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2월 12일 경향신문

- [ 문재인의 문제는… ] 문재인은 큰길을 벗어나 자주 옆길로 빠진다. 지난 대선 후보 단일화 때 그러더니, 이번 전당대회에서도 경선규칙을 두고 경쟁자와 사생결단의 대결을 했다. 그 때문에 대선에 패배하거나 상처뿐인 영광을 손에 쥔 채 겨우 당대표가 되었다. 대선 패배 직후 차기 대선 불출마 의사를 밝혔다가 번복한 것처럼 결심도 쉽게 한다. 그리고 눈앞의 상황에 잘 휩쓸린다. 세월호 유가족 유민 아빠 동조 단식 때 그랬다. 그건 아마 그의 순수한 연민의 마음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의 단식은 정국의 초점이 되었다. 정치 지도자는 뜨거울 땐 뜨거워야 하지만 냉정할 땐 냉정해야 한다. 정치 지도자에게 기대하는 건 문제 해결이지 문제 제기가 아니다. 이대근 경향신문 논설설위원도 전날 조국 교수에 이어 문재인에게 당부의 말은 전한다. “문재인은 불안한 출발을 했다. 그렇다고 아주 나쁜 것은 아니다. 바람에 흔들리는 작은 가지들에 이끌려 길을 잃지 않으면 당을 바로 세울 수 있다. 그러면 그에게도 기회가 올 것이다. 문재인의 역전극을 기다린다. 굵게 가라.” 이대근 논설위원의 당부처럼 굵게 가야 할 것이다. 굵고 짧게나 가늘고 길게 가려는 것은 꼼수다. 굵고 길게 가려면 이대근 논설위원과 조국 교수가 말한 ‘육참골단(肉斬骨斷)’의 당부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http://goo.gl/PlIw53

[ 듣지 않는 자, 독재자가 된다 ] 사회학자 짐멜에 따르면 눈은 ‘시선의 교환’을 통해 상호성을 가진다. 다른 이의 눈을 보기 위해서는 반드시 자신의 눈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의미에서다. 이에 반해 귀는 듣기만 할 뿐 내어주는 것이 없다. 이러한 청각의 이기주의는 역설적으로 순응주의와 연결된다. 짐멜은 말한다. “귀는 오로지 받아들이기만 하기 때문에 근접한 것은 무엇이든지 가리지 않고 받아들여야 하는 숙명을 안고 있다.” 그래서 청각은 다른 감각들보다 더 정치적이며 위계적 성격을 갖게 된다. 두 사람이 대화할 때 마주 볼 수는 있어도 동시에 들을 수는 없다. 누군가 말할 때 다른 누군가는 들어야만 한다. 한편이 자기 뜻대로 말할 수 있는 반면에 다른 한편은 일방적으로 들어야만 한다면, 둘 사이에는 불가피하게 정치적 권력관계가 성립하고 그것이 독재다. http://goo.gl/kTZwfp

- [ ‘평양감사’는 애초에 없는 말 ] ‘평양 감사도 저 싫으면 그만이다’라는 말이 있다. 아무리 좋은 일이라도 본인이 싫어하면 억지로 시킬수 없다는 뜻으로 쓰인다. 그런제 평양엔 감사가 없었다. 감사는 지금의 도지사에 해당한다. 조선시대 평양은 ‘도’가 아니라 ‘도호부’였고 책임자는 ‘도호부사’였다. ‘평양 감사’의 바른말은 ‘평안 감사’다. 평양과 그 주변을 아울러 이르는 땅이 평안도이고 이곳의 책임자가 ‘평안 감사’였다. ‘산수갑산’도 틀린 말이다. 자신에게 닥쳐올 어떤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어떤 일을 단행할 때 ‘산수갑산에 가는 일이 있어도’라는 말을 쓴다. 하지만 삼수갑산(三水甲山)이라고 써야 맞다. 가장 험한 산골인 ‘삼수’와 조선시대 대표적인 귀양지인 ‘갑산’이 이어붙은 말이기 때문이다. http://goo.gl/wKQFRn

- [ 판사가 익명으로 ‘막말 댓글’ 9500개 ] 현직 부장판사가 2008년부터 최근까지 익명으로 인터넷에 지역감정을 조장하고 비윤리적 혐오성 막말 댓글을 상습적으로 달아온 사실이 확인됐다. 경향신문 취재 결과 수도권 법원에 근무 중인 ㄱ부장판사는 2000년대 중반부터 현재까지 다음·네이버 등 포털사이트에 5개의 서로 다른 아이디와 닉네임을 사용해 뉴스 기사와 다른 사람들의 댓글에 혐오성 댓글 9500개를 달아왔다. 전라도 지역을 상습적으로 비난하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투신의 제왕’으로 묘사하기도 했다. 심지어 자신이 판결을 선고했거나 맡고 있는 사건에 관한 기사에도 댓글을 달았다. http://goo.gl/CZZmiD

