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6월 24일 경향신문

- [ 메르스 피해자가 가해자 둔갑 ] ‘슈퍼전파자’라는 단어는 매우 불편하다. 메르스 확산에 대한 정부 당국의 책임을 은연중에 가리면서 특별히 엄청난 전염력을 지닌 환자 ‘개인’을 주목하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번째 환자’가 슈퍼전파자로 불리게 된 이유는 사실 개인에게 있지 않다. 평택성모병원의 경우 병실료 수입을 올리기 위하여 병실을 쪼개면서 환기시설을 갖추지 않았기 때문에 메르스 확산이 일어났다. 이호중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삼성서울병원의 경우 메르스 환자일 가능성을 충분히 알아차릴 수 있었던 기회를 병원 측이 놓친 것에다 응급실의 다닥다닥 붙어 있는 침대, 그리고 정부의 초동 대응 부실이 슈퍼전파를 빚어냈다. ‘슈퍼전파’는 이처럼 병원의 취약한 방역구조와 정부의 초동 대응 실패가 만들어낸 ‘사회적 피해’이다. 슈퍼전파자는 정부의 비밀주의와 병원의 부실한 감염관리 체계가 만들어낸 피해자일 뿐이다. 실상은 피해자인데 ‘가해자’라는 낙인을 찍는 일은 주로 국가나 기업 등 ‘권력’ 집단이 사회적 재난을 유발하거나 아니면 최소한 그 재난을 확산시킨 데 책임이 있는 경우에 종종 목격되는 현상이다”라고 말한다. http://goo.gl/ZKbM3G

- [ ‘먹튀’ 대통령 ] 추신수는 요즘 위기다. 작년의 부진은 부상 핑계를 댈 수 있지만, 올해마저 못한다면 변명의 여지가 없으니 말이다. 더 큰 문제는 그가 서른 중반에 접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7년 계약 중 첫 2년을 이렇게 망친다면 내년, 내후년의 성적은 더 암담하지 않겠는가? 당연한 얘기지만 텍사스 팬들도 추신수에게 별로 호의적이지 않다. 발 빠르고 선구안도 좋은 데다 홈런도 많이 치는 선수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는 것. 현지 언론에서는 심심치 않게 ‘먹튀’ 얘기가 나온다. ‘먹고 튀었다’의 줄임말인 먹튀는 많은 돈을 받고 입단한 선수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때 그 선수를 일컫는 말이다. 그렇다고 먹튀가 꼭 스포츠에만 국한되는 개념은 아니다. 서민 단국대 의대 교수는 “대통령을 예로 들어보자. 대통령의 연봉은 2억원가량 된다. 수많은 비서를 거느리고, 안전을 위해 경호원을 둔다. 차는 방탄이 되는 에쿠스리무진으로, 가격은 20억원이다. 필요할 때 언제든 이용할 수 있는 전용기도 있다. 퇴임 후에도 현직 때 월급의 95%를 받으니 평생 돈 걱정할 일은 없다. 이 모든 것은 물론 국민이 낸 세금으로 지급된다. 다시 말해서 국민은 십시일반으로 세금을 모아 대통령을 5년간 부리며, 이 기간 동안 대통령이 나라를 잘 이끌어주기를 기대한다. 이 기대에 부응하면 좋은 대통령이고, 그렇지 못하면 먹튀라고 불러도 무방하다”고 말한다. http://goo.gl/MhJQtl 

- [ 도어록 4자리 비번, 1시간이면 뚫린다 ] 500여차례 빈 사무실을 털었다는 5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그는 2011년 1월부터 2025년 6월까지 서울 강서·양천·마포·영등포구 등지를 돌며 밤 늦은 시간 사무실 문을 따고 들어가 상품권이나 컴퓨터 부품을 훔친 혐의를 받고 있다. 조씨 스스로 사무실 500곳 이상을 털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이 중 148곳에서 6000만원가량 훔친 사실을 확인해 검찰에 송치했다. 조씨는 용의주도했다. 범행 장소를 사전 답사해 폐쇄회로(CC)TV 위치를 파악했다. 사무실 디지털 도어록 숫자판을 살펴 손때가 많이 묻은 번호를 조합해 암호를 풀었다. 조씨는 “4자리 암호는 1시간이면 다 풀 수 있었다”면서 “도어록 암호는 무조건 5자리 이상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진술했다. http://goo.gl/Q7ecw0

- [ 6·25, 문신처럼 새겨진 상흔 ] 전쟁은 그 무엇으로도 치유할 수 없는 깊은 상처를 남겼다. 중국 베이징에 있는 국제적십자위원회(ICRC) 동아시아대표처는 23일 한국전(6·25전쟁) 당시 적십자 직원과 참전 미군이 찍은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에는 울음을 터뜨리는 어린이와 화물열차에 몸을 실은 피란민 등 전쟁통에 고단한 삶을 이어가야 했던 사람들의 모습이 담겼다. 국제적십자위원회 관계자는 “한국전쟁의 참상을 담은 사진들을 자료 차원에서 보관해 오다 전쟁 발발 65주년을 맞아 공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 [ 민주주의 결핍 탓에 죽어가는 사람들 ] 정부가 초기에 메르스 관련 모든 정보를 공개만 했더라도 사태가 이 지경이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애당초 삼성서울병원 이름을 공개하기만 했어도 확산을 크게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정부는 왜 초기에 쉬쉬 덮으려고 했는지 수수께끼인데, 나중에 메르스가 진정되고 나면 반드시 철저히 조사해서 진실을 밝히고, 책임질 사람이 있으면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이정우 경북대 교수는 “한꺼번에 대량의 인명이 희생된다는 점에서 역병과 기근은 비슷하다. 이 두 가지는 지금까지 인류 역사를 통해 무수한 인명을 앗아간 양대 공포·양대 재난이라고 할 수 있는데, 흥미로운 사실은 둘 다 민주주의의 결핍과 관련이 있다는 점이다. 민주주의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경제학자 중에 인도 출신의 아마르티야 센 하버드대 교수가 있다. 1998년 노밸경제학상 수상자인 센은 인도 출신이라서 그런지 불평등, 빈곤, 기근 연구로 유명하다. 그는 수많은 기근 연구를 통해 기근으로 대량 사망이 발생한 원인은 식량 부족이 아니고, 사람들이 인간답게 살 권리가 부족한 것이 원인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세계 역사상 대기근의 원인은 식량 부족이 아니라 식량이 골고루 분배되지 못하고, 위기 상황에 관한 정보가 공개되지 못하고, 독재자들이 기근을 방비하지 않아도 쫓겨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공자는 ‘모자라는 것을 걱정하지 말고, 고르지 못한 것을 걱정하라(不患寡而患不均)’고 했는데, 기근에서도 생산의 부족보다는 분배의 불평등이 문제가 된다. 모든 인간에게 인간답게 살 평등한 권리가 인정되고, 정보가 잘 소통되는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기근이 발생한 적이 없다고 센은 주장한다”라고 전한다. http://goo.gl/HaLYDG

- [ 뿌리깊은 ‘개고기’의 역사 ] 성질이 흉악한 사람을 ‘개고기’라 일컫던 때가 있었다. 살아서는 한없이 충성스럽고, 죽어서는 여름철 보양식으로 사랑받아온 개와 개고기가 왜 망나니를 뜻하는 나쁜 말로 변했을까. 개를 잡아먹던 바로 그 사람들의 잔인함에서 비롯된 말이 ‘개고기’라는 표현이 됐을 수도 있다. 개고기는 동양만의 식습관은 아니었다. 1926년 1월8일자 동아일보를 보면 흥미롭다. “조선에서는 위생상 해롭다고 떠드는데 독일 작센 지방에서는 매년 평균 5만두의 개가 식용으로 팔리고, 개고기 전매업자까지 있다”는 해외토픽을 전하고 있다. 하지만 차츰 ‘개고기는 동양의 야만스러운 식습관’이라는 이미지로 굳어져 갔다. 중국의 위안스카이(袁世凱)가 독일의 빌헬름 2세에게서 사냥개를 선물받은 뒤 보냈다는 감사편지는 인구에 회자된다. “맛있게 잘 먹었소이다.” 동양의 개고기 역사는 뿌리가 깊다. <예기> 등을 보면 2600년 전인 주나라 때부터 여름철 보양식으로 애용됐다. 한나라를 세운 유방은 ‘개도살업자’인 번쾌가 잡아준 개고기를 즐겨 먹었다. 한나라 창업의 일등공신이 된 번쾌는 개백정에서 제후로 출세한 것이다. 조선의 정약용과 박제가도 소문난 개고기 애호가였다. 정약용은 흑산도에 유배 중인 형(정약전)에게 편지를 보내 “나라면 섬 안을 돌아다니는 들개를 5일에 한 마리씩은 삶아 먹겠다”고 입맛을 다셨다. 박제가는 ‘개 맛있게 삶는 법’, 즉 개요리의 ‘필살 레시피’까지 남겼다(<다산시문집>). 이기환 경향신문 논설위원은 “중국 광시(廣西) 자치구 위린(玉林)시에서는 개고기축제가 국제적인 논란 속에 열리고 있다. 식습관일 뿐이라는 주장과 동물학대라는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그러나 일주일 축제를 위해 무려 1만마리의 개가 도살됐다. 이 대목에서는 입을 다물 수가 없다. ‘개고기’라는 욕을 들어도 싸다”고 말한다. http://goo.gl/yjRDd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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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6월 23일 경향신문

