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월 30일 경향신문
- [ 이완구, ‘큰 꿈’을 도모한다면… ] ‘이완구 총리’가 되면 내각의 3대 축인 총리와 사회부총리(황우여), 경제부총리(최경환) 모두 여당 대표와 원내대표 출신 현역의원이 맡게 된다. 내각제에서나 가능한 구조다. 지지율 하락으로 다급해진 대통령으로선 여당 통제력을 붙들고, 레임덕을 차단키 위해 사실상 ‘당정 일치’ 진용을 꾸린 모양새다. 대통령제에서 3권분립을 엄격히 하는 것은 막강한 대통령 권한을 견제하기 위해서다. 대통령이 필요에 따라 입법부의 국회의원을 아무 제한 없이 행정부 장관으로 임명하는 게 반복되면 3권분립의 훼손은 불가피하다. 대통령제인 미국은 의원이 장관에 임명되면 의원직을 사퇴한다. 한국은 의원을 겸한 장관이 원하면 의원의 모든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꿩 먹고 알 먹는 데도 문제의식은 없다. 양권모 경향신문 논설위원은 이완구 후보자에게 총리가 되면 의원직을 사퇴 할 것을 권유한다. 의원·장관 겸직의 폐단을 막을 단초를 마련해 보자는 취지를 밝히면서 소문대로 ‘큰 꿈’을 도모한다면 1년 남은 의원직에 연연하지 말라고 충고한다. http://goo.gl/LHyv1q
- [ 박근혜 시대, 기만의 통치 ] 정부는 증세는 없다고 했다. 그러나 이번 연말정산으로 더 걷히는 세금이 9300억원, 지난해 대비 올해 증액된 20조원 예산의 5% 정도. 꽤 짭짤한 수입원이 된 셈이다. 그런데도 증세는 아니라고 우긴다. 박근혜 정권의 정치적 기만은 그 뿌리가 깊다. 경제민주화 공약에서 기초연금에 이르기까지 선거 때의 약속을 깬 것이 한둘이 아니다. 박 대통령이 애용하는 ‘통일대박론’ 역시 기망에 가깝다. 종북몰이로 북한에 대한 적대감을 한껏 키우면서 남북의 상생과 협력을 말하는 것은 또 어떻게 가능한 일일까. 박 대통령은 길을 잃었다. http://goo.gl/GnfJ0n
- [ MB 회고록, 지나가던 똥개도 웃을 일 ] 이명박 전 대통령의 회고록 내용이 29일 경향신문 보도로 알려지자 야당과 관련 당사자, 전문가들은 이 전 대통령이 변명과 자화자찬으로 일관했다고 비판했다. 회고록 내용이 사실과 다른 일방적 주장이란 반발도 이어지면서 파장이 확산되는 기류다. 특히 4대강 사업을 지속적으로 비판해온 이준구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블로그를 통해 “4대강 사업과 글로벌 금융위기를 결부시키는 것은 우스꽝스럽기 짝이 없는 자기정당화”라며 “길가던 분견(糞犬)이 이 말 듣고 가가대소하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고 비판했다. http://goo.gl/Szd821
- [ 착취 당하고도 식지 않을 열정이 있겠나] ‘열정 착취’의 핵심은, 수익을 내고 있는 기업이나 단체가 사회초년생들에게 과중한 봉사를 ‘강요’했다는 점이다. 법망을 피해가며 최저시급을 한참 밑도는, 사실상 보수라고 할 수 없는 돈을 주고, 과중한 노동을 요구하며, 심지어 인격적 대우조차 하지 않는다. 회사 자체가 수익이 나지 않아 조직 모두가 동등하게 고통을 분담하는 상황이라면 모를까, 대표나 임원진은 막대한 연봉을 챙기면서 신입사원이나 인턴에게 형편없는 임금을 주고 부려 먹을 때는 윤리적인 문제가 된다. 이런 비윤리성은 착취를 당하는 사람들이 자신들과 함께하는 경험을 통해 많은 배움을 얻을 것이라는 착각, ‘너 아니고도 이거 할 사람 많아’ 식의 배짱에서 연유한다. 열정을 착취 당하는 이들 중 일부는 착취자의 논리를 진심으로 믿는다. 자발적으로 선택한 일이고 ‘돈 주고도 못 배우는 것’을 배우니까 만족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열정을 착취하려고 주어진 업무가 자기주도권이나 결정권이 있을리 만무하다. 착취를 당하고도 식지 않을 열정은 없다. http://goo.gl/ZMy5Tk
