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6월 9일 경향신문

- [ 왜 삼성병원만 격리 안됐나 ] 지난 2일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메르스 확산 방지 강화대책’을 발표하면서 “메르스 환자가 특정 병원 내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하였으므로 “감염이 발생된 병원에 대해서는 병원 또는 병동 자체를 격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렇게 해서 대전의 건양대병원과 대청병원의 병원 또는 병동이 격리되었다. 지금까지 환자가 발생한 의료기관 6개 중 5개는 병동이나 병원, 또는 환자와 방문자가 격리되고 관리되었다. 그런데 예외가 있었다. 삼성서울병원이다. 왜 예외였는가. 삼성이라서? 우석균 보건의료단체 정책위원장은 “문형표 장관은 ‘감염이 일어난 것은 벌써 2주 전’이라며 삼성병원 응급실을 안심하고 이용하라고 당부까지 했다. 그런데 5월27~29일은 2주 전이 아니다. 삼성만 만나면 왜 장관이 날짜 계산까지 틀리는 것일까. X파일 사건, 반도체 백혈병 사건, 태안 기름유출 사건, 당장 떠올릴 수 있는 이 모든 사건과 사태에서 삼성은 언제나 예외였고 법 위에서 군림해 왔다. 이제 우리는 삼성이 한 나라 국민들의 생명이 걸린 메르스 사태에서조차 예외가 되고 법 위에 군림하는 사태를 눈앞에서 보고 있다. 과연 삼성공화국이다. 삼성병원이 예외가 아니었다면 지금 온 국민이 삼성병원발 메르스 2차 발병이 어디까지 확산될지를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바라보아야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라고 말한다. http://goo.gl/sFer1W

- [ 박정희 묘소에 수맥이… ]서울 동작동 국립묘지(현충원)의 박정희 전 대통령, 육영수 여사 묘소는 풍수전문가들의 입길에 자주 오르내린다. 풍수지리 대가로 알려진 지창룡씨와 손석우씨가 묘터를 잡았다고 한다. 하지만 이곳에서 수맥(水脈)이 발견돼 수맥차단 공사를 한 것으로 전해진다. 손씨는 김대중 전 대통령 부모의 묘를 이장하기도 했다. 수맥 전문가들은 땅속을 흐르는 수맥이 인체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한다. 수맥이 지나가는 곳에서 생활하면 피로, 뇌졸중, 암 등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김석종 경향신문 논살위원은 “한국의 수맥탐사는 1836년 프랑스 외방선교회 신부가 들여왔다. 프랑스 출신 메르메 신부와 부르드 신부는 1900~1930년대 금광 개발에 도움을 줬다. 이들에게 직접 배운 신인식 신부의 수맥탐사법은 임응승 신부에게 전해졌다. 평생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며 온천수와 지하수를 찾아내는 등 국내 수맥탐사의 1인자 임 신부가 그제 93세로 선종했다고 한다. 그는 전남 고흥 소록도에서 20여 군데의 수맥을 찾아 한센병 환자들이 생수를 자급하도록 도운 것으로도 유명하다. 가톨릭 교령에 따라 유익한 일에만 수맥을 짚어온 임 신부를 생각하면 수맥 차단용이라며 ‘달마도’를 팔아먹는 등의 사이비 수맥 전문가들이 가소롭기만 하다”고 말한다. http://goo.gl/nHpn30

