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5월 15일 경향신문
- [ 박근혜 대통령의 ‘유체이탈 화법’ ] 인간관계에서 불성실과 딴청처럼 효과적인 억압은 없다. 상대가 스스로 미치기 때문이다. 육체이탈의 당사자는 죽음의 문턱을 넘나드는 극심한 고통을 체험한다. 반대로, 박근혜 대통령의 이른바 ‘유체이탈 화법’은 자기 고통이 아니다. 대화 중 혼자 맘대로 자리를 떠나 돌아다니다 다른 사람이 되어 나타난다. 자기 책임을 남 일처럼 말하고 비판하고 문책한다. “나는 아니니까 당신들 잘못”이라는 논리다. 국민에게 자기 문제를 대리 체험케 하는 것이다. 여성학 강사 정희진씨는 “차라리 멱살잡이가 낫다. 유체이탈 대화법처럼 사람을 열 받게 하는 일도 없다. ‘유체이탈’과 ‘유체이탈 화법’은 반대 현상이다. 전자는 본인의 고통이지만, 후자는 타인에게 고통을 준다. 유체이탈 화법을 구사하는 이들과 공동생활은 한계가 있다. 이 상황이 계속되면 ‘나쁜’ 사람에 의해 보통 사람이 병에 걸리게 된다. 이 화법은 상대방이 없다. 상호 격투나 논쟁이 아니어서 처음부터 이곳저곳을 옮겨 다니는 두 개 이상의 인격을 가진 ‘가해자’는 전혀 손상이 없다. 유체이탈 화법은 유체(幽體) 이탈이다. 유령 인격, 복수(複數)의 인격이 외출하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http://goo.gl/d2fG0P
- [ ‘어설픈 한국외교’의 뿌리 ] 전형적인 선악의 이분법이 한국 외교를 지배하고 있다. 북한은 나쁜 나라, 일본도 나쁜 나라, 미국은 좋은 나라다. 나쁜 나라들이 착해지지 않는 한 외교는 없다는 원칙을 고수한다. 반면 좋은 나라 미국은 절대 배신하지 않는 우리 편이라고 철석같이 믿는다. 그런 인식 속에 미국이 한반도 분단을 초래한 책임의 상당 부분을 져야 한다는 사실은 묻혀버렸다. 분단 이후에도 여러번 우리를 배신했던 미국이지만 이미 신화로 자리 잡아, 신화에 도전하는 사람들만 나쁜 사람, 나쁜 나라가 된다. 한·미관계는 어떤 외교적 가치보다 우선됐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지기보다는 외교수사에 의해 채색됐다. 이분법 사고에서 출발한 외교 철학은 어설플수 밖에 없다. 김준형 한동대 교수는 “박근혜 정부는 출범부터 스스로 만든 진정성의 프레임에 갇혀 고립을 자초해왔다. 외교적 주도권은 다 내다버려 손에 남은 것은 원칙과 몇 개의 아이디어, 그리고 대국민용 정치언술뿐이다. 그런데도 양쪽으로부터 러브콜을 받는다는 인식을 하고 있으니 진심이면 무능하고, 거짓이면 위험하다”고 말한다. http://goo.gl/gH503q
- [ 권력 관리능력, 타고 난 김정은 ] 김정은은 할아버지 김일성, 아버지 김정일과 곧잘 비교된다. 김정일은 충분한 시간을 두고 후계자 수업을 받았던 데 반해 김정은은 그렇지 않아서 지지기반이 취약하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그러나 김정은은 할아버지 김일성과 ‘닮은꼴’로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내는 등 정치적 수완과 스타일은 아버지보다 할아버지를 더 닮은 것 같다. 대중 친화적이고 비행기 타는 것 좋아하고 스포츠 좋아하는 것이 아버지보다 할아버지를 더 많이 닮았다. 원광대 초빙교수인 황재옥 평화협력원 부원장은 “김정은이 어린 나이에 권력을 계승했기 때문에 경험이 없고 젊어서 무모하다는 분석도 있지만, 우여곡절을 거치면서도 김정은 체제는 결국은 안정될 가능성이 크다”며 “김정은 체제의 기반이 되는 권력 네트워크는 김씨왕조의 ‘백두혈통’과 빨치산 후계 세대다. 