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월 22일 경향신문

- [ 박정희 전 대통령의 사주 ] 사주는 사람이 태어난 해(年)·달(月)·날(日)·시(時)를 간지(干支)로 계산해 길흉화복을 점치는 것이다. 사람을 한 채의 집으로 비유하고 생년·생월·생일·생시를 그 집의 네 기둥으로 여겨 이런 명칭이 붙었다. 사주는 각각 간지 두 글자씩 여덟 자로 나타내므로 ‘팔자’라고도 한다. 흔히 말하는 “아이고, 내 팔자야”란 말이 바로 이것이다. 12개 지지(地支) 가운데 ‘인신사해(寅申巳亥)’를 모두 갖춘 사주가 제왕의 운명을 타고났다고 하는 ‘사맹격(四孟格)’인데 박정희 전 대통령과 16세기 일본의 최고권력자 도요토미 히데요시 등이 이에 해당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http://goo.gl/Rpy71a

[ 공자도 예상하지 못한 것 ] ‘從心所欲 不踰矩(종심소욕 불유구)’, 공자가 이르되 나이 칠십은 ‘마음대로 해도 법도를 벗어나지 않는다’고 했다는 것이다. 소설가 박범신은 고개를 저었다. 어림없는 소리라고 생각했다. 그거야 쉰 살의 지천명(知天命), 예순의 이순(耳順) 경지를 우수한 성적으로 통과한 사람에게 해당되는 말일 뿐, 천명조차 깨닫지 못하고 늙는 대부분의 사람에겐 어림없는 꿈이 아니겠는가라고 생각했다. 성희롱으로 재판에 부쳐진 전 국회의장님은 올해 나이 일흔일곱이다. 그래서 박범신은 이렇게 썼다. “이제 겨우 일흔이 되었구나!” ‘겨우’라는 낱말에 방점을 찍었다고 한다. 공자는 지금 같은 고령화 사회를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http://goo.gl/EkK1gc

- [고3 담임보다 더 힘든 초등 6학년 담임 ] 교사들이 6학년 담임 배정을 꺼린다고 한다. 이유는 사춘기에 접어든 학생들 생활지도의 어려움 때문이다. 일부 학생들은 여교사보다 키가 크고 힘도 세다. 잘못된 행동을 지적하는 담임교사에게 반항하거나 욕설을 하기도 하며, 심지어 교사를 폭행하는 사건도 종종 발생한다. 여기에 타 학년 담임들은 하지 않는 상급학교로의 진학 상담, 졸업 준비 등 6학년 고유 업무가 있다. 한마디로 말해 6학년 담임을 맡으면 1년이 피곤해진다. 이 때문에 새로 전입해 온 교사에게 6학년 담임을 일방적으로 맡겨버리는 경우도 많다. 전입 교사는 그 학교의 특성도 파악하지 못한 채 오자마자 6학년 담임을 떠맡게 된다. 효과적인 학생지도가 이루어질 리 없다. http://goo.gl/CMziEX

- [ 당신과 살고 있지만 당신의 아이가 아니다 ] 인 칼릴 지브란은 <예언자>에서 부모들이 새겨들을 만한 얘기를 들려준다. 그는 부모는 활, 자식은 화살에 비유했다. 지브란은 “활이 흔들리지 않아야 화살도 제대로 날아간다”고 했다. 부모도 마찬가지다. 부모가 흔들리지 않아야 자식도 제대로 성장한다. 화살은 활이 많이 휘어야 멀리 날아간다. 활의 휘어짐은 고통이다. 활의 고통이 클수록 화살은 멀리 날아간다. 부모도 그렇다. 등이 휘는 고통이 있어야 자식은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 있다. 지금 한국엔 남의 아이보다 한 뼘이라도 앞서게 하기 위해 배려보다 경쟁을 가르치는 부모, 자식의 스펙을 조작해 대학에 부정입학시키는 부모, 자신은 ‘삐딱선’을 타면서 자식에겐 바른 길을 가라고 다그치는 부모…. 그런 부모들이 많다. 지브란의 말을 끝까지 들어보자. 지브란은 ‘당신의 아이는 당신의 아이가 아니다’라고 조언한다. “그들은 당신과 함께 있지만 당신의 소유물은 아니다/ 당신은 그들에게 사랑만 주고, 당신의 생각을 주어서는 안된다. 당신은 그들의 육신은 가두어도 영혼은 가둘 수 없다.” 아이들의 영혼을 억압하지 말자. http://goo.gl/6IuP2Z

