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을 보고 알게 된 것_2018년 9월 5일

- [ 만고의 성군 세종의 ‘자뻑’? ] “(세종은) 책을 100번씩 반복해서 읽었다. <좌전>과 <초사> 같은 책들은 200번 읽었다. 몸이 아파도 마찬가지였다. 보다 못한 아버지(태종)가 환관을 시켜 책을 다 거두어갔다. 그런데 <구소수간(歐蘇手簡·구양수와 소식의 편지 모음집)> 한 권이 병풍 사이에 남아 있었다. 세종은 이 책을 1100번 읽었다.”(<연려실기술> ‘세종조고사본말’) 역대로 가장 많은 독서량을 자랑한 군주는 역시 만고의 성군인 세종대왕을 꼽을 수 있다. 서거정(1420~1488)의 수필집인 <필원잡기>를 인용한 <연려실기술>은 ‘독서계의 레전드=세종’의 일화를 전한다. 세종의 독서량이 상상을 초월했다는 이야기는 당대의 정사인 <세종실록>에 자세히 소개된다. 그것도 다름아닌 세종의 ‘자뻑’으로 등장한다. 즉 1423년(세종 5년) 12월 23일 세종은 경연에 나서 남송 주희(1130~1200)의 역사서인 <통감강목>을 강독한 뒤 동지경연사 윤회(1380~1436)에게 ‘내가 그 어렵다는 <통감강목>을 20~30번을 읽었다’고 은근슬쩍 자랑한다. <세종실록>은 “주상께서는 수라를 들 때에도 반드시 책을 펼쳐 좌우에 놓았고, 밤중에도 그치지 않았다”고 기록했다. 이 대목에서도 세종의 독서자랑은 끝이 없었다. 세종의 ‘자뻑’이 계속된다. “나는 말야. 책을 본 뒤에 잊어버리는 것이 없었어.(予於書籍看過之後 則無遺失)” https://goo.gl/LrX1iC 

- [ 한 달에 한 번, 기절할 때까지 마신다 ] 한국인 5명 중 1명 가량은 한 달에 한 차례씩 쓰러질 때까지 술을 마시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는 삼육대학교 산학협력단에 의뢰해 조사한 ‘음주문화 특성분석 및 주류접근성 개선’ 보고서를 9월4일 공개했다. 온라인으로 시민 3015명을 조사해보니 한국의 지나친 음주 문화는 여전한 것으로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 중 18.7%는 최근 한 달 새 술을 마시고 정신을 잃거나, 마셨을 당시를 기억하지 못하는 ‘블랙아웃’ 현상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성별로 보면 남성의 23.6%가 한 달에 한 차례 이상 블랙아웃된 적이 있다고 답했으며, 3차례 이상이라는 이들도 5%가 넘었다. 블랙아웃을 경험한 여성은 13.1%였다. 한 번에 들이키는 ‘원샷’이나 2종류 이상의 술을 섞어 마시는 ‘폭탄주’ 문화도 여전했다. 89.3%는 최근 1년 간 원샷을 해 본 적이 있다고 했다. 폭탄주를 마셔본 사람은 68.7%였다. 원샷과 폭탄주를 경험한 비율은 20대가 가장 높았다. 20대 응답자의 34%는 원샷을 자주 한다고 했고, 18.4%는 폭탄주를 자주 마신다고 했다. 지나친 음주는 여러 폐해로 이어졌다. 술 때문에 업무수행에 지장을 받았다는 이들이 21.6%였다. 10.6%는 술을 마시고 말다툼을 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남성 응답자의 3.8%는 “술을 마시고 작업이나 일상생활에서 사고가 난 적이 있다”고 했다. 3.4%는 “성매매나 성희롱을 시도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https://goo.gl/xnbNtZ 

