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6월 12일 경향신문

- [ 욕정 앞에 성인군자 없다 ]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성(性) 범죄나 추문은 개인이든 집단이든 골칫거리다. 이는 빈부귀천과 남녀노소를 불문한다. 판검사, 의사, 경찰, 교수, 군 간부, 기업인, 종교인도 예외가 아니다. 평생의 명예와 지위가 한순간에 날아가지만 순간의 욕정을 조절하기란 쉽지 않다. 누군가는 혀를 끌끌 차며 ‘나는 절대 그렇지 않다’며 호언장담한다. 하지만 이런 이들이 사실 더 위험하다. 이제마 선생은 “색(色)은 억압하거나 부정하지 않고 바르게 분별함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인간 본연의 욕구를 억압할수록 이중인격이나 더욱 왜곡된 돌출행동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간디도 “성욕에 대한 투쟁은 칼날 위를 걷는 것과 같다”고 경고했다. 강용혁 분당 마음자리한의원장은 “‘의사가, 성직자가, 교수가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고 말하기 이전에 ‘그들도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존재’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인간은 원래가 인두겁에 동물 욕정이 탑재된 ‘인면수심(人面獸心)’의 피조물이다. ‘나는 절대 그렇지 않아!’라며 자신의 내면에 존재하는 성욕과 충동이 없는 양 착각할 때 사고 위험성은 커진다. 순간적 충동은 누구라도 장담할 수 없다. 내 안의 음탕함을 바르게 알고 인정한다고 추해지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없다고 착각하거나 ‘나는 그럴 일 없다’고 위험 노출을 방임하는 것이 추한 결과를 일으킨다. 그런 유혹에 스스로 시험에 들게 해서 이기는 것이 고매한 인격이 아니다. 그런 시험에 드는 것을 미리 피하는 것이 진정 용감하고 현명하다. 자신의 육체를 감당 못할 유혹 근처에 두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성욕을 다스리는 현인들의 한결같은 조언이다”라고 말한다. http://goo.gl/pqEgfY

- [ 메르스가 살려낸 사람 ] ‘비리의 평등’이란 과연 정의인가. 사람은 누구나 양과 질의 차이일 뿐 부정부패, 타인에 대한 차별, 갖가지 비윤리적 행동을 한다. “걸리면 불법, 안 걸리면 관행”으로 생각하는 한국사회의 부패 둔감 문화에 비해, 유독 남성들은 병역 문제에 대해서는 엄격하다. 이회창씨 집안은 두 아들과 사위까지 모두 군대에 가지 않았고 그는 대통령이 되지 못 했다. 여성학자인 정희진씨는 “가수 겸 배우 스티브 유씨(유승준·39)는 병역 기피로 입국이 금지되었다가 13년 만에 해외에서 국내 인터넷 방송에 출연했다. 그는 무릎을 꿇고 오열했다. 그래서 유승준씨 비난의 십분의 일만이라도 ‘황교안 청문회’에 관심을 가져달라는 호소는 설득력이 있다. 고위 정치인의 책임과 역할을 생각하면 황교안씨에게 더욱 엄격해야 한다. 똑같은 잘못을 해도 매장당하는 사람이 있고, 아무 문제없이 지나가는 경우가 있다.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누구나 한번쯤 이와 관련한 억울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황교안씨는 군대에 가지 않고도 승승장구해왔다”고 말한다. 황교안 법무장관은 곧 총리가 될 것 같다. 메르스가 그를 살렸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http://goo.gl/4rDD1v

- [ 메르스 괴담, 정부 무능 탓 ] 토머스 홉스는 국가를 성서에 나오는 괴물 ‘리바이어던’에 비유했다. 절대왕정을 지지했지만, 국가가 괴물로 변할 수 있는 가능성을 인정함으로써 그 뒤에 나오는 민주적 사회계약론의 등장에 다리를 놓았다. 국가가 괴물이 된다 하더라도 거리의 무뢰한보다 낫다고 믿었기에 그는 국가를 필요악이라고 했으며, 그러니 참고 살아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사회계약론자들은 국가가 괴물로 변하면 이를 거부할 수 있는 권리를 국민이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민주주의의 가장 중요한 원칙이 된다. 국제정치를 전공한 김준형 한동대 교수는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의 급속한 확산은 전 국민을 공포로 몰아넣었다. 정부의 위기 대응 능력 부재와 비밀주의가 국민의 공포감 조성에 큰 몫을 했다. 정부에 대한 불신으로 갖가지 추측과 소문들이 무성했는데, 정부는 이를 괴담으로 규정하고, 퍼뜨리는 사람들을 엄벌하겠다고 나섰다. 국민의 생명이 달린 중대한 위기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정부를 생각하면 괴담 엄벌론은 주객전도이며, 또한 문제의 본질을 호도하는 행위이다. 세월호 참사에 이어 이번 사태는 우리로 하여금 ‘국가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재차 던지게 한다”고 말한다. http://goo.gl/NeiDbv

