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6월 16일 경향신문

- [ 참 나쁜 노무현, 참 못난 박근혜 ] 박근혜 대통령이 ‘참 나쁜 대통령’이라고 했던 이가 노무현 전 대통령이다. 그 노 전 대통령이 2003년 사스 대응 때 너무 잘해 세계보건기구(WHO)로부터 방역 모범국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반면 이번의 메르스 사태와 관련해 우리나라는 국제사회로부터 민폐국이라는 혹평을 받고 있다. 속이 상하고, 기분 나쁠 만하다.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은 “박근혜 대통령은 타고난 승부사(natural-born fighter)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메르스 사태에 직접 나서는 것에 대해서도 국민 혼란 운운하면서 공박했다. 그런 탓에 박 시장은 메르스와 싸우고, 박 대통령은 박 시장과 싸운다는 말까지 나왔다. 여기에 더해 전염병 대응을 놓고 노 전 대통령과 비교되는 것에 못마땅해했다. 좋게 말해 승부사이지 나쁘게 말하면 싸움꾼이다. 그가 누구든 가장 많은 권력을 가진 현직 대통령이 생각이 다른 이들과 사사건건 싸우는 것은 민주주의에 해롭다. 인간적으로도 쪼잔해 보인다. 그런 점에서 박 대통령은 ‘참 못난 대통령’이다”라고 말한다. http://goo.gl/aC9R6H

- [ 대통령이 책임을 미루면… ] 대통령은 책임을 지는 자리다. 미국의 33대 트루먼 대통령은 자기 책상에 놓여 있는 표찰에 이런 문구를 적어 놓았다.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The Buck Stops here.)” 그는 물러날 때 더 멋진 말을 남겼다. “누가 됐든 대통령이라면 결정은 그의 몫이다. 어느 누구에게도 책임을 전가할 수 없다. 누군가 다른 사람이 대신 결정해 줄 수도 없다. 그것이 바로 대통령의 일이다.(The President- whoever he is- has to decide. He can’t pass the buck to anybody. No one else can do the deciding for him. That’s his job.)” 대통령이란 자리는 불가피하게 결정권을 행사하고, 그로 인한 책임을 감당해야만 하는 자리다. 2010년 1월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앞선 해 크리스마스에 있었던 항공기 폭탄테러 미수 사건을 두고 남을 탓하지 않았다. “저는 누군가에게 책임을 돌리는 데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최종적인 책임은 제게 있습니다. 대통령으로서 저는 국가와 국민을 보호해야 할 막중한 책임을 갖고 있습니다. 시스템이 실패했다면 그것은 제 책임입니다.” 미국 보수의 우상 레이건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깜짝 놀랄 발언을 했다. “작금의 위기상황에서 정부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정부가 문제입니다.”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은 “대통령의 리더십은 중요하다. 대통령이 책임을 미루고, 싸움에 몰두하면 나라는 어지럽고, 국민은 힘들다. 싸움보다 일 그리고 남 탓보다 책임, 이건 대통령직의 의무다. 이 때문에 트루먼은 이런 말을 남겼다. ‘책임을 질 수 없으면 아예 맡지도 마세요.(If you can’t stand the heat, get out of the kitchen.)’”라고 전한다. http://goo.gl/aC9R6H