- [ 전두환에 의해 계산된 사회변화 ] 1980년 광주 참극을 초래한 뒤 출범한 신군부는 1981년에 반도체, 컴퓨터, 통신기, 전자제품 등 4개 부문을 중점적으로 육성하는 장기발전계획을 발표했다. 이 사업 중 당장 돈이 되는 것은 전자사업이었다. 1980년 12월의 컬러TV 방영 결정은 그중 전자산업부터 활성화하겠다는 야심이 드러난 결정이 아니었나 싶다. 1982년부터 컬러 방송이 시작됐지만 콘텐츠가 문제였다. 쇼 프로와 드라마로는 모두 채울 수 없었다. 1981년에 88올림픽 유치권을 획득한 5공 정부는 1982년에 프로야구를 출범시켰다. 1982년 1월5일 새벽 4시를 기해 37년간 이어져오던 야간 통행금지 조치가 해제되었습니다. 50년 이상 군사독재가 이어지는 나라에서 올림픽이 열리는 것을 국제사회가 비판하자 어쩔 수 없이 취한 조처였다. 그렇지만 이로 인해 심야 작업 교대가 가능해지자 기업들은 2교대를 3교대로 바꾸어 공장을 24시간 내내 가동할 수 있었다. 극장, 술집, 학원 등도 심야 영업이 가능해지자 극장에서는 <애마부인> 시리즈를 비롯한 에로영화가 봇물을 이뤘고, 여관방에서는 포르노테이프가 난무했다. 이른바 섹스, 스포츠, 스크린의 3S가 넘쳐나자 섹스 향락산업이 날개를 달았다. 때마침 저유가, 저금리, 저달러 등 ‘3저 호황’이 맞물리자 기업들은 독재정권의 비호 아래 노동자들을 혹사시키며 이익을 늘려나갔다.

- [ 소설 <인간시장>은 아직도 현실 ] 전두환 정권에 의해 철저하게 계산된 사회변화가 이뤄지던 그때 김홍신의 <인간시장>이 등장했다.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은 “<인간시장>은 악의 패거리는 언제든 응징할 수 있지만 연약한 애인 오다혜에게는 쩔쩔매는 장총찬의 이야기로 젊은이들의 애간장을 태웠습니다. 납본이라는 사전검열 제도로 판매금지도서를 남발하면서도 욕설과 과도한 섹스 장면만은 허용하던 시절이었습니다. 하느님과 ‘맞짱 뜨겠다’는 22살의 장총찬이 주인공으로 등장한 <인간시장>은 베스트셀러 시장을 휩쓸기 시작했습니다. 1981년 9월에 1권이 출간된 <인간시장>은 1983년에 100만부를 돌파하며 한국 출판 역사상 최초의 공식적인 밀리언셀러로 등극했습니다. 영화와 TV 드라마로 제작된 이 소설은 모두 560만부나 팔려나갔습니다. 김홍신 작가는 <인간시장>의 후속편을 쓰려고 했는데 지금의 현실과 조금도 다르지 않아 재출간을 결심했다고 합니다. 지금은 어떤가요? ‘만성 담마진(두드러기)으로 인한 병역면제, 변호사 시절 전관예우와 고액 수임료, 종교적 편향성, 법무장관 시절 국가정보원 댓글사건 등 정치적 사건에 대한 부적절 대처 논란’ 등의 혐의를 받는 황교안이라는 분이 국무총리에 지명되는 세상 아닌가요? 이것만 보아도 엘리트형 부패로의 역주행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습니다”라고 말한다. http://goo.gl/BbzIrD

- [ 지도층 범죄엔 ‘유죄추정의 원칙’을 ] 청문회 때마다 어김없이 드러나는 다운계약서, 불분명한 재산 증가, 전관예우, 탈세 같은 소위 사회 지도층 인사들의 부정부패는 이미 연중 행사가 된 듯하다. 그때마다 많은 국민들이 분노하고 실망을 표현하기도 하는데 사실 이러한 지도층의 부정부패가 우리에게만 국한되는 일은 아니다. 급속히 경제가 발전했거나 혹은 발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신흥국가들은 공통적으로 지도층의 부정부패와 관련된 문제들을 안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지도층의 범죄는 행위가 은밀히 이루어지고 범죄자가 강한 권력과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적발과 처벌이 쉽지 않다. 이에 부정부패로 고통을 겪고 있는 몇몇 국가들은 기존의 법만으로는 부정부패의 효율적 처벌이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매우 급진적인 방법을 선택하기도 하는데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지도층이 부정부패를 저질렀다고 의심될 경우 무죄추정의 원칙에 예외를 두는 것이다. 안광민 법무법인 천고 미국변호사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일반적인 국가에서는 지도층의 부정부패가 의심될 경우 무죄추정의 원칙에 의해 국가 기관이 부정부패의 증거를 수집하고 법정에서 이를 증명해야 하는데 그사이 범죄의 은닉 혹은 외압 등이 발생할 소지가 생기게 된다. 반면 무죄추정에 대한 예외를 허용한 국가들의 경우 부정부패가 의심되는 지도층이 자신의 결백을 증명할 책임을 지므로 국가 기관이 입증의 부담을 덜게 되고 결과적으로 효율적인 부정부패의 방지가 가능할 수 있다. 인도네시아는 부패범죄말소법을 제정해 정치인의 재산이 소득에 비해 과도하게 많을 경우 정치인 스스로 본인의 재산이 부정부패의 산물이 아님을 증명해야 된다. 홍콩, 보츠와나, 그리스, 케냐 등도 유사한 법을 제정해 시행 중이다”라고 알려준다. http://goo.gl/jzs1dG