- [ 전관예우, 판·검사가 문제다 ] 재판은 당사자의 공정한 권리 구제를 통해 미시적 정의를 실현하는 과정이고, 이러한 미시적 정의가 모여 거시적 정의가 실현된다. 그런데 전관예우는 ‘전관’에게 사건을 맡길 수 있는 ‘돈’과 ‘권력’이 있는 자에게 유리한 재판이 될 수 있다. 이처럼 전관예우로 인해 재판이 공정하지 않게 되면 정의가 실현될 수 없어 사법제도의 근간이 무너지게 된다. 전관예우는 어떻게 근절할 수 있을까. 연세대 로스쿨 교수인 손창완 변호사는 “전관예우는 그 행위의 주체가 전관 변호사가 아니라 판사·검사이다. 전관예우의 본질은 변호사의 문제가 아니라 본질적으로 법원·검찰의 문제인 것이다. 따라서 전관예우는 판·검사가 전관 변호사를 우대할 수 없도록 통제하고, 전관예우를 하는 판·검사에게 불이익을 주어야만 근본적으로 해결될 수 있다. 전관예우 해결을 위해 사법과정에 ‘공시제도’ 도입을 제안한다. 판사·검사와 변호사의 관계, 변호사 수임료, 재판 결과를 구체적으로 공개하면 판·검사가 자기가 취급한 사건에서 특정 변호사를 봐주고 있는지를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다”고 말한다. http://goo.gl/fO7yZq

- [ <심야식당> 심야 식단 기대 ] 6월18일 개봉하는 일본영화 <심야식당>은 추억으로 버무려진 음식 영화다. 영화의 배경은 도쿄 번화가 뒷골목에 있는 작은 밥집이자 술집인 ‘심야식당’. 최대 9명이 들어갈 수 있는 비좁은 이 술집의 영업시간은 밤 12시부터 아침 7시까지다. 심야식당에는 특별한 메뉴판이 없다. 주인장이자 요리사인 ‘마스터’는 손님들이 원하는 음식을 그 자리에서 만들어준다. 손님들이 원하는 음식은 소박하다. 문어모양 소시지 볶음, 계란말이, 간장버터밥 등이다. <심야식당>은 2007년 나온 동명의 일본만화가 원작이다. 출간 후 누적판매 240만부를 기록하며 대히트했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들에서도 베스트셀러 자리에 올랐다. 시즌3까지 나온 동명의 드라마도 인기다. 드라마로 본 <심야식당>에서 등장하는 메뉴들은 간단하면서도 군침 돌게하는 음식들이 많았던 것으로 기억 된다. <심야식당>을 책이나 드라마로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영화에 호감을 느끼겠지만, 원작 속 그 음식들과 에피소드가 똑 같이 나온다면, 글쎄… http://goo.gl/hcQ6E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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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6월 11일 경향신문

