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9월 17일 경향신문
- [ 성추행 중간에 멈추면 무죄? ] 알고 지내던 여성 2명을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20대 남성이 1·2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대법원은 무죄로 판단해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돌려보냈다. 피해 여성이 “이건 강간이야”라고 말하자 중단하는 등 성폭행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취지다. 대법원 1부(주심 김용덕 대법관)는 2명의 여성을 강간한 혐의로 기소된 최모씨(26)에게 징역 1년6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6일 밝혔다. 군 복무 중이던 최씨는 2012년 12월 외박을 나와 함께 술을 마셨던 여성 ㄱ씨를 자신의 차로 바래다주던 중 골목에 주차를 하고, ㄱ씨가 반항하지 못하게 손을 잡은 뒤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최씨는 또 한 달여 뒤 외박을 나와 옛 연인이었던 ㄴ씨와 술을 마시고, 바래다준다는 이유로 모텔에 갔다 ㄴ씨가 반항하지 못하게 손으로 누른 채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두 혐의 다 유죄로 보고 최씨에게 징역 2년6월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ㄱ씨에 대한 혐의는 무죄로 판단해 징역 1년6월을 선고했다. ㄱ씨가 성관계 뒤 최씨를 끌어안고 같이 담배도 피우며 집에 데려다준 점, 이후에도 서로 문자메시지와 통화를 주고받은 점 등을 봤을 때 성폭행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법원은 ㄴ씨에 대한 혐의도 무죄로 봤다. 성관계를 거부하던 ㄴ씨가 성관계 중 “오빠 이건 강간이야”라고 소리치자 최씨가 곧바로 중단하고 사과한 점, 손으로 잡은 것 외 폭행이나 협박은 없었던 점 등 성폭행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강간’이라는 말만으로 즉시 성행위를 멈출 정도였다면 최씨가 ㄴ씨의 의사를 오해했을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밝혔다. http://me2.do/GjwybEC4
- [ ‘갑을’ 대신 ‘동행’ 계약서 ] 서울 성북구 상월곡동 동아에코빌 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 대표인 장석춘씨(62)는 지난 3월 구청에서 열린 ‘경비원 고용안정 확약식’에 다녀오면서 주황색 수건 한 장을 받았다. 수건에는 ‘동행’이란 두 글자가 크게 새겨져 있었다. ‘동행’은 성북구와 관내 아파트입주자대표연합회가 경비원, 관리소장, 용역업체 모두 상생하자는 취지로 협약식을 맺으면서 내건 구호였다. 장씨는 “수건을 관리소 벽에 걸어뒀다”며 “그리고 몇 개월 뒤 한 잡지서 어디선가 ‘갑을’ 표현을 바꾸려 고민한다는 기사를 보고 ‘갑을’ 대신 ‘동행’이란 단어로 계약서를 써봐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지난 7월 동아에코빌 아파트는 한 업체와 ‘개별난방 전환공사 도급 계약’을 맺으면서 ‘동행(同幸) 계약서’를 썼다. 도급인인 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는 ‘동(同)’으로, 수급인인 업체는 ‘행(幸)’으로 계약서에 서명했다. 장씨는 “함께 행복하자는 뜻인 ‘동행(同幸)’을 쓰자는 데 입주민들도 흔쾌히 의견을 같이했다”고 말했다. 그는 “서로 필요에 의해 맺는 계약이니까 누가 더 위에 있고, 아래 있고 하는 관계가 아니다”라며 “갑을 논란은 ‘갑질’ 하는 사람들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동행 계약서’를 관할 지자체인 성북구에서도 도입하기로 했다. http://me2.do/xinLMbtG
- [ 원전 고위직, 사고나도 현장 안간다? ] 원자력발전소 설비와 운영을 담당하는 한국수력원자력 고위직들의 피폭선량이 0에 가까운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전정희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16일 “한전으로부터 분사한 2002년부터 올해 8월까지 13년8개월 동안 한수원 원자력직군 1(갑)직급 23명의 누적 피폭선량을 조사한 결과 23명 중 9명이 0m㏜(밀리시버트)로 측정됐다”며 “원전 안전의 총 책임자인 이들이 현장 확인 점검을 제대로 안 했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원전 설비의 안전과 정비 등을 총괄하는 엔지니어링본부의 수장과 원전 현장의 총괄 책임자인 발전소장 3명이 이들 9명에 포함됐다. 방사선에 노출될 기회가 없었거나 노출됐다고 하더라도 미미한 수준에 그친 것이다. 13년 동안의 누적 피폭선량이 거의 없다시피한 가장 큰 이유는 원전 현장을 관리하는 고위 인사들의 현장 근무 경력이 짧았기 때문이다. 엔지니어링본부장은 3.3년을, 품질보증실장은 2.4년을 근무하는 데 그쳤다. 특히 조사대상인 원전 현장 고위직 23명은 현 보직으로 부임하기 시작한 2013년 이후 매년 피폭선량이 0m㏜를 기록했다. 2012년 이후로만 43건의 원자로 정지 사고가 발생하고 이 중 6건은 방사능 누출 구역의 장비 오작동이 원인이 됐지만 최고 책임자들은 현장에 없었던 셈이다. http://me2.do/xVeRy5rw
