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5월 5일 경향신문

- [ 박근혜 대통령의 죄 ] 대통령은 세월호 침몰 34일째 대국민담화를 발표했다. 나름대로 비장하고 절절하다. “그들을 지켜주지 못하고, 그 가족들의 여행길을 지켜주지 못해 대통령으로서 비애감이 듭니다. 이번 사고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최종 책임은 대통령인 저에게 있습니다.” 지난해 5월19일 그 담화 발표 이후, 세월호 침몰과 수백명의 희생에 대해 지금까지 대통령은 잘 대처하지 못한 최종 책임을 지고 있는 것일까? 과연 자신의 말을 얼마나 잘 지키고 있을까? 허상수 지속가능한사회연구소장은 “혹시 대통령 자신부터 ‘부작위의 죄악’을 저지르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부작위의 죄’란 누군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죄’를 뜻합니다. 대통령은 헌법을 준수해야 할 의무를 지닌 대단히 특별한 절대 권력을 지닌 직위이지요. 마땅히 국민 생명과 재산뿐만 아니라 국토방위와 국가이익을 수호해야 할 막중한 직에 있습니다. 그렇다면 대통령은 물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었던 수많은 국민을 구조하고, 재산을 보호해야 하는 데 모든 권한과 권력을 행사해야 함에도 전혀 그렇지 못한 엄청난 죄를 저지른 게 아닌가요?”라고 말한다. http://goo.gl/avk8oz

- [ 새정치민주연합에 없는 세가지 ] 새정치민주연합에는 세 후보가 있다. 대권후보로서 문재인 대표, 안철수 의원, 박원순 시장을 일컫는 말이다. 진보진영에는 이상한 낙관주의가 있는데, 그중 하나가 2017년 대선 필승론이다. 보수정권 10년이라 바뀔 때가 됐고, 새누리당의 후보군이 마이너리그라면 새정치민주연합은 메이저리그라는 게 그 이유다. 여론조사를 보면, 야권 후보들이 여권 후보들에 비해 강세인 건 사실이다. 하지만 야권 후보들의 우위가 사라지고 있다. 여론조사에서의 미세한 우세는 그야말로 허망한 착시다. 안철수-박원순은 추억이 됐고, 다시 문재인 대표가 부상했지만 4·29 보궐선거 완패 이후 하락세로 돌아섰다.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은 “새정치민주연합에는 세 가지가 없다. 새정치도 없고, 민주도 없고, 연합도 없다. 새정치란 낡은 질서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변화하는 한편 무엇보다 보통사람들의 먹고사는 문제를 중심 의제로 삼는 정치다. 새정치민주연합에는 이런 새정치가 보이지 않는다. 민주도 없다. 정당에서 ‘민’은 당원이고 지지자다. 그런데 중요한 대목마다 다수를 이루는 이들은 소외되고 있는 반면 소수의 국회의원들만이 ‘주’로서 모든 의사결정을 독점하고 있다. 이건 명백히 반민주적이다”라고 말한다. http://goo.gl/sKNMFj

[ 너무 일찍 달리면 엎어진다 ] 1987년 직선제 이래 대선을 3년쯤 앞두고 지지율 선두를 차지했던 정치인 중 실제 대권에 오른 이는 박근혜 대통령(이하 경칭 생략) 한 명밖에 없다.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중 누구도 대선 2~3년 전에 지지율 선두를 달린 적이 없다. 1990년 김영삼은 초라한 제3당을 이끌고 ‘호랑이 굴’(3당 합당)로 들어가 위험한 줄타기를 하고 있었다. 1995년 김대중은 정계은퇴 상태였다. 2000년에는 이회창이 철통의 대세론을 구축했고, 당시 노무현은 6위권을 오르내렸다. 18대 대선을 2년여 앞둔 2005년 여론조사에선 고건의 지지율이 가장 높았고, 야당인 한나라당에서 이명박은 박근혜에게도 뒤처졌다. 대선을 2년 이상 앞둔 시점에서 지지율 1위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 것은 박근혜가 유일하다. ‘아버지(박정희) 상징자본’으로 콘크리트 지지층을 보유한 박근혜는 예외적인 경우다. 양권모 경향신문 논설위원은 “4·29 재·보선 승리를 업고 새누리당 김무성이 부동의 1위를 달리던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을 제치고 차기 대권 지지율 1위를 기록했다고 한다. 반짝 상승인지, 대세의 시발인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분명한 건 지지율에 취해 ‘성공의 함정’에 빠진다면 ‘대선 3년 전 1등 후보 필패’의 전철을 밟는다는 경험칙이다. 지지율에 도취한 자만의 산물인 선거 참패로 한순간에 흔들리는 문재인이 생생한 거울이다”라고 말한다. http://goo.gl/acloji