- [ 메르스 재앙, 민주주의 결여 탓 ] 많은 사람들은 타인들과의 교류·접촉을 극도로 꺼리며, 스스로 ‘자가격리’의 생활로 들어가고 말았다. 인간인 이상 우리는 타인과 더불어 살지 않으면 생존·생활이 불가능함에도, 이제 살아남기 위해서 타인들로부터 스스로를 고립시키지 않으면 안되는 기묘한 상황이 되었다. 사람이 사람을 피해야만 살 수 있는 세상이라면, 그것은 결국 세상의 종말, ‘말세’가 아닌가? 김종철 녹색평론 발행인은 “중요한 것은, 말세도, 괴질의 창궐도 결국은 사람이 만들어낸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정부는 메르스에 대한 매뉴얼을 이미 작년 말에 작성해놓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게 무용지물이 된 것은 오히려 실무자들이 그 매뉴얼에 충실했기 때문이다! 즉, 지난 5월4일 인천공항으로 메르스 감염 환자가 입국했을 때, 그의 출발지가 (메르스 발생국이 아닌) 바레인이라는 사실 때문에 그가 (메르스 발생지역인) 카타르를 경유했다는 사실은 방역실무자들이 무시해버린 것이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발생지역만 나열돼 있는 매뉴얼이었기에. 상관의 지시 없이 실무자들이 자주적으로 판단·행동한다는 것은 오늘날 이 사회에서는 실제로 거의 불가능하다. 식민지 지배, 군사독재, 독선적인 정부를 거치는 동안 관료사회든 기업이든 한국인 대다수는 기본적으로 노예의 삶에 길들여졌다. 그러니까 메르스 사태도 결국 민주주의의 결여로 빚어진 재앙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한다. http://goo.gl/js4hAf

- [ 자가격리로 이뤄진 위대한 발견 ] 메르스 확산으로 많은 학교가 문을 닫았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경기장이나 극장, 시장도 한산해졌다. 학교에 못 가는 학생들은 놀이터에도 나가지 못하고 아마 집안에서 빈둥거릴 것이다. 위기는 기회와 맞닿아 있다고 했던가. 이필렬 방송대 문화교양학부 교수는 “뉴턴1665년 뉴턴이 케임브리지 대학을 졸업할 무렵 영국 런던에는 페스트가 돌았다. 병이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해 케임브리지 대학은 휴교에 들어갔고, 뉴턴은 고향 울스소프로 돌아갔다. 고향에서 뉴턴은 거의 자가격리 상태에서 보통 사람들이 보기에는 빈둥거리며 시간을 보냈다. 휴교는 2년 동안 지속되었는데, 뉴턴은 이때 사과나무에서 떨어지는 사과를 보며 중력에 대한 이론을 발전시켰고, 프리즘을 가지고 빛이 무지개색으로 나뉘는 것을 관찰하며 빛에 관한 이론을 만들어냈다. 그의 가장 중요한 발견들이 이 기간에 이루어진 것이다. 뉴턴은 빈둥거리는 동안 최대의 창조성을 발휘했다”고 말한다. http://goo.gl/U1Su23

- [<단독> ‘수학 천재 소녀’ 새빨간 거짓말 ] 하버드대와 스탠퍼드대에 동시에 입학 허가를 받아 ‘천재 수학소녀’로 보도된 미국 토머스제퍼슨 과학고 3학년 김모양의 주장이 상당 부분 사실과 다른 것으로 드러났다. 두 대학은 김양이 공개한 합격증이 모두 위조됐다고 경향신문에 확인했다. 애나 코웬호번 하버드대 공보팀장은 9일 경향신문과 전화 통화에서 “김양이 갖고 있는 하버드 합격증은 위조된 것”이라고 밝혔다. 코웬호번 팀장은 김양의 아버지가 경향신문에 제공한 합격증에 대한 진위 위부를 재차 묻자 입학처와 상의한 뒤 “합격증은 위조된 것”이라고 최종 확인했다. 그는 또한 “한국 언론에 보도된 것과 달리 스탠퍼드대에 2년 간 수학한 뒤 하버드대에서 공부를 마치고 어느 한 쪽으로부터 졸업장을 받는 프로그램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앞서 김양이 미국의 유명 대학들에 합격했다는 소식은 지난 6월3일 국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며 화제가 된 바 있다. http://goo.gl/UAiqNJ 