- [ 정부는 국민을 원숭이로 생각하나 ] 어느 전직 고위관료가 몇천만원에 이르는 예상치 못한 세금을 내기 위해 마이너스 통장을 만들었다나, 어쨌든 절치부심한 그가 정권이 바뀌어 복귀하자마자 한 일은 바로 그 세금을 없애는 것이었다고 한다. 종합부동산세 얘기다. 100% 사실일 리야 없지만 그럴듯하기는 하다. 지금 연말정산 탓에 많은 직장인들의 속이 ‘민란’ 수준으로 부글거리고 있다. 이는 예년보다 환급액이 줄었다는 것도 있지만, 더 깊숙이 들여다 보면 많이 가진 자는 많이 내고 적게 가진 자는 적게 내야 한다는 납세형평성의 논리가 깨졌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환급액을 조금 더 늘려주는 미봉책을 내놓기보다 민심의 본질을 헤아려야 할 듯 싶다. http://goo.gl/bkaS7M

- [ 예능의 장수 비결 ‘진심’ ] 엇비슷한 먹방·서바이벌 프로그램들이 쏟아지는 가운데 오래된 ‘원조 먹방·원조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있다. 바로 KBS1 <한국인의 밥상>과 SBS <놀라운 대회 스타킹>(이하 <스타킹>)이다. 2011년 1월 시작한 <한국인의 밥상>은 지난 8일로 200회를 맞았다. 2007년 1월부터 이어온 <스타킹>은 오는 31일 400회를 방송한다. 두 프로그램 모두 먹방과 서바이벌이란 형식보다는 이에 얽힌 사람들의 깊은 이야기를 풀어낸다는 점에서 같다. 또 꾸준히 함께해온 진행자의 힘 역시 빼놓을 수 없다. http://goo.gl/e8IPXz

- [ 월성 1호기, 편안한 임종을… ] 제품의 사용시간을 가로축에 놓고 고장률을 세로축에 배치하면, 처음에는 높았다가 시간이 흐르면서 낮아져 평평한 상태를 유지한 후 다시 증가하는 서양 욕조 모양의 U자형 그래프를 얻을 수 있다. 그래서 공학자들은 이 그래프를 ‘욕조 곡선’이라고 부른다. 초기 고장이야 애프터서비스(AS)가 되지만 제품 수명의 말기로 접어들면 이용자는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먼저 돈을 들여서라도 제품을 수리해 계속 쓰는 방법이 있다. 전제는 수리비용이 신제품 구입비용보다 훨씬 적게 들어야 한다. 수리를 마치면 기능도 신제품과 큰 차이가 없어야 한다. 두 번째 선택은 제품의 수명이 다했음을 받아들이고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것이다. 이때 중요한 것은 “이게 없으면 정말 안되는가?”라는 질문일 수 있다.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물건이라면 가족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아까운 돈을 들여서까지 수리해 다시 쓸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를 월성원전 1호기에 적용해 보자.  “전기는 낡은 원전까지 돌려야 할 만큼 앞으로도 부족할 것인가?” “월성 1호기를 수리해 계속 쓰는 방안은 다른 대안들보다 비용이 적게 들고 사회적으로도 좋은 일인가?” 5년 후에는 전력예비율이 30%에 육박하고 월성 1호기 수명연장은 적자가 최소 2546억원이라는 국회예산정책처의 분석을 고려하면 답은 분명해진다. http://goo.gl/vE4Oj9

- [ 갑질의 대가, 위메프의 굴욕 ] 수습직원들을 고되게 부려먹은 뒤 전원 해고했다 논란이 되자 합격시킨 소셜커머스 업체 위메프가 ‘채용 갑질’ 대가를 치르고 있다. 순방문자 순위가 ‘빅3’ 중 꼴찌다. 경쟁사인 쿠팡과 티몬 순방문자는 늘었다. 일주일 전, 업계 1위 쿠팡과 당시 2위이던 위메프 순방문자 수 차이는 9만5305명에 불과했지만, 일주일 새 43만2949명으로 벌어졌다. http://goo.gl/uoiO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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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년 1월 21일 경향신문

