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5월 16일 경향신문

- [ 멘토와 꼰대의 차이 ] 직언과 폭언은 직설화법이라는 공통점을 갖는다. 에둘러 표현하지 않고 핵심을 바로 찌르는 것이다. 그러나 전자는 미덕으로 장려되고 후자는 악덕으로 지탄받는다. 폭언은 상대방에게 모욕과 상처를 준다. 설령 그 내용이 맞다 해도 발언의 의도가 공격적이기에 관계에 균열을 일으킨다. 반면에 직언은 어떤 잘못을 지적하되 그 궁극적인 목적이 상대방의 변화와 상황의 개선에 있다. 당사자들 사이의 사소한 자존심 싸움을 넘어서 공동체나 공공성의 구현을 바라는 순수함이 거기에 깔려 있다. 김찬호 성공회대 초빙교수는 “직언의 궁극적인 목적은 상대방의 성장이어야 한다. 그의 삶이 나아지기를 진정으로 바라는 마음을 갖고 있는가. 위에서 내려다보거나 대상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곁에 서서 같은 눈높이로 길과 비전을 탐색하는가. 멘토가 꼰대와 구별되는 지점은 바로 거기에 있다”고 말한다. http://goo.gl/KiMJSs

- [ 박정희와 박근혜의 차이 ] 5·16 군사쿠데타 당시 제2군 부사령관 육군 소장 박정희는 44세, 쿠데타를 주도한 육사 8기들은 중령급으로 34~36세, 쿠데타 직후 군사혁명위원회 의장,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 내각 수반이 되었다가 곧 도태된 육군참모총장 장도영은 38세였다. 만약 지금 이 또래 사람들이 나라를 완전히 뒤바꾸겠다고 나선다면, 분명 “새파랗게 젊은 것들이 뭘 안다고 나서냐”는 소리를 들을 것이다. 1964년 5월16일 5·16 군사쿠데타 3주년을 맞아 당시 대통령 박정희는 “5·16혁명의 본지와 과업은 불가피한 차질을 면치 못했다. 혁명 지도자의 한 사람으로서 국민 여러분과 더불어 통분의 심회(心懷)를 금할 길이 없고 나 자신 자괴의 염(念)을 억누를 길이 없다. 당초의 혁명공약은 오랜 침체의 역사 속에 뿌리 깊이 박혀진 고질적 악유산(惡遺産)을 말끔히 도려내고 새로 다듬어진 맑은 터전 위에 민족중흥의 일대 과업을 이룩하자는 데 있었다”며 스스로 공약을 지키지 못했음을 시인했다. 역사학자 전우용씨는 “집권 3년차의 박근혜 대통령은 그동안 국정 최우선 과제로 삼아왔던 민생 문제 해결에 덧붙여 부패 척결을 주창하고 있다. 부패와 구악 일소, 민생고 해결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던 5·16 당시 주도세력의 인식과 같다. 더구나 이 문제가 지속되는 원인을 ‘역사 속에 뿌리 깊이 박힌 고질적 유산’ 탓으로 돌리는 것까지 집권 3년차의 박정희 대통령과 똑같다. 다만 반세기 전의 박 대통령은 스스로 부끄럽다고 밝힌 반면 지금의 박 대통령은 그러지 않는다는 점이 다르다”라고 말한다. http://goo.gl/yicu8w