- [ 추리소설 같은 외환은행 미스터리 ] 미국 감독당국은 2003년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하자 론스타의 은행 인수 자격을 문제 삼아 외환은행의 미국 내 외환은행 현지법인과 지점의 은행업 허가를 취소했다. 미국에서 은행 인수 자격이 없는 론스타가 한국에서는 은행을 인수해 큰돈을 번 것이다. 외환은행은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이 8%를 넘는 정상 은행이었지만 감독당국이 수차례 수정해 가며 만든 최악의 시나리오에 의해 자기자본비율이 6.16%로 낮아졌다. 숱한 의혹과 의문이 생겼고 요란한 검찰수사와 감사원 감사 등이 있었지만 밝혀진 것은 거의 없다. 정대영 송현경제연구소장은 “가장 근본적인 의혹은 누가 외환은행을 론스타에 팔도록 주도했느냐이다. 주도한 사람은 한국의 정권이 바뀌어도 항상 힘을 가질 수 있는 세력인 듯하다. 남북정상회담 회의록까지 공개되고 있는 나라에서 외환은행 사태의 결정적 의혹은 정권이 바뀌어도 밝혀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사건의 열쇠를 쥔 핵심인물 두 명이 검찰수사 전에 갑자기 젊은 나이에 죽었다. 한 명은 감독당국의 요청에 의해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한 외환은행 BIS 자기자본비율을 추정해준 외환은행 직원이다. 다른 한 명은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관련 업무를 담당했던 금융감독원 실무자이다. 두 사람은 병으로 죽은 것으로 되어 있지만 소설 같기도 하고 무엇인가 찜찜하기도 하다. 나라와 국민은 큰 피해를 보았지만, 주도한 세력은 큰돈을 벌고 관련 관료는 출세를 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투자자-국가 분쟁에서 한국정부가 진다면 주도한 세력은 엄청난 돈을 더 벌고, 모두 국민의 부담이 된다. 책임질 사람은 아무도 없다. 참 답답한 일이다”라고 말한다. http://goo.gl/JTMEEX

- [ 박 대통령, 문화융성 강조 후… ] “모든 국민은 학문과 예술의 자유를 가진다. 저작자·발명가·과학기술자와 예술가의 권리는 법률로써 보호한다.” 대한민국 헌법 제22조는 예술의 자유 및 예술가의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예술의 특권적 지위를 위해서나 예술가가 우월하기 때문이 아니다. 어느 시대든 예술의 사회적 역할과 가치가 지배권력으로부터 억압받지 않고 작동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원재 문화연대 문화정책센터 소장은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문화융성’을 강조한 이후 오히려 대한민국 곳곳에서 예술이 구속되거나 처벌받는 괴이한 일이 늘어나고 있다.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요구했기 때문에, 밀양 할머니들의 땅을 함께 지켰기 때문에, 제주 강정 앞바다의 군사기지 공사를 반대했기 때문에, 부당하게 해고당한 노동자들의 고통과 함께했기 때문에, 대통령과 정부를 노골적으로 비판했기 때문에…. 대한민국의 예술가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법률의 보호를 받는 것이 아니라 법률의 처벌을 받고 있다”고 말한다. http://goo.gl/XeF8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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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년 6월 10일 경향신문

- [ 박 대통령, 노무현 욕하더니… ] 우리는 지난해 세월호 참사에 이어 또다시 같은 질문을 던지고 있다. 국가란 무엇인가. 국가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존재한다. 박 대통령 스스로도 수년 전 고 김선일씨 사건이 터졌을 때 ‘국민 한 사람 지키지 못하는 대통령’이라는 취지로 당시 노무현 대통령을 힐난했다. 메르스 확산은 국가가 기본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증좌다. 나라의 기본이 이토록 망가졌다면 국정 총괄자가 책임을 통감해야 마땅하다. 그러나 지난 2년4개월간 그래왔듯 박 대통령은 타인을 질책할 뿐, 자신의 책임은 회피한다. 어쩌면 느끼지 못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더 절망적이다. 김봉선 경향신문 출판국장은 “메르스 사태에는 ‘제2의 세월호’라는 명칭이 따라붙는다. 닮은꼴 대처 방식에 대한 질타이고, 국가시스템이 이렇게 무너질 수 있을까 하는 좌절감 때문이다. 국가와 사회가 나와 내 가족을 지켜주지 못할 거라는 자각은 국민을 각자도생으로 내몰고 있다. 이른바 ‘메르스 괴담’은 검경이 구속수사 운운하며 시민을 겁박한다 해도 사라지지 않는다. 박근혜 정부의 무능력, 무책임, 위기관리 능력 부재가 괴담의 자양분이 돼주기 때문이다. 악의적 허위사실 유포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괴담의 뿌리는 생각지 않고 시민의 입만 틀어막겠다는 건 옳지도, 가능하지도 않다”고 말한다. http://goo.gl/FeHmcm

