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3월 31 경향신문

- [ 금리인하의 역습 ] 형태의 보조금을 일부 가계채무자에게 제공할 때 실제 실속을 챙기는 것은 부동산 소유자다. 벼 재배농가의 소득을 지원하기 위해 시행한 쌀 직접지불금을 논을 빌려준 지주가 전부 가로채거나 농지임대료를 올려 일부 가로채고, 이를 배경으로 농지가격이 올라간다. 어린이집에 보육료를 지원하니까 어린이집에 높은 프리미엄, 즉 권리금이 붙어서 거래된다. 이른바 보조금의 자본화 현상이다. 금리 인하 조치에 힘입어 저리로 대출받아 주택을 구입하려는 사람이 늘어나면 주택가격이 상승한다. 전세를 놓던 사람도 이자가 싸니까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고 주택임차가구는 높은 월세 부담을 지게 된다. 장상환 경상대 교수는 “금리 인하는 자산가격 상승을 통해 자산소유자의 부를 키워주는 한편 주택 전·월세와 상가임대료 상승으로 주택임차 서민과 상가임차 자영업자들을 괴롭힌다. 자산불평등을 심화시킨다”라고 지적한다. http://goo.gl/pMo8Hq

- [ 사장님 편드는 ‘괴물’ ] 노사정위가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논의하고 있다. 비정규직 사용기간 2년 제한은 고용불안을 야기하니 조건을 달아 4년으로 연장하자, 파견 관련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 직무와 숙련에 기초한 임금체계로 개편하자…. 정부의 친(親)자본 편향을 꼭 빼다 박았다. 결국 사장님들이 기간제와 파견노동자를 대량 양산하고 자유롭게 쓰다가 해고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것이다. 오민규 비정규직노조연대회의 정책위원은 드라마 ‘미생’의 등장인물에 비유해 “갓 입사한 장그래에겐 최저임금만 주는 직무급제, 숙련이 높아진 김 대리에겐 성과급제, 근속이 오래된 오 과장에겐 임금피크제라는 ‘3종 선물세트’가 주어진다”고 말한다. 노사정 합의가 이뤄지면 국무회의와 국회에서는 더 흉측한 괴물들을 만들어낼 것이고, 사장님들은 법·제도를 악용해 온갖 잡귀들을 만들어낼 까 두렵다. http://goo.gl/RVPKeD

 - [ 당신의 가난을 증명하시오 ] 홍준표 경남지사가 무상급식 지원을 중단하고 추진하는 ‘서민 자녀 교육지원 사업’ 신청이 극히 저조하다. 신청 마감일을 사흘 앞두고 있지만 지원 대상자 중 26%만 접수를 끝냈다. 학부모들이 홍보 부족으로 지원대상 기준을 잘 모르거나 소위 가난을 증명해야 하는 구비서류가 너무 많고 신청 절차도 복잡하기 때문이다. 전세 자금을 대출받아 전세로 거주하고 차량을 한 대 소유하고 있으며 부인이 자영업을 하는 일용직근로자의 경우, 읍·면·동에 비치된 필수작성 서류 5가지와 함께 신청인이 따로 준비해야 할 서류 9가지 등 모두 14가지를 제출해야 한다. 연간 50만원을 받으려고 소송 수준의 서류를 준비해야 하니, 복잡한 절차에 상담하다가 신청을 포기하는 사람도 있다. http://goo.gl/15QuLs 

- [ 이억만리엔 ‘화성’이 있다 ] 박근혜 대통령이 ‘나라가 텅 비도록, 젊은이들은 모두 중동에 가라’고 하자 갑자기 ‘이억만리 중동’이란 말이 인터넷에 올라왔다. 바른 표현은 이역만리(異域萬里)다.  ‘만리나 떨어진 다른 지역, 즉 외국’임을 뜻한다. 이억만리는 억만리(里)의 두 배인 二億萬里일 것이다. 10리가 4㎞쯤이니, 이억만리라면 8000만km가 될 것이다. 어느 정도 거리일까. 1997년 7월 5일 무인 우주탐사선 패스파인더 호가 8000만킬로미터를 날아간 끝에 도착한 곳은 화성이다. http://goo.gl/Uhk6GK

 

 