- [ 죽음 부른 개인정보 유출 ] 애슐리메디슨이라는 사이트가 해킹되면서 2명의 회원이 자살했다. 깁슨이라는 목사가 그중 한 명이다. 불륜 사이트 회원 3700만명의 개인정보가 인터넷상에서 만인의 공유물이 됐다. 특히 각 회원이 그동안 사이트에서 결제한 금액까지 상세히 공개됐다. 7000억원의 소송이 시작됐고, “배우자나 연인에게 알리겠다”는 협박 e메일 등 2차 범죄가 극성이고, 이혼소송이 줄을 잇고 있다. 한국인도 20만명이 가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와중에 저스틴 월퍼 미시간대 교수는 이번 사태로 80여만쌍이 이혼할 것이라는 계량학적 통계를 내놓아 눈길을 끌었다. ‘해커묵시록’의 저자인 최희원 인터넷진흥원 수석연구위원은 “불행하게도 한국에는 애슐리메디슨 사이트를 뛰어넘는 노골적인 유사 성매매 사이트가 인터넷에 차고 넘친다. 애인대행, 여행도우미, 스폰서를 구해준다는 자상한 명목을 내세운다. 이런 업체들이 해킹을 당하고, 회원들의 결제내용이 인터넷상에서 공개된다면 애슐리메디슨 못지않은 파장을 일으킬 것이다. 유사 성매매 사이트들의 경우 초보적인 보안시스템조차 제대로 갖추고 있을 리 없고, 인터넷에서 구할 수 있는 해킹프로그램으로도 쉽게 ‘뚫릴 수’ 있는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애슐리메디슨 사태는 그 진원지가 수치심과 모욕을 감당해야 하는 비도덕적 사이트라는 데서 심각한 후폭풍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었다”라고 말한다. http://me2.do/5kIPUFIA- [ ‘옥에 티’가 맞다 ] ‘옥에 티’일까, ‘옥의 티’일까? ‘아무리 훌륭한 사람이나 물건이라 하여도 작은 흠이 있다’란 뜻으로 쓰이는 속담은 ‘옥에 티’다. 그런데 말법대로라면 ‘옥의 티’가 맞는 말이다. 앞 명사가 ‘의’ 뒤에 있는 명사를 꾸며주는 구실을 하는 구조여서다. ‘하늘의 별 따기’ ‘그림의 떡’에서 쓰인 ‘의’가 그렇다. ‘옥에 티’는 ‘옥에 티가 있다’란 관용적 표현에서 서술어 ‘있다’가 생략된 것이다. ‘만에 하나’나 ‘열에 아홉’도 ‘만 개 가운데에 하나’ ‘열 개 중에 아홉’이라는 말에서 나온 것으로 보고 관용적으로 ‘에’를 쓴다. 단순히 옥 속에 있는 티를 가리킬 땐 ‘옥의 티’로 쓰면 된다. 경향신문 교열부 김선경 기자는 “그럼 ‘하늘에 떠 있는 별을 딴다’가 줄어 ‘하늘에 별 따기’가 된 것으로 볼 수 있지 않으냐고 되물을 수도 있겠다. ‘하늘의 별 따기’는 ‘하늘의 별’이 하나의 단어처럼 연결된 관용구로 본다. ‘그림의 떡’ ‘천만의 말씀’도 마찬가지다. 연결성이 강한 ‘별의별’ ‘반의반’은 아예 단어로 굳어졌다. 비유적 의미가 아니라 ‘하늘에 별이 참 많다’처럼 장소 개념으로 쓴다면 ‘에’로 적는다”고 알려준다. http://me2.do/x8MkPvFm
- [ 돈 앞에 공허한 문화 융성 ] 모든 생명체의 공통점을 꼽으라면 우선 공포를 들 수 있다고 한다. 그 공포는 생존을 위협하는 것으로부터 자신을 지키려는 본능에서 나온 것이다. 진화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에 의하면 인간은 이른바 ‘생존 기계’에 해당한다. 인간이란 이 세상에서 육체적으로 계속해서 존재하려는 욕망, 즉 육체적 생존의 욕망을 지닌 존재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육체 밖의 공포와 불안을 극복하면서 자신의 생명을 보존하려는 치열한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삶이며 그렇기에 살아있는 존재는 본질적으로 자신의 모든 힘을 다해 지금의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싸우는 역동적 시스템에 해당한다. 미술평론가인 박영택 경기대 교수는 “오늘날 한국 사회는 ‘경제성장만이 유일한 살길이라는 이데올로기가 사회적 합의를 거쳐 개인의 내면에 깊숙이 뿌리’를 내렸다. IMF라는 경제적 상황 앞에서 경제적 논리에 따라서만 생각하고 행동하는 인간들과 그들의 신자유주의 체제 속에서 재편되었다. 무한경쟁과 자본의 논리만이 삶의 척도가 된 것이다. 그에 따라 극도의 경쟁사회가 낳은 불안이 다양한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지금 한국 미술계는 오로지 미술시장에만 관심이 쏠려 있다. 미술은 오로지 시장과 자본의 논리 속에서만 이해되고 유통된다. 이를 부정하기 어렵다. 대다수 작가들은 시장에서 팔리는, 팔릴 수 있다고 여겨지는 작품을 만드는 데 여념이 없는 장인, 인테리어 수공업자들로 전락되었다. 그래서 극사실적이거나 디자인적인 그림, 정교한 기교와 방법론으로 무장된 작업 등이 살아남는다. 언론과 저널 역시 오로지 미술품 가격과 시장 동향만이 초미의 관심이고 그것이 미술의 전부가 된 지 오래되었다. 이 황량하고 을씨년스러운 미술계의 현실 위로 문화융성이니 문화경쟁력이니 창조니 어쩌고 하는 해괴한 수사들이 그저 공허할 뿐이다”라고 말한다. http://me2.do/FOAR1cx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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