- [ 꽃가루의 습격 ] 강풍이 불어닥친 5월 4일 경기 수원 광교산 숲에서 일어난 송홧가루가 강한 바람을 타고 아파트 단지로 향하고 있다. 산불 연기 피어오르듯 꽃가루가 하늘을 뒤덮고 있다. 사진만 보고도 비염이 악화되고 재채기가 나올 것 같다. 경향신문 사진부 이준헌 기자가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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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5월 4일 경향신문

- [ 일본의 식육(食育)을 배우자 ] 일본은 2005년 의원입법으로 ‘식육(食育)법’을 제정했다. 식육(食育)이란 새로운 개념인데, 교육(敎育)의 한자가 가르칠 교(敎)에 기를 육(育)인데, 이를 먹을, 밥 식(食)으로 바꿨다. 음식교육을 보다 적극적인 의미로 개념화한 것으로 먹는 것, 운동하는 것, 친환경농산품 학교급식 등에 중점을 두고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어린이들이 학교에서 어떤 걸 먹어야 하는지에 대해 공부하고, 왜 먹어야 하는지를 공부하며, 인스턴트가 아닌 음식의 참맛을 느끼도록 도와준다. 이러한 정책은 제대로 먹어야 질병 없이 일하다 잘 죽을 수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시작되었다. 만화평론가인 박인하 청강문화산업대 교수는 “급식을 교육에서 분리해 급식비용을 누가 낼 것인가의 문제로만 접근하면 결국엔 이기심을 자극하는 세금 논쟁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진짜 중요한 건 급식이 교육 체계 안으로 편입되는 일이다. 급식의 핵심 이슈가 밥값이 아니라 교육이 되어야 한다. 학교에서 어떻게, 무엇을 먹을 건가에 대해 공부하고 그에 걸맞은 급식을 먹을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한다. 그리고 아주 당연하게 공교육에는 예산을 사용해야 한다”고 말한다. http://goo.gl/vGdCkq

- [ 북 김정은, 아버지처럼… ] 경향신문 1면에 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사진이 실렸다. 김정은 제1비서가 새로 건설된 국가우주개발국 위성관제종합지휘소를 현지지도했다는 내용이다. 위성관제종합지휘소는 북한의 인공위성 등 장거리 로켓 발사 기술을 총괄하는 기구다. 건물 로비에 걸려있는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의 그림 속 포즈와 김정은 제1비서의 포즈가 판박이다. 피는 못 속이는 건지 연출된 것인지는 알수 없지만 대를 이은 로켓 사랑을 느낄수 있다.  

- [ 흔해 빠진 ‘철쭉’의 재발견 ] 너무 흔하면 귀한 줄 모른다. 봄날 온 산야를 붉게 물들이는 철쭉이 그런 경우다. 진달래에 연이어 연분홍 꽃이 핀다고 해서 ‘연달래’라고도 부르는 철쭉은 우리에게는 흔하지만 세계적으로는 만주 일대와 한반도에서만 볼 수 있는 귀한 종이다. 철쭉이 세계에 알려진 것은 1854년 러시아 함대가 동해안에서 채집한 표본을 연구해 러시아 식물학자 막시모비치(C.J.Maximowicz, 1827~1891)가 1870년 신종으로 발표하면서다. 특히 산철쭉은 세계적으로 한반도와 일본 대마도에만 분포하는 우리의 특산 식물이다. 영문명도 ‘코리안 아젤레아(Korean Azalea)’다. 신동호 경향신문 논설위원은 “철쭉을 봄꽃의 제왕이다. 매화, 개나리, 벚꽃 등보다 종류나 숫자가 많고 꽃이 피는 기간이 훨씬 길다. 철쭉은 솔잎에서 나오는 타감물질 때문에 다른 식물이 잘 살지 못하는 소나무 숲에서도 끄떡없이 자란다. 공해가 심한 근교 산의 산성 흙에서도 잘 견딘다. 백두산 꼭대기부터 야산까지 봄을 맞이하고 즐기고 보내는 길목에 늘 피어 있는 꽃이다. 철쭉을 무궁화에 이은 ‘제2의 국화(國花)’로 삼자는 주장도 있다”고 말한다. http://goo.gl/Qh8d5v