- [ 다행히 정권의 수명은 유한하다 ] 경향신문에 연재 되는 서민 교수의 칼람 <서민의 어쩌면>이 화제다. ‘완벽한 박근혜 대통령의 한 가지 단점’을 지적한 글인데 서민 교수의 독특한 발상에 다시한번 혀를 내두르게 된다. “박근혜 대통령에게는 수많은 장점이 있다. 첫째, 자기관리가 뛰어나다. 대통령이 되기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이 ‘올림머리 스타일’을 고수하고 있는데, 놀랍게도 10여개의 실핀을 이용해 본인이 직접 스타일링을 한단다. 둘째, 자신이 사과해야 할 일을 아랫사람에게 미루는 미덕을 가지고 있다. 셋째, 보기 드문 효녀로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해 누가 뭐라고 하기만 하면 불같이 화를 내신다. 넷째, 사람을 뽑을 때 능력보다는 자신에 대한 충성심을 더 높이 사서, 공직기강을 잡는 데 누구도 따라갈 사람이 없다. 다섯째, 가끔씩 유체를 이탈하는 능력을 보여준다. 대통령만 아니면 <놀라운 대회 스타킹>에 두세 번은 나가셨을 것 같다. 여섯째, 노트 필기의 달인이다. 이건 수능을 볼 초·중·고생들이 본받아야 할 점이다. 일곱째, 뚜렷한 국가관을 가지고 있어 북한으로부터 우리나라를 막는 데 적격이다. 어쨌거나 현 대통령 임기 동안에는 공산화 걱정은 안 해도 될 것 같다” 그러면 기생충박사로 유명한 서민 단국대 의대 교수가 말하는 한가지 단점은 뭘까. “이런 여러 가지 장점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에게는 치명적인 단점이 한 가지 있는데, 그건 바로 위기관리 능력이 약하다는 것이다. 세월호 사고 때 배 안에 있던 사람들이 고스란히 희생된 것처럼, 2015년 대한민국은 메르스 환자 수에서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2위를 차지하는 메르스 강국이 됐다. 이 추세가 이어진다면 세간의 농담처럼 메르스(MERS) 대신 코르스(KORS)로 이름을 바꿔야 할지도 모르겠는데, 혹시 정부가 이런 식의 국위선양을 원했던 건 아닌지 의심이 든다. 3년 전 대선에서 우리 국민들은 위기관리보다 자기관리를 더 중시하는 대통령을 뽑았다. 자기관리가 뛰어난 대통령을 보는 건 분명 즐거운 일이지만, 이것 한 가지는 명심하자. 현 정부는 우리 국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주지 못한다는 것. 작년엔 세월호 사고가 났고, 올해는 메르스가 왔다. 남은 임기 동안 몇 번의 위기가 더 올지 모르지만, 다행히 정권의 수명은 유한하다. 자신의 안전은 스스로 지킨다는 각오로 2년 반을 버티자. 살아남는 것보다 더 중요한 가치는 없으니 말이다” <서민의 어쩌면> 전문보기 http://goo.gl/Xhdso3

- [ 복지의 불균등 발전 ] 복지제도는 존재하지만 가난한 많은 사람들이 그 밖에서 살고 있다. 말로 다하지 못할 만큼 복잡하고 한스러운 게 ‘가난’이건만, 이것을 몇 가지 기준으로 재단해 설계된 탓이다. 한 사람이라도 복지 대상에서 누락되지 않도록 하는 것 보다는 결코 부정수급자가 생겨선 안 된다는 관리 지침이 더 강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당사자가 직접 나서야 하는 신청주의까지 복지로 가는 길을 가로막고 있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은 “시민사회도 겸허히 스스로를 되돌아보자. 보편·선별 복지 논쟁을 거치면서 마치 선별복지가 애초 ‘나쁜 것’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존재한다. 급식, 보육, 기초연금 등 사회서비스나 사회수당 복지는 보편·선별 노선으로 갈리지만, 공공부조 복지는 애초 가난한 사람에게만 제공되는 ‘선별복지’이다. 여기서는 보편·선별이 논란거리가 아니라 복지를 받아야 할 사람이 선별되지 못하는 게 오히려 문제다. 지난 몇 년 사이 복지 바람이 불면서 급식, 보육, 기초연금 등 중상위계층의 복지는 늘었지만 기초생활보장, 장애인복지, ‘줬다 뺏는 기초연금’ 등 가난한 사람을 위한 복지는 뒤로 밀리고 있다. 복지의 불균등 발전이다. 가난한 사람을 위한 복지에 더 힘을 쏟아야 한다”고 말한다. http://goo.gl/56TK49