- [ 낙동강, 돌아온 ‘녹조라떼’ ] 대구환경운동연합이 8일 대구 달성군 구지면 도동서원 인근 낙동강변에서 올 들어 처음 녹조가 피어오른 것을 촬영하고, 컵에 담아 보여주고 있다(아래 경향신문 지면 사진). 낙동강에서는 2012년부터 4년 연속 녹조가 번무하고 있다. 대구환경운동연합은 “한국수자원공사가 녹조가 눈에 띄지 않도록 배를 동원해 수면의 덩어리진 녹조를 흩뜨리고 있다”고 밝혔다. http://goo.gl/FLnlO3 

- [ 정부 탓에 커진 시민간의 불신 ] 공적인 정보의 불확실성과 불신이 시민들의 불안에 걷잡을 수 없는 기름을 붓고 있다. 사람들은 이제 당국이 내놓은 정보를 믿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신뢰는 주어진 정보와 눈앞에서 펼쳐지는 상황이 맞지 않을 때 결정적으로 흔들린다. 이럴 때 정부가 해야 하는 일은 정보와 상황 사이의 불일치를 진정시킬 수 있는 합리적 설명을 내놓는 것이다. 그 설명이 납득 가능할 때 사람들은 불안한 가운데에서도 안심할 수 있게 된다. 문화학자인 엄기호씨는 “그러나 방역당국은 정보와 상황 사이의 불일치를 메우려고 하기는커녕 그저 믿으라고만 윽박질렀다. 정부는 역학조사를 제대로 하지도 않았고 은폐하려는 듯한 모습마저 보였다. 공적인 정보에 대한 신뢰가 무너질 때 시민 간의 신뢰도 무너진다. 아무것도 믿을 수 없게 된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사람은 내가 곳곳에서 마주치는 사람이다. 믿을 만한 것은 멀리 있는 시민이고 가까이 있는 시민은 위해 요소가 된다. 더 이상 무심할 수도 없고 신뢰할 수 없다. 사람들은 신경질적으로 날카로워지고 공격적이 된다. 사회 구성원 간의 ‘무심한 신뢰’는 ‘날 선 불신’으로 대체된다. 사회가 박살나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http://goo.gl/FiA0e2

- [ 문화의 기반은 공간 ] 2005년 6월, 홍대앞 거대 상권이 만들어지기 전 한적한 거리에 작은 술집이 문을 열었다. 술과 음악을 좋아하는 친구들끼리 함께 놀기 위한 아지트 같은 공간이었다. 스트레인지 프룻이라는, 부르기도 힘든 이 가게의 간판은 알아보기도 힘들 만큼 작았다. 진정한 술꾼이라면, 게다가 이 가게 이름이 빌리 홀리데이의 노래 제목에서 따온 것임을 아는 술꾼이라면 오히려 이 작은 간판은 매력적이었다. 그들 중에서는 음악인도 많았다. 단골이 된 뮤지션들은 어느덧, 이 공간에서 공연을 하기 시작했다. 한 팀 두 팀 있는 그대로의 공간에서 공연을 하더니 자신의 장비를 하나둘씩 가져다 놓았다. 그렇게 조금씩 그럴듯한 앰프와 드럼을 모두 갖추게 됐다. 술집의 공연장화는 이렇게 자연스럽게 이뤄졌다.음악 술집의 정체성을 유지한 채 공연장이라는 새로운 정체성을 획득한 스트레인지 프룻이 10주년을 맞았다. 대중음악평론가 김작가씨는 “문화의 기반은 공간이다. 하나의 지역에서 문화가 만들어진다면 색다른 공간들이 있기 때문이다. 명동에 쎄씨봉이 있었고 이태원에 문라이트가 있었다. 그리고 홍대앞에는 드럭, 스팽글 같은 라이브 클럽이 있었다. 새로운 지역의 새로운 공간에서 새로운 문화가 만들어졌다.대개의 문화는 시스템 바깥에서 형성되는 법이다”라고 말한다. http://goo.gl/8Oqm8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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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6월 8일 경향신문