- [ 시민과 권력 사이 ‘음압격리’ ] 메르스 때문에 의학용어인 음압격리를 알게 됐다. 음압병실은 병실 안과 밖의 기압차를 이용해 병균이 밖으로 나가지 못하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음압(陰壓)은 기압이 낮음을 의미한다. 병실의 기압을 바깥의 기압보다 낮게 해 병실의 병균이 외부로 나가지 못하게 한다. 그래서 음압병실은 모든 면에서 외부로부터 격리되게 한다. 이희철 서울신학대 상담대학원장은 “음압격리는 안 공기와 바깥공기가 다르게 하는 방법이다. 바깥공기와 안 공기가 다르다는 것은 소통이 없음을 말한다. 시민과 권력층 사이에도 음압격리가 있다. 메르스 공포 때문에 시민들은 전철이나 버스 속에서 들숨과 날숨에 신경을 써야 하고, 기침하는 사람을 의심해야 하는 난감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남편이 메르스 확진을 받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세상을 떠난 뒤 아내도 감염되어 며칠 지나지 않아 주검이 됐다. 자녀들은 격리되어 부모의 임종을 지켜보지 못하게 되는 안타까운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그런데 메르스 공포와 불안에도 불구하고 어느 권력층은 고급 승용차의 뒷좌석에 기대어 고급식당과 청와대와 대기업 빌딩을 오가고 있다. 어느 정치권 인사는 손만 잘 씻으면 메르스가 퇴치될 수 있는데 호들갑을 떠느냐, 속히 일상생활로 돌아와서 경제를 살려야 한다고 말한다. 시민의 병실과 권력층의 병실 사이에 기압의 차이가 있어 음압격리가 생기고 있음이 분명하다”고 말한다. http://goo.gl/On5BMP

- [ 악명 높은 헤지펀드의 의적 둔갑 ]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삼성물산·삼성그룹의 기업지배권(경영권)을 공격하고 있다. 작년 봄 이건희 회장이 의식을 잃으며 시작된 이재용 부회장으로의 경영권 상속이 서둘러 진행되던 중에 복병을 만난 것이다. 이재용이나 엘리엇이나 궁극적 타깃은 삼성전자다. 2003년에 발생한 소버린펀드의 SK그룹 지배권 공격은 최종현 전임 회장의 급작스러운 죽음으로 아들인 최태원 회장으로의 경영권 지분 상속이 우왕좌왕 진행되던 중에 일어났다. 헤지펀드 엘리엇의 삼성그룹 공격 역시 이건희 회장이 급작스레 의식불명이 되면서 서둘러 경영권 상속이 진행되는 중에 일어났다. 정승일 사회민주주의센터 대표는 “엘리엇은 아르헨티나 국채에 대한 부채탕감안에 홀로 반대하는 투기적 알박기를 통해 작년 여름 아르헨티나를 국가부도 위기에까지 몰아넣은 무자비한 벌처펀드이다. 하물며 오바마 정부와 IMF마저 ‘엘리엇의 요구를 법원이 수용할 경우 국제금융질서가 무너진다’고 비난했었다. 그런데 일부 학자들과 시민사회가 삼성물산의 주요 주주인 국민연금에 3대 주주인 엘리엇 편을 들어야 한다고 촉구하고 나섰다. 국제사회에서 잔인무도한 강도로 지목되어 지명수배까지 받은 자가 한국에서는 일부로부터 의적으로 대접받는 양상이다”라고 말한다. 재벌이 밉다고 국내 우량기업이 국제 기업사냥꾼에 약탈당할지도 모르는 상황을 옹호한다면, 과연 경제정의란 무엇인지 다시한번 생각하게 된다. http://goo.gl/H3pGCv

- [ 김성근 “지금 버텨야 더 강해진다” ] 김성근, 한화는 개막 이후 페이스가 최저점으로 떨어져 있다. 지난 주중까지만 해도 개막 이후 3연패 한번 없는 견고한 레이스를 했지만 주말 마산 NC전을 모두 내주면서 5연패로 밀렸다. 여전히 승률 5할에서 승수 하나를 더 안고 있지만, 발걸음이 둔해진 것이 걱정이다. 안승호 경향신문 체육부 기자는 “김성근 감독은 2007년부터 2011년까지 SK에서 풀시즌 지휘봉을 잡았는데 4년간 4월까지 성적은 승률 7할5푼3리(70승3무23패)로 막강했다. 그러다가 7월로 넘어가며 약세를 보였다. 4년간 7월 성적은 승률 4할7푼9리(45승49패)로 5할을 밑돌았다. 그러나 SK는 여름의 끝자락부터 다시 일어나곤 했다. 4년간 9월 성적이 승률 7할3푼3리(63승6무23패)에 이른다. 김 감독은 지난 5경기를 두고 긴 얘기를 하지 않았다. 다만 연패를 예삿일로 보지는 않았다. “지금 버텨야 더욱 강해진다”고 다시 한번 말했다”고 전한다. http://goo.gl/rrWbyu

- [ 간접광고와 협찬의 차이 ] 드라마를 통해 특정 제품이 노출돼 홍보효과를 얻는 사례가 많다. 가만히 보면 특정 제품의 상표가 뚜렷이 드러나 노출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상표가 가려지거나 모호하게 변형된 채 등장하기도 한다. 여기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쉽게 말해 특정 제품의 상표가 뚜렷이 드러나 노출되는 경우 간접광고, 상표가 가려지거나 모호하게 변형된 채 등장하는 경우는 협찬이다. 경향신문 박경은 기자는 “방송법상 간접광고는 방송프로그램 안에서 상품을 소품으로 활용해 그 상품을 노출시키는 형태의 광고다. 간접광고 제품은 브랜드명을 정확하게 내보낼 수 있다. 자막을 통해 간접광고가 포함돼 있음을 고지해야 하며 노출시간은 전체 방송시간의 5%를 넘을 수 없다. 협찬을 통한 노출은 법적인 의미의 간접광고가 아니다. 광고주가 제작사에 프로그램 제작비를 협찬하는 대가로 자사의 제품을 방송에 노출시키는 것이다. 이 경우 제품의 정확한 브랜드명이나 특정 제품임을 알 수 있는 브랜드 이미지(BI)를 노출해서는 안된다. 광고주들은 일반적으로 간접광고보다는 협찬을 통한 노출을 선호하는 편이다. 비용이 상대적으로 적게 들기 때문이다. 브랜드가 드러나지 않더라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어떤 제품인지 쉽게 알려져 광고효과가 높다”고 알려준다. http://goo.gl/3dviLI

- [ 언론 시스템 바꿀 ‘반론 댓글’ ] 다음카카오가 언론사 기사에 정부·기업의 공식적인 반론·해명 댓글을 달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를 도입한다. 네이버도 같은 서비스 도입을 검토 중이다. 이를 놓고 “공정한 반론 보장”이라는 옹호론과 “취재 및 표현의 자유 압박”이라는 부정론이 함께 제기된다. 다음카카오는 언론사 기사에 댓글을 달 수 있는 공식 댓글용 아이디(ID)를 정부·기업에 제공해 기사와 함께 댓글을 게재하는 ‘오피셜 댓글’ 서비스를 도입한다고 6월22일 밝혔다. 정부·기업의 댓글은 댓글난 최상단에 고정될 예정이다. 다음카카오는 언론사에도 재반박을 위한 공식 댓글용 아이디를 제공하기로 했다. 다. 정부와 기업이 억울하지 않게 반론·해명을 보장하는 일은 당연한 일이다. 언론이 이해에 따라 악의적인 보도를 하는 것은 위축되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겠지만 정부나 기업이 진실을 호도하는 데 이용될 수도 있다. 제도의 취지는 항상 긍정적이다. 문제는 악용하는 사람들이다. 기존의 언론 시스템에 획기적인 변화가 생길수도 있다. 제발 취지에 맞게 운영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http://goo.gl/RYNXL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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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년 6월 22일 경향신문

[ 인문학도의 외도 ] 최근 인문·사회 계열 학생들이 취업을 위해 전공을 제쳐놓고 사설 학원에서 이공계 공부를 한다는 소식이다. 이공계열 전공자에 비해 취업이 어려운 현실 탓이다. 심지어 고용노동부도 인문계 학생을 위한 IT·소프트웨어 교육 과정을 마련하겠다고 한다. 인문계 학생이 전공을 버리고 이공계로 갈아타는 것이 과연 좋은 해결책일까? 서형수 알서포트 대표는 “그들은 분명 인문계가 이공계보다 적성에 맞아 전공으로 선택했을 것이다. 단지 눈앞의 취업을 위해 이공계로 돌아선다는 것은 스스로 선택한 경쟁력을 버리는 것과 같다. O2O(온라인 투 오프라인) 시대에 각광받는 인재는 단순히 기술을 갖춘 인재가 아니라 해당 기술의 속성을 알고 그 혜택을 이용할 줄 아는,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인재다. 이들은 실 서비스 제공에 있어 이공계 전공자보다 탁월한 능력을 보인다. 세상을 움직이는 것은 기술이 아니라 사람이다. 유용한 기술을 만드는 것보다 사람이 어떻게 기술을 효과적으로 쓰도록 만드는지가 더 중요하다. 인간이 만든 문화와 가치에 대해 분석하고 비판하며 탐구하는 인문학이 진가를 발휘함은 말할 필요도 없다”고 충고한다. http://goo.gl/lrgHSr

- [ 한국외교, 구한말과 닮은꼴 ] 고종은 을사늑약 5년 전인 1900년부터 대한제국 중립화를 추진한다. 하지만 실패했다. 일본의 욕심이 크고 힘도 강했던 탓이지만 중립화 정책이 실패한 데는 지배층의 문제도 있었다. 고종은 미래의 비전과 통합의 지도력을 발휘해 관료와 지식인 집단을 하나로 묶기보다 측근 중심의 궁중정치를 폈다. 황제권의 독주에 실망한 관료와 지식인 가운데 중립화보다 한·일 동맹을 지지하는 사람이 유독 많았던 것도 이 때문이다. 그들은 명확한 시국관을 갖고 한·일 동맹을 주장하기보다 자신의 지위를 유지하는 쪽에 더 관심을 두었다. 100여년 전의 중립화란 용어를 세력균형이란 측면의 현재적 버전으로 말하면 ‘균형외교’일 것이다. 신주백 연세대 HK 교수는 “균형외교는 100여년이 지난 지금도 많이 회자되고 있다. 작년에는 중국의 적극적인 역사공조 움직임에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지를 놓고 설왕설래가 있었다. 올 들어서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의 가입,미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문제와 맞물려 큰 논란이 있었다. 한국은 비슷한 고민을 앞으로도 계속 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100여년 전처럼 그냥 계속 중립을 취해야 할까. 아니면 어느 한쪽을 선택해야 할까. 이것도 아니면 새로운 무엇인가를 제시하며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야 할까. 분명한 현실은 미국과 중국 어느 쪽도 한반도 분단을 최상의 시나리오로 간주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분단을 극복하기위해 우리 스스로 움직여야 한다. 지역주의, 이념갈등, 경제 격차를 넘어서며 사회적 합의를 우리 내부에서 끌어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주변 강국들의 경쟁적 협력관계를 넘어설 수 있는 미래가치를 함께 공유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http://goo.gl/3ZYzM5