- [ 노태우·김영삼을 너무 욕하지 마라 ] 노태우 대통령은 민주화와 사회개혁 욕구가 화산처럼 분출하던 시기에 대통령이 됐다. 국회는 3김이 지배하는 여소야대 정국이어서 정부의 행동반경은 크지 못했다. 그런 노 정권은 인물로써 정국을 돌파했다. 신망이 높은 강영훈 총리가 있었고, 청와대에는 노재봉, 김종인, 김종휘, 김학준 등 쟁쟁한 학자들이 포진했다. 5공 청문회, 노사분규, 학생시위 등으로 편안할 날이 없던 5년이었지만 그런 중에도 북방외교를 트고 변화하는 대외통상환경에 대응해서 경제체질을 강화시키는 데 성공했다. 김영삼 대통령은 국민을 아는 정치인이었고, 그렇기에 정치인을 정부와 청와대에 대거 기용했다. 첫 비서실장은 나중에 국회의장을 지낸 박관용 의원을 발탁했고, 손학규 의원과 이인제 의원을 장관으로 기용했다. 청와대는 서울대 교수 출신인 박세일, 이각범 등이 수석비서관으로 개혁과제를 추진했다. 김 대통령은 하나회 해체, 금융실명제 실시, 불법 정치자금 관행 근절 등 자신이 생각하던 개혁을 밀고 나갔다. 차남 김현철씨 문제가 불거졌을 때에도 김영삼 대통령은 윤여준 공보수석 등 가신 그룹이 아닌 참모들의 진언을 받아들여 사과 기자회견을 했다. 하지만 당시 청와대 경제참모 중에는 쓴소리를 할 만한 사람이 없었다. 1996년 하반기부터 나빠지기 시작한 경제상황에 대해 경제 참모들은 대통령에게 진솔한 보고를 하지 않았고 결국 한보사태와 기아사태를 거쳐 외환위기를 맞고 말았다. 박근혜 대통령은 노태우 정권과 김영삼 정권의 성공과 실패에서 많은 교훈을 얻었어야 한다.하지만 그 시절을 잘 이해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http://goo.gl/zONdGM 

- [ 의리 있는 박근혜 대통령 ] 대부분의 잘 나가는 사람들은 “뜨더니 변했다”는 말을 듣는다. 서민 교수도 유명해진 뒤 많은 청탁이 들어왔지만 일일이 챙기지 못 해 “서민 말이야, 뜨더니 변했어”라는 뒷말을 들었고 방송에서 다 잘려 한가해진 지금, 그때 남은 앙금 때문에 만날 사람이 없다고 한다. 서민 교수는 “그런데 잘 나가는 사람이 의리가 있어 주위 사람 챙기는 일을 무엇보다 우선시 한다면? 주위 사람들은 행복에 겨워 그를 칭송하고, 그 광경을 본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하든 그 잘난 사람과 친해보려고 갖은 노력을 다할 것이다. 보기만 해도 흐뭇한 시나리오, 설마 이런 분이 있냐고? 있다. 놀라지 마시라. 그분은 바로 박근혜 대통령이시다. 김보성씨가 현 정부 들어 뜬 것도 의리가 그만큼 이슈화됐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그리고 마무리는 “새삼 아쉬워진다. 내가 대통령과 아무런 친분관계가 없는 것이…” 서민의 어쩌면 제2탄 “나도 대통령과 친했으면 좋겠다” http://goo.gl/6TE3Id

- [<단독> 최소 100만명 ‘싱글세’ 낸다 ] 미혼이거나 맞벌이로 인해 부양가족 없이 1인 공제만 받는 연봉 6000만원 이하 납세자가 100만명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세금이 늘지 않을 것”이라는 정부 주장과 달리 부양가족공제 등을 받지 못해 세금이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사실상 ‘싱글세’를 물게 되는 것이다. 또 같은 소득자보다 과도하게 세금을 더 물게 된 7000만원 이상 고액 연봉자를 포함하면 1인 공제자는 157만명에 달한다. 정부는 ‘아주 일부’ 근로자에서 세부담이 증가할 수 있다고 밝혔지만 100만명이 넘는 직장인을 ‘아주 일부’로 보기는 어렵다. http://goo.gl/thrm0q