- [ 메르스보다 대통령이 더 무섭다? ] 지난 6월5일 서울 종로구 종각역과 마포구 홍대입구역 인근에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산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박근혜 대통령을 비판하는 전단이 뿌려졌다. 서울 종로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30분에서 7시 사이 종각역 인근 건물 옥상에서 ‘민주주의를 염원하는 시민들’ 명의의 전단 3000장이 살포됐다. 전단에는 “무서운 건 내가 아니라 너희들이야”라고 말하는 낙타 옆으로 박 대통령이 서 있는 6월4일자 경향신문 만평 ‘그림마당’과 함께 “메르스보다 대통령이 더 무섭다”, “책임지지 않는 정부, 국민들이 알아서 살아남아야 하는 현실, 이게 나라냐”는 문구가 쓰여 있다. 이날 홍대입구역 근처에서도 박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전단 수백장이 뿌려졌다. 전단에는 박 대통령을 풍자하는 그림과 “세월호로 아이들이 죽고 메르스로 노인들이 죽는다”고 쓰여 있었다고 한다. http://goo.gl/YRG64Z 

- [ 총리, 일요일엔 쉰다? ]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58)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하루 앞둔 7일 출근을 생략했다. 2주 연속 ‘주일(主日)’ 결근이다. 휴일인 데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산 사태까지 겹치면서 총리 후보자 결근에 뒷말이 나오지는 않았다. 하지만 정부는 물론 온 나라에 비상이 걸린 상황에서 ‘일각이 여삼추’ 같은 총리 후보자가 청문회 준비 시간을 그만큼 날려버린 것 아니냐는 걱정도 나온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황 후보자는 “주일은 하나님 앞에 드리는 것이 바르다고 생각한다”고 공·사석에서 밝혀 왔고 또한 가급적 이를 지켰다. 저서에서는 “주일에 사법시험을 치르는 것이 합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유감”이라고도 했다. 총리에 취임할 경우 앞으로 ‘주일 근무’는 어떻게 할지 관심을 끈다. ‘주일’에 일이 터져도 그는 교회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 물론 골프장에 있는 것 보다는 욕을 덜 먹겠지만… http://goo.gl/VlXzYU 

- [ 시민들에겐 욕할 자유뿐 ] 인간이 만든 정치체제 가운데 민주주의만 유일하게 ‘목적을 전제하지 않은 체제’로 불린다. 민주주의는 공동체가 지향해야 할 목적을 시민이 참여하는 공적 논의를 거쳐 결정하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보면 민주주의란 모든 시민이 의견을 가질 권리를 향유하는 체제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를 가장 날카롭게 비판하고 나선 사람이 있었으니…바로 플라톤이다. 그는 시민 대중의 불안정한 의견에 의존한다는 이유에서 민주주의를 나쁜 체제로 보았다. 불안정한 의견이 아니라 확고한 진리 위에 체제를 세워야 한다고 생각한 그가 주창한 것은 ‘철학자 왕’ 내지 교육받은 소수 엘리트에 의한 지배였다. 민주주의자라면 플라톤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플라톤의 주장처럼 행정권력이나 언론권력에 사회를 통째로 맡길 수는 없다. 정치발전소 학교장은 “민주주의는 집단과 조직, 결사체의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시민 참여와 의견 형성 과정으로 이해된다. 이런 기준에서 오늘의 한국 민주주의를 보면 국가와 개인 사이가 텅 빈 공간처럼 다가온다. 이 같은 상황이 달라지지 않는 한, 우리의 민주주의가 행정권력과 언론권력에 휘둘리는 상황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런 민주주의에서 시민이 향유할 수 있는 것은 욕할 자유뿐이다. 이래저래 시민은 더 사나워지고 사회는 더 분열되는 일만 많아지는 것 같아 걱정이다”라고 말한다. http://goo.gl/6Hk9TG