- [ 광주 출신 법무장관 ] 박근혜 대통령은 6월21일 황교안 총리 임명으로 공석이 된 법무부 장관에 김현웅 현 서울고검장(56)을 내정했다. 청와대 민경욱 대변인은 이날 춘추관 브리핑에서 “박 대통령은 오늘 황교안 신임 총리의 제청을 받아 법무장관에 김 서울고검장을 내정했다”고 밝혔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두 번째 법무부 장관에 호남 출신 인사가 선임됐다. 김현웅 고검장은 전남 고흥 출신으로 광주제일고,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다. 사시 26회에 합격한 이후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춘천지검장, 서울 서부지검장, 광주지검장, 부산고검장 등을 거쳤다. 2006년에는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을 맡을 당시 법조비리 사건을 수사해 조관행 전 서울고법 부장판사 등 판·검사와 경찰 간부 등을 기소했다. 현 정부에서 2013년12월부터 2015년 2월까지 15개월 간 법무부 차관을 지내며 당시 법무장관이었던 황 총리와 함께 일했다. 김현웅 고검장(16기)는 김진태 검찰총장(14기)보다 기수가 낮아 법무부 내 ‘기수 역전’ 인사도 주목된다. 검찰총장 지휘를 받는 현역 고검장이 검찰총장을 지휘하는 법무부 장관에 지명된 것이기 때문이다. 김 고검장의 부친은 판사 출신인 김수 전 의원이다. 김수 전 의원은 1979년 제1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전남 보성·고흥 지역구에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됐다. 이후 박정희 전 대통령이 이끌던 공화당에 입당했다. 박근혜 대통령과는 2대에ㅡ 걸쳐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이런 간접적인 인연은 김 고검장이 호남 출신임에도 여권에서 비교적 부담 없는 인물로 받아들인 이유 가운데 하나로 언급되고 있다. http://goo.gl/38B1i3 

- [ 100만원 벌어 31만원 빚 갚는 서민들 ] 서민층의 가계빚 부담이 점점 커지고 있다. 소득이 가장 낮은 1분위계층의 가계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부담 비중이 올 1분기 30%를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연일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는 가계부채 규모도 문제지만 저소득층의 빚부담이 고소득층에 비해 빠르게 늘고 있어 소득계층별 대책이 시급하다. 6월21일 한국금융연구원이 개인신용정보업체 KCB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올 1분기 소득 1분위의 가계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부담 비율은 31.4%로 나타났다. 100만원을 벌면 31만4000원은 빚 갚는 데 쓴다는 얘기다. 저소득층에서 빚부담이 빠르게 늘면 소비여력이 제한될 가능성이 높다. 경기부양책을 펴더라도 침체된 내수가 살아날 가능성이 적다는 뜻이다. http://goo.gl/8KLNzt 

- [ ‘황제택시’ 등장 ] ‘택시(taxi)’의 어원은 라틴어 타카(taxa)에서 비롯된다. ‘평가하다’ ‘부담을 지다’ ‘요금’ 등의 뜻을 지닌 말이다. 세금(tax)과 어원이 같다. 1896년 미국에서 택시가 처음 등장했을 때부터 택시 교통의 화두는 요금 문제였다. 합리적으로 요금을 계산할 방법이 없으니 운전자가 맘대로 정해놓은 가격대로 이용됐다. 1891년 독일인 빌헬름 브룬이 택시미터기(taxi meter)를 개발하면서 택시 요금 정책의 전환점을 마련했고, 1905년 영국 런던에서 지금처럼 미터기를 단 택시가 처음 선보였다. 한국의 택시 역사는 1919년 일본인 노무라 겐조가 미국의 닷지(Dodge) 두 대를 갖고 세운 경성택시회사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다꾸시(택시)’에는 미터기가 없었다. 시간당 대절료는 쌀 한 가마 값인 6원, 서울 도심을 도는 데는 3원을 받았다. 요즘처럼 운행거리만큼 요금을 매기는 영업 방식은 7년 뒤인 1926년 아사히택시회사가 미터기를 도입하면서 본격화됐다. 당시 미국식 단위로 2마일(3.2km)에 기본요금 2원, 그리고 0.5마일(800m)마다 50전을 받았다. 어지간한 부자는 엄두도 낼 수 없는 황제택시였다. 양권모 경향신문 논설위원은 “한국에서 면허택시 도입 100여년 만에 택시 요금의 성역을 무너뜨리는 신종 택시가 등장한다는 소식이다. 국토교통부가 8월부터 시범운영하기로 한 ‘고급택시’는 기존 택시의 개념을 깡그리 무너뜨린다. 차량 외부에 택시 표식도 없고, 미터기·카드결제기 장착 의무도 없어 겉은 일반 승용차와 차이가 없다. 무엇보다 택시 요금을 자율로 정해 신고만 하면 된다. 이제 비행기처럼 택시도 이코노미, 비즈니스, 퍼스트 클래스로 완벽한 계급화가 이뤄지는 셈이다. 쌀 한 가마 값을 내고 타던 황제택시의 부활, 그냥 부자들의 호사가 하나 늘었다고 치면 되는 것일까”라고 말한다. http://goo.gl/c5iIH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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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년 6월 20일 경향신문

- [ 거액 송금 ‘기러기 아빠’ 결국… ] 자녀 교육을 위해 캐나다로 떠난 아내에게 거액의 생활비를 보냈던 ‘기러기 아빠’가 결국엔 이혼을 했다. 광주가정법원 가사1부(부장 김익환)는 50대 남성 ㄱ씨가 부인을 상대로 낸 이혼청구소송에서 “부인은 ㄱ씨에게 위자료 3000만원을 주고, 이혼하라”고 판결했다고 6월19일 밝혔다. 재판부는 또 “부부 합산 재산의 분할 비율도 ㄱ씨 90%, 부인 10%로 확정하고 부인은 ㄱ씨에게 2억1700여만원을 주라”고 덧붙였다. 그 대신 부인에게는 두 자녀의 친권자 자격을 줬다. 모두 의사인 ㄱ씨와 부인은 대학 동기로 만나 1993년 결혼했다. 그런데 부인이 2009년 자녀 교육을 위해 캐나다로 갔다. 1년 뒤 돌아온다던 부인은 4년이 지났는데도 귀국하지 않으려 했다. 부인은 “대학교수가 될 기회가 생겼다”는 이유를 댔다. 그간 국내에 홀로 남은 ㄱ씨는 생활비로 11억원을 보냈다. 기다림에 지친 ㄱ씨가 한국생활을 그만두고 2013년 초 캐나다로 건너갔다. 하지만 부인은 변해 있었다. 툭하면 짜증을 냈고, 잠자리도 거부했다. 부부싸움이 잦아졌고, 법원에서 ‘퇴거명령’까지 내려져 마침내 집에서 쫓겨나는 신세가 됐다. 그러자 ㄱ씨는 국내로 돌아와 이혼소송으로 맞섰다. 재판부는 “남편이 거액을 송금하는 등 가정을 지키기 위해 헌신했으나 부인이 납득할 만한 이유 없이 이혼을 요구했다”며 ㄱ씨 손을 들어줬다. http://goo.gl/krExDW

- [ 정부-삼성병원 ‘짜고 치는 고스톱’ ] 보건복지부가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환자 집단 발생으로 부분 폐쇄된 삼성서울병원에 한시적으로 원격진료를 허용했다. 원격진료는 안전성과 유효성 등이 검증되지 않아 현행 의료법에서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메르스 확산 사태에 책임이 큰 삼성서울병원에만 원격진료를 허용한 것은 명백한 탈법이고 특혜다. 6월20일자 경향신문 사설은 “박근혜 대통령이 삼성서울병원장을 불러 메르스 2차 진원지가 된 것에 강하게 질책한 상황에서, 정작 정부는 병원의 요청을 받아들여 원격진료 특혜를 베풀었다.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는 말이 나올 만하다. 정부는 삼성서울병원 외래환자를 위해서라면 현행법으로도 충분히 고려할 대안이 있음에도, 안전성과 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원격진료를 허용했다. 원격진료는 박근혜 정부가 줄기차게 시도해온 의료영리화의 핵심 고리이다. 삼성서울병원은 원격의료를 가장 앞장서 추진해온 병원이다. 공공의료를 붕괴시켜 신종 전염병에 제대로 대응 못하도록 한 정부가 국가적 위기 와중에 삼성서울병원에 특혜까지 부여하며 위험천만한 원격진료 도입을 실험하고 있다. 이쯤이면 정부가 보호하고자 하는 게 국민의 안전과 생명인지, 의료영리화나 재벌병원의 이익인지 묻게 된다”라고 비판한다. http://goo.gl/KNYcXR