[ 국민에게 반말하는 정부 ] 국민안전처에서 ‘긴급재난문자’가 왔다. “[국민안전처] ◇메르스 예방수칙 1. 자주 손 씻기 2. 기침·재채기 시 입과 코 가리기 3. 발열·호흡기 증상자 접촉 피하기 등” 뒷북치듯 별 내용도 없는 예방지침을 보냈다. 시기와 내용도 문제지만 말투도 불편했다. 건조한 몇 단어의 나열이었고 죄다 반말이다. 존댓말로 쓰면 글자 수가 늘어난다는 핑계를 대겠지만, 그저 개인에 불과한 우리들도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문자를 보낼 때, 예의를 갖추려고 노력한다. 글자 수를 고민하며 꼭 해야 할 말을 다듬는 거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박근혜 대통령이 이끄는 국가가 국민들에게 말을 건네는 방식이 늘 이렇다. 대개 반말이고, 대체로 지시와 명령을 반복한다. 주권자를 섬기고 모시는 태도는 아예 없다. 공산당 일당독재국가도 이렇게는 안 한다. 중국에선 ‘금연’이란 말 대신 ‘청물흡연(請勿吸煙)’이란 말을 많이 쓴다. 담배 피우지 말 것을 청(請)한다는 뜻이다. 공산당 일당독재국가의 말이 자유민주국가의 말보다 훨씬 친근하고 상대방을 존중한다. 메시지의 내용만큼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이나 태도도 중요하다. 사람에게 말은 본질적이다. 천냥 빚마저 말 한마디로 갚을 수 있을 정도로 우리의 생활과 삶 그리고 생각까지 좌우하는 큰 힘을 지니고 있다. 그러니 국가가 국민들에게 어떤 말을 건네는가, 그 태도와 방식이 어떤가를 따지는 것은 그 나라의 본질적 태도를 묻는 작업과 같다”고 일깨운다. http://goo.gl/Au2OGX

- [ 박원순, 차기대선 지지도 1위 탈환 ] 박원순 서울시장(59)이 메르스 정국의 가장 뜨거운 ‘인물’로 떠오르고 있다. 여당도, 야당도, 심지어 정부까지도 비난하든 칭찬하든 연일 그의 이름을 입에 올린다. 여당에선 “대권놀음”이란 원색 비난을 쏟아냈다. 야당은 박 시장 행보를 높이 평가하며 엄호에 나섰다. 하지만 여권 일각에서도 그의 행보에 극찬이 나오는 등 박근혜 정부의 ‘뒷북’ 대응이 도드라질수록, 그에 맞선 ‘박원순 리더십’이 메르스 정국을 이해하는 가장 ‘핫’한 열쇳말이 되고 있다. 올 들어 주춤했던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도 최근 급등하면서 1위로 복귀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는 지난 6월8일부터 일주일간 2500명을 조사한 결과 박 시장 지지율이 지난주보다 6.1%포인트나 오른 19.9%로 1위를 차지했다고 15일 밝혔다. 이는 지난 1월 이후 5개월 만에 다시 1위로 올라선 것이다. 지난 6월12일 한국갤럽 역시 박 시장이 17%의 대선 주자 지지율로 1위 자리에 복귀했다고 전했다. http://goo.gl/535vwm 

 

- [ 총기 명가 ‘콜트’ 파산 신청 ] M16 소총으로 유명한 180년 역사의 미국 총기 제조업체 콜트가 경영난과 채무로 결국 파산보호를 신청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 등이 14일 보도했다. 콜트가 만든 총들은 서부개척 시대와 베트남 전쟁 등 미국의 주요 역사를 바꿔왔다. 콜트사가 처음 설립된 1836년은 미국이 한창 서부개척에 나선 때였다. 당시 미국은 화려한 기마술과 활 실력을 갖춘 아메리카 원주민에 맞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다. 유일한 무기인 화승총은 비가 오면 젖기 일쑤였고 재장전을 하는 데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이때 콜트사가 개발한 리볼버 총은 단숨에 전세를 역전시켰다. 말 위에서도 연발이 가능했던 이 총은 미국이 아메리카 원주민을 정복하는 데 일등 공신 역할을 했다. 1970년대에는 콜트사가 개발한 M16이 베트남 전쟁의 주무기로 쓰였다. 하지만 최근 군납 계약에 실패하면서 화면서 경영난을 겪어 왔다. http://goo.gl/7MBQi1

 

 