- [ 메르스 퇴치의 기본 ] 전염병 퇴치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병원체와 감염경로를 확증하는 일이다. 그 다음으로는 그 확산 범위를 예측하고, 중요 길목을 지켜 더 이상 번지는 것을 막는 것이다. 그런데 지도를 펼쳐 발원지에 중심을 둔 동그란 원을 그려 그 구역을 격리하는 방식은 인적이 드문 시골에서나 통할 방법이다. 도시화가 완성된 공간에서의 거리는 교통망으로 결정된다. 뉴욕에서 밀워키로 가는 사람의 수보다 런던으로 가는 사람의 수가 더 많기 때문에 물리적 직선거리로 반경을 정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대도시의 중심에서 10분에 도달할 수 있는 모든 도착점을 모아보면 그 경계는 원이 아니고 교통망을 중심으로 길쭉한 소시지 모양의 타원체가 될 것이다. 또 모든 사람이 똑같은 정도로 남을 감염시킨다는 식의 단순 계산법으로는 전염병 확산 형태를 예측할 수 없다. 컴퓨터공학자인 조환규 부산대 교수는 “전염병 확산은 임계전이(critical transition)의 대표적인 예이다. 전염병, 폭동, 눈사태, 동식물의 멸종, 사막화, 인기 연예인의 몰락 등은 임계전이의 좋은 사례다. 임계전이는 파국 바로 직전까지도 별 조짐을 드러내지 않아 예측이 아주 어렵다. 게다가 임계전이 이후 다시 이전 상태로의 회복이 거의 불가능한 것이 일반적인 전이와 다른 점이다. 따라서 임계전이가 있는 시스템이라면 초기 상태부터 극단의 노력으로 시스템이 문턱을 넘지 않도록 방어해야 한다. 파국으로 인한 엄청난 손해와 비교하면 어떤 초기 비용도 아깝지 않을 것이다. 국가 경제와도 직접 맞닿은 작금의 메르스 사태에, 호들갑을 떤다느니, 감기 수준에 과잉 대응이다라는 식의 발상은 임계전이 현상에 대한 이해가 없는 사람들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메르스를 이기기 위해 필요한 것은 궐기대회나 결연한 각오, 유언비어 발본색원 등 정치적 과시가 아니라 계산이다. 지금은 계산역학(computational epidemiology)이 필요한 시점이다”라고 말한다. http://goo.gl/HbsnQa

- [ 메르스 감염자 말고 메르스와 싸워라 ] 경찰서, 병원, 법원은 안 가는 게 좋지만 살다보면 갈 일이 생기는 이 3곳에서 ‘아는 사람’의 여부는 대단히 중요하다. 꼭 도움을 받지 않더라도 아쉬운 소리를 하거나 소소한 정보를 얻어듣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때문에 난리인 지금 같은 때 아는 의사가 있다면 당장 연락을 해보고 싶을 것 같다. 적어도 이 동네 병원 중에 어디를 가지 말아야 할지, 일상 생활을 어떻게 해야 할지 정보와 위안을 얻을 수 있을 테니까. 어디서 파는지조차 알 수 없는 낙타유와 낙타고기 먹지 말라고 국민을 계몽하는 보건복지부나, 손을 자주 씻고 기침이나 재채기할 때 입과 코 가리라는 뒷북 문자를 요란스럽게 보내는 국민안전처보다 믿음직스러울 것이다. 상황이 이러니 누구라도 치안, 보건, 법 영역의 일을 맞닥뜨렸을 때 시스템이 아니라 ‘아는 사람’, 즉 연줄을 먼저 찾게 되는 것은 당연지사다. 문화평론가 정지은씨는 “언제부터인가 ‘생존’은 ‘각자도생’과 동의어가 되어버렸다. ‘행복한 사람은 시계를 보지 않는다’는데 나는 요새 자꾸 시계를, 달력을 들여다보게 된다. 시간은 흘러가는데 언제까지 이렇게 알아서 해결하는 방식으로 버틸 수 있을까 싶어 불안하기만 하다. ‘미국이 위대했던 때에는 가난과 싸웠다. 가난한 사람과 싸우지 않았다.’ 미국 드라마 <뉴스룸>에 나오는 대사다. 그렇다. 우리는 질병에 걸린 사람과 싸우는 대신 질병과 싸워야 한다. http://goo.gl/7BClL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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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6월 6일 경향신문