- [ <국제시장>의 애국가와 <화려한 휴가>의 애국가 ] 영화 <국제시장>에서 주인공과 그의 아내가 다투다 애국가가 울리자 싸움을 멈추고 국기를 향해 경례하는 장면이 화제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 장면을 예로들며 청와대발 막장 드라마와 국정 불통에 좌절하는 국민들을 향해 일방통행식 애국심을 요구했다. 또 다른 영화 속 애국가 연주 장면을 보자. 5·18민주화운동을 그린 영화 <꽃잎>의 한 장면이다. 시장통에 애국가가 울려 퍼지자 모두들 멈춰 서서 국기를 향해 경례하는데, 주인공 소녀는 그들 사이를 유유히 걸어 빠져나간다. 소녀는 1980년 5월21일 애국가가 울리는 가운데 전남도청 앞에서 군인이 쏜 총에 엄마를 잃었다. 소녀에게 국가는 자신을 졸지에 고아로 만든 살인자다. 영화 <화려한 휴가>에도 5월21일 장면이 나온다. 애국가가 울리자 시민들은 시위를 멈추고 국기를 향해 경례하거나 태극기를 흔들며 애국가를 따라 부른다. 그때 군인들은 시민들을 향해 총을 쏘았고 주인공은 동생을 잃었다. 영화 <국제시장>에 등장하는 그 나라와 같은 나라다. 독재국가를 향한 충성을 강요하던 국기하강식을 1989년에 없어졌다. http://goo.gl/FdyXoU

- [ 잃어버린 제국 ‘진국(辰國)’ ] “마한·진한·변진 등 삼한의 땅을 합하면 사방 한 변에 4000리인데 모두 옛 진국(辰國)이다.” <후한서> ‘동이전’과 <사기> ‘조선열전’ 등에는 기원전 3~2세기에 존재했다는 ‘진국(辰國)’의 이름이 보인다. 진국은 한반도 남부에 광활한 영역을 차지했으며, 중국과도 통교를 원할 만큼 강력한 국가의 형태를 갖추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진국이란 한반도 남부에 흩어져있던 여러 소국 전체를 일컫는 범칭이라는 설도 있다. 기원전 194년 위만에게 쫓긴 조선의 준왕이 건설한 나라가 바로 진국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그러나 <사기>의 일부 판본을 제외한 이후의 역사서들은 진국을 삼한의 전신으로 파악하고 있다. http://goo.gl/KEi8uE

- [ 경찰을 경찰답게 만들 ‘경찰의 9개 원칙’ ] 1829년 최초의 근대 경찰을 창시한 로버트 필 경은 ‘국민의 동의를 바탕으로 하는 경찰(policing by consent)’ 개념을 확립했다. 그가 제시한 9개 항의 ‘경찰원칙’은 지금까지 전 세계 경찰의 철학적 바탕이 되고 있다. 7번째 항은 “언제나 경찰이 곧 시민이고 시민이 곧 경찰이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한 경찰-시민 협력관계를 유지해야 한다”이다. 이 9가지 원칙을 받아들이고 실천하는 사람은 경찰 옷을 입고 있지 않아도 ‘진정한 경찰’이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경찰 옷을 입고 있더라도 ‘경찰이 아니다’라고 할 수 있다. http://goo.gl/HpzIdN

- [ 어부와 사업가, 누가 더 행복한가 ] 한 사업가가 치열한 삶의 현장을 떠나 멕시코만 고즈넉한 어촌에서 어부 한 사람을 만났다. 사업가의 눈에 어부는 오전 내내 바다에 나갔다가 서너 마리의 고기만을 잡아온다. 아이들과 놀고 아내랑 낮잠을 자며, 저녁에는 마을을 어슬렁거리는 어부의 일상이 답답함을 넘어 화가 날 지경이었다. 그래서 그는 자신이 하버드대 MBA 출신임을 밝히고 어부가 부자 되는 거대한 계획을 늘어놓는다. 재테크에다 영리한 라이프컨설팅을 한참 듣던 어부는 그렇게 돈을 벌어 은퇴 후에는 어떻게 살아야하는지 궁금해졌다. 그러자 사업가는 고즈넉한 해안가 마을에 집을 짓고, 늘어지게 자고, 손주들과도 놀고 아내랑 산책을 하고, 기타 치고 노래도 하면 된다고 한다. 그러자 어부는 “그럼 지금과 그때의 생활이 뭐가 다르냐”고 사업가에게 묻는다. http://goo.gl/lX7fmJ