현직 판사가 포털사이트에 ‘막말 댓글’ 9500개를 달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 전라도 사람들, 심지어 자신이 재판을 했던 피의자들에게까지 저급한 표현을 써 가며 조롱성 댓글을 달았다. 영종대교에서는 해외토픽에서나 보던 차량 105대 연쇄 추돌 사건이 일어나 2명이 사망하고 60명이 다쳤다. 안개가 살인을 했고, 댓글은 때로 흉기가 된다.

- [ 옛것을 본받아 새것을 창조하라 ] ‘법고창신(法古創新·옛것을 본받아 새로운 것을 창조한다)’은 실학자 연암 박지원이 주창한 탁월한 문장론이다. 연암은 “법고에 집착하면 때묻을 염려가 있고, 창신에만 경도되면 근거가 없어져서 위험하다”고도 했다. 과거없는 현재가 없으니, 모든 세상살이에 두루 들어맞는 이치일 터다. 김석종 경향신문 문화전문기자가 전통공예의 법고창신에 꽤 근접한 듯한 나전칠기(자개옻칠) 작가 김영준(56)을 소개한다. http://goo.gl/CfD0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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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2월 11일 경향신문

- [ 조국, 문재인에게 대놓고‘육참골단’ 당부 ] 조국 교수는 “나는 2016년과 2017년 권력교체를 희망한다. 야당이 집권을 한다 해도 ‘천국’이 오진 않겠지만, ‘지옥’은 벗어날 수 있을 것이기에…”라며 경향신문 칼럼 <조국의 밥과 법> 마지막 글에서 문재인에 대한 절절한 당부를 쏟아냈다. “정당 혁신 없이 총선 승리는 없다. 총선 승리 없으면 문재인은 없다. 그러면 문재인은 무엇을 결단해야 하는가. ‘육참골단(肉斬骨斷)’이다. “자신의 살을 베어 내주어야 상대의 뼈를 끊을 수 있다.” 만약 문 대표가 ‘살’을 챙기다가는 자신도 죽고, 당도 죽고, 범진보도 죽을 것이다. 그 결과 수구기득권의 ‘뼈’가 끊어지기는커녕 더 튼튼해질 것이다.” 그리고 말미에 “써야 할 법학서가 있기에 대중매체에 글을 쓰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제대로 ‘밥’을 먹는 세상, 제대로 ‘법’이 서는 세상을 위한 노력은 미력이나마 계속할 것입니다”라고 밝혔다. http://goo.gl/65V4Fa

- [ 정권 바뀌어도 악순환이 계속되는 이유 ] 한국 정치사를 무수하게 수놓으며 명멸했던 정당들의 이름을 살펴보면 특징이 있다. 현재의 여야를 비롯하여 보수·진보를 막론하고 ‘새’, ‘신(新)’으로 시작하는 정당명이 유독 많다는 점이다. 변화와 쇄신, 개혁과 혁신을 부르짖지 않은 정당이 없었다는 사실이다. 대통령의 임기말이 되면 여당은 으레 레임덕 대통령의 탈당을 원하고, 새 정권은 리셋버튼을 누르는 것처럼 정부조직을 새로 짜느라 고심한다. 그러나 현실은 지난 2년 사이 행정안전부가 안전행정부로, 다시 노무현 정부 시기의 행정자치부란 이름으로 회귀한 것처럼 실제로는 리셋이 아니라 리사이클(재활용)이 되고있는 상황이다. 정권이 바뀌어도 비극의 악순환이 계속 되는 이유다. http://goo.gl/65MnVy 