Posted by jinokorea

2015년 3월 30일 경향신문

- [ 홍준표 경남지사의 과거 ] 태조 이성계와 무학 대사가 면담자리. 태조가 “내가 자세히 보니 대사 모습이 마치 돼지 같구려”라고 하자, 무학 대사는 “대왕께서는 부처님같이 생기셨습니다”라고 말했다. 놀란 태조는 “농을 했는데, 어찌 덕담을 하시오”라고 물었다. 무학 대사가 답했다. “시안견유시 불안견유불의(豕眼見惟豕 佛眼見惟佛矣)” 돼지 눈에는 돼지만 보이고, 부처 눈에는 부처만 보인다는 말이다. 영어 표현 중 ‘It takes one to know one’이라는 게 있다. 비난하는 사람이 비난받은 사람의 결점을 가졌다는 뜻이다. 우리 속담으로 치면 ‘개 눈에는 똥만 보인다’는 말과 통한다. 모두 자신의 처지, 눈높이에서 사물을 바라본다. 아무리 배움을 쌓고 경험을 많이 하더라도 현재 자신의 처지에 맞춰 세상을 바라본다. 최우규 경향신문 산업부장이 칼럼을 통해 홍준표 경남지사의 과거를 공개했다. “홍준표 경남지사는 어려서 가난했다. 중학교 시절 도시락을 쌀 수 없어 점심 시간에 수돗물로 배를 채웠다. 당초 육군사관학교로 가려다 법대-검사로 진로를 바꿨다. 아버지가 비료를 훔쳤다는 누명을 쓰면서다. 검사는 권력을 쥔 사람들이 저지르는 범죄를 처단하고 억울한 사람들의 하소연을 들어줄 수 있을 것이라는 이유 때문이었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권력을 쥔 그는 가난한 아이들에게 ‘가난 증명서’를 요구하고 있다. http://goo.gl/4M5JoW

- [ 문재인은 곰이다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62)가 29일 당 대표 취임 50일을 맞았다. 그는 단군신화에 나오는 곰을 자신과 당에 비유하면서 “50일간 마늘과 쑥만 먹었다”고 말했다. ‘유능한 경제정당’과 ‘안보정당’으로의 당 체질 변화를 하려고 노력한 점을 강조한 것이다. 문 대표는 “국민 눈높이에 맞게 변화하려면 마늘과 쑥만 먹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이제 겨우 꺼져가는 불씨를 되살려낸 정도로, 이것을 활활 타오르게끔 저희가 더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같은 경제기조로는 오히려 절망적인 ‘국민 부도 시대’가 될지도 모른다”고 박근혜 정부를 직격했다. http://goo.gl/yrsrqO 

- [ 검색보다 사색을 ] 2500년 전 붓다는 왕자로 태어나 풍요로운 삶을 살면서도 ‘지금 이렇게 사는 것이 옳은가’라는 의문을 품었다. 그는 고착된 생각, 굳어진 관습, 잘못된 삶의 행태와 완전히 결별하면서 위대해졌다. 붓다는 ‘나의 말도 의심하라’고 가르치며 ‘사유’하는 삶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석종 경향신문 논설위원은 “붓다의 가르침은 지금같은 검색의 시대에 더욱 유효한 게 아닐까. 손끝에서 이루어지는 검색으로 남의 지식을 빌려올 수는 있어도 생각의 힘, 지혜를 키울 수는 없기 때문이다”라며 전남 해남 일지암의 법인 스님의 저서 <검색의 시대, 사유의 회복>속 한 구절을 들려준다 “검색으로 상징되는 고착화된 생각에서 벗어나 내적인 성찰로 마음을 돌릴 때 진정한 행복과 성숙한 삶에 도달할 수 있다” http://goo.gl/cdh37d