- [ 성장은 ‘느릿’…지갑은 ‘얄팍’ ] 2분기 경제성장률이 지난 7월 말 전망했던 속보치를 소폭 밑돌면서 하반기 경기하락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성장률 자체로는 크게 나쁘지 않지만 세부적으로 보면 예상했던 것보다 내수부진이 심하다는 게 문제다. 특히 설비투자도 건설투자와 함께 동반위축되고 있어 하반기 전망도 밝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유가 상승으로 국내총소득(GNI)도 감소해 소비자들이 느끼는 체감경기는 더 나쁠 것으로 보인다. 9월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분기 국민소득’(잠정)을 보면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분기 대비 0.6% 증가했다. 이는 7월 말 발표됐던 속보치(0.7%)보다 0.1%포인트 낮다. 올 상반기 전체로는 전년동기보다 2.8% 성장했다. 이는 한은이 7월에 제시한 상반기 성장률 전망치(2.9%)보다 0.1%포인트 낮다. 문제는 내수부진이다. 민간소비는 전년동기 대비 0.3% 증가하는 데 그쳐 2016년 4분기 이후 가장 낮았다. 한은과 정부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2.9%다. 이를 달성하려면 3분기와 4분기에 전분기 대비 0.91∼1.03% 성장해야 하지만 최근 성장률 추이를 보면 도달이 쉽지 않은 수치다. https://goo.gl/6Fyjq8 

- [ ‘죄악세’의 순기능 역기능 ] 죄악세(Sin Tax)의 역사는 뿌리 깊다. 16세기 사치와 향락, 부패 등으로 나락에 빠진 교황청은 재원 확보를 위해 기발한 세금을 개발했다. 당시 성매매를 하는 창녀들에게 세금을 부과한 것이 죄악세의 효시로 꼽힌다. 17세기 영국 국왕 제임스 1세는 “코와 뇌, 폐를 망가트리는 검은 악취”를 막기 위해 담배수입세를 4000% 인상했다. 미국 초대 재무장관 알렉산더 해밀턴은 1791년 세수 확충을 위해 주세를 도입하면서 “농민들이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라고 죄악세로 포장했다. 미국 건국 후 최초 반란인 ‘위스키 반란’은 술 죄악세 도입에 대한 농민 반발에서 비롯됐다. 죄악세는 사회 공동체나 타인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물품·용역에 붙이는 세금을 말한다. 재정 확충이 절실한 나라들에서 죄악세 도입은 뿌리치기 힘든 유혹이다. 세수 증대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간접세여서 조세저항이 적고 ‘국민건강’이라는 명분까지 있으니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실제 박근혜 정부가 단행한 담뱃값 인상 결과가 방증한다. 당시 담뱃값 인상 명분은 담배 소비를 줄여 국민건강을 증진한다는 것이었지만, 금연 효과는 크지 않고 세수 효과만 월등히 나타났다. 2015년 담배 세수는 전년보다 무려 51%가 늘었다. ‘담배 죄악세’가 실은 세수 확충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반대론을 증명한 꼴이다. 영권모 경향신문 논설위원은 “죄악세의 치명적 약점은 조세 부담이 주로 서민들에게 집중돼 소득재분배 효과가 떨어진다는 점이다. 소득이 낮을수록 소비성향이 높은 물품에 주로 붙는 죄악세가 늘면 빈곤층만 쥐어짜는 결과로 이어진다”고 말한다https://goo.gl/WgJnkr 

- [ 제주 바다는 ‘아열대 수족관’ ] 늦여름 제주의 새벽 햇살은 따가웠다. 8월27일 오전 6시30분 제주 북촌 앞바다. 전날 쳐놓은 그물을 선미의 도르래로 돌돌 감아 올리자 검은 그물에 낚인 물고기들이 주렁주렁 딸려 올라왔다. 알록달록한 몸에 이국적인 줄무늬를 뽐내는 물고기들이 눈에 띠었다. 주황색 바탕에 얇게 그려진 밝은색 줄무늬가 어두운 곳에서는 형광 파랑빛을 띠는 청줄돔, 연노란 몸에 검은 줄무늬가 있는 범돔, 노랑 바탕에 그물망처럼 생긴 엷은 회색 무늬를 가진 거북복. 주로 일본 오키나와와 대만, 중국 동남쪽 바다에 사는 아열대성 어류들이다. 날씨가 더워지면 바닷물 온도도 올라가고, 바닷물 온도가 올라가면 기후변화가 가속화된다. 이런 순환이 한반도 근해에 사는 물고기 종류까지 바꾸고 있다. 제주 앞바다에는 방어, 한치 같은 토착어종과 함께 남쪽에서 올라온 아열대성 어류들이 산다. https://goo.gl/x8HoVg 