- [ 이익은 소수가, 손해는 모두가 ] 새만금사업의 경우 소실된 갯벌의 가치를 차치하고, 경제성 평가만을 봐도 ‘밑 빠진 독’이라고 할 만하다. 공동조사단이 총 사업비 약 3조원의 비용을 기준으로 비용편익분석을 한 결과, 시나리오에 따라 편익이 비용의 최대 3.81배에서 최소 1.25배로 산출됐다. 이마저도 법원 감정촉탁 보고서에 따르면 “경제성 평가에서 왜곡 평가의 예로 교과서에 실려도 좋을 만큼” 의도적으로 편익은 부풀리고 비용은 제외시켜 나온 결과이다. 심지어 수질개선 항목은 비용이 아닌 편익으로 포함됐다. 경제성 평가 이후 15년이 지난 지금까지 끊임없이 변경되고 있는 새만금 기본계획에서 총 비용은 22조2000억원까지 늘어났다. 4대강 사업의 경우도 22조원을 투자했지만, 물부족 지역의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아 이를 근거로 전국에서 댐건설 계획을 다시 추진 중이다. 평창 동계올림픽도 국가 사업들과 다르지 않다. 초기 8조8000억원이던 사업 예산은 전체 공정률이 미미했던 2014년 말 이미 13조원까지 뛰었다. ‘경제적 효과 평가’에서 추정한 직접적인 효과 21조원에는 정부 지출 3조원 등 비용까지 넣어 비난을 받기도 했다. 이현정 국토환경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사업을 추진해 직접적으로 경제적인 이익을 얻는 소수는 뒷감당에 관심이 없다. 이익은 그들 소수가 가져가지만, 손해는 우리 모두가 보는 것이다”라고 경고한다. http://goo.gl/ZblsEo

- [ 인성교육은 일제 잔재? ] 지난해 말 통과된 인성교육진흥법에서는 예(禮), 효(孝), 정직, 책임, 존중, 배려, 소통, 협동 등의 마음가짐을 인성의 예로 들고 있다. 대학입시에 중요한 비중으로 반영되는 학교생활기록부에는 학생들의 교과성적 외에도 ‘인성발달 사항’을 담임교사가 주관적으로 기록하도록 돼 있다. 한국 교육계에만 있는 독특한 시스템이다. 학생의 인성을 주관적으로 평가해 입시에 반영한 제도는 1920년대부터 시작됐다. 일제가 중학교 입시 방식을 공개 선발에서 학교장 추첨제로 바꾸면서다. 중학교에 진학하고자 하는 식민지 조선인들은 급속하게 늘어났지만, 일제는 더 많은 학교를 설립하는 대신 입학문을 좁혀 조선인들의 교육열을 꺾고자 했다. 이 제도는 학생들의 반일사상을 통제하는 용도로도 활용됐다. 해방 후 인성교육은 1972년 이후 다시 부각됐다. 유신선포, 새마을운동 등과 더불어 사회 각계에 정신무장이 강조되던 시점이다. 박정희 정권은 1971년부터 학교장 권력을 강화하고, 대학 시간강사 등 비정규 교원의 지위를 불안하게 만드는 등 교육계를 적극 통제하는 정책을 썼다. 1976년 유기춘 문교부(오늘날 교육부) 장관은 ‘유신교육 심화를 위한 정신교육 체계화’를 위해 ‘인성교육’을 거론했다. 유 장관은 인성교육 목적을 아예 “민족주체성 함양, 국가안보의식 고취, 새마을정신 고양 등을 통해 국가관을 명확히 하고, 국민교육헌장 이념을 구현한다”로 못 박았다. 그리고 지금, 다시 인성교육이 부각되고 있다. http://goo.gl/li5XES 

- [ 살아남으려면 변화는 필연이다 ] 과일소주 경쟁이 불붙고 있다. 롯데주류의 ‘처음처럼 순하리’가 소주계의 허니버터칩이라 불리며 품귀현상을 빚자, 과즙을 첨가한 신제품이 잇따라 출시되고 있다. 가벼운 술을 즐기려는 경향에 달콤한 맛을 찾는 허니 열풍이 맞물리며 벌어진 현상이다. 올해 3월 출시된 ‘순하리’는 유자 농축액과 유자향이 첨가된 리큐르(증류주 일종)다. 알코올 도수는 14도다. 당초 부산·경남 지역에 나왔으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입소문이 퍼지면서 출시 한 달 만에 150만병이 팔렸다. 감자칩 허니버터칩처럼 편의점과 대형마트에서는 품귀현상이 빚어지고, 사전 예약을 받아 판매하는 소매점들도 생겨나고 있다. 저도수 경쟁에 이어 또 한번 소주의 혁신이 진행되고 있다. 꼬꼬면 열풍처럼 한 때의 반짝 인기로 사그러 들수도 있지만 살아 남으려면 변화는 필연이다. http://goo.gl/sn3odP

 

 

Posted by jinokor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