Posted by jinokorea

 2015년 6월 15일 경향신문

- [ 대통령은 ‘왕’ 아닌 ‘종’ ] 박근혜 정부는 ‘경제’를 살려야 한다고 역설하지만, 경제의 본바탕은 상품교환이 이뤄지는 시장에 달려 있지 않다. 경제란 ‘경세제민(經世濟民)’의 줄임말로 ‘나라를 운영하면서 백성을 편안케 한다’는 뜻에서 나왔다. 영어로 경제(economics)는 ‘집(oikos)을 잘 운영한다’는 뜻이다. 한마디로 동서양 모두 경제는 내 집, 내 국민을 편안케 하는 ‘살림’을 강조한다. 박근혜 정부가 세월호 승객들을 살리지 못하고 메르스의 확산으로 국민에게 죽음의 그림자를 드리운 것은 우연이 아니다. 오세일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는 “공자는 ‘정치는 바로 다스리는 것(政子正也)’이라고 했다. 그런데 공(公)보다 사(私)를 먼저 고려하는 국가가 ‘바른 길’에 들어설 수 있을까? 관변 언론들을 통해 현실을 왜곡하고 국민들의 비판을 탄압하고자 한다면, 그런 국가는 민주주의 국가가 아니라 봉건주의, 전제 국가일 따름이다. 박근혜 정부는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에서 시작해서 세월호 참사, 성완종 대선자금 의혹, 메르스 확산 등 의혹과 불신으로 점철된 가운데 국민들에게 끊임없이 고통과 눈물을 안겨줘 왔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대통령은 왕의 자리가 아니라, 공적인 ‘종’(civil servant)으로서 국민을 섬기는 자리다. 국민을 섬길 줄 모르는 정부를 마냥 지지해주지 않는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국가는 특정 통치권자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사사로운 수단에 복속해서는 안된다. 국가의 존재 이유는 국민을 섬기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돌보며, 공과 사를 구분해 제대로 ‘나라 살림’을 해야 하는 데 있다”고 말한다. http://goo.gl/PdHwgh

-  [ 기억력의 저주 ] ‘똑똑한’ 쥐가 개발됐다고 한다. 기억력이 좋아 한 번 왔던 장소를 잘 기억하는 쥐도 있고, 공간에서의 사물 배치를 잘 파악하는 공간 지각력이 좋은 쥐도 있다. 현재까지 가장 많이 연구가 이루어진 것이 기억력이다. 유전적으로 기억력을 강화한 쥐는 보통 쥐에 비해 확실히 뛰어난 기억력을 보여준다. 대부분의 쥐는 두 사물을 연속해서 보여주면 나중에 보여준 사물에 집중하느라 첫 사물은 잊기 일쑤지만, 이 똑똑한 쥐는 그러지 않는다. 하지만 이 ‘천재 쥐’에게도 아픔이 있었으니…기억력이 강화된 쥐가 유난히 겁이 많고, 충격적인 사건을 겪고 나서 트라우마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가벼운 전기충격을 가했을 때 대부분의 쥐는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이 사건을 잊고 정상적인 삶으로 돌아오는 데 비해, 이 ‘똑똑한’ 쥐는 오랫동안 이 충격의 기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트라우마 ‘환자’처럼 매사에 소극적 행동을 보였던 것이다. 과학철학자인 이상욱 한양대 교수는 “믿기 어려운 정도의 기억력을 가진 사람들도 ‘똑똑한 쥐’와 유사한 증상을 보인다. 단테의 신곡을 한 번 읽고도 바로 다 암송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이 남자는 글의 내용을 이해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글을 읽을 때마다 각 단어가 수많은 ‘기억’을 연상시키는 바람에 그 연상들에 압도되어 문장을 통합적으로 이해하는 데 집중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이처럼 기억력이 좋은 것이 반드시 이해력처럼 다른 지적 능력에 유리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좋은 기억력이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다. 적당히 잊어버리고 적당히 기억하는, 다시 말하자면 잊을 만한 것은 잊고 기억할 만한 것은 기억하는 것이 우리의 삶에 더 도움이 된다”라고 말한다. http://goo.gl/TNqF8K