- [ 농산물 값 폭등에도…물가지수 1%대 왜? ] 폭염으로 지난달 농산물 가격이 껑충 뛴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전기요금 인하 등의 영향으로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대 상승률을 유지했다. 통계청이 9월4일 발표한 ‘8월 소비자물가 동향’을 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 상승했다. 소비자물가지수는 2017년 9월(2.1%) 이후 11개월 연속 1%대 상승률을 보였다. 폭염이 한반도를 덮치면서 농산물 가격은 지난해 8월보다 7.0% 올랐다. 전달과 비교하면 채소 가격은 30.0% 올랐다. 이는 2016년 9월 33.2% 이후 최대 상승 폭이다. 품목별로는 시금치(128.0%), 배추(71.0%), 무(57.1%), 파(47.1%), 상추(40.5%), 양배추(85.5%) 등이 크게 올랐다. 고유가의 여파로 석유류 가격은 1년 전보다 12.0% 올랐다. 14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던 농산물과 석유류 가격은 올랐지만 전기·수도·가스는 지난해보다 8.9% 하락했다. 7~8월 누진제 구간 조정에 따른 한시적 효과로 전기료가 16.8% 하락한 영향이다. 전기료는 전체 물가를 0.28%포인트 내리는 효과를 냈다. 이번엔 7월 전기요금 조정분이 반영된 것으로, 8월 조정 효과는 9월 소비자물가지수에 나타난다. https://goo.gl/ZzAn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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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을 보고 알게 된 것_2018년 9월 4일

- [ 손가락 함부로 놀리다간… ] 영화 <마스크>는 소심하고 비루한 주인공이 신기한 가면을 얻어 전혀 다른 자아가 되고 만화적 초능력으로 종횡무진 뜻대로 활개 치는 이야기다. 고대 그리스 연극에서 ‘가면’을 뜻하던 ‘페르소나’는 일상에서 상황과 집단에 따라 다른 얼굴을 해야 하는 우리의 사회적 가면들도 뜻한다. 또한 페르소나는 맡은 역할에 온전히 몰입한 배우의 모습이기도 하다. 어쩌면 사람들은 지금의 한심한 사회적 얼굴 아래 거칠거나 야한 배역으로 살고픈 욕망도 깊이 숨기고 있을지 모르겠다. <우리말 절대지식>의 저자 김승용씨는 “목욕탕에 불이 나 급히 알몸으로 뛰쳐나와야 할 때 어디를 가려야 될까요? 얼굴입니다. 내가 누군지만 모르게 한다면 알몸과 치부가 드러난들 무슨 상관인가요. 인터넷 익명 덕분에 우리는 남녀노소, 사회적 위치를 구애받지 않고 개인 대 개인으로 의사표현과 정보교환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익명에 운명한다’는 요즘 말처럼, 악용된 익명은 누군가를 죽음 같은 구렁텅이로 밀어 넣기도 하죠. 속담에 ‘가면이 천 리’라는 말이 있습니다. 남모르게 하는 짓이면 무슨 짓인들 한다는 뜻이죠. ‘나 누군지 모르지?’ 제 기분 따라 욕설과 모욕의 악플 달고, 불법촬영물과 사실확인 안 된 뉴스를 퍼 나르는 이들은 가면에 몰입해 자신이 힘 있고 중요한 배역인 양 뿌듯해합니다. 자판에는 관재수(官災數), 스마트폰에는 마(魔)가 끼어 있습니다. 손가락질 전에 지금 어떤 심사(心思)의 가면을 쓰고 있는지 잠시 벗어 가만 들여다보세요. 혀뿐 아니라 손가락도 함부로 놀리면 크게 다칩니다. 그 손가락, 제발 조심합시다”라고 말한다. https://goo.gl/UbeAEj 

- [ 휴대폰 탓에 사기범 될라 ] 휴대전화 보험 가입자가 오래된 휴대전화를 교체하려는 욕심에 분실신고를 한 뒤 보험금을 청구하면 어떻게 될까. ‘이 정도는 괜찮겠지’라는 생각에서 허위로 보험금을 청구했다가 적발되면 보험사기범이 된다. 금융감독원이 9월3일 내놓은 ‘생활 속 스며든 보험사기’ 자료를 보면 휴대전화 보험은 휴대전화 사용 중 발생하는 파손, 도난 및 분실 등의 사고에 대해 보상한다. 따라서 허위로 분실신고를 해서 보험금을 청구하면 안된다. 도난 신고 시 보상해주는 제도를 악용한 여행자 보험의 사례도 적지 않다. 본인 실수로 물건을 잃어버렸는데 해외 경찰에서 도난 신고서만 받아오면 된다는 점을 악용해 도난 신고를 하고 보상금을 받는 경우이다. 금감원은 해외여행자보험 약관에 따라 분실한 휴대품은 보상대상에서 제외된다고 설명했다. https://goo.gl/NFHSMF 