- [ 메르스, 정복되겠지만… ] 위험사회를 살아가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줄리 K 노럼 교수의 저서 <걱정 많은 사람들이 잘되는 이유>(원제는 ‘부정적 사고의 긍정적 힘’)에 ‘방어적 비관주의’라는 개념이 나온다. 저자는 낙관주의만을 신봉하고 비관주의를 무조건 배척하는 통념을 문제 삼는다. ‘긍정의 배신’을 당하지 않으려면, 때로 전략적으로 비관주의를 채택할 필요가 있다. 일이 잘못될 수 있는 상황을 다각도로 상상하면서(이를 그 책에서는 ‘정신적 리허설’이라고 한다) 막연한 불안에서 벗어나 부정적인 결과를 막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찬호 성공회대 초빙 교수는 “재난은 우리의 삶과 세계가 얼마나 취약한 토대 위에 서 있는지를 일깨워준다. 안간힘을 다해 일으켜 세우려던 경제가 바이러스의 침투 한 방에 맥없이 주저앉고 있다. 정부가 제 역할을 충실히 하지 못할 때, 공포감이 연쇄반응하면서 시장에 치명타를 가하는 것이다. 사회적 영역에서도 불신이 증폭되면서 사람들은 서로에 대해 경계 태세에 들어가고 심리적 ‘자가 격리’가 이뤄진다. 부(富)가 지속가능하게 창출되려면, 근원적으로는 생태계가 건전하게 유지되어야 하고, 그 위에 국가 시스템과 사회적 신뢰가 탄탄하게 뒷받침되어야 한다. 메르스는 결국 정복되겠지만, 그 다음으로 어떤 재난이 닥칠지 아무도 모른다. 호언장담과 임기응변으로 얼버무릴수록 사태는 더욱 심각해진다”고 경고한다. http://goo.gl/deU05M

- [ 박 대통령 지지율 ‘썰물’ ] 박근혜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의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던 30%가 붕괴됐다. 한국갤럽은 6월19일 이번주 박 대통령 직무수행에 대한 긍정평가율은 29%로 급락했다고 밝혔다. 지지율 29%는 취임 이후 최저치로, 연말정산 대란 및 증세 논란, 비선실세 권력개입 의혹 등이 정국을 뒤흔든 1월 넷째주, 2월 첫째주와 같은 수치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확산이 지지율 하락에 직격탄을 날렸다. 직무수행 부정 평가자(606명)들은 ‘메르스 확산 대처 미흡’(33%)을 가장 큰 이유로 꼽았으며, ‘국정운영이 원활치 않다’(12%), ‘리더십 부족·책임 회피’(12%), ‘소통 미흡’(11%) 등이 뒤를 이었다. 세부지표는 더 부정적이다. 지역별로는 박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대구·경북(55%→41%)을 비롯해 부산·울산·경남(41%→29%), 대전·세종·충청(36%→23%) 등 박 대통령에게 우호적이던 지역에서 지지율이 10%포인트 이상 하락했다. 세대별 긍정·부정률을 보면 20대(13%·77%), 30대(11%·84%), 40대(16%·71%), 50대(40%·49%), 60세 이상(60%·27%)으로 집계됐다. 박 대통령 지지층으로 여겨지던 50대에서 2주 연속으로 부정평가율이 긍정평가율을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http://goo.gl/Pt264H 

- [ 달러화에 여성 초상 등장 ] 초상화는 권력의 표상이다. 사진이 등장하기 전 초상화의 모델이 된 것은 주로 권력자와 그 가족·연인이었다. 권력자들은 자신의 위세와 치적을 당대에 과시하는 것은 물론 사후에까지 각인시키고자 초상화를 남겼다. 영국의 모든 지폐 앞면에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초상이 새겨져 있다. 터키의 모든 지폐에도 ‘국부’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의 초상이 들어간다. 금액이 커질수록 아타튀르크의 얼굴이 정면을 향해 미소짓는 게 특징이다. 권력자와 유명인의 다수가 남성이니, 지폐에 들어가는 인물도 다수가 남성이다. 호주는 이러한 측면에서 ‘신선한 예외’다. 호주에선 지폐의 앞·뒷면 중 한쪽에 남성 초상이 있으면 다른 쪽에 여성 초상을 넣는 식으로 양성평등 원칙을 지키고 있다. 한국의 경우 5만원권의 신사임당이 유일한 여성이다. 김민아 경향신문 논설위원은 “한국보다 여성 지위가 나아 보이는 미국도 지폐엔 여성이 없었다. 124년 만에 처음으로 미국 지폐에 여성이 등장할 것이라고 한다. 제이컵 루 미 재무장관은 ‘10달러 지폐에 미국 민주주의 가치를 대변한 여성의 초상을 넣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새로운 10달러는 여성 참정권을 보장한 수정헌법 19조 시행 100주년이 되는 2020년 나올 예정이다. 후보로는 노예제 폐지 운동가 해리엇 터브먼과 민권운동가 로자 파크스 등이 거론되고 있다. 2016년 미 대선을 앞두고 힐러리 클린턴이 유력 주자로 부상한 상황에서 흥미로운 뉴스다. 여성대통령 탄생이 먼저일지, 여성이 등장하는 10달러 발행이 먼저일지 궁금하다”고 말한다. http://goo.gl/OApAx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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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년 6월 19일 경향신문

- [ 삼성병원이 감염관리 최우수? ]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산의 2차 진원지인 삼성서울병원이 지난해 의료기관 인증평가 중 ‘감염관리’ 분야에서 최고 점수를 받은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감염병 관리 부실 논란이 일고 있는 삼성서울병원에 대해 보건당국이 제대로 된 평가도 없이 ‘우수병원’ 인증을 해준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국회 메르스대책특별위원회 정진후 의원(58·정의당)이 18일 보건복지부에서 제출받은 ‘2014년 삼성서울병원 의료기관 인증평가’를 보면, 삼성서울병원은 감염관리 평가의 ‘감염관리체계’ 7개 항목과 ‘부서별 감염관리’ 9개 항목에서 모두 최고 점수인 ‘상’ 등급을 받았다. 정진후 의원은 메르스 사태에서 나타난 삼성서울병원의 감염관리체계를 감안했을 때 평가가 형식적이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 의원은 “삼성서울병원이 메르스와 관련해 ‘국가가 뚫렸다’고 답했지만, 실제로 이번 전국적인 메르스 2차 확산에서 보여준 대응은 최상의 평가를 받은 병원이라고 보기에는 너무 허술했다”고 지적했다. http://goo.gl/tEZEGN 

- [ 무능 정부, 오만 병원, 불통 정보…멈춰 선 한국 ]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이 대한민국을 공황에 빠뜨린 지 18일로 30일째를 맞았다. 메르스 바이러스가 165명을 감염시킨 한 달간 박근혜 정부는 부실·뒷북 대응을 되풀이하며 ‘세계 2위 메르스 감염국’에 오르는 무능함을 드러냈다. 81명의 확진자가 쏟아져 나온 삼성서울병원도 허술한 관리와 늑장 정보 공개로 최상급 의료기관이라는 명성에 스스로 먹칠했다. 컨트롤타워 없이 각자도생하며 서로 불안만 키운 메르스의 상처와 교훈이 크지만, 그 끝은 아직 보이지 않고 있다. http://goo.gl/MwWRAf 

 

- [ 요구와 요청의 차이 ] 요구(要求)와 요청(要請), 한 글자 다른 차이는 얼마나 큰 것일까.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보면 요구는 ‘받아야 할 것을 필요에 의해 달라고 청함’, 요청은 ‘필요한 어떤 일이나 행동을 청함’으로 되어 있다. 사전 풀이의 차이는 ‘받아야 할 것’에만 있다. 요청에 비해 요구가 좀 더 당위성이 있다는 정도의 차이다. 그 당위성 차이 때문에 요구와 요청은 받아들이는 입장에서 느낌이 달라지게 된다. 양권모 경향신문 논설위원은 “뻔한 두 단어, 한 글자 차이를 놓고 국회와 여야, 청와대가 실로 눈물겨운 해석 투쟁을 벌이고 있다. 정부 시행령에 대해 국회가 ‘수정·변경을 요구할 수 있다’의 요구를 요청으로 바꿔 정부로 이송한 국회법 개정안의 향배를 걸어 놓았기 때문일 터이다. 국회법 개정안에서 요구와 요청에 담긴 법적 강제성을 놓고 해석은 천양지차다. ‘요구에서 요청으로 바뀌었기 때문에 강제성을 거의 없앴다’(정의화 국회의장), ‘딱 한 글자 고친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 강제성 해소로 보기 어렵다’(청와대 관계자). 한 글자 달라진 요구와 요청을 두고 ‘서울과 부산만큼 동떨어진’ 해석을 내놓고 있는 셈이다. 여야가 합의해 요구를 요청으로 바꾼 ‘메시지’를 애써 뒤로한 채 애먼 ‘단어’ 풀이에 매달린 결과다. 거부권 시위를 벌이는 대통령이 국회법 개정안을 받아들일 명분을 주기 위해 국회가 머리를 맞대어 마련한 ‘상징’이 요구에서 요청으로 표현을 누그러뜨린 것이다. 정치적 상징을 의도적으로 외면하고 요구와 요청에 대한 안드로메다식 뜻풀이를 계속하는 것은 국어교육에도 해롭다”고 말한다. http://goo.gl/su0iK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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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년 6월 18일 경향신문

- [ 후손들 주머니 터는 정부 ] 메르스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추경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국고가 텅 빈 상황에서 지출 확대를 하자는 것이다. 이것을 가능하게 하는 유일한 방법은 국채 발행이다. 하지만 국채 발행은 통화정책적 차원에서 달갑지 않은 부작용이 있다. 바로 장기 금리의 상승이다. 국채 발행물량을 누군가가 자동적으로 인수해 주지 않을 경우 넘쳐나는 국채는 모든 장기금리를 상승시킬 것이다. 장기금리의 상승은 지난 11일 기준금리 인하로 기대 되던 금리 하락 효과를 단숨에 집어삼킬 수도 있다. 경제학에서는 이를 구축효과라고 한다. 경제학자인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적자 추경은 현재 세대가 미래 세대의 호주머니를 터는 부의 세대 간 이전 현상이다. 재정적자는 당연히 국가부채의 증가를 초래한다. 만일 이번 추경을 통해 우리 경제가 단기간에 소득증가를 경험하게 된다면 정부는 세수 증대를 통해 큰 무리 없이 부채를 상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반대로 이번 추경이 그냥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으로 끝난다면 이 부채는 나중에 미래 세대가 갚는 수밖에 없다. 현재 추세라면 이번 정부 임기말이 되면 국가부채는 50조원 이상 증가해 있을 것이다. 재정적자는 그대로 미래 세대의 부담으로 차곡차곡 쌓인다”라고 경고한다. http://goo.gl/shSAnM