 - [ 한열이를 살려내라, 28년 ] 이한열 열사의 28주기를 맞아 열사의 정신을 기리는 새 기념비가 모교인 연세대에 세워졌다. 1987년 6월9일 당시 연세대 2학년이던 이한열 열사는 전두환 군사정권 규탄 시위 도중 머리에 최루탄을 맞고 혼수상태에 빠졌다. 그는 27일 만인 7월5일 22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열사의 사망은 6월항쟁의 기폭제가 됐고, 6·29 선언과 군사독재 종식을 이끌어낸 원동력이 됐다. 이한열기념사업회는 9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한열동산에서 새로 제작된 열사의 기념비 제막식을 열었다. 제막식에는 열사 사망 당시 연세대 총학생회장이었던 새정치민주연합 우상호 의원을 비롯해 문석진 서대문구청장, 박홍섭 마포구청장, 정갑영 연세대 총장 등이 참석했다. 앞서 1988년 모교에 세워졌던 이한열추모비는 20여년의 세월이 지나며 곳곳에 균열이 생기는 등 훼손이 심해졌다. 이에 기념사업회는 열사의 86학번 동문 등 각계의 후원을 받아 새 기념비를 제작하게 됐다. http://goo.gl/yZfpaG 

- [ 공부란 책상 위에 서는 것이다 ] 중국 전국시대 말기, 진나라의 공격을 당한 조나라 혜문왕은 백전노장 염파 대신 조괄에게 병권을 일임하는 패착을 범한다. 재상 인상여가 “조괄은 병법을 책으로만 공부했다”며 반대했지만 소용없었다. 결국 조괄은 전장의 현실을 무시하고 책에서 배운 이론에만 입각해서 군대를 운용하다가 대패하여, 40만의 조나라 군사가 생매장당하고 말았다. 현장 경험이 없는 ‘책상물림’ 조괄이 만들어낸 참사였다. 경향신문에 새 칼럼 <책상물림>을 연재하게 된 송혁기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는 첫 칼럼에서 “책상물림은 책상 앞에 앉아 글만 읽을 줄 알았지 세상물정에는 어두운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다. 조괄이 실패한 이유는 책에서 본 대로만 하면 되리라고 너무 쉽게 생각하고 더구나 이를 공명심을 이루기 위한 도구로 사용했기 때문이다. 쉽게 말하지 않고 사심의 개입을 경계할 일이다”라고 말한다. 신영복 선생은 “공부는 책상 위에 서는 것입니다. 더 넓고 먼 곳을 바라보는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공부란 그런 것이다. http://goo.gl/cggZy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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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6월 9일 경향신문

- [ 왜 삼성병원만 격리 안됐나 ] 지난 2일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메르스 확산 방지 강화대책’을 발표하면서 “메르스 환자가 특정 병원 내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하였으므로 “감염이 발생된 병원에 대해서는 병원 또는 병동 자체를 격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렇게 해서 대전의 건양대병원과 대청병원의 병원 또는 병동이 격리되었다. 지금까지 환자가 발생한 의료기관 6개 중 5개는 병동이나 병원, 또는 환자와 방문자가 격리되고 관리되었다. 그런데 예외가 있었다. 삼성서울병원이다. 왜 예외였는가. 삼성이라서? 우석균 보건의료단체 정책위원장은 “문형표 장관은 ‘감염이 일어난 것은 벌써 2주 전’이라며 삼성병원 응급실을 안심하고 이용하라고 당부까지 했다. 그런데 5월27~29일은 2주 전이 아니다. 삼성만 만나면 왜 장관이 날짜 계산까지 틀리는 것일까. X파일 사건, 반도체 백혈병 사건, 태안 기름유출 사건, 당장 떠올릴 수 있는 이 모든 사건과 사태에서 삼성은 언제나 예외였고 법 위에서 군림해 왔다. 이제 우리는 삼성이 한 나라 국민들의 생명이 걸린 메르스 사태에서조차 예외가 되고 법 위에 군림하는 사태를 눈앞에서 보고 있다. 과연 삼성공화국이다. 삼성병원이 예외가 아니었다면 지금 온 국민이 삼성병원발 메르스 2차 발병이 어디까지 확산될지를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바라보아야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라고 말한다. http://goo.gl/sFer1W