- [ “손흥민은 되고, BTS는 왜 안되나” ] ‘병역특례’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최대 이슈 중 하나였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엔 제도 개선 청원이 올랐다. 병역법은 올림픽 3위 이상 입상자, 아시안게임 1위 입상자, 병무청장이 정하는 국제 예술경연대회 2위 이상 입상자와 국내 예술경연대회 1위 입상자 등을 체육·예술요원 병역특례자로 지정한다. 이들은 4주간 기초군사훈련 외 자신의 특기 분야에서 34개월을 종사할 수 있게 돼 사실상 병역이 면제되는 것과 다름없다. 야구 국가대표 선수 중 일부가 경찰청과 상무 야구단 입대를 포기하고 아시안게임을 병역특례의 기회로 악용했다는 논란이 불거지면서 비판 여론이 커졌다. 아시안게임에 참가한 한국대표팀 중 병역특례 혜택자는 42명이다. 축구는 20명, 야구는 9명으로 두 종목 혜택자가 절반을 넘는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체육·예술 분야에 한정한 현행 병역법의 형평성 문제를 두고 비판이 이어졌다. 이날 방탄소년단(BTS)이 3개월 만에 ‘빌보드 200’ 1위를 차지하면서 병역특례 대상에 대중예술인이 빠진 게 또 화두가 됐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1등이 아니더라도 꾸준히 뛰어 일정한 점수가 될 때 혜택을 주는 것이 한탕주의도 없애고 열심히 하는 많은 선수에 대한 보답이라고 생각한다”며 국제대회 성적을 점수화해 병역특례를 제공해야 한다는 청원이 올라온 상태다. https://goo.gl/zF1CxY 

- [ 경찰의 함정에 빠진 기자? ] 미얀마에서 로힝야족 학살을 취재하던 기자 2명이 징역 7년에 처해졌다. 미얀마 양곤법원이 9월3일(현지시간) 기밀문서 소지 혐의로 로이터통신 소속 와 론, 쩌 소에 우 기자에게 이 같은 판결을 내렸다고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두 기자는 지난해 로힝야 무슬림 반군단체의 정부군 초소 공격을 빌미로 정부군과 불교도 주민들이 미얀마 남서부 라카인주 등지에서 벌이고 있는 로힝야족 살상의 실상을 취재해왔다. 그해 말 경찰에 체포된 이후 이들이 촬영한 사진이 공개되면서 미얀마 정부를 향한 비난이 쇄도했다. 사진 속 로힝야족 주민들은 무릎 꿇린 채로 총살을 앞두고 있는 모습이다. 두 기자는 지난해 12월 양곤의 한 레스토랑에서 저녁식사 도중 경찰이 건넨 서류를 받은 뒤 얼마 안돼 체포됐다. 이들은 경찰이 누명을 씌웠다고 주장했다. 경찰에게 기밀문서를 요구하지도 않았으며 건네받은 문서에 어떤 내용이 담겨 있었는지도 몰랐다는 것이다. 체포 당시 현장에 있었던 경찰 모에 얀 나잉은 식당에서의 만남은 로힝야 학살을 보도한 기자들을 함정에 빠뜨리기 위해서였다고 올초 법정에서 진술했다. 하지만 이후 경찰 훈육규약 위반으로 징역 1년에 처해졌다. https://goo.gl/KKqJFj 