- [ 정홍원, 역대 최장수 총리되나 ]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65)가 “(기자들 김영란법에) 당해봐. 내가 이번에 통과시켜 버려야겠어”라고 밝힌 발언이 공개됐다. 새정치민주연합 국무총리 인사청문특위 위원들은 10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이 후보자가 지난달 27일 기자들과의 오찬 자리에서 한 발언을 녹취한 파일 일부를 공개했다. 녹취파일에 따르면 이 후보자는 김영란법을 거론한 뒤 “지금까지 내가 공개적으로 막아줬는데 이젠 안 막아줘”라며 “이것들 웃기는 놈들 아니여. 지들 아마 검경에 불려다니면 막 소리 지를 거야”라고 말했다. 이 후보자는 또 “언론인들, 내가 교수도 만들어주고 (대학) 총장도 만들어주고”라고 했다. 충청도 양반인 줄 알았는데, 까면 깔수록 가관이다. 이대로라면 국무총리가 안될수도 있어 보인다. 대통령 직선제 이후 최장수 국무총리는 이명박 정부에서 총리를 지낸 김황식 총리다. 제 41대 국무총리였던 국황식 총리는 2010년 10월 ~2013년 2월까지 약 2년 5개월간 총리를 맡았다. 이한구 총리 후보자가 낙마한다면 정홍원 총리가 역대 최장수 총리가 될수도 있다. 박근혜 정부 초대 총리인 정홍원 총리는 2013년 2월 26일 ~ 현재까지 만 2년간 총리직을 맡고있는데 5개월만 더하면 역대 최장수 총리가 된다. http://goo.gl/wPXAHN 

- [ 재산 30배 차이나도 건보료는 3배 차이 ] 정부와 국민건강보험 지역가입자는 소득이 없어도 집과 차가 있으면 보험료를 내야한다. 재산이 1억원이면 해당 보험료가 약 월 8만원이다. 10억원이면 18만원, 30억원 초과면 26만원이다. 재산 1억원과 30억원을 비교하면 자산가격은 30배이지만 보험료는 약 3배에 불과하다. 또한 재산 부과 상한액이 30억원으로 묶여 있으므로 100억원 재산가도 26만원만 낸다. 명백한 자진자에 대한 특혜고 언뜻 봐도 불공정한데 정부는 ‘비정상의 정상화’에 미온적인 느낌이다. 정부가 생각하는 비정상과 서민이 생각하는 비정상의 잣대가 다르다면 정상화는 기대하기 힘들다. http://goo.gl/ZyyYaV

- [ 무릇 효도란 이런 것이다 ] 퇴계 이황이 쓴 농암 이현보(1467~1555)의 일대기를 보면 “이현보는 자손들이 다 모인 가운데 부모님 앞에서 색동옷을 입고 재롱을 피웠다.”(<퇴계선생문집> ‘이현보 행장’)는 대목이 있다. 환갑을 훨씬 넘긴 이현보가 왜 노부모 앞에서 꼬까옷을 입고 재롱잔치를 벌였을까. 춘추시대 초나라 은사인 노래자의 고사가 있다. 노래자는 나이 70이 넘었음에도 때때옷을 입고 딸랑이를 흔들고 아이들처럼 놀면서 부모를 즐겁게 했다고 한다. 한번은 부모에게 물을 갖다 주려다 넘어진 일이 있었다. 노래자는 부모가 걱정할까봐 일부러 물을 더 뿌린 뒤 드러누웠다. 어린아이 우는 흉내를 낸 것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부모는 아이들의 장난인 줄 알고 기뻐했다.(<초학기> 권17 ‘효자전’). 모름지기 효도란 이런 것이다. http://goo.gl/fpBcN8

[ 일본말 ‘호네누키’의 뜻은? ] 일본말 ‘호네누키(骨拔き).’ 동물·생선 등에서 뼈를 발라내는 행위를 뜻한다. 어떤 것의 알맹이를 빼버림으로써 무력화시키는 행위를 빗댈 때 많이 쓰인다. (骨:뼈 골, 拔:뽑을 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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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2월 10일 경향신문

- [ 역겨운 말 ‘부덕의 소치’ ] 말하는 이들은 그럴싸한 말이라고 여기는지 모르지만 정작 듣는 이들에게는 매우 역겨운 말 중에 하나가 ‘부덕의 소치’다. 속셈은 뻔하다. 덕에 기대거나, 덕 뒤에 숨고자 하는 심리로 본다. 잘한 것은 아니지만, 덕의 차원이 아닌 (너희와 같은) 일반인 수준의 잣대로 보면 그렇게 크게 잘못한 것도 아니지 않느냐 하는 심보를 말한다. 오만함을 감춘 조롱인 셈이다. ‘부덕의 소치’들,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대개 ‘불법의 소치’다. 몰염치와 불결의 소치이고 부끄러움을 모르는 적반하장의 소치이다. http://goo.gl/vN6Cs9