- [ 세월호를 이유로 상을 받을 순 없다 ] 세월호 실종자 가족 법률대리인을 맡았던 배의철 변호사(38·연수원 41기)가 법조언론인클럽에서 선정한 ‘올해의 법조인상’을 고사했다. 배 변호사는 1월 29일 “부족한 제게 너무나 큰 상을 선정해주셔서 감사하다”면서도 “세월호의 고통으로 이처럼 큰 상과 축하를 받을 수 없다”며 수상을 고사했다. 배 변호사는 “ ‘올해의 법조인상을 아픔으로 축하한다’는 실종자 가족들의 축하 인사를 듣고 쏟아지는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고 했다. 자신의 활동은 “변호사법 1조1항이 명시한 사회정의와 인권옹호를 위한 당연한 책무”라며 자신이 실종자 가족의 법률 대리인으로 최선을 다할 수 있었던 것은 국민들 때문이었다고 밝혔다. http://goo.gl/EpB5Qs
- [ 중이 되기 전에 사람이 돼라 ] 근현대 한국불교의 걸출한 선승인 만암 스님(1875~1957)이 갓 출가한 수산 스님(1922~2012)을 불러세웠다. “중 승(僧)자를 쓸 줄 아느냐.” “사람 인(人)변에 일찍 증(曾) 아닙니까.” “중 되기 전에 먼저 사람이 돼야 한다는 뜻이다. 일찍 일어나고 부지런해야 한다는 말이다. 사람도 못된 것들이 중을 하면 세상이 시끄러운 법이다. 알겠느냐?” 수산 스님은 스승의 말에 어긋나지 않게 ‘중 노릇’ 하려고 평생토록 애썼다. 김석종 경향신문 논설위원이 생전의 수산 스님에게 직접 들은 말이다. 조계종의 ‘종단 혁신과 백년대계를 위한 사부대중 100인 대중공사’에서 자승 총무원장은 “‘중(僧) 정신’이 실종됐다.”고 했다. 승려로서 가장 경계해야 할 탐진치(탐욕·화·어리석음)에 빠져서 공심(公心)과 계율을 내팽개쳤던 불교의 반성이 시작됐다. 참회의 법당에서는 새로운 불교의 미래가 싹틀 것이다. http://goo.gl/Mdr58w
- [ 한국도 일본도 연초부터 ‘애국심’ ] 아베 일본 총리의 신년 소감은 역사인식보다는 애국심 강조에 방점이 찍혀 잇었다. 그는 전후 평화와 민주주의를 향한 일본의 노력을 상찬하면서, 1964년 도쿄올림픽에서 혹독한 스파르타식 훈련으로 금메달을 쟁취한 여자배구팀 다이마츠 감독이 즐겨 쓴 “하면 된다”라는 구호를 상기시켰다. 국가와 민족을 위한 여자 배구팀의 헌신이 올림픽 개최의 성공을 가져다주고 일본을 세계의 중심으로 진입시켰다는 것이다. 이제 그러한 영광의 과거를 본받아 일본이 지향하는 새로운 국가의 모습을 세계에 발신하자는 것이다. 한국 지도자들의 화법과 비슷하다. “하면 된다”는 표현도 박정희 전 대통령이 자주 쓰던 말이라던데…일본에서도 널리 쓰였던 모양이다. http://goo.gl/e8FTDc
- [ 관타나모, 영욕의 역사 ] 쿠바와 미국이 관계 정상화 과정을 밟는 가운데 쿠바가 미국에 “불법 점거 중인 관타나모 미군기지를 반환하라”고 요구했다. 쿠바 국토 남동쪽 끝에 있지만 1898년 이후 미군이 점거하고 있는 관타나모 기지는 양국관계 앙금의 상징이다. 관타나모만(灣)에 위치한 관타나모 기지가 미국 수중에 들어간 것은 1898년 미·스페인 전쟁으로 쿠바가 스페인 지배에서 벗어나면서다. 미국은 1902년 쿠바가 공식 독립한 뒤 철수했으나 석탄 수송과 군사전략상 요충지인 관타나모에서만은 물러나지 않았다. 미국은 이듬해 쿠바와 조약을 맺어 연 2000달러에 이곳을 임차했다. 조약에 따르면 사법·관할권은 미국이 갖지만, 쿠바의 주권은 인정하는 것으로 돼 있다. 쿠바 선박이 이 항로를 통해 카리브해로 나가는 것도 허용된다. 이후 양국 간 복잡한 역사 속에 이 기지는 쿠바 안의 미국 점유지로 굳어졌다. 쿠바는 1959년 공산혁명 이후 줄곧 기지 반환을 요구해왔다. 미국은 9·11 사건 이후 세계 각지에서 붙잡은 테러 용의자들을 이곳에 수용해두고 있다. http://goo.gl/mu9f8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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