- [ 단체장 바뀌면, 기관장은 ‘묻지마 사퇴’? ] 민선 7기 출범 이후 단체장들이 산하 공공기관장들에게 ‘일괄사표’를 요구하는 경우가 여전하다. 광역보다는 기초자치단체가 심하다. 9월3일 경기 용인시에 따르면 문화재단 등 산하 기관·단체의 대표와 임원 등 6명에 대해 일괄사표를 요구해 이를 수리했다. 용인시는 “특정인을 후임으로 염두에 둔 것은 아니며 형평성을 고려해 일괄사표를 받았다”고 밝혔다. 경기 광명시도 도시공사 사장 등 산하 공공기관장 6명에게 일괄사표를 권하고 있다. 이들 중 2명은 시의 뜻대로 사표를 제출했고 나머지 기관장은 “공모를 통해 선임됐고 임기가 남았는데 사표를 내라는 것은 지나치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기 고양시는 전임시장이 같은 더불어민주당 소속이지만 산하기관장에 대한 사퇴 압박은 취임 직후부터 계속되고 있다. 광역자치단체 중에서도 부산시와 울산시가 민선 7기 출범을 전후해 산하기관장들에게 일괄사표를 받았다. 일부 자치단체에서는 임기를 보장해주고 있다. 시민단체인 참여자치21 박재만 사무처장은 “단체장들이 산하기관장에 대해 능력 검증 없이 일괄사표를 처리하고 보은인사를 해온 것은 사실이다. 이는 지방자치 적폐 중 하나”라며 “일부 지자체에서 공공기관장 임기를 보장해주려는 시도를 하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말했다. https://goo.gl/NL8PLm 

- [ 세월호 아이들, 다시 가슴에… ] 영정을 든 부모들은 다시 울먹였다. 종이학·노란 리본·꽃·인형 등 참배객들이 놓고 간 물품을 거두는 손은 부르르 떨렸다. 진도 팽목항 세월호 분향소 철거가 9월3일 시작 됐다. 참사가 일어난 지 4년5개월, 분향소가 마련된 지 3년7개월 만이다. 참사 9개월 만인 2015년 1월 컨테이너를 이어 만든 분향소는 많은 시민들이 슬픔과 아픔을 함께 나눴던 곳이다. 세월호가족협의회는 팽목항 일원에서 진행 중인 배후지 종합개발 공사에 차질이 없도록 선체 인양 후 분향소를 정리하기로 한 진도군민과의 약속을 이날 지킨 것이다. 팽목항 분향소가 문을 닫는다는 소식에 일반 추모객들의 방문도 종일 이어졌다. 추모객들은 마지막으로 방명록에 글을 남기고 희생자들의 넋을 기렸다. 분향소 내부와 주변에 있던 추모 물품과 조형물은 기억저장소로 옮기거나 팽목항 주변에 2021년 문을 여는 국민해양안전체험관에 보존할 예정이다. 9월 말까지 철거작업이 마무리되면 그 자리에 상징물을 남기는 방안을 진도지역 시민사회단체와 협의하고 있다. https://goo.gl/P9X4xt 

- [ ‘북·미 협상 구원투수’ 비건 발탁 이유 ]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9월 중순 한국을 방문한다. 비건 특별대표는 취임 직후 한국과 일본 등 동북아시아 지역을 방문할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정권수립 70주년인 9·9절 직후다. 비건 특별대표는 미국의 과거 행정부에서 외교·안보 분야를 다루긴 했지만 주로 유럽 지역이었고, 대북정책을 경험한 적은 없다. 다만 최근까지 자동차회사 포드의 부회장으로 대외협상을 이끌었고, 특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협상의 ‘구원투수’로 그를 발탁했다는 점에서 그의 역할에 눈길이 쏠린다. 브렛 브루언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선임보좌관은 CNBC방송 인터뷰에서 “비건 특별대표에겐 어려운 북·미 협상 국면에서 요구되는 자질이 있다. 바로 트럼프 대통령과 대화할 수 있는 능력”이라며 “그가 완벽한 선택지는 아니지만, 트럼프 행정부 내 수많은 대안보다는 낫다”고 말했다. https://goo.gl/gY4h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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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갱이’의 얼굴…비전향 장기수 19인의 초상

비전향. 방향을 바꾸지 않았다는 말이다. 자신이 믿는 사상이나 이념을 그와 배치되는 방향으로 바꾸지 않았다는 이유로, 사회와 격리되어 감옥에 장기간 수감된 사람들이 있다. 우리 는 그들을 비전향 장기수라 부른다.