- [ 위기를 다룰 줄 아는 정당, 새누리당 ] 영국의 노동당이 1979년부터 18년 동안 야당 생활을 할 때 당의 내부에서 10년 넘게 혁신 작업을 주도하던 인물이 필립 굴드다. 그는 원래 여론조사, 홍보 전문가였다. 2011년 61세의 나이에 세상을 뜬 그를 두고 토니 블레어는 ‘길을 찾는 사람(pathfinder)’이라 평했다. 굴드가 노동당 집권의 길을 연 선도자라는 얘기인데, 굴드는 그 여정을 끝없는 혁신의 연속(unfinished revolution)이라고 칭했다. 정치의 핵심을 잘 짚은 말이다. 새누리당은 위기를 다룰 줄 아는 정당이다. 2004년 차떼기 정당이란 오명 아래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졌을 때 그들은 신예 박근혜를 얼굴로 내세웠다. 그리고 박근혜의 위기가 오자, 이번엔 유승민을 내세운다. 선당후사를 외치는 건 새정치민주연합인데, 실제 그 정신이 작동하는 건 새누리당이다. http://goo.gl/P1g83h

- [ 김무성 대표는 ‘조선인은 안돼’라고 생각하는가 ] 정부는 기업의 법인세 부담 증가 없는 증세가 불가능해보이자 이번에는 복지 과잉론으로 선회하며 이념전쟁으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 복지 과잉으로 국민이 나태해질 것을 우려하는 여당 대표의 모습에서 “국민의식이 떨어지기 때문에 민주주의 제도가 아직은 이르다”며 전두환 쿠데타를 정당화했던 당시 공화당 유력 정치인의 모습이 오버랩된다. 이들의 의식은 “조선인은 스스로 결정할 능력이 없기 때문에 일본의 보호를 받아야 한다”던 일본 제국주의 논리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http://goo.gl/n7PXu7

- [ 비난하는 사람은 피곤하다 ] “남이야 비방을 하건 비난을 하건 상관하지 마라. 그것은 불을 가지고 하늘을 태우려는 것과 같아서 비방하고 비난하는 사람만 스스로 피곤할 뿐이다.” 중국 당나라 승려 현각(666~714년)이 지은 <증도가>의 한 구절이다. 증도가는 예로부터 선불교의 대표적인 지침서로 많은 선승들이 해설하고 독송해왔다. 성철 스님은 증도가를 읽고 출가를 결심했다. 조계종을 대표하는 명강사(강백) 무비 스님의 <증도가 강의>는 불교계 베스트셀러다. 진품여부를 놓고 논란을 빚던 금속활자 ‘증도가자’가 마침내 진품으로 확인됐다. 1033년에서 1155년 사이에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이는 현재까지 세계 최초 금속활자 인쇄본으로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된 <직지>(1377년)보다 최소 138년,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1455년)보다 200년 이상 앞서는 기록이다. http://goo.gl/5yqcwR 

- [ 원세훈 ‘유죄’… 대선 결과 뒤집히나? ] 원세훈 ‘유죄’에도 대선 결과엔 영향이 없다. 공직선거법은 ‘당선의 효력에 이의가 있는 정당 또는 후보자는 당선인 결정일로부터 30일 이내에 제기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시효가 지났기 때문이다. 다만,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인 다른 '대선 무효 확인 소송'에는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http://goo.gl/od3BqP

- [ “원세훈 유죄” 김상환 부장판사는… ]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대선개입 혐의를 유죄로 판단한 서울고법 형사6부 재판장은 김상환 부장판사(49·사법연수원 20기)다. 김 부장판사는 2010년 1인 시위를 하는 화물차 운전사를 야구방망이로 때리고 맷값을 건넨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사촌동생 최철원씨를 구속했다. 2011년 제일저축은행 회장에게서 청탁을 받은 김윤옥 여사의 사촌오빠 김재홍씨를 구속했다. 2012년 수백억원의 불법·부실 대출을 한 신삼길 삼화저축은행 명예회장에게 징역 6년을 내리기 앞서 “유·무죄 판단이 실체적 진실과 다를 수 있지만 결국 피고인 스스로 자신에 대한 재판을 해야 한다는 점을 잊지 말라”고 당부했다. 반면 사회적 약자에게는 배려하고 위로하는 모습을 보였다. 2012년 민청학련 사건에 연루돼 복역한 박형규 목사에게 무죄를 내린 재심 판결문에 “부디 이 판결이 피고인에게 작은 위로가 되고 우리 사법에 대한 안도로 이어지길 소망한다”고 썼다. 참, 지난해 9월 원세훈의 대선개입 혐의에 무죄를 판결한 이범균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51·사법연수원 21기)는 지난 3일 대구고법 부장판사로 승진했다. http://goo.gl/5c7bZ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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