 아주 크지만 젊은 공무원은 별로다. 과거의 공무원연금 제도 개혁이 개혁 시점 이후부터 적용됐기 때문이다. 이번 공무원연금 개혁도 기존에 받는 사람들에게는 영향이 없고 젊은 공무원들만 혜택이 줄게 되어 있다. 여기에다 공무원연금이나 국민연금에 대한 과세도 2002년 이후 발생한 연금만 종합과세대상이다. 이미 연금을 받거나 곧 받을 사람은 세금이 거의 문제가 되지 않지만, 젊은 세대는 연금에 대해서도 꽤 세금을 내야 할 것이다. 이 또한 심각한 세대 간 불균형 요인이다. 정대영 송현경제연구소장은 “세대 간 연금 불균형 문제의 근본은 한국의 인구가 늘고 경제규모가 계속 확대되는 것을 전제로 연금제도가 설계됐기 때문이다. 한국은 급격한 고령화로 노동인구가 줄고, 재정건전성은 악화되고, 성장률이 떨어지고, 주식시장은 국민연금에 목매어 있다. 국민연금은 미래 세대의 엄청난 짐이고, 한국 경제의 재앙이 될 가능성이 크다. 국민연금의 근본적 개혁이 필요하다. 사각지대를 줄이고, 세대 간 불균형을 축소하는 것이 가장 우선되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http://goo.gl/eGH7tu

 

 

Posted by jinokor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