- [ 행복의 필수조건 ‘안전’ ] 평생 ‘행복의 조건’을 연구한 네덜란드의 심리학자 루트 비엔호벤은 ‘안전’이 행복의 필요조건이며 선결요인이라고 주장했다. 우리 헌법 전문에도 “우리들과 우리들의 자손의 안전과 자유와 행복을 영원히 확보”하는 것이 국가의 책무라고 명시하고 있다. 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 대표는 “사회와 국민의 안전인 ‘공공 안전’의 위협요소는 크게 전쟁, 재해와 재난, 범죄, 질병 4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모두 ‘예방’이 최우선 과제다. 하지만 메르스 사태에서 드러났듯이, 대한민국엔 공공보건을 해칠 감염병 예방체제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 그러다 보니 지난해 이미 세계보건기구에서 올봄 메르스의 창궐을 경고했음에도 전혀 국가적 대비가 없었다. 병을 발견하고 고쳐야 할 병원이 오히려 병을 확산하고 전파하는 창구가 됐다. 세월호 참사를 부른 ‘적폐’는 그 실체를 털끝도 드러내지 않은 채 암약하고 있어 언제 또 유사한 재난이 발생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팽배하다. 여름 태풍과 집중호우 등 재해 예방은 제대로 되고 있는지 불안하기만 할 뿐이다. 범죄위험 역시 마찬가지다. 예방의학적 대책처럼, 범죄의 원인을 근본부터 차단해야 하지만 범죄예방 관리를 책임지고 추진해 나가는 컨트롤타워는 보이지 않는다. 국방도 마찬가지다. 북한의 32배가 넘는 천문학적인 국방비를 쓰면서도 상대적으로 군사력이 북에 비해 열세라고 하니, 국민은 두려움과 불안감을 느껴야 하는 상황이다”라고 말한다. http://goo.gl/jTLTxm

- [ 야생동물 먹어대더니 결국… ] 수많은 희생자를 낸 에볼라, 사스, 그리고 에이즈. 공통점은 ‘인수공통 전염병’이라는 점이다. 많은 질병들은 ‘종간장벽’이라는 것이 있다. 예컨대 인간이 걸리는 질병과 여우가 걸리는 질병이 따로 있다. 그런데 지난 수십년간 진행된 막대한 생태계 파괴로 이 종간장벽이 무너지고 전에 없던 많은 인수공통 전염병이 발생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새로 생겨난 질병의 75%는 인수공통 전염병이었다. 자연에 의해 보호되었던 종간장벽 속 안전했던 영역들이 점점 파괴되고 있는 것이다. 2002년에 등장해 8개월 동안 30개국에서 8100여명의 환자를 발생시키고 755명을 숨지게 한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사스’의 원인은 변종 코로나 바이러스로서 야생 사향고양이에게 살던 바이러스가 돌연변이를 일으켜 사람에게 치명적인 질병을 불러오게 된 경우이다. 사향고양이, 너구리, 흰족제비 같은 야생동물을 식용으로 이용한 인간의 욕망 탓이다. 메르스 역시 코로나 바이러스의 한 종류이다. 원인으로 낙타가 지목되지만 낙타에게 바이러스를 옮긴 것은 박쥐라는 연구도 있다. 뜨거운 사막에 사는 낙타가 어둡고 습한 곳에 서식하는 박쥐와 어떻게 만났을까? 박쥐의 서식지가 파괴되자 먹을 것을 찾으러 인간의 마을까지 접근하면서 낙타에게 바이러스를 옮긴 것으로 추정된다. 생태계 파괴가 메르스의 원인인 것이다. 에이즈는 원숭이나 침팬지를 사냥해 먹는 과정에서 바이러스가 감염되어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에볼라 역시 박쥐, 설치류, 유인원 등이 바이러스의 숙주일 것으로 보고된다. 황윤 다큐멘터리 영화감독은 “야생동물과 인간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 그래야 서로 건강할 수 있다. 그러나 인간의 욕망과 자본주의는 이 거리를 자꾸 좁히고 있다. 외국의 야생동물을 닥치는 대로 수입해 애완동물 시장에 ‘희귀 야생동물’로 유통시키고, 각종 동물을 만지고 주무르는 체험이 극성을 부리고 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 많은 동물이 국경을 넘을 때 대부분 방역없이 들어온다는 사실이다”라고 경고한다. http://goo.gl/h53tYj

- [ 신경숙, 표절 의혹 ‘파문’ ] 신경숙씨(52)의 작품 ‘전설’이 일본 소설가 미시마 유키오의 소설 ‘우국’ 일부를 베껴 썼다는 표절 의혹이 작가 이응준씨에 의해 지난 16일 나온 데 이어, 17일에는 신씨의 다른 작품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에도 표절 의혹이 제기됐다. 장편소설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에 독일 작가 루이제 린저의 <생의 한가운데> 일부와 유사한 표현이 쓰인 것으로 확인된 것이다.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엄마를 부탁해>로 세계적 작가로 발돋움한 소설가 신경숙씨의 표절 의혹이 문단 안팎에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신씨와 출판사 창비는 이날 입장을 내 표절 사실을 부인했다. 하지만 상당수 작가들은 ‘터질 게 터졌다’며 문단의 각성을 강조했다. 소설가 장강명씨(40)는 본인의 페이스북에 “이게 표절이 아니라면 한국 소설은 앞으로 짜깁기로 말라죽게 될 것이다. 젊은 소설가들이 창비에 항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http://goo.gl/qZYEqb 

- [ 트랜스지방 ‘퇴출’ ] “지난해 100세 생일 파티에 누가 케이크를 가져왔는데 던져버렸지. 성분표를 보니까 트랜스지방이 있더라구.” 16일 미 식품의약국(FDA)이 3년 내에 모든 가공식품에서 트랜스지방을 퇴출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하자 100세의 노교수는 농담을 하며 활짝 웃었다. 경향신문 국제부 정유진 기자가 워싱턴포스트를 인용해 이날 트랜스지방 퇴출을 위해 60년 동안 외로운 투쟁을 한 주인공 프레드 커머로 일리노이대 교수를 소개했다. 독일 이민자 가정 출신인 커머로 교수는 생화학을 연구하던 1950년대 한 지역병원의 부탁으로 심장질환으로 사망한 환자들을 조사했다. 동맥경화를 앓은 이들의 혈관에서 공통적으로 트랜스지방을 발견한 그는 1957년 트랜스지방의 유해성을 알리는 논문을 처음으로 발표했다. 그러나 건강보다 트랜스지방이 주는 마법 같은 효과에 매료된 사람들은 커머로 교수의 경고를 오랫동안 외면했다. 미국 식품업계는 1940년대부터 트랜스지방을 애용했다. 액체 상태인 불포화지방에 수소를 첨가해 고체상태의 지방으로 만들 때 생성되는 트랜스지방은 식품의 모양을 단단하게 잡아주고 식감과 풍미까지 살려주면서 음식을 더 오래 유지하는 기능까지 있다. 도넛과 쿠키, 감자튀김, 커피에 첨가되는 크림, 냉동피자, 팝콘 등 많은 미국인들이 선호하는 대부분의 음식에 트랜스지방이 들어갔다. 커머로 교수의 외로운 연구는 1990년대에 들어서야 주목받기 시작했다. 트랜스지방이 나쁜 콜레스테롤을 증가시키고 좋은 콜레스테롤을 없애며 기억력 감퇴와 심장질환 및 비만의 주범이라는 연구결과가 잇따라 발표되면서 점점 ‘건강의 적’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FDA는 이번 결정으로 트랜스지방을 완전히 없애기 위해 식품업계가 향후 20년 동안 감당해야 할 비용을 60억달러(약 6조7050억원)로 추산했다. 반면 의료비 절감 등 시민들이 건강해지는 것으로 얻는 경제적 효과는 1300억달러(약 145조2750억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http://goo.gl/1atwf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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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년 6월 17일 경향신문

- [ ‘무능’ 넘어 ‘불능’으로 가는 정부 ] 권력을 향해 무능하다는 비판을 맘껏 할 수 있게 된 것은 6월항쟁 이후 노태우 정부 시절부터였다. 이승만 정부 시절에 등장한 무능 프레임은 독재 시절엔 일절 꼬리를 감췄다. 민주화 이후에는 어느 정권도 무능 프레임의 공세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정권 교체 여부에 따라 무능 프레임의 공격 대상도 바뀌었다. 하지만 오늘날 권력의 총체적 무능에 대한 비판은 정치적 공세라고만 보기 어렵다. 지금 권력의 무능은 이념과 지역을 뛰어넘어 모두가 우려하고 분노하는 명백한 진실이 됐다.  김정인 춘천교대 교수는 “박근혜 정부의 무능이 심각하다. 대통령 취임 직후부터 불거진 인사파동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 인사파동보다 무서운 건 정부의 무능이 국가가 마땅히 보호해야 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도리어 위협하는 사태를 낳고 있는 현실이다. 1년 전 세월호 참사를 겪은 국민은 ‘국가란 무엇인가’라는 근원적 질문에 이제껏 답을 얻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다. 세월호 진상 규명을 가로막는 시행령 개정이 청와대의 반대로 멈춰선 지금, 갑자기 들이닥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이라는 역병에 정부는 해결 능력이 없다는 의미의 ‘무능’을 넘어 아예 아무것도 못한다는 뜻의 ‘불능’ 상태임을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에 보여줬다. 국민은 또다시 국가의 역할을 물으며 망연자실할 뿐이다”라고 말한다. http://goo.gl/Bl6AbD