- [ “메르스, 웃겨” 김문수 막말 ]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산세가 꺾이지 않는 상황에서 여권 인사들이 잇따라 ‘국민 탓’을 하고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 상식적 우려를 하는 사람들까지 ‘겁쟁이’로 묘사하며 ‘난리친다’는 식의 발언을 공개석상에서 내놓는 이들을 향해 ‘메르스 막말’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새누리당 보수혁신특별위원장을 지낸 김문수 전 경기지사(64)는 지난 12일 오후 “핵무기는 겁 안 내는데 독감은 겁내는 나라가 대한민국”이라고 말했다. 김 전 지사는 이날 경남 창원 마산대학교에서 열린 ‘내가 꿈꾸는 대한민국’이라는 주제의 특강을 통해 “정부가 잘못한 것도 있지만, 메르스가 ‘중동 낙타 독감’인데 이것 때문에 난리”라며 “마산 이쪽에는 죽은 사람이 없는데도 난리다. 그런데 원자폭탄은 아무도 겁을 안 내 희한하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 소고기 먹고 광우병 걸린 사람 손 들어봐라, 없잖아. 대한민국 사람 웃겨”라고 했다. 국민 정서는 안중에 없는 듯한 발언이다. http://goo.gl/XsRzKO 

- [ 버티던 삼성병원 ‘항복’ ]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환자가 대량 발생한 뒤에도 정상 진료를 하던 삼성서울병원이 결국 부분 폐쇄 조치에 들어갔다. 이 병원 응급실 이송요원이 메르스 환자로 확진되고 정부가 “특단의 대책”을 요구하자 뒤늦게 병원 핵심 업무를 중단하는 조치를 취한 것이다. 지난주까지만 하더라도 즉각대응팀은 삼성서울병원에 휴원이나 휴원에 준하는 조치를 권고할 계획이 없었다. 지난달 27~29일 이 병원 응급실에 입원했던 슈퍼전파자 14번째 환자(35) 접촉자들의 잠복기가 지난 12~13일로 종료돼 메르스 2차 유행이 차차 진정될 것으로 전망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12일 확진 판정된 이 병원 응급실 이송요원(55)이 격리되기 전 431명과 접촉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국면이 바뀌었다. 병원이 슈퍼전파자(14번째 환자)에 의해 더 넓게 메르스에 오염됐을 것으로 추정되면서 더 이상 정상 영업을 고집할 수 없게 된 것이다. http://goo.gl/LvJCdz 

- [ 노들섬이 품은 뜻 ‘백로가 노닐던 징검돌’ ] 서울 한강의 최중심부에 있는 노들섬은 신기(?)하게도 아직 미개발지로 남아 있다. 건축학자 조한 홍익대 교수의 표현을 빌리면, 인간의 공간적 욕심에 저항해온 자연과 역사의 시간이 노들섬에 축적되어 있는지 모른다. 잠실섬, 부리도, 저자도, 율도, 여의도, 선유도, 난지도 등 한강의 아름다운 섬들은 1968년 시작된 한강개발계획으로 흔적도 없이 사라지거나 본래 섬의 형체를 깡그리 잃어버렸다. 노들섬도 본디 풍경은 완전히 바뀌었지만, 섬으로써 외양을 유지하고 있는 거의 유일한 경우다. ‘백로가 노닐던 징검돌’이란 뜻의 참한 이름이 붙여진 ‘노들섬’을 개발하려는 시도는 서울시장이 새로 올 때마다 계속됐다. 1983년 유람선 선착장 설치, 1986년 관광호텔 건립, 1989년 공원 조성, 이명박 서울시장의 오페라하우스 건설, 오세훈 서울시장의 예술센터 조성 등이 제안·추진됐으나 여론 반대 등으로 모두 무산됐다. 양권모 경향신문 논설위원은 “노들섬의 운명이 전혀 새로운 길에 맡겨졌다. 서울시가 논란 많은 노들섬의 용도, 시설·운영 계획을 시민 공모로 결정키로 했다고 한다. 노들섬의 미래를 시민의 꿈으로 그려보겠다는 뜻일 터이다. 거기에 기대어, 섬을 옥죄는 거대한 콘크리트 둔치 등이 없어지고 사라진 하얀 모래가 되돌아오는 한강의 마지막 섬 ‘노들섬’의 아름다운 부활을 꿈꿔본다”고 말한다. http://goo.gl/nkhVDS