- [ 중국 위안화가 기축통화 되나 ] 1944년 7월 미국 뉴햄프셔 주 브레턴우즈의 마운트 워싱턴호텔에서 20세기 가장 역사적인 국제회의가 열린다. 바로 거기서 미국의 달러는 전 세계 화폐를 대표하는 기축통화(reserve currency)로 결정된다. 이를 통괄하기 위해 IMF와 IBRD 등의 세계은행도 설립된다. 미국의 패권은 여기서 시작됐다. 달러로 세계를 제패하는 것은 분명 꿀처럼 달콤한 일이지만 거기엔 독이 있었다. 이를 정확히 간파한 사람이 있었으니 벨기에 태생의 미국 경제학자 로버트 트리핀이다. 그는 달러가 기축통화가 된 이상 전 세계에서 사용되어야 하기에 충분한 유동성이 공급되어야 하고, 그것은 무역을 통해 가능함으로 결국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는 갈수록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봤다. 이를 막으려면 달러의 유동성이 공급되지 못하니, 결국 기축통화의 지이를 누리려면 만성 적자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달러가 이렇게 계속 공급되면 가치는 하락하고 결국 기축통화로서 달러의 신뢰도는 하락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미국으로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딜레마에 빠진다는 이른바 ‘트리핀의 딜레마’다. 사회학자 김광기 경북대 교수는 “결국 그 과정의 끝은 기축통화인 달러의 종말이다. 미국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제3차 양적완화(QE)를 통해 엄청나게 달러를 찍어 냈다. 달러의 수명 단축에 기름을 부은 격이다. 이를 국제사회가 눈치채지 못했을 리 없다”고 말한다.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이 왜 생겨났는지 알게됐다. http://goo.gl/sdKuwD

- [ 의료계 일자리 ‘중증 불임’ 상태 ] 정부는 일자리 창출을 위해 노력하면서도, 일자리 블루칩인 의료계에 별 관심을 두지 않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최근 통계에 따르면, 한국 병원은 한 병상당 종사자 수가 0.5명에 불과한 데 반해, 다른 국가들의 평균은 3.7명으로 한국의 7.6배에 달한다. 미국 6.4명, 영국은 7.6명이나 된다. 만약, 한국 병원이 OECD 평균까지 종사자 수가 늘어난다면, 산술적으로 185만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질 수 있다. 이진석 서울대 의대 교수는 “의료 분야 일자리의 몸통은 전체 의료 인력의 95%를 고용하고 있는 병·의원이다. 여기서 일자리의 숨통이 트여야 한다. 그런데 한국의 병·의원은 일자리에 관한 한, 중증 불임 상태”라고 말한다. 드리고 그 주요 이유로 두가지를 꼽는다. 첫째 선진국에서는 기본 입원서비스로 제공하는 환자 간병을 가족에게 떠넘기고 있기 때문이다. 둘째 원인은 건강보험이 병·의원에 돈을 주는 방식에 있다. 사람값에 해당하는 진료비·수술비는 원가에 못 미칠 수준으로 박하고, 기계값에 해당하는 건사료는 비싸다. 병·의원 입장에서 더 많은 인력, 더 좋은 인력을 쓸 이유가 없다. 기계 한 대 더 들이는 것이 훨씬 이득이다. 일자리가 생겨날 재간이 없다. http://goo.gl/kn6OY6

 

 

Posted by jinokorea

2015년 3월 28일 경향신문

- [ 아이를 낳지 않는 진짜 이유 ] 일제시대를 살았던 할머니 세대는 10명씩 낳아 기르는 일이 허다했다. 일생을 출산과 육아에 바치신 셈이며, 그것이 여성의 ‘좋은 삶’이라고 여기는 인생관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한강의 기적’ 시절을 살아오신 우리 어머니 세대는 보통 3명을 낳아 기르는 일이 많았다. 복지도 육아 시설도 마땅치 않던 그 시절에 3명을 혼자 기르는 일은 엄청난 일이었을 것이다. 할머니 세대만큼은 아니어도 어머니 세대 또한 출산과 육아를 자신의 ‘좋은 삶’의 내용으로 여기셨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 한국 자본주의에서 생존하느라 버둥거리고 있는 우리 세대의 여성들은 2명 혹은 1명을 낳아 기르고 있다. 물질적 조건과 여가 시간을 생각하면 분명히 어머니와 할머니 세대보다 월등하지만, 그네들의 ‘좋은 삶’에서 출산과 육아의 의미는 전혀 다른 탓이다. 홍기빈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장은 “어설픈 출산율 캠페인은 물론이고, 몇 가지 보조금 및 수당이나 세금 감면 같은 것들만으로는 출산율 감소라는 지구적 추세를 역전시킬 수 없다. 아이를 낳고 기르는 것이 정말로 여성의 (나아가 모두의) ‘좋은 삶’이 되는 새로운 생활 방식의 비전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http://goo.gl/bzFpM0