- [ 수능시험, 모든 과목을 절대평가로 바꿔야 ] 학생들의 실질적인 역량 제고라는 교육의 본질을 고려한다면 수학능력시험은 근본적으로 절대평가 방식이 되어야 마땅하다. 수학능력시험의 본래 취지는 대학교육과정을 소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를 평가하는 것이므로 변별력은 어디까지나 기술적인 측면의 문제이지 수학능력시험의 궁극적인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된다. http://goo.gl/MTiyeX  이창원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의 이같은 주장은 이상적이지만 실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모든 대학이 절대적 기준 이상의 학생이 아닌 상대적으로 더 우수한 학생을 원하기 때문이다. 마음 같아선 교수보다도 더 우수한 학생이 입학했으면 하는 생각을 할 것이다. 대학의 이름을 떨쳐 계속 우수한 학생이 입학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 더욱 많은 기부금을 유치하고 싶기 때문이다. 현재 대학에서 직접 학생들을 평가해야 할 수고를 정부가 수능시험을 통해 대신해 주고 있는 것은 대학이 직접 학생들을 평가할 때 생길 비리와 부정을 우려해서다. 성장시키기 쉬운 인재만을 원하는 대학의 태도가 바뀌고 사람들이 더 정직해 지기 전까지, 수능 상대평가는 어쩔수 없는 선택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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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월 20일 경향신문

- [ 보육교사만 나무라는 정권의 자기 모순 ] 취업난이 갈수록 악화되면서 박봉의 일도 마다하지 않고, 본인의 꿈과 무관하게, 남발된 자격증을 쉽게 얻어 ‘취직’한 이들에게 사랑과 봉사만 강조하는 건 공정한 일이 아니다. 보육교사들이 월 120만원 정도의 박봉을 받으면서 매일 12시간 넘게 20명 안팎의 아이들을 돌보고 있는 현실은 그들로 하여금 꿈도 보람도 지웠을 것이다. 그렇다고 다른 일로 전환하는 것도 쉽지 않다. 가뜩이나 취업난에 경력단절이 일상사인데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가 아니다. 그런 생각이 드는 순간 직장은 지옥이고 아이들은 때론 악마처럼 여겨질 것이다. 선거 때 약속한 보육 공약을 제대로만 실천했어도 이 지경이 되지는 않을 수 있었다는 반성부터 따라야 한다. 자신은 약속을 내팽개치면서 이 사태를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흥분하고 단호하게 처리하라고 명령하는 건 정권의 자기모순이다. http://goo.gl/nS84Z9

- [ 청와대 ‘문고리 권력’ 의 유례 ] 기원전 210년 진시황이 순행 중 급서했을 때 환관 조고의 직책은 부새령(符璽令·황제 옥새 관리)과 중거부령(中車府令·황제 마차관리)이었다. 그는 ‘부새령’의 직책으로 황제의 유서를 조작해서 스스로 후계자(호해)를 골랐다. 진이세(호해)가 등극하자 조고는 딱 한 가지의 직책만 차지했다. 낭중령(郎中令)이었다. 대궐의 문호, 즉 대신들의 출입을 통제하는 직책이다. 구중궁궐의 문고리가 권력의 문고리임을 이미 2200년 전에 알아차린 것이다. 조고는 “황제가 조정에서 대신들과 정사를 논하면 폐하의 단점만 보일 뿐”이라 했다. 황제는 구중궁궐에 틀어박혔다. 조고가 문고리를 열지 않으면 그 누구도 황제를 만날 수 없었다. ‘지록위마’의 고사가 이때 등장한다. 조고가 자신의 권세를 가늠하려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 우겼고, 상당수 대신들이 말이라 대답했다’는 것이다. 조고의 이간질로 황제와 신하들 간의 소통은 완전히 막혔다. 승상(총리) 이사가 “조고가 국정을 농단하고 있다”는 상소를 올렸다. 그러자 황제는 “그렇게 청렴하고 부지런한 사람을 의심하느냐”고 질책했다. 사람들은 “황제가 사람의 머리로 짐승 소리를 한다(人頭畜鳴)”며 혀를 찼단다. 등장인물만 다를 뿐 요즘 청와대 모습과 비슷하다고 느끼는 건 나 뿐일까? http://goo.gl/QwwqyH 