 

 

Posted by jinokorea

 2015년 6월 13일 경향신문

- [ 메르스 환자가 죄수인가 ] 6년 전 신종플루 때 감염된 환자를 어떻게 불렀나. 기사를 검색해보니 2009년 5월 국내 첫 신종플루 확진 환자는 51세 수녀였다. ‘1번’이 아니고 첫 번째였다. 2003년 사스 첫 추정 환자 역시 ‘1번’이 아니고 40대 남성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환자를 가리킬 때 주로 번호를 사용한다. ‘14번 환자’와 ‘35세 남성’은 달라 보인다. 이문재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환자에게 번호를 매기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감염 시간, 감염 경로를 강조하기 위한 고려라고 이해할 수도 있다. 반대로 행정 편의주의의 발로라고 비판할 수도 있다. 하지만 몇 번 환자 대신 ‘15번째 환자 박모씨’라고 부를 수는 없었을까. 내게는 저 둘 사이에 큰 차이가 있어 보인다. 15번 환자에게서는 인간의 흔적을 찾아보기 힘들다. 15번 환자는 인간이기 이전에 격리시켜야 할 감염자일 뿐이다. 또 자가 격리라니. 전쟁이 일어났는데, 국가가 각 가정을 진지로 만들어 각자 전투에 임하라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환자 이름 대신 일련번호를 매기는 ‘국가의 마음’과 자가 격리를 대책이라고 내놓는 ‘국가의 마음’이 달라 보이지 않는다”라고 일깨운다. 경향신문은 6월16일자 신문부터 ‘○○번째 환자’로 표기하고 있다. http://goo.gl/6txVAe

- [ 삼성병원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 ] ‘사회적 비용’이라는 용어는 흔히 사회 전체가 치러야 하는 각종 비용이라는 뜻으로 널리 쓰이는 말이다. 하지만 이를 학문적 개념으로 정립한 유럽 제도주의 경제학자 칼 윌리엄 캅의 저서 제목은 ‘영리기업의 사회적 비용’이다. 사적인 이익을 취하는 개인 혹은 조직이 자신들이 응당 치러야 할 비용을 치르지 않고 이를 사회에 전가시키는 것을 중심적인 문제로 삼는 것이다. 이는 그 개인이나 조직의 도덕성을 문제로 삼는 이야기가 아니다. 영리사업 자체가 필연적으로 비용을 사회에 전가시키는 경향을 내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홍기빈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장은 “우리나라의 민간 병원들이 거두고 있는 이윤 속에 얼마나 많은 ‘사회적 비용’, 즉 그들이 마땅히 지불했어야 할 비용들이 포함되어 있는지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먼저 구조적 차원이다. 허약하다 못해 사실상 무력화되다시피 한 공공의료 시스템으로 인해 전국의 환자들을 집중시켜 대기업에 가까운 매출을 올리는 몇 개 대형 병원들이 출현하게 되었다는 것은, 양자가 표리를 이루고 있음을 말한다. 이렇게 몇 개의 큰 병원들의 큰 이윤은 결국 공공의료 시스템의 위축이라는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키고 있으며, 지금 우리는 그 비용을 톡톡히 치르고 있다”고 말한다. http://goo.gl/ddT8jn