- [ ‘낙수효과’의 종말 ] 1896년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는 “노동자의 이마에 가시관을 씌우거나 인류를 금십자가에 못박지 말라”고 외친 윌리엄 브라이언의 ‘금십자가 연설’로 역사에 기억된다.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지명된 브라이언은 “두 가지 발상의 정부가 있다. 부자들을 더 번창하게 하면 그들의 번영이 위에서 아래로 새어 나온다고 믿는 사람들이 있다. 반대로 대중의 번영이 모든 계층으로 차오르리라고 믿는 것이 민주당의 구상이다”라고 밝혔다. ‘낙수효과(trickle down effect)’ 개념의 유래다. ‘낙수효과’는 대기업과 부유층의 부가 늘어나면 더 많은 투자·소비가 이뤄져 경기가 부양되고 그 혜택이 저소득층에게 돌아가 소득의 양극화가 해소된다는 논리다. 양권모 경향신문 논설위원은 “2000년대 중반부터 낙수효과에 대한 회의론이 대두했다. 기업에 대한 감세와 탈규제 정책에 초점을 맞추고 분배보다 성장을 우선시했으나, 경기부양과 소득 양극화 해소 효과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낙수 경제’를 택한 나라들 대부분에서 고소득층과 저소득층의 소득격차는 더 확대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30년 동안 소득불평등이 계속 악화돼 회원국 인구 중 상위 10%의 소득은 하위 10%에 비해 9.5배 많았다. 한국은 1990년 8.5배에서 2014년 12배로 벌어졌다”고 말한다. http://goo.gl/c7inh6

- [ 땅도, 민심도 타들어간다 ] 계속되는 극심한 가뭄으로 16일 인천 강화군 교동도 삼선리에서 모내기를 마친 한 논바닥이 거북이 등처럼 갈라져 있다. 강화군에서 올해 모내기가 끝났으나 물 부족으로 벼가 말라죽은 논 면적은 51.8㏊에 달한다. http://goo.gl/KptaE5 

- [ 검찰의 성역있는 수사 ] 검찰이 ‘성완종 리스트’ 수사를 사실상 마무리하고 발표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와 유정복 인천시장 등 ‘친박 실세’들은 모두 무혐의 처분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진태 검찰총장은 16일 경향신문과 만나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 관련 수사 결과는 이번주 안에 발표할 수도 있고 조금 더 늦출 수도 있다”고 밝혔다. 그는 “몇 가지 확인할 게 남아 있어 좀 더 살피고 있다”며 “수사팀이 열심히 하고 있으니 조금만 더 기다려달라”고 말했다. 검찰 특별수사팀은 노무현 정부가 성 전 회장을 특혜 사면했다는 의혹 등 일부 보강 조사를 마치는 대로 조만간 수사 결과를 발표할 것으로 전해졌다. 성역없는 수사를 하겠다더니, 결국 성역있는 수사로 가는 건 아닌지… http://goo.gl/2Blr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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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6월 16일 경향신문

- [ 참 나쁜 노무현, 참 못난 박근혜 ] 박근혜 대통령이 ‘참 나쁜 대통령’이라고 했던 이가 노무현 전 대통령이다. 그 노 전 대통령이 2003년 사스 대응 때 너무 잘해 세계보건기구(WHO)로부터 방역 모범국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반면 이번의 메르스 사태와 관련해 우리나라는 국제사회로부터 민폐국이라는 혹평을 받고 있다. 속이 상하고, 기분 나쁠 만하다.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은 “박근혜 대통령은 타고난 승부사(natural-born fighter)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메르스 사태에 직접 나서는 것에 대해서도 국민 혼란 운운하면서 공박했다. 그런 탓에 박 시장은 메르스와 싸우고, 박 대통령은 박 시장과 싸운다는 말까지 나왔다. 여기에 더해 전염병 대응을 놓고 노 전 대통령과 비교되는 것에 못마땅해했다. 좋게 말해 승부사이지 나쁘게 말하면 싸움꾼이다. 그가 누구든 가장 많은 권력을 가진 현직 대통령이 생각이 다른 이들과 사사건건 싸우는 것은 민주주의에 해롭다. 인간적으로도 쪼잔해 보인다. 그런 점에서 박 대통령은 ‘참 못난 대통령’이다”라고 말한다. http://goo.gl/aC9R6H

- [ 대통령이 책임을 미루면… ] 대통령은 책임을 지는 자리다. 미국의 33대 트루먼 대통령은 자기 책상에 놓여 있는 표찰에 이런 문구를 적어 놓았다.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The Buck Stops here.)” 그는 물러날 때 더 멋진 말을 남겼다. “누가 됐든 대통령이라면 결정은 그의 몫이다. 어느 누구에게도 책임을 전가할 수 없다. 누군가 다른 사람이 대신 결정해 줄 수도 없다. 그것이 바로 대통령의 일이다.(The President- whoever he is- has to decide. He can’t pass the buck to anybody. No one else can do the deciding for him. That’s his job.)” 대통령이란 자리는 불가피하게 결정권을 행사하고, 그로 인한 책임을 감당해야만 하는 자리다. 2010년 1월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앞선 해 크리스마스에 있었던 항공기 폭탄테러 미수 사건을 두고 남을 탓하지 않았다. “저는 누군가에게 책임을 돌리는 데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최종적인 책임은 제게 있습니다. 대통령으로서 저는 국가와 국민을 보호해야 할 막중한 책임을 갖고 있습니다. 시스템이 실패했다면 그것은 제 책임입니다.” 미국 보수의 우상 레이건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깜짝 놀랄 발언을 했다. “작금의 위기상황에서 정부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정부가 문제입니다.”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은 “대통령의 리더십은 중요하다. 대통령이 책임을 미루고, 싸움에 몰두하면 나라는 어지럽고, 국민은 힘들다. 싸움보다 일 그리고 남 탓보다 책임, 이건 대통령직의 의무다. 이 때문에 트루먼은 이런 말을 남겼다. ‘책임을 질 수 없으면 아예 맡지도 마세요.(If you can’t stand the heat, get out of the kitchen.)’”라고 전한다. http://goo.gl/aC9R6H

[ 국민에게 반말하는 정부 ] 국민안전처에서 ‘긴급재난문자’가 왔다. “[국민안전처] ◇메르스 예방수칙 1. 자주 손 씻기 2. 기침·재채기 시 입과 코 가리기 3. 발열·호흡기 증상자 접촉 피하기 등” 뒷북치듯 별 내용도 없는 예방지침을 보냈다. 시기와 내용도 문제지만 말투도 불편했다. 건조한 몇 단어의 나열이었고 죄다 반말이다. 존댓말로 쓰면 글자 수가 늘어난다는 핑계를 대겠지만, 그저 개인에 불과한 우리들도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문자를 보낼 때, 예의를 갖추려고 노력한다. 글자 수를 고민하며 꼭 해야 할 말을 다듬는 거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박근혜 대통령이 이끄는 국가가 국민들에게 말을 건네는 방식이 늘 이렇다. 대개 반말이고, 대체로 지시와 명령을 반복한다. 주권자를 섬기고 모시는 태도는 아예 없다. 공산당 일당독재국가도 이렇게는 안 한다. 중국에선 ‘금연’이란 말 대신 ‘청물흡연(請勿吸煙)’이란 말을 많이 쓴다. 담배 피우지 말 것을 청(請)한다는 뜻이다. 공산당 일당독재국가의 말이 자유민주국가의 말보다 훨씬 친근하고 상대방을 존중한다. 메시지의 내용만큼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이나 태도도 중요하다. 사람에게 말은 본질적이다. 천냥 빚마저 말 한마디로 갚을 수 있을 정도로 우리의 생활과 삶 그리고 생각까지 좌우하는 큰 힘을 지니고 있다. 그러니 국가가 국민들에게 어떤 말을 건네는가, 그 태도와 방식이 어떤가를 따지는 것은 그 나라의 본질적 태도를 묻는 작업과 같다”고 일깨운다. http://goo.gl/Au2OGX

- [ 박원순, 차기대선 지지도 1위 탈환 ] 박원순 서울시장(59)이 메르스 정국의 가장 뜨거운 ‘인물’로 떠오르고 있다. 여당도, 야당도, 심지어 정부까지도 비난하든 칭찬하든 연일 그의 이름을 입에 올린다. 여당에선 “대권놀음”이란 원색 비난을 쏟아냈다. 야당은 박 시장 행보를 높이 평가하며 엄호에 나섰다. 하지만 여권 일각에서도 그의 행보에 극찬이 나오는 등 박근혜 정부의 ‘뒷북’ 대응이 도드라질수록, 그에 맞선 ‘박원순 리더십’이 메르스 정국을 이해하는 가장 ‘핫’한 열쇳말이 되고 있다. 올 들어 주춤했던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도 최근 급등하면서 1위로 복귀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는 지난 6월8일부터 일주일간 2500명을 조사한 결과 박 시장 지지율이 지난주보다 6.1%포인트나 오른 19.9%로 1위를 차지했다고 15일 밝혔다. 이는 지난 1월 이후 5개월 만에 다시 1위로 올라선 것이다. 지난 6월12일 한국갤럽 역시 박 시장이 17%의 대선 주자 지지율로 1위 자리에 복귀했다고 전했다. http://goo.gl/535vwm 

 