- [ 용산의 흑역사 ] 서울 한복판의 용산 미군 기지는 무려 120여년 동안 한국의 주권이 미치지 않은 이역(異域)이었다. 1882년 청나라 군대가 임오군란을 진압한 뒤 주둔하면서 용산의 흑역사가 시작된다. 청일전쟁에서 승리한 일본군은 청나라 주둔지에 그대로 눌러앉았고, 러일전쟁을 앞둔 1904년 수만명의 일본군이 주둔할 대병영을 지었다. 이게 현재 용산기지의 원형이다. 일제시대 용산기지는 조선주둔일본군 사령부가 자리 잡아 대륙 침략의 후방기지 역할을 수행한다. 해방 후 용산기지는 주둔 군대의 나라만 미국으로 바뀌었다. 대한민국 수도 서울 한복판의 남의 땅. 동작대교의 강북 연결도로가 끊기고, 지하철 4호선이 직진하지 못하고 우회 노선으로 건설된 것도 용산기지 때문이다. http://goo.gl/osi8Pg

- [거머리보다 끈질긴 여자 ] ‘암벽여제’ 김자인은 키 1m53, 몸무게 42㎏의 작은 체구를 가졌다. 연약해 보이는 몸이지만 김자인은 맨손으로 오르는 것을 즐긴다. 신문에 게재된 사진은 지난해 5월22일 이탈리아 아르코의 자연 암벽 루트인 ‘레이니스 바이브스’를 등반하고 있는 김자인의 모습이다. http://goo.gl/Jmemzo 

[비정규직 대책의 실제 표적, 알고보니… ] 박근혜 정부는 비정규직 문제가 ‘정규직 과보호’ 탓이라며 성과·업적 중심의 임금체계로 바꿔야 한단다. 해고 기준과 절차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한다며 정규직에 대한 손쉬운 해고도 밀어붙이고 있다. 사장님들은 이제 개별 노동자의 성과와 업적을 평가한 후 경영이 어려울 때엔 정리해고를, 그렇지 않을 때엔 일반해고를 할 수 있게 된다. 해고를 면한다 하더라도 성과·업적에 따라 임금을 깎도록 임금체계도 개편해 준다니, 사장님들은 박근혜 정부 비정규대책에 만세를 부를 지경이다. “그래도 우린 노조가 있으니 단체협약으로 보호가 될 거야.” 이것도 틀린 말은 아니다. 그렇다면 정부 대책은 도대체 누구를 겨냥한 것일까? 비정규직도 아니고, 노조로 조직된 노동자도 아니라면? 그렇다. 한국 사회 90%에 달하는 이들, 노동조합을 갖지 못한 노동자들이다. http://goo.gl/zLTxeq

- [ 박찬호가 미국에서 가장 놀란 것 ] 박찬호는 “한국에서 경기했을 때는 시합 후 감독이 말한 뒤 코치와 선배 순으로 얘기했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반대로 경기 후 선수들이 의견을 주고받고 코치들은 가만히 있었다”고 했다. 이는 지금도 한국 스포츠의 거의 모든 현장에서 발견되는 풍경이다. 선수들이 빙 둘러서서 열중쉬엇 자세로 서 있으면 감독이 일장훈시를 하고 코치가 세부적인 잘잘못을 가리고 고참 선배가 인상을 찌푸리고 주장이 ‘자, 운동장 돌고 들어간다’ 하는 풍경을 말한다. 그런 문화에 익숙했던 박찬호는 메이저리그의 격의 없는 관계와 활발한 토론 문화에 ‘문화적 충격’을 받았던 것이다. 박찬호는 “선배가 내게 의견을 물어보면 난 혼내는 줄 알고 ‘죄송합니다’라고 했다. 나중엔 의견을 말하려 해도 의사표현이 잘 안됐다. 그 후 내 의견을 말하기 위해 끊임없이 생각하다 보니 창의력과 독립심이 생겼다”고 덧붙였다. 비단 체육계 뿐 아니다. 대부분의 회사 생활을 하는 직장인들도 비슷한 풍경에 놓여있다. 상사나 선배가 의견을 물으면 혼내는 것으로 알고 ‘죄송합니다’라고 한다. 그런데 ‘죄송합니다’는 정답에 가까울 때가 많다. 안타깝게도 상사나 선배가 의견을 물을 때는 대부분 혼을 내려는 것일 때가 많다. http://goo.gl/ZhY6d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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