류기진, 김동섭, 문일승, 김교영, 이두화, 서옥렬, 허찬형, 양원진, 최일헌, 박정덕, 박순자, 오기태, 박종린, 김영식, 강담, 박희성, 양희철, 이광근, 그리고 김동수. 평균 나이 87. 짧게는 3년에서 길게는 37년까지, 19명의 복역기간을 모두 합치면 384년이 된다. 수감생활을 마쳤지만, 생활고에 묶이고 병에 묶여 감옥 밖에서도 영어의 몸과 다를 바가 없었다. ‘빨갱이라는 낙인 때문에 일자리를 구하기가 어려웠고, 복역하는 동안 얻은 지병들로 인해 일상생활조차 힘들었다. 대부분이 생계급여와 노령연금에 의지해 궁핍한 삶을 이어가고 있다.

#01정지윤 _ 귀향(歸向). 류기진(1925년생) 함남 신흥군, 복역기간 11

1930년대에 시행된 사상전환제도라는 폭력적인 제도는 사회주의 혹은 공산주의를 희망하던 사람들의 인권을 묵살했다. 이 제도는 우리나라와 일본에만 존재하는 악제였다. 일본의 경우 패전과 함께 제도가 사라졌으니, 사실상 한국에만 존재한 셈이다. 이승만, 박정희를 거치며 절정에 달한 폭압은 비전향장기수라는 군()을 만들어냈다. 1998년에 김대중 대통령에 의해 이 제도가 폐지되고, 20006.15공동선언으로 이들 가운데 63명은 그리던 북으로 건너가게 되었다. 그러나 1차 송환 당시 미처 신청을 못했거나, 전향서를 썼다는 이유로 제외된 30여명은 이곳에 남아야 했다. 올 여름, 고향으로 돌아가겠다는 일념으로 병마와 싸우던 김동수 어른이 세상을 떠나면서 이제 2차 송환을 희망하는 비전향장기수는 18명만 생존해 있다. 전국에 흩어져 살고 있는 비전향장기수들을 만나 그들의 구술을 기록하고 초상과 일상을 사진에 담은 이는 사진가 정지윤(경향신문 기자)이다. 사진가는 짧은 만남으로 비전향장기수들의 길고 긴 고통의 역사를 표현하는 것을 염려했지만, 이만큼의 기록조차도 전무한 상황이었다.

#02정지윤 _ 귀향(歸向). 박종린(1933년생) 평양시, 복역기간 35

초상 사진 속에서 노인들은 검은 막 앞에 서거나 앉은 채다. 더러는 지팡이에 의지한 채로, 또는 환자복을 입고 산소호흡기를 꽂은 채로. 하지만 검은 막과 흰 머리칼, 형형한 눈빛의 대비는 그저 노인이 아니라 비전향장기수로서 끝내 전향하지 않은신념과 자존을 뚜렷이 드러낸다. 오랫동안 우리 사회에서 가리워지고 잊힌 이들이, 검은 장막 속에서 존재를 드러내는 것이다. <귀향(歸向) _ 비전향장기수 19인의 초상>의 의의가 여기에 있다.

이분들 중에서 북으로 가기를 원하는 분들을 돌려보내는 것은 우리 사회가 강제전향제도의 악령을 떨쳐버리는 중요한 한 걸음이 될 것이다.” 라는 한홍구 교수(성공회대학교 교양학부)의 말처럼, 한 평생 고통과 고독 속에서 버텨온 이들을 우리는 이제 하루 빨리 보내주어야 한다. 태어난 고향이든 사상적 고향이든 단 하루를 살더라도고향의 품으로 돌아가겠다는 이들의 귀향(歸鄕)을 도와야 한다.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갈 수 있는 귀향(歸向)을...

정지윤 사진가의 <귀향(歸向) _ 비전향장기수 19인의 초상> 전시회가 10월2일(화)부터 14일(일)까지 갤러리 ‘류가헌’에서 열린다. 정지윤 작가는 1995년부터 경향신문 사진기자로 일하고 있다. 23년 동안 사건. 사고 및 기획사진을 담당하며 뉴스 현장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지면을 통하여 우리 사회에서 사라져가는 여러 가지 풍습과 사람들의 모습을 따뜻한 시선으로 잡아내어 사진의 본래 기능인 기록성의 의미를 넘어서 새로운 지평을 넓히는 작업을 해오고 있다. 비전향장기수, 제주4.3 70주년. 쌍용차 해고노동자, 난민인권 기획 등 지금까지 50여 편의 다큐멘터리 사진기획을 진행,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킨 ‘생각 있는’ 사진작가이다. 