- [ 총기 명가 ‘콜트’ 파산 신청 ] M16 소총으로 유명한 180년 역사의 미국 총기 제조업체 콜트가 경영난과 채무로 결국 파산보호를 신청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 등이 14일 보도했다. 콜트가 만든 총들은 서부개척 시대와 베트남 전쟁 등 미국의 주요 역사를 바꿔왔다. 콜트사가 처음 설립된 1836년은 미국이 한창 서부개척에 나선 때였다. 당시 미국은 화려한 기마술과 활 실력을 갖춘 아메리카 원주민에 맞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다. 유일한 무기인 화승총은 비가 오면 젖기 일쑤였고 재장전을 하는 데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이때 콜트사가 개발한 리볼버 총은 단숨에 전세를 역전시켰다. 말 위에서도 연발이 가능했던 이 총은 미국이 아메리카 원주민을 정복하는 데 일등 공신 역할을 했다. 1970년대에는 콜트사가 개발한 M16이 베트남 전쟁의 주무기로 쓰였다. 하지만 최근 군납 계약에 실패하면서 화면서 경영난을 겪어 왔다. http://goo.gl/7MBQi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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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년 6월 15일 경향신문

- [ 대통령은 ‘왕’ 아닌 ‘종’ ] 박근혜 정부는 ‘경제’를 살려야 한다고 역설하지만, 경제의 본바탕은 상품교환이 이뤄지는 시장에 달려 있지 않다. 경제란 ‘경세제민(經世濟民)’의 줄임말로 ‘나라를 운영하면서 백성을 편안케 한다’는 뜻에서 나왔다. 영어로 경제(economics)는 ‘집(oikos)을 잘 운영한다’는 뜻이다. 한마디로 동서양 모두 경제는 내 집, 내 국민을 편안케 하는 ‘살림’을 강조한다. 박근혜 정부가 세월호 승객들을 살리지 못하고 메르스의 확산으로 국민에게 죽음의 그림자를 드리운 것은 우연이 아니다. 오세일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는 “공자는 ‘정치는 바로 다스리는 것(政子正也)’이라고 했다. 그런데 공(公)보다 사(私)를 먼저 고려하는 국가가 ‘바른 길’에 들어설 수 있을까? 관변 언론들을 통해 현실을 왜곡하고 국민들의 비판을 탄압하고자 한다면, 그런 국가는 민주주의 국가가 아니라 봉건주의, 전제 국가일 따름이다. 박근혜 정부는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에서 시작해서 세월호 참사, 성완종 대선자금 의혹, 메르스 확산 등 의혹과 불신으로 점철된 가운데 국민들에게 끊임없이 고통과 눈물을 안겨줘 왔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대통령은 왕의 자리가 아니라, 공적인 ‘종’(civil servant)으로서 국민을 섬기는 자리다. 국민을 섬길 줄 모르는 정부를 마냥 지지해주지 않는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국가는 특정 통치권자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사사로운 수단에 복속해서는 안된다. 국가의 존재 이유는 국민을 섬기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돌보며, 공과 사를 구분해 제대로 ‘나라 살림’을 해야 하는 데 있다”고 말한다. http://goo.gl/PdHwgh

-  [ 기억력의 저주 ] ‘똑똑한’ 쥐가 개발됐다고 한다. 기억력이 좋아 한 번 왔던 장소를 잘 기억하는 쥐도 있고, 공간에서의 사물 배치를 잘 파악하는 공간 지각력이 좋은 쥐도 있다. 현재까지 가장 많이 연구가 이루어진 것이 기억력이다. 유전적으로 기억력을 강화한 쥐는 보통 쥐에 비해 확실히 뛰어난 기억력을 보여준다. 대부분의 쥐는 두 사물을 연속해서 보여주면 나중에 보여준 사물에 집중하느라 첫 사물은 잊기 일쑤지만, 이 똑똑한 쥐는 그러지 않는다. 하지만 이 ‘천재 쥐’에게도 아픔이 있었으니…기억력이 강화된 쥐가 유난히 겁이 많고, 충격적인 사건을 겪고 나서 트라우마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가벼운 전기충격을 가했을 때 대부분의 쥐는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이 사건을 잊고 정상적인 삶으로 돌아오는 데 비해, 이 ‘똑똑한’ 쥐는 오랫동안 이 충격의 기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트라우마 ‘환자’처럼 매사에 소극적 행동을 보였던 것이다. 과학철학자인 이상욱 한양대 교수는 “믿기 어려운 정도의 기억력을 가진 사람들도 ‘똑똑한 쥐’와 유사한 증상을 보인다. 단테의 신곡을 한 번 읽고도 바로 다 암송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이 남자는 글의 내용을 이해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글을 읽을 때마다 각 단어가 수많은 ‘기억’을 연상시키는 바람에 그 연상들에 압도되어 문장을 통합적으로 이해하는 데 집중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이처럼 기억력이 좋은 것이 반드시 이해력처럼 다른 지적 능력에 유리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좋은 기억력이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다. 적당히 잊어버리고 적당히 기억하는, 다시 말하자면 잊을 만한 것은 잊고 기억할 만한 것은 기억하는 것이 우리의 삶에 더 도움이 된다”라고 말한다. http://goo.gl/TNqF8K

- [ “메르스, 웃겨” 김문수 막말 ]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산세가 꺾이지 않는 상황에서 여권 인사들이 잇따라 ‘국민 탓’을 하고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 상식적 우려를 하는 사람들까지 ‘겁쟁이’로 묘사하며 ‘난리친다’는 식의 발언을 공개석상에서 내놓는 이들을 향해 ‘메르스 막말’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새누리당 보수혁신특별위원장을 지낸 김문수 전 경기지사(64)는 지난 12일 오후 “핵무기는 겁 안 내는데 독감은 겁내는 나라가 대한민국”이라고 말했다. 김 전 지사는 이날 경남 창원 마산대학교에서 열린 ‘내가 꿈꾸는 대한민국’이라는 주제의 특강을 통해 “정부가 잘못한 것도 있지만, 메르스가 ‘중동 낙타 독감’인데 이것 때문에 난리”라며 “마산 이쪽에는 죽은 사람이 없는데도 난리다. 그런데 원자폭탄은 아무도 겁을 안 내 희한하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 소고기 먹고 광우병 걸린 사람 손 들어봐라, 없잖아. 대한민국 사람 웃겨”라고 했다. 국민 정서는 안중에 없는 듯한 발언이다. http://goo.gl/XsRzKO 

- [ 버티던 삼성병원 ‘항복’ ]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환자가 대량 발생한 뒤에도 정상 진료를 하던 삼성서울병원이 결국 부분 폐쇄 조치에 들어갔다. 이 병원 응급실 이송요원이 메르스 환자로 확진되고 정부가 “특단의 대책”을 요구하자 뒤늦게 병원 핵심 업무를 중단하는 조치를 취한 것이다. 지난주까지만 하더라도 즉각대응팀은 삼성서울병원에 휴원이나 휴원에 준하는 조치를 권고할 계획이 없었다. 지난달 27~29일 이 병원 응급실에 입원했던 슈퍼전파자 14번째 환자(35) 접촉자들의 잠복기가 지난 12~13일로 종료돼 메르스 2차 유행이 차차 진정될 것으로 전망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12일 확진 판정된 이 병원 응급실 이송요원(55)이 격리되기 전 431명과 접촉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국면이 바뀌었다. 병원이 슈퍼전파자(14번째 환자)에 의해 더 넓게 메르스에 오염됐을 것으로 추정되면서 더 이상 정상 영업을 고집할 수 없게 된 것이다. http://goo.gl/LvJCdz 

- [ 노들섬이 품은 뜻 ‘백로가 노닐던 징검돌’ ] 서울 한강의 최중심부에 있는 노들섬은 신기(?)하게도 아직 미개발지로 남아 있다. 건축학자 조한 홍익대 교수의 표현을 빌리면, 인간의 공간적 욕심에 저항해온 자연과 역사의 시간이 노들섬에 축적되어 있는지 모른다. 잠실섬, 부리도, 저자도, 율도, 여의도, 선유도, 난지도 등 한강의 아름다운 섬들은 1968년 시작된 한강개발계획으로 흔적도 없이 사라지거나 본래 섬의 형체를 깡그리 잃어버렸다. 노들섬도 본디 풍경은 완전히 바뀌었지만, 섬으로써 외양을 유지하고 있는 거의 유일한 경우다. ‘백로가 노닐던 징검돌’이란 뜻의 참한 이름이 붙여진 ‘노들섬’을 개발하려는 시도는 서울시장이 새로 올 때마다 계속됐다. 1983년 유람선 선착장 설치, 1986년 관광호텔 건립, 1989년 공원 조성, 이명박 서울시장의 오페라하우스 건설, 오세훈 서울시장의 예술센터 조성 등이 제안·추진됐으나 여론 반대 등으로 모두 무산됐다. 양권모 경향신문 논설위원은 “노들섬의 운명이 전혀 새로운 길에 맡겨졌다. 서울시가 논란 많은 노들섬의 용도, 시설·운영 계획을 시민 공모로 결정키로 했다고 한다. 노들섬의 미래를 시민의 꿈으로 그려보겠다는 뜻일 터이다. 거기에 기대어, 섬을 옥죄는 거대한 콘크리트 둔치 등이 없어지고 사라진 하얀 모래가 되돌아오는 한강의 마지막 섬 ‘노들섬’의 아름다운 부활을 꿈꿔본다”고 말한다. http://goo.gl/nkhV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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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년 6월 13일 경향신문

- [ 메르스 환자가 죄수인가 ] 6년 전 신종플루 때 감염된 환자를 어떻게 불렀나. 기사를 검색해보니 2009년 5월 국내 첫 신종플루 확진 환자는 51세 수녀였다. ‘1번’이 아니고 첫 번째였다. 2003년 사스 첫 추정 환자 역시 ‘1번’이 아니고 40대 남성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환자를 가리킬 때 주로 번호를 사용한다. ‘14번 환자’와 ‘35세 남성’은 달라 보인다. 이문재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환자에게 번호를 매기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감염 시간, 감염 경로를 강조하기 위한 고려라고 이해할 수도 있다. 반대로 행정 편의주의의 발로라고 비판할 수도 있다. 하지만 몇 번 환자 대신 ‘15번째 환자 박모씨’라고 부를 수는 없었을까. 내게는 저 둘 사이에 큰 차이가 있어 보인다. 15번 환자에게서는 인간의 흔적을 찾아보기 힘들다. 15번 환자는 인간이기 이전에 격리시켜야 할 감염자일 뿐이다. 또 자가 격리라니. 전쟁이 일어났는데, 국가가 각 가정을 진지로 만들어 각자 전투에 임하라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환자 이름 대신 일련번호를 매기는 ‘국가의 마음’과 자가 격리를 대책이라고 내놓는 ‘국가의 마음’이 달라 보이지 않는다”라고 일깨운다. 경향신문은 6월16일자 신문부터 ‘○○번째 환자’로 표기하고 있다. http://goo.gl/6txVAe