- [ 질병의 치유에도 계급이 있다 ] 메르스는 세월호와 다르다. 이것은 벌어진 일이 아니라 벌어질 일이고, 어떤 불행한 이들에게 닥친 비극이 아니라, 언제 내게 닥칠지 모르는 불행이다. 누구나 걸릴 수 있다는 것. 그래서 전염병은 공공적이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상업적이고 영리를 추구하는 사설병원들은 전염병 환자 공개 및 차단, 치료와 병상 제공, 나아가 병원 폐쇄를 당연히 꺼린다. 삼성서울병원은 확산의 두 번째 진원지임에도 불구하고, 병원 폐쇄나 병원 환자에 대한 전체적인 역학조사는 뒤늦게 이뤄졌다. 그래서 의료행위는 비즈니스 이상의 ‘공공성’을 유지해야 하는 것이고, 그것을 강제하기 위해 국가가 나서야 하고, 공공의료 시스템과 공공병원을 두어야 하는 것이다. 사회학자 권영숙씨는 “전염병이 아무리 보편적이고 공공적이라고 해도 그것이 자본주의 사회의 질병인 한, 그 안에는 계급적 지형이 있다. 국립의료원이 메르스 퇴치 ‘거점 병원’으로 지정되면서, 그 병원의 기존 주요 환자들이었던 서민층 100명이 병상을 비워주고 쫓겨나고 있다는 사실. 흥미롭지 않은가. 질병은 결국 계급적인 성격을 가진다. 평소 영양상태가 좋지 않은 빈곤층 노약자들, 하루 노동을 잠시 멈추거나 노동 이후 푹 쉬지 못하는 이들이야말로 사회적 ‘고위험군’이다. 예방용 마스크를 쓰고 싶어도 쓰지 못한 채 노동하고 거리에 있는 수많은 노동자들은 또 어떤가. 택시노동자들, 건설노동자들, 서비스노동자들, 이주노동자들, 쪽방동네 사람들. 질병의 계급적 측면이다. 전염병처럼 ‘고위험’ 질병의 경우, 그것은 사회적이다. 즉 계급적이다. 예방도 치료도 사망도. 전염병의 공공성을 확인하는 한편에 메르스의 계급적 지형이 놓여 있다. 진짜 공공성은 바로 그 지점까지 살피는 것일 것이다”라고 말한다. http://goo.gl/YbYt1q

 - [ 뇌물이 판 친다는 건… ] 누가 좀 잘나간다 싶으면 “너 뇌물 먹였지?”라는 농담을 스스럼없이 할 정도로 ‘뇌물’은 우리 일상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최근에는 ‘성완종 리스트’가 온 나라를 강타했다. 급행료, 불법 수수료, 사례비 등 범죄인지 아닌지 구분조차 애매한 일상의 소소한 뇌물도 수없이 많다. ‘촌지’나 ‘떡고물’ 또한 살면서 심심찮게 들을 수 있는 말들이다. 신간 <뇌물의 역사>는 인간 사회에 침투해 있는 뇌물을 잘 다스려야 하는 암세포와 같은 존재로 규정한다. 인간의 욕망이 동물의 삶과 다른 문명을 발전시켰지만, 동시에 뇌물이라는 암을 키웠다고 본다. 저자들은 인류와 함께 존재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뇌물의 역사를 동서양을 아우르며 샅샅이 훑고 있다. 경향신문 문화부 권재현 기자는 “뇌물이 판을 친다는 건 국가의 ‘착취’가 민중들이 감내할 만한 수준을 넘어섰다는 의미도 있다. 세금과 부역 부담으로 민초들이 신음하는 상황에서 뇌물에 맛을 들인 지방 관리들이 적극적인 수탈에 나서는 단계에까지 이르면 결국 분노가 폭발한다. 구체제의 악질적인 관행에 저항해 터진 1894년의 동학농민혁명 당시 농민들이 관리나 양반보다 향리를 먼저 공격한 걸 봐도 알 수 있다”고 말한다. 신간 <뇌물의 역사(이야기가 있는 집)> http://goo.gl/99sP43 