- [ ‘역병’에 내던져진 국민들 ] 인간 생명의 ‘3대 주적’은 전쟁, 기근, 역병이었는데 그중에서도 역병의 살상력이 가장 컸다. 역병은 인간의 대규모 이동 이후에 치성(熾盛)했다. 인간은 언제나 세균, 바이러스 등과 함께 이동했으며, 처음 밟은 땅에 그들을 퍼뜨렸다. 몽골군과 접촉한 이후 반복적으로 페스트의 참화를 겪었던 유럽인들은 역병이 어떤 재앙보다도 무섭다는 사실을 절감했고, 그 확산을 막기 위한 집단적 대응책을 세워갔다. 유럽인들은 16세기 이후 지구 전체로 활동 반경을 넓힐 때도, 자기들이 점령한 땅의 원주민보다 질병에 더 촉각을 곤두세웠다. 역사학자 전우용씨는 “2003년 세계적으로 사스가 창궐했을 때 한국은 사스 예방 모범국으로 국제적 칭송을 받기까지 했다. 그런데 2015년 6월, 메르스 방역 실패로 한국은 현대 문명국으로서의 자격을 의심받기에 이르렀다. 12년 전에 이 나라는 방역 모범국이었다. 그랬던 나라가 12년 만에 최악의 방역 후진국이 된 것이다. 나라의 기본을 이렇게 망가뜨렸으면, 국정 총책임자가 책임을 통감해야 정상이다. 그럼에도 그분은 다른 사람들을 질책할 뿐 국가의 기본이 무너진 게 자기와는 전혀 무관하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국가의 기본이 왜 이렇게 무너졌는지, 국가 운영을 책임진 사람들 스스로 통렬히 반성하지 않으면, 국민은 ‘나라 잃은 백성’과 다를 바 없는 불쌍한 처지에서 헤어나지 못할 것이다”라고 말한다. http://goo.gl/KpSR2W

- [ 박 대통령, 마스크도 안쓰고… ] 박근혜 대통령이 6월5일 오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발생 16일 만에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을 전격 방문했다. 국립중앙의료원은 메르스 의심환자 격리병동과 선별 진료소가 설치된 현장으로 박 대통령이 메르스 대처를 국정 최우선 순위에 두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청와대와 정부의 ‘뒷북 대응’에 대한 비판여론을 진화하기 위한 행보로 보인다. 노란색 민방위복 차림의 박 대통령은 의료진 등과 간담회를 가졌다. 이날 박 대통령은 마스크도 쓰지 않고 격리병동을 방문했는데 이를 두고 뒷말이 많다. 마스크를 쓰지 않고 갔다가 감염이라도 되면 어쩌려고 그랬냐는 의견이 있지만 마스크를 쓰고 갔더라면 또 마스크를 쓰고 갔다고 뒷말이 나올수도 있었다. 청와대 내부에서도 많은 의견이 있었겠지만 마스크를 쓰지 않는 것이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적을 것이라고 판단 했던 것으로 보인다. http://goo.gl/ob1bDd 