- [ 문제는 질문이다 ] 모 방송국에서 방영했던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인문학 강의에서 베르베르는 크게 세 가지 질문을 던진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무엇이 되고 싶은가? 나는 어떻게 죽고 싶은가? 김진우 건국대 실내디자인학과 교수는 수업시간에 학생들과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인문학 강의를 보고 작가가 던진 세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써 내도록 했다. “나는 신은 안 믿지만 하늘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 “사회에 흥미로운 기여를 하고 싶은 사람” “부모님보다 늦게 죽음을 맞이하고 싶다” 등 창의적인 답변이 쏟아졌다. 김진우 교수는 “결국 질문이 문제였다. 아이들의 상상력을 응원하고 감수성을 키울 수 있는 것은, 아이들 스스로 고민하고 찾을 수 있게 도와주는 창의적인 질문들이다”라며 교육자의 창의를 강조한다. http://goo.gl/XRPKOG

- [ 인도 경제 성장, 중국 제치나 ] 지난 4월 14일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인도 경제성장률이 7.5%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런 성장률을 이루면 중국(6.8%)을 앞서게 된다. 내년은 격차가 더 벌어진다. 내년 인도 성장률은 7.5%, 중국은 6.3%로 예측됐다. 올해 ‘슈퍼 코끼리’(인도)가 ‘용’(중국)을 앞서는 ‘터닝포인트’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박정호 KDI 전문연구원은 인도는 한국에게 아주 매력적인 시장이라며 “인도가 한국에 매력적인 시장으로 평가받은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면적은 우리나라(남한 기준)의 33배다. 가파른 경제성장으로 12억 인구 중 중산층 소비자가 3억명에 달한다. 100만명 이상이 거주하는 도시도 63개나 된다. 특히 인도 시장을 주목해야 할 이유는 인구 구조에 있다. 전체 인구 중 50% 이상이 25세 이하로 세계에서 가장 젊은 소비자들이 모여 있는 미래지향적인 시장이다. 2020년 기준으로 평균연령이 유럽 45세, 일본 48세, 중국과 미국이 37세인 데 반해 인도는 29세에 불과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장기 전망에 따르면 2060년쯤 인도의 구매력평가(PPP) 기준 GDP는 전 세계의 18%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한다. http://goo.gl/DQ7Qv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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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5월 2일 경향신문

- [ 가정의 달, 꽃보다 돈 ] 5월 가정의달을 맞아 부모와 자식 간에 ‘주고 싶은 선물’과 ‘받고 싶은 선물’ 사이에 차이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부모들은 5월5일 어린이날 자녀들이 싫어할 것을 알면서도 책을 선물하려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모들은 5월8일 어버이날 카네이션 꽃보다 현금을 원했다. 유치원 재학 이상 자녀를 둔 부모들이 가장 주고 싶은 선물은 책이었다. 옷, 조립완구, 현금 등이 뒤를 이었다. 자녀에게 주기 싫은 선물로는 스마트폰과 태블릿PC를 꼽았다. 반면 부모들은 자녀가 받고 싶어하지 않을 선물로는 운동기구와 책, 상품권 등을 예상했다. 결국 부모들은 자녀가 싫어할 것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책을 선물하고 싶어하는 셈이다. 부모가 원하는 어버이날 선물은 무엇일까. 응답자의 56%가 현금이라고 답했다. 이어 마음을 담은 편지·카드 18%, 효도 관광 14%, 가전제품 8%, 공연·영화 티켓 4%였다. 어버이날을 상징하는 카네이션을 택한 사람은 단 1명도 없었다. http://goo.gl/2EIUF7

- [ 한국외대, 학생보다 부모가 더 궁금? ] 한국외국어대학교가 국회의원, 군 장성, 판검사 등 정·관계 및 법조계 고위인사나 기업 대표, 대기업 임원 등 부유층 부모를 둔 학생과 부모의 명단을 만들어 관리하려 한 사실이 확인됐다. 파악 대상이 된 ‘주요 학부모’는 제한적이고 구체적이었다. 공문은 고위공무원, 국회의원, 의사, 법조계, 대기업, 일반기업 등 6개 분류기준을 제시했다. 고위공무원은 ‘2급 이사관 이상’이라는 기준을 제시했고, 중앙부처 국장, 기초자치단체장, 국군 준장(1성 장군) 이상, 구청장 등이 포함됐다. 의사는 종합병원 과장 이상, 법조계는 판검사, 변호사였다. 대기업은 임원(상무), 일반기업은 대표(사장) 이상이라는 기준이 적용됐다. 기타로는 “학과장 판단으로 학교 발전에 도움 될 수 있는 학부모”를 제시했다. 학교 측은 학교 발전을 위한 자문을 구하고 기부금을 받기 위한 것이라고 했지만 학생들은 학생들 사이에 위화감을 조성하는 행위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http://goo.gl/g8Tvkz