- [바쁘면 성공, 한가하면 실패 ] 현대인들은 바쁘지 않으면 죄책감을 느낀다. 바쁘게 살아야 한다는 의무감을 느끼고 바쁨을 자랑한다. 바쁨은 성공, 한가함은 실패라는 문화 탓이다. 경향신문 문화부 한윤정 선임기자는 “뇌과학자들에게 취재한 결과 시간 스트레스는 뇌와 몸을 파괴한다. 지적 능력의 근원지인 전전두엽은 시간 압박을 받을 때 제 구실을 못한다. 우리 몸이 계속 스트레스와 불안에 시달리면 심혈관계 질환, 고혈압과 당뇨, 관절염과 골다공증, 비만과 치매가 유발된다. 특히 여자들은 스트레스에 2배 취약하다”고 말한다. 신간 <타임 푸어(더퀘스트)> http://goo.gl/UN3UQ5

- [ 리더에게 중독된 조직의 미래 ] 국가든 기업이든 어떤 조직의 가장 꼭대기에 앉아 있는 리더의 행실은 조직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 바람직한 영향을 미치면 좋겠지만 그 반대인 경우도 많다. 한데 더욱 심각한 문제는 시간이 지날수록 리더가 미치는 악영향이 조직 전체를 감염시킨다는 점이다. 경향신문 문화부 문학수 선임기자는 <중독 조직>을 인용해 “구성원 대부분이 수장의 말과 행동에 감염되면, 이상하리만치 비정상이 용납되면서, 그것을 너무도 쉽게 정상으로 용인하며 심지어 보호하기까지 한다. 그런 현상을 보이는 집단을 ‘중독조직’이라 한다” 책의 핵심은 세 번째 챕터인 ‘조직 내 중독의 네 가지 형태’다. 먼저 저자들은 조직의 리더 혹은 핵심 인물이 실제 중독자일 때 발생하는 여러 문제들을 서술한다. “조직 내 핵심 인물이 가진 힘은 그들의 영향력, 그리고 그들이 구축한 네트워크와 연관”되기 때문에 “그들이 활성 상태의 중독자일 경우에 그들은 자신이 가진 힘을 매개로 조직 전체를 거의 파멸로 몰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그에 따라 극적인 스타일, 우울증적 스타일, 편집증적 스타일, 강박적 스타일, 분열증적 스타일에 대해 서술한다. 두 번째는 ‘동반 중독자’의 문제다. 중독자에게 강력한 영향을 받으면서 자신도 역시 중독의 양상을 보이는 경우다. 예컨대 “중독가정에서 자란 성인이 직장 내 관리직을 맡으면, 이들은 대체로 일을 완벽하게 하라고 몰아붙이는, 함께 일하기 힘든 까다로운 상사가 된다. 이들은 통제 욕구가 대단히 크기 때문에 자신의 권한이나 책임을 쉽게 위임하지 못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사람들에게 호감을 사려는 욕구도 크기 때문에 부하 직원들에게 헛갈리는 메시지를 던지기도 한다”. 중독조직에서는 “문제를 직시하거나 해결하는 대신, 문제를 임기응변으로 처리하고 문제를 영속화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저자들은 중독조직에서 일상적으로 드러나는 특징으로 잘못된 의사소통, 소문이나 험담, 두려움과 고립, 거짓과 조작, 억눌린 감정, 경멸, 혼란, 현실 부정, 자기 중심성, 흑백논리, 떠벌림 등을 꼽는다. 결국 잘못된 리더가 이끄는 조직은 ‘중독을 조장하고 중독물로 기능하며 중독자처럼 행동한다’는 것이 이 책이 전하는 핵심이다. 간 <중독 조직(이후)> http://goo.gl/7qGrT2

 

 

Posted by jinokor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