이 두 집단이 끈끈하게 협력하면서 김정은 권력을 지탱해 줄 것이다. 봉화조(북한판 태자당, 혁명 원로나 고위 공직자 자제)의 역할도 무시할 수 없다. 그리고 김씨왕조의 ‘백두혈통’을 대체할 만한 대안세력도 아직은 없다. 또 김정은의 권력을 유지하는 능력이 과소평가되는 측면이 있다. 우선 그 나이에 60~70대의 원로간부들을 처형하고, 집권 후 3년여 만에 70여명의 간부들을 숙청한 것으로 보아 김정은의 권력욕과 관리능력은,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본능적으로 타고 난 것 같다”고 말한다. http://goo.gl/zyTMn0
- [ 김정은의 역린을 건드린 죄 ] 사람의 마음이 한결같은 충심을 발휘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구밀복검(口蜜腹劍)·표리부동(表裏不同)·소리장도(笑裏藏刀)·양봉음위(陽奉陰違)와 같은 ‘겉과 속이 다르다’는 뜻의 고사성어가 등장한 것이다. 제아무리 변함없는 충심을 발휘한다 해도 한번 삐끗하면 하루아침에 멸문의 화를 당하기도 한다. 오죽했으면 한비자가 “용(군주)을 잘 길들이면 그 등에 탈 수도 있지만, 역린(逆鱗·목줄기에 거꾸로 난 비늘)을 건드리면 죽임을 당한다”(<사기> ‘노자한비열전’)고 했을까. 조선 태종의 처남이자 세자(양녕대군)의 외삼촌인 민씨 형제는 어떤가. 공신가문이기도 했던 민씨의 4형제(민무구·무질·무회·무휼)는 자결을 명 받고 죽는다. 이유는 태종이 양녕대군에게 양위의 뜻을 밝히자 민씨 형제의 ‘얼굴에 기쁜 빛이 보였다(喜形于色)’는 것이었다. 이기환 경향신문 논설위원은 “왕조시대에서나 볼 수 있는 어이없고, 끔찍한 일들이 북한 땅에서 벌어지고 있다. 건성건성 박수를 치고, 졸았다는 이유로 한때의 충신(장성택·현영철)들이 참혹한 죽음을 맞았다고 한다. 숙청대상자들에게 붙인 죄목은 ‘양봉음위’, 즉 ‘앞에서 받드는 척하면서 속으로 해를 가한다’는 것이다. 그나마 조선조 태종은 민씨 형제를 “빨리 죽이라”는 신료들의 아우성 속에서 4형제를 다 죽일 때까지 8년7개월을 끌었다. 북한은 조선왕조보다 못한 것이다. 제발 사실이 아니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http://goo.gl/jwQVZs
- [ 이완구, 부패척결 외치더니… ] 이완구 전 국무총리가 14일 금품수수 혐의로 검찰 소환 조사를 받았다. 총리 취임 직후 “부정부패를 척결하겠다”는 대국민담화와 함께 대대적인 사정의 신호탄을 쏜 지 63일, 총리직에서 퇴임한 지 17일 만이다. 국정 2인자로서 대대적인 사정을 지휘하다 부패 혐의로 서울 고등검찰청 1층 로비의 포토라인에 선 그는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말했다. ‘성완종 리스트’를 수사 중인 검찰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검사장)은 이날 이 전 총리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소환 조사했다. 그는 2013년 재선거 출마 때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에게서 현금 3000만원을 받았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전 총리 소환은 성 전 회장이 남긴 메모에 등장하는 여권 실세 정치인 ‘8인’ 중 홍준표 경남지사에 이어 두 번째다. http://goo.gl/s6rpC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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