- [ 사랑받을 때 도취되지 말라 ] “사랑받은 사람보다 사랑한 사람이 더 많이 성장하지요” 경향신문 연중기획 ‘심리톡톡-사랑에 관하여’ 4월 강연은 <정희진처럼 읽기> <페미니즘의 도전>의 저자 정희진씨가 ‘사랑과 권력’을 주제로 진행했다. 핵심을 찌르는 힘을 가진 글쓰기로 사랑받아온 그의 ‘사랑 이야기’는 역시 달콤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예리했다. 권력관계·제도·정상과 비정상·윤리 등 연애와 잘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단어들이 내내 이어졌고 달랑 칠판만 가지고 진행됐는데도 80여명의 참석자들은 그의 호흡을 따라가며 자주 웃음을 터뜨렸다. 정희진씨는 강연에서 “사랑받는 것을 당연시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면서 “사랑받을 때 도취되지 않고, 사랑받지 못했을 때도 자존감을 잃지 않는 인간이 가장 성숙한 사람일 것”이라고 말했다. <정희진의 ‘사랑과 권력’ 강연 전문 보기> http://goo.gl/65IAqK

- [ 여친의 마음을 알고 싶다면… ] 음식은 인간이 삶을 영위하는 데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단순히 살기 위해 먹는다는 차원을 넘어, 한 사람의 삶을 ‘특징짓는’ 상징적 기능도 담당한다. 주위와 다양한 관계를 맺을 때도 음식은 중요한 매개체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연구하는 사회학에서 음식에 주목하는 건 이 때문이다.<음식과 먹기의 사회학>은 호주의 여류 사회학자 데버러 럽턴이 1996년에 펴냈다. 약 20년 만에 국내에 소개되지만 ‘옛날 얘기’라는 느낌은 없다. 옮긴이 박형신의 말처럼 ‘엄격한 사회학자의 분석에 고개를 끄덕이다가 자신의 이야기라는 착각에 빠지기도 하고, 자신의 음식과 관련한 회상에 잠기게’ 되기 때문이다. 책을 읽다 보면 가족, 직장 동료와 식사를 하다가 겪었던 일들이 떠오르면서 ‘아, 그래서 그는 이렇게 행동했구나’ ‘나만 유별나서 그렇게 생각한 건 아니었구나’ 등을 깨닫게 된다. 먹는 행위를 둘러싼 크고 작은 풍경에서 갈등과 조화를 반복하며 발전하는 사회의 모습까지 떠올릴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신간 <음식과 먹기의 사회학(한울)> http://goo.gl/oewYpR

- [ 아직, 그녀의 시계는 4시16분… ] 세월호 참사로 동생 윤민이를 잃은 최윤아씨는 지난 1년을 그림으로 버텨왔다. 윤민이는 고등학생이 돼서도 천둥 치는 밤이면 잠을 자지 못하고 여섯 살, 네 살 위 언니들을 찾았다. 막내라고 귀염만 받고 자라 반찬 투정도 잦았다. 고기 반찬 없다고 입을 삐죽이는 건 세 자매 중 윤민이밖에 없었다. 최윤아씨(24)는 겁 많고 투정 많은 막내동생이 좋았다. 남자친구보다 윤민이를 먼저 찾았다. 2014년 4월16일. 윤민이를 윤아씨는 윤민이를 잃었다. 분홍색 바탕에 흰 꽃무늬. 발톱에 곱게 칠한 매니큐어를 그대로 남긴 채 동생은 시신이 되어 돌아왔다. 윤아씨의 시계바늘은 지금도 4시16분에 머물러 있다. 윤아씨는 “지금 제 시계는 4시16분에 멈춰 있지만 언젠가 바닷속 세월호가 떠오르는 것처럼 진실 역시 떠오를 거라고 생각해요. 저는 그 시간을 기다리고 있어요”라고 말한다. http://goo.gl/3Xhk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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