#05정지윤 _ 귀향(歸向).

정지윤 사진가는 작업노트를 통해 “그들은 내가 태어나기도 전부터 감옥에 있었다. 수십 년 넘게 감옥에서 숱한 고초를 겪었다. 하지만 나는 감옥생활도, 고문을 당해 본 적도 없다. 고민스러웠다. 짧은 만남으로 비전향장기수들의 길었던 아픔의 역사를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고통스러웠던 과거의 기억들을 다시 떠올리게 해야 할 때는 가슴이 먹먹했다. 검은 천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을 때는 더 조심스러웠다. 그러나 그들은 역경을 이겨낸 만큼 강했다. 그리고 풍파를 겪고도 순수한 마음을 잃지 않고 있었다. 폭염을 뚫고 멀리서 찾아온 나를 걱정하고 격려해 주었다. 반갑게 맞아주었고 헤어짐을 오히려 아쉬워했다. 담담하게 전해준 그들의 증언은 화석에 피가 통하고 숨결이 이는 듯생생했다”고 전한다. 

조국과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겠다는 이들의 꿈은 언제쯤 이뤄질까. 우리 사회에서 권력에 반대하는 사람에게 덧씌워 왔던 ‘빨갱이’란 표현은 사실 실체가 없다. 비전향 장기수들은 그들의 관점에서 지독한 ‘빨갱이’라고 하겠다. 하지만 그들의 얼굴은 빨간색도 아니고, 그들의 소망은 색깔과는 전혀 관계없는 인간적이고 본능적인 그리움이다. <귀향(歸向) _ 비전향장기수 19인의 초상> 전시회는 남북 화해의 시대를 맞아 비전향 장기수의 표정 속에서 우리 민족이 진정으로 갈구하는 미래는 무엇인지 일깨우는 소중한 시간이 될 것이다. 전시문의 ‘류가헌’ (02) 720-2010 서울 종로구 청운동 113-3(자하문로 106) 

[작업노트] 94명의 비전향 장기수의 복역기간 총 2854년  

 비전향장기수들은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잊혀진 사람들이었다. 분단의 상처를 그대로 안고 살아온 사람들이지만 기억해서는 안 되는 존재였다, 혹독한 고문 속에서도 자신의 정치적 신념을 지키며 굳건하게 버텨왔다. 그림자처럼 살아온 이들의 한결 같은 바람은 가족과 고향의 품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민가협 양심수후원회의 통계에 따르면 94명의 비전향장기수가 감옥에서 보낸 햇수를 합하면 2854년에 이른다. 1인당 평균 31년의 징역을 살았다. 20006·15공동선언에 따라 63명의 비전향장기수들이 북으로 건너갔다. 하지만 1차 송환 당시 미처 신청을 못했거나 전향을 했다는 이유로 제외된 30여명은 남아야 했다. 그로부터 17년의 세월이 흘렀다. 송환을 요구한 이들 중 15명이 세상을 떠났다.

 2018427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판문점에서 만났다. 두 정상은 판문점선언을 통해 분단으로 인한 인도주의적 문제를 해결하기로 약속했다. 비전향장기수들은 11년 만에 성사된 이번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가 컸다. 판문점선언을 지켜본 이들은 큰 틀에서 환영하고, 박수를 보내면서도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선언문에 비전향장기수 송환 문제가 구체적으로 거론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20006·15공동선언에서는 이산가족, 비전향장기수 문제를 비롯한 인도주의 문제를 해결하기로 명시한 것과 대조되었다. 그럼에도 민족 분단으로 발생한 인도적 문제를 시급히 해결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점과 이산가족·친척 상봉을 비롯한 제반문제들을 협의 해결해 나가기로 했다고 한 부분의 함축성에 일말의 희망을 가졌다.

 이번 비전향장기수 사진작업은 한권의 책이 시발점이 되었다. 3년 전 보리출판사 윤구병 대표가 내게 선물한 책이었다. 빨간색 표지가 인상적이었던 어느 혁명가의 삶이란 제목의 만화책이었다. 600쪽이 넘는 아주 두꺼운 장편 그래픽노블(만화와 소설의 중간 형식)이었다. 1920년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해방과 전쟁, 그리고 분단에 이르기까지 평화와 통일을 위해 살아온 비전향장기수 고 허영철 선생의 아흔 해의 삶이 담겨 있었다. ‘그땐 모두가 다 그렇게 살았다며 자신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내는 허영철 선생의 삶은, 그 자체가 새롭게 읽는 한국 현대사였다. 그때부터 비전향장기수에 대한 사진 작업을 마음속에 담아 두었다.