- [ 박 대통령, 국정운영 능력 있나? ] 전염병과의 싸움은 질병을 유발하는 바이러스와의 싸움이자 질병의 확산이 불러오는 공포와의 싸움이다. 바이러스의 피해 범위를 최소화하기 위해 감염자 또는 잠재적 감염자를 효율적으로 보호·격리하는 보건시스템적 대응, 바이러스 백신이나 치료제를 개발하는 의료기술적 대응, 불필요한 공포의 확산을 막고 시민이 차분하게 질병에 맞서도록 중심을 잡아주는 정치적 대응, 이 세 가지가 맞물려야 전염병과의 싸움에서 승리할 수 있다. 경향신문 사회부 정제혁 기자는 “국가적 재난의 극복은 대통령의 첫째 소임이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은 메르스 환자가 발생한 지 보름이 지나서야 점검회의를 소집했다. 그 자리에서도 남 일 말하듯 하는 특유의 유체이탈 화법으로 사람들의 속을 뒤집어놓았다. 메르스 확산 국면에서 정부가 취한 선제적 대응이라고는 ‘유언비어 엄벌’ 방침밖에 없다. 메르스 사태로 한국은 국제적 망신거리로 전락했다. 가게는 텅텅 비었고, 중국인을 비롯한 관광객은 급감했다. 이 정권이 말하기 좋아하는 ‘국격’은 곤두박질쳤고, 경제에는 적신호가 켜졌다. 서울 강남구가 ‘메르스 괴담’의 직격탄을 맞은 것을 보면 이 정권이 사회의 보편적 가치와 이익은 고사하고 우파적 가치와 핵심 지지층을 보호할 능력이 있는지도 의심스럽다. 박 대통령은 국가를 운영할 최소한의 능력이 있는가”라고 묻는다. http://goo.gl/EbR289

- [ ‘재난 콘트롤타워’ 자처한 정조 ] 1783년 경기·호남·동북지역에 기근이 들자 정조는 침전에 ‘상황판’을 걸어놓았다. “침실 벽에 재해를 입은 지역을 세 등급으로 나누어 고을의 수령 이름을 써놓고, 세금을 감면하거나 구휼을 마칠 때마다 그 위에 기록했다.”(<홍재전서>) 이기환 경향신문 논설위원은 “정조가 침실을 ‘재난 컨트롤타워’로 삼아 진두지휘한 까닭은 명쾌했다. ‘백성이 있어야 나라가 있으니 곤경에 빠진 백성을 편안하게 만들어야 과인의 마음도 편안해진다’는 것이었다. 군주가 나서 발 빠른 대처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정조의 재난대처법은 심금을 울린다”라고 말하며 박근헤 대통령에게 들려주면 좋을 것 같은 정조의 <홍재전서>에 나온 글을 전한다. “재난을 당한 백성을 돌보는 것은 특히 시기를 놓치지 않도록 서둘러야 한다. 백성의 목숨이 달려있는 사안이다.” http://goo.gl/JhvO4M

[ 대학 총장은 아무나 하나 ] 사학의 전횡을 볼 때마다 대학의 주인은 과연 누구냐는 물음이 떠오른다. 국공립대학의 주인은 두말할 나위 없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이며 궁극적으로 주권자인 국민이다. 한국 대학의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는 사립대학은 어떠한가? 큰 뜻을 품고 토지와 건물을 기부한 설립자의 소유도 아니요, 총장이나 이사장, 이사회의 재산도 아니다. 초·중·고교이든 대학이든 사학은 사회의 공유자산이며, 역시 국민이 주인이다. 그래서 사학도 공공성이 보장되는 투명한 운영을 해야 한다. 최근 총장 임명을 두고 갈등을 빚고 있는 동국대 정관은 이사 정원 13명 중에 무려 9명을 ‘대한불교조계종 재적승려’로 구성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스님들만 다니는 대학도 아닌데 말이다. 김명환 서울대 교수는 “대학이 행하는 연구와 교육의 질과 성과에 대해 최종 책임을 진다는 의미에서 대학 운영의 ‘주역’은 교수이다. 총장은 주역의 역할을 제대로 해야 할 교수진, 그리고 학생과 직원 등 다양한 대학 구성원을 이끄는 막중한 자리이다. 특히 학문의 길, 학자의 길에 대해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깊은 이해를 지녀야 한다. 또 대학의 사회적 책무에 민감한 동시에 권력과 자본의 압력과 유혹 앞에서 대학의 자율성과 학내 민주주의를 지켜야 한다. 기업 경영이 주된 이력인 분, 장관이나 국회의원 등 정무직 경력자가 대학총장으로 종종 적격이 아닌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라고 말한다. http://goo.gl/5GlFFb

 

 

Posted by jinokor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