- [ 삼성병원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 ] ‘사회적 비용’이라는 용어는 흔히 사회 전체가 치러야 하는 각종 비용이라는 뜻으로 널리 쓰이는 말이다. 하지만 이를 학문적 개념으로 정립한 유럽 제도주의 경제학자 칼 윌리엄 캅의 저서 제목은 ‘영리기업의 사회적 비용’이다. 사적인 이익을 취하는 개인 혹은 조직이 자신들이 응당 치러야 할 비용을 치르지 않고 이를 사회에 전가시키는 것을 중심적인 문제로 삼는 것이다. 이는 그 개인이나 조직의 도덕성을 문제로 삼는 이야기가 아니다. 영리사업 자체가 필연적으로 비용을 사회에 전가시키는 경향을 내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홍기빈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장은 “우리나라의 민간 병원들이 거두고 있는 이윤 속에 얼마나 많은 ‘사회적 비용’, 즉 그들이 마땅히 지불했어야 할 비용들이 포함되어 있는지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먼저 구조적 차원이다. 허약하다 못해 사실상 무력화되다시피 한 공공의료 시스템으로 인해 전국의 환자들을 집중시켜 대기업에 가까운 매출을 올리는 몇 개 대형 병원들이 출현하게 되었다는 것은, 양자가 표리를 이루고 있음을 말한다. 이렇게 몇 개의 큰 병원들의 큰 이윤은 결국 공공의료 시스템의 위축이라는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키고 있으며, 지금 우리는 그 비용을 톡톡히 치르고 있다”고 말한다. http://goo.gl/ddT8jn

- [ 질병의 치유에도 계급이 있다 ] 메르스는 세월호와 다르다. 이것은 벌어진 일이 아니라 벌어질 일이고, 어떤 불행한 이들에게 닥친 비극이 아니라, 언제 내게 닥칠지 모르는 불행이다. 누구나 걸릴 수 있다는 것. 그래서 전염병은 공공적이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상업적이고 영리를 추구하는 사설병원들은 전염병 환자 공개 및 차단, 치료와 병상 제공, 나아가 병원 폐쇄를 당연히 꺼린다. 삼성서울병원은 확산의 두 번째 진원지임에도 불구하고, 병원 폐쇄나 병원 환자에 대한 전체적인 역학조사는 뒤늦게 이뤄졌다. 그래서 의료행위는 비즈니스 이상의 ‘공공성’을 유지해야 하는 것이고, 그것을 강제하기 위해 국가가 나서야 하고, 공공의료 시스템과 공공병원을 두어야 하는 것이다. 사회학자 권영숙씨는 “전염병이 아무리 보편적이고 공공적이라고 해도 그것이 자본주의 사회의 질병인 한, 그 안에는 계급적 지형이 있다. 국립의료원이 메르스 퇴치 ‘거점 병원’으로 지정되면서, 그 병원의 기존 주요 환자들이었던 서민층 100명이 병상을 비워주고 쫓겨나고 있다는 사실. 흥미롭지 않은가. 질병은 결국 계급적인 성격을 가진다. 평소 영양상태가 좋지 않은 빈곤층 노약자들, 하루 노동을 잠시 멈추거나 노동 이후 푹 쉬지 못하는 이들이야말로 사회적 ‘고위험군’이다. 예방용 마스크를 쓰고 싶어도 쓰지 못한 채 노동하고 거리에 있는 수많은 노동자들은 또 어떤가. 택시노동자들, 건설노동자들, 서비스노동자들, 이주노동자들, 쪽방동네 사람들. 질병의 계급적 측면이다. 전염병처럼 ‘고위험’ 질병의 경우, 그것은 사회적이다. 즉 계급적이다. 예방도 치료도 사망도. 전염병의 공공성을 확인하는 한편에 메르스의 계급적 지형이 놓여 있다. 진짜 공공성은 바로 그 지점까지 살피는 것일 것이다”라고 말한다. http://goo.gl/YbYt1q

 - [ 뇌물이 판 친다는 건… ] 누가 좀 잘나간다 싶으면 “너 뇌물 먹였지?”라는 농담을 스스럼없이 할 정도로 ‘뇌물’은 우리 일상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최근에는 ‘성완종 리스트’가 온 나라를 강타했다. 급행료, 불법 수수료, 사례비 등 범죄인지 아닌지 구분조차 애매한 일상의 소소한 뇌물도 수없이 많다. ‘촌지’나 ‘떡고물’ 또한 살면서 심심찮게 들을 수 있는 말들이다. 신간 <뇌물의 역사>는 인간 사회에 침투해 있는 뇌물을 잘 다스려야 하는 암세포와 같은 존재로 규정한다. 인간의 욕망이 동물의 삶과 다른 문명을 발전시켰지만, 동시에 뇌물이라는 암을 키웠다고 본다. 저자들은 인류와 함께 존재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뇌물의 역사를 동서양을 아우르며 샅샅이 훑고 있다. 경향신문 문화부 권재현 기자는 “뇌물이 판을 친다는 건 국가의 ‘착취’가 민중들이 감내할 만한 수준을 넘어섰다는 의미도 있다. 세금과 부역 부담으로 민초들이 신음하는 상황에서 뇌물에 맛을 들인 지방 관리들이 적극적인 수탈에 나서는 단계에까지 이르면 결국 분노가 폭발한다. 구체제의 악질적인 관행에 저항해 터진 1894년의 동학농민혁명 당시 농민들이 관리나 양반보다 향리를 먼저 공격한 걸 봐도 알 수 있다”고 말한다. 신간 <뇌물의 역사(이야기가 있는 집)> http://goo.gl/99sP43 

- [바쁘면 성공, 한가하면 실패 ] 현대인들은 바쁘지 않으면 죄책감을 느낀다. 바쁘게 살아야 한다는 의무감을 느끼고 바쁨을 자랑한다. 바쁨은 성공, 한가함은 실패라는 문화 탓이다. 경향신문 문화부 한윤정 선임기자는 “뇌과학자들에게 취재한 결과 시간 스트레스는 뇌와 몸을 파괴한다. 지적 능력의 근원지인 전전두엽은 시간 압박을 받을 때 제 구실을 못한다. 우리 몸이 계속 스트레스와 불안에 시달리면 심혈관계 질환, 고혈압과 당뇨, 관절염과 골다공증, 비만과 치매가 유발된다. 특히 여자들은 스트레스에 2배 취약하다”고 말한다. 신간 <타임 푸어(더퀘스트)> http://goo.gl/UN3UQ5

- [ 리더에게 중독된 조직의 미래 ] 국가든 기업이든 어떤 조직의 가장 꼭대기에 앉아 있는 리더의 행실은 조직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 바람직한 영향을 미치면 좋겠지만 그 반대인 경우도 많다. 한데 더욱 심각한 문제는 시간이 지날수록 리더가 미치는 악영향이 조직 전체를 감염시킨다는 점이다. 경향신문 문화부 문학수 선임기자는 <중독 조직>을 인용해 “구성원 대부분이 수장의 말과 행동에 감염되면, 이상하리만치 비정상이 용납되면서, 그것을 너무도 쉽게 정상으로 용인하며 심지어 보호하기까지 한다. 그런 현상을 보이는 집단을 ‘중독조직’이라 한다” 책의 핵심은 세 번째 챕터인 ‘조직 내 중독의 네 가지 형태’다. 먼저 저자들은 조직의 리더 혹은 핵심 인물이 실제 중독자일 때 발생하는 여러 문제들을 서술한다. “조직 내 핵심 인물이 가진 힘은 그들의 영향력, 그리고 그들이 구축한 네트워크와 연관”되기 때문에 “그들이 활성 상태의 중독자일 경우에 그들은 자신이 가진 힘을 매개로 조직 전체를 거의 파멸로 몰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그에 따라 극적인 스타일, 우울증적 스타일, 편집증적 스타일, 강박적 스타일, 분열증적 스타일에 대해 서술한다. 두 번째는 ‘동반 중독자’의 문제다. 중독자에게 강력한 영향을 받으면서 자신도 역시 중독의 양상을 보이는 경우다. 예컨대 “중독가정에서 자란 성인이 직장 내 관리직을 맡으면, 이들은 대체로 일을 완벽하게 하라고 몰아붙이는, 함께 일하기 힘든 까다로운 상사가 된다. 이들은 통제 욕구가 대단히 크기 때문에 자신의 권한이나 책임을 쉽게 위임하지 못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사람들에게 호감을 사려는 욕구도 크기 때문에 부하 직원들에게 헛갈리는 메시지를 던지기도 한다”. 중독조직에서는 “문제를 직시하거나 해결하는 대신, 문제를 임기응변으로 처리하고 문제를 영속화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저자들은 중독조직에서 일상적으로 드러나는 특징으로 잘못된 의사소통, 소문이나 험담, 두려움과 고립, 거짓과 조작, 억눌린 감정, 경멸, 혼란, 현실 부정, 자기 중심성, 흑백논리, 떠벌림 등을 꼽는다. 결국 잘못된 리더가 이끄는 조직은 ‘중독을 조장하고 중독물로 기능하며 중독자처럼 행동한다’는 것이 이 책이 전하는 핵심이다. 간 <중독 조직(이후)> http://goo.gl/7qGrT2

 

 

Posted by jinokor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