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3월 9일 경향신문
- [ 성매매 못하게 하면 경제 파탄? ] 2004년 성매매특별법 제정을 두고 반대 측은 ‘경제’를 들고 나섰다. 국내총생산(GDP)의 4%에 달하는 성매매 산업이 사라지면 경제 타격이 심대할 것이란 주장이다. 심지어 룸살롱 안주 소비가 줄어 밤 생산 농가가 어려움에 처할 것이란 얘기까지 등장했다. 막상 성매매특별법이 시행되었지만 자영업자들의 줄도산도, 모텔의 파산도 현실로 나타나지는 않았다. 내년 9월부터 시행될 ‘김영란법’을 겨냥해서도 ‘경제적 공포’를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관행적으로 이뤄져온 금품·향응·선물 주고받기가 사라지면 외식업, 백화점, 유통점, 골프장 등이 타격을 입어 내수 침체를 불러올 것이란 주장이다. 술집과 밥집, 선물가게, 꽃집, 화훼농가 등 예의 서민경제 피해도 부각된다. 하지만 세계은행의 ‘국부는 어디에서 오는가’라는 보고서를 보면 그들의 주장은 한심해 보인다. 한 나라의 국부 창출에 핵심적 역할을 하는 것은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이다. 청렴은 신뢰, 윤리와 함께 ‘사회적 자본’의 근간 지표다. 반부패 청렴이 국가경쟁력과 국민소득을 높인다는 실증적 연구 결과는 차고 넘친다. http://goo.gl/r1uXTR
- [ 중앙대는 상아탑인가 학원인가 ] 사실상 취업 잘되는 학과만 유지하겠다는 중앙대학교의 구조조정 계획이 논란을 빚고 있다. 학교 측은 “사회가 요구하는 융·복합형 인재를 길러내기 위해 학과의 벽을 허물고 단과대학 단위로 전공을 운영하는 학사 제도”라고 했지만, 궁극의 목표는 경쟁력 없는 학과를 폐지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다. 융합의 참된 가치는 융합 대상이 각기 든든할 때 현실화될 수 있다. 융·복합형 인재는 다양하고 창의적인 기초 학문 위에서 길러질 수 있다. 인문학이 배재된 기술과 기능만 앞세우는 토대는 융합은 커녕 절름발이 인재를 양산하게 될것이다. 애플 창업주 스티브 잡스는 리드대학 철학과를 중퇴했고, 경영혁신의 대가 피터 드러커도 학부 전공은 법학이다. 멀티미디어 개념의 창시자인 MIT 미디어랩의 니컬러스 네그로폰테도 대학에서 건축학을 전공했다. 한국이 낳은 천재 첼리스트 장한나는 대학원을 철학과로 지원했다. 중앙대 영문과 출신인 이동연 한국예술종합대학 교수는 “모교인 중앙대에서 추진하려는 구조조정안은 융합형 인재를 길러내기는커녕 대학을 단순 취업의 전쟁터로, 학생들을 학점의 노예로 만들 위험이 농후하다. 다양한 지식과 학문 간의 상호 이해와 통섭적 상상력이 융합형 인재를 길러낼 수 있고, 그 출발은 탄탄한 기초학문의 구축에 있다”고 지적한다. http://goo.gl/scLYbx
- [ 개 키우는 리퍼트에게 개고기 선물? ] 흉기로 공격을 당해 입원 중인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의 병실을 찾는 정치인들이 줄을 잇고 있다. 리퍼트 대사의 쾌유를 비는 시민들의 응원도 이어졌다. 그러나 일부 시민과 단체의 열성적인 ‘쾌유 기원’ 행위는 보는 이의 고개를 갸웃거리게 했다. 종교단체·시민단체들은 지난 주말 리퍼트 대사의 쾌유를 비는 집회를 열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한성총회 소속 신도들은 지난 7일 서울 중구 파이낸스빌딩 앞에서 ‘리퍼트 대사 쾌유 기원 및 국가안위를 위한 경배 찬양행사’를 열고 부채춤과 발레, 난타 공연을 펼쳤다. 지난 6일에는 연세대 졸업생이라고 밝힌 70대 남성이 “대사를 위해 선물을 준비했다”며 개고기와 미역국을 병원에 가져왔다. 이 남성은 “대사의 빠른 쾌유를 바라는 의미에서 직접 음식을 가져온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경호팀의 만류로 안내데스크에서 돌아갔다. http://goo.gl/LOMkrh
- [ 우리가 사는 세상은 ‘지옥’이다 ] 경향신문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는 황현산 선생의 <밤이 선생이다>라는 책이 있다. 2009년 말에 선생이 쓴, 당시 시점으로 거의 1년이 다 되어가는 용산참사에 대한 글이 수록 되어있다. 제목은 ‘그 세상의 이름은 무엇일까’. 그 글의 마지막 부분은 이렇게 씌여 있다. “사람들이 억울한 일을 당하면, 사람이 불타면, 사람이 어이없이 죽으면, 사람들은 자기가 그 사람이 아닌 것을 다행으로만 여길 것이다. 그러고는 내일이라도 자신이 그 사람이 될까봐 저마다 몸서리치며 잠자리에 누울 것이다. 그것을 정의라고, 평화라고 부르는 세상이 올 것이다.” 박인하 청강문화산업대 교수는 그 내용에 공감하며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증오와 조롱이 넘치는 이 세상은 지옥이다. 더 악독하게만 변해간다”고 덧붙였다. http://goo.gl/1JsHbb
- [ 대한민국의 ‘욕구’ 수준 ] 실존주의 심리학은 프로이트의 병리적 정신분석학에 대항해 발전한 학문이다. 창시자 아브라함 매슬로는 건강하고 훌륭한 삶을 살아간 사람들을 연구해 ‘인간 욕구 5단계’ 이론을 정립했다. 의식주와 관련된 생리적 욕구, 신체적·정서적 안전에 대한 욕구, 관계 맺기와 소속감을 느끼고자 하는 사회적 욕구, 존경과 명예를 추구하는 자기 존중의 욕구, 마지막으로 자기 실현의 욕구가 그것이다. 그는 하위 욕구가 충족되지 않으면 그보다 상위에 있는 욕구는 생기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매슬로의 욕구 이론을 염두에 두면 우리 사회에 그간 만연해온 비리가 이해된다. 그동안 우리는 의식주와 관련된 생리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단계에 있었던 것은 아닌지… http://goo.gl/e1k36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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