- [ 새누리·새정치 ‘운동화 경쟁’ ]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의 첫 맞대결로 관심을 모으고 있는 4·29 재보선을 앞두고 양당의 운동화 경쟁이 눈길을 끈다. 새정치 문재인 대표는 27일 경기 성남 중원구 보궐선거에 출마한 정환석 후보에게 운동화를 전달한 뒤 끈을 매줬다. 앞서 지난 25일 새누리 김무성 대표는 인천에서 4.29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안상수 후보(인천 서구·강화을)에게 운동화를 전달했고 같은 날 새정치 문재인 대표도 인천에서 새누리 안상수 후보와 경쟁 할 신동근 후보에게 공천장과 선전을 기원하는 운동화를 전달했다. 그리고 26일엔 새누리 김무성 대표가 광주 서구을 보궐선거에 출마한 정승 예비후보에게도 운동화를 선물했다. 물론 새누리당은는 빨간색 운동화를 선물했고, 새정치연합은 파란색 운동화를 선물했다. 선거를 앞두고 운동화가 등장한 건 처음이 아니다. 2012년 대선 당시에는 김상민 당시 새누리당 청년본부장은 청년본부 출범식이 끝난 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에게 잘뛰라는 의미로 날개달린 운동화를 신겨 줬다. 새누리당은 한나라당 시절인 2010년 6·2지방선거 때 열심히 뛰자는 의미로 운동화를 지급한 바있다. 당시 새정치연합은 선거가 끝난 뒤 서울시장에 당선된 박원순 시장의 목에 앞으로 열심히 뛰어달라는 의미로 운동화를 목에 걸어 주기도 했다. 운동화 이벤트를 누가 먼저 시작했는지는 중요하지 않고  누가 더 끈을 잘 매줬나도 의미없다. 단지 선거가 끝난 뒤 헌신짝 처럼 버리지 말고 계속 열심히 뛰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27일 경기 성남 중원구 보궐선거에 출마한 정환석 후보에게 운동화를 전달한 뒤 끈을 매주고있다. /연합뉴스

2012년 10월 25일, 당시 김상민 새누리당 청년본부장이 청년본부 출범식이 끝난 뒤 대선에 출마한 박근혜 후보에게 날개달린 운동화를 신겨 주고 있다./경향신문 박민규 기자

- [ 로마 제국을 건설한 ‘맷돌’ ] 인류가 곡물을 가장 중요한 식재료로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기원전 1000년 무렵이다. 중량 대비 영양소의 비율이 가장 높은 곡물은 당시 형성되기 시작한 도시, 국가, 군대를 지탱할 수 있게 했다. 저장이 용이했기 때문에 부의 축적을 가능케 했고 권력의 형성에 영향을 미쳤다. “먹여 살릴 수 있는 능력이 권력을 키웠고, 보리와 밀이 제국을 세웠다.”  로마는 페르시아나 마케도니아와 달리 간소하고 절제된 음식을 선호했다. 이는 전쟁에서도 유리했다. 로마 병사들은 맷돌을 짊어지고 다니며 곡물을 갈아 음식을 해먹었다. 특히 회전식 맷돌의 등장은 로마 군대를 더욱 강하게 만들었다. 기존의 맷돌은 8명이 먹을 곡식을 갈려면 너댓 시간이 필요했지만 회전식 맷돌은 1시간30분 만에 끝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신간 <탐식의 시대(다른세상)> http://goo.gl/rbDaCD

- [ 걷고 싶은 거리의 비밀 ] 테헤란로와 신사동 가로수길 가운데 걷고 싶은 거리를 묻는 다면 대부분 가로수길을 꼽을 것이다. 이유는 이벤트 밀도와 공간의 속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이벤트 밀도는 거리를 걸을 때 낯선 경험을 하는 빈도인데 작은 건물, 아기자기한 가게, 모퉁이와 골목이 많을수록 높아진다. 이벤트 밀도가 높으면 우연성이 커지고 보행자는 그만큼 많은 선택권을 갖는다. 공간의 속도는 사람, 자동차 등 거리를 움직이는 개체의 속도다. 이 속도는 차도 및 인도의 면적, 설치물의 종류에 따라 달라지며 사람이 걷는 속도인 시속 4㎞일 때 가장 호감을 준다. 두 요소를 종합하면 걷고 싶은 거리의 조건을 과학적으로 만들어 낼 수도 있다. 신간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유현준 저·을유문화사)> http://goo.gl/8MfW2T

 

 

Posted by jinokor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