 본격적인 사진 작업은 올여름 시작되었다. 전국에 흩어져 살고 있는 19명의 비전향장기수들을 약 한 달에 걸쳐 만났다. 이들은 한국 사회에서 가장 위험하다는 빨갱이중에서도 골수 빨갱이로 낙인찍혔다. 그런 탓에 오랫동안 사회와 격리됐다. 적어도 20년 이상을 감옥에서 보내야했다. 이후에도 보안관찰법 때문에 창살 없는 감옥생활을 해야 했다. 이들의 복역기간을 합치면 384년에 이른다. 평균 나이는 87세다. 감옥에서 나온 이들은 정착할 고향과 가족이 없어 대부분 떠돌이 생활을 했다. 일자리 구하기도 힘들어 겨우 입에 풀칠할 정도로 궁핍한 생활의 연속이었다. 지금도 대부분이 생계급여와 노인연금에 의존해 살고 있다.

 류기진, 김동섭, 문일승, 김교영, 이두화, 서옥렬, 허찬형, 양원진, 최일헌, 박정덕, 박수분, 오기태, 박종린, 김영식, 강담, 박희성, 양희철, 김동수, 이광근. 2차 송환을 애타게 바라는 비전향장기수들이다. 서옥렬, 양원진, 최일헌, 오기태, 박종린, 김영식, 강담, 박희성, 김동수, 이광근 선생은 남파공작원이었다. 체포된 후 짧게는 21, 길게는 35년을 감옥에서 보냈다. 류기진, 김동섭, 문일승, 김교영, 허찬형 선생은 인민군으로 한국전쟁에 참전한 전쟁포로 출신이다. 전쟁포로의 국제법상 권리조차 박탈당한 채 수십 년을 감옥생활을 해야 했다. 양희철 선생은 1963년 고려대 재학시절 지하당사건으로 체포됐다. 28살에 감옥에 들어가 출소했을 때 그의 나이 64살이었다. 이두화, 박정덕, 박수분 선생은 한국전쟁을 전후해 빨치산 활동을 하다가 체포됐다. 꽃다운 나이에 감옥에 들어가 머리가 하얗게 센 노인이 되어서 출소했다

 그들은 내가 태어나기도 전부터 감옥에 있었다. 수십 년 넘게 감옥에서 숱한 고초를 겪었다. 하지만 나는 감옥생활도, 고문을 당해 본 적도 없다. 고민스러웠다. 짧은 만남으로 비전향장기수들의 길었던 아픔의 역사를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고통스러웠던 과거의 기억들을 다시 떠올리게 해야 할 때는 가슴이 먹먹했다. 검은 천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을 때는 더 조심스러웠다. 그러나 그들은 역경을 이겨낸 만큼 강했다. 그리고 풍파를 겪고도 순수한 마음을 잃지 않고 있었다. 폭염을 뚫고 멀리서 찾아온 나를 걱정하고 격려해 주었다. 반갑게 맞아주었고 헤어짐을 오히려 아쉬워했다. 담담하게 전해준 그들의 증언은 화석에 피가 통하고 숨결이 이는 듯생생했다.

 이번 작업을 마칠 수 있었던 것은 19명의 장기수 선생님들 덕분이다. 또한 민가협 양심수 후원회의 도움이 없었다면 불가능 했을 일이다. 권오헌 명예회장, 김혜순 회장, 홍휘은 사무국장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 안타깝게도 작업을 끝낸 지 채 한 달도 되기 전에 부산의 요양원에 계시던 김동수 선생께서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마지막까지 고향으로 돌아가겠다는 일념으로 병마와 싸우던 중이었다. 생전에 그 꿈을 이루지 못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이제 2차송환을 희망하는 비전향장기수는 18명만 생존해 있다. 조국과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겠다는 이들의 꿈은 언제쯤 이뤄질까. 더 이상 늦출 수 없다.

정지윤 사진가·경향신문 사진기자

Posted by jinokor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