- [ 박정희 묘소에 수맥이… ]서울 동작동 국립묘지(현충원)의 박정희 전 대통령, 육영수 여사 묘소는 풍수전문가들의 입길에 자주 오르내린다. 풍수지리 대가로 알려진 지창룡씨와 손석우씨가 묘터를 잡았다고 한다. 하지만 이곳에서 수맥(水脈)이 발견돼 수맥차단 공사를 한 것으로 전해진다. 손씨는 김대중 전 대통령 부모의 묘를 이장하기도 했다. 수맥 전문가들은 땅속을 흐르는 수맥이 인체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한다. 수맥이 지나가는 곳에서 생활하면 피로, 뇌졸중, 암 등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김석종 경향신문 논살위원은 “한국의 수맥탐사는 1836년 프랑스 외방선교회 신부가 들여왔다. 프랑스 출신 메르메 신부와 부르드 신부는 1900~1930년대 금광 개발에 도움을 줬다. 이들에게 직접 배운 신인식 신부의 수맥탐사법은 임응승 신부에게 전해졌다. 평생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며 온천수와 지하수를 찾아내는 등 국내 수맥탐사의 1인자 임 신부가 그제 93세로 선종했다고 한다. 그는 전남 고흥 소록도에서 20여 군데의 수맥을 찾아 한센병 환자들이 생수를 자급하도록 도운 것으로도 유명하다. 가톨릭 교령에 따라 유익한 일에만 수맥을 짚어온 임 신부를 생각하면 수맥 차단용이라며 ‘달마도’를 팔아먹는 등의 사이비 수맥 전문가들이 가소롭기만 하다”고 말한다. http://goo.gl/nHpn30

- [ 전두환에 의해 계산된 사회변화 ] 1980년 광주 참극을 초래한 뒤 출범한 신군부는 1981년에 반도체, 컴퓨터, 통신기, 전자제품 등 4개 부문을 중점적으로 육성하는 장기발전계획을 발표했다. 이 사업 중 당장 돈이 되는 것은 전자사업이었다. 1980년 12월의 컬러TV 방영 결정은 그중 전자산업부터 활성화하겠다는 야심이 드러난 결정이 아니었나 싶다. 1982년부터 컬러 방송이 시작됐지만 콘텐츠가 문제였다. 쇼 프로와 드라마로는 모두 채울 수 없었다. 1981년에 88올림픽 유치권을 획득한 5공 정부는 1982년에 프로야구를 출범시켰다. 1982년 1월5일 새벽 4시를 기해 37년간 이어져오던 야간 통행금지 조치가 해제되었습니다. 50년 이상 군사독재가 이어지는 나라에서 올림픽이 열리는 것을 국제사회가 비판하자 어쩔 수 없이 취한 조처였다. 그렇지만 이로 인해 심야 작업 교대가 가능해지자 기업들은 2교대를 3교대로 바꾸어 공장을 24시간 내내 가동할 수 있었다. 극장, 술집, 학원 등도 심야 영업이 가능해지자 극장에서는 <애마부인> 시리즈를 비롯한 에로영화가 봇물을 이뤘고, 여관방에서는 포르노테이프가 난무했다. 이른바 섹스, 스포츠, 스크린의 3S가 넘쳐나자 섹스 향락산업이 날개를 달았다. 때마침 저유가, 저금리, 저달러 등 ‘3저 호황’이 맞물리자 기업들은 독재정권의 비호 아래 노동자들을 혹사시키며 이익을 늘려나갔다.

- [ 소설 <인간시장>은 아직도 현실 ] 전두환 정권에 의해 철저하게 계산된 사회변화가 이뤄지던 그때 김홍신의 <인간시장>이 등장했다.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은 “<인간시장>은 악의 패거리는 언제든 응징할 수 있지만 연약한 애인 오다혜에게는 쩔쩔매는 장총찬의 이야기로 젊은이들의 애간장을 태웠습니다. 납본이라는 사전검열 제도로 판매금지도서를 남발하면서도 욕설과 과도한 섹스 장면만은 허용하던 시절이었습니다. 하느님과 ‘맞짱 뜨겠다’는 22살의 장총찬이 주인공으로 등장한 <인간시장>은 베스트셀러 시장을 휩쓸기 시작했습니다. 1981년 9월에 1권이 출간된 <인간시장>은 1983년에 100만부를 돌파하며 한국 출판 역사상 최초의 공식적인 밀리언셀러로 등극했습니다. 영화와 TV 드라마로 제작된 이 소설은 모두 560만부나 팔려나갔습니다. 김홍신 작가는 <인간시장>의 후속편을 쓰려고 했는데 지금의 현실과 조금도 다르지 않아 재출간을 결심했다고 합니다. 지금은 어떤가요? ‘만성 담마진(두드러기)으로 인한 병역면제, 변호사 시절 전관예우와 고액 수임료, 종교적 편향성, 법무장관 시절 국가정보원 댓글사건 등 정치적 사건에 대한 부적절 대처 논란’ 등의 혐의를 받는 황교안이라는 분이 국무총리에 지명되는 세상 아닌가요? 이것만 보아도 엘리트형 부패로의 역주행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습니다”라고 말한다. http://goo.gl/BbzIrD

- [ 지도층 범죄엔 ‘유죄추정의 원칙’을 ] 청문회 때마다 어김없이 드러나는 다운계약서, 불분명한 재산 증가, 전관예우, 탈세 같은 소위 사회 지도층 인사들의 부정부패는 이미 연중 행사가 된 듯하다. 그때마다 많은 국민들이 분노하고 실망을 표현하기도 하는데 사실 이러한 지도층의 부정부패가 우리에게만 국한되는 일은 아니다. 급속히 경제가 발전했거나 혹은 발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신흥국가들은 공통적으로 지도층의 부정부패와 관련된 문제들을 안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지도층의 범죄는 행위가 은밀히 이루어지고 범죄자가 강한 권력과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적발과 처벌이 쉽지 않다. 이에 부정부패로 고통을 겪고 있는 몇몇 국가들은 기존의 법만으로는 부정부패의 효율적 처벌이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매우 급진적인 방법을 선택하기도 하는데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지도층이 부정부패를 저질렀다고 의심될 경우 무죄추정의 원칙에 예외를 두는 것이다. 안광민 법무법인 천고 미국변호사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일반적인 국가에서는 지도층의 부정부패가 의심될 경우 무죄추정의 원칙에 의해 국가 기관이 부정부패의 증거를 수집하고 법정에서 이를 증명해야 하는데 그사이 범죄의 은닉 혹은 외압 등이 발생할 소지가 생기게 된다. 반면 무죄추정에 대한 예외를 허용한 국가들의 경우 부정부패가 의심되는 지도층이 자신의 결백을 증명할 책임을 지므로 국가 기관이 입증의 부담을 덜게 되고 결과적으로 효율적인 부정부패의 방지가 가능할 수 있다. 인도네시아는 부패범죄말소법을 제정해 정치인의 재산이 소득에 비해 과도하게 많을 경우 정치인 스스로 본인의 재산이 부정부패의 산물이 아님을 증명해야 된다. 홍콩, 보츠와나, 그리스, 케냐 등도 유사한 법을 제정해 시행 중이다”라고 알려준다. http://goo.gl/jzs1dG

- [ 낙동강, 돌아온 ‘녹조라떼’ ] 대구환경운동연합이 8일 대구 달성군 구지면 도동서원 인근 낙동강변에서 올 들어 처음 녹조가 피어오른 것을 촬영하고, 컵에 담아 보여주고 있다(아래 경향신문 지면 사진). 낙동강에서는 2012년부터 4년 연속 녹조가 번무하고 있다. 대구환경운동연합은 “한국수자원공사가 녹조가 눈에 띄지 않도록 배를 동원해 수면의 덩어리진 녹조를 흩뜨리고 있다”고 밝혔다. http://goo.gl/FLnlO3 

- [ 정부 탓에 커진 시민간의 불신 ] 공적인 정보의 불확실성과 불신이 시민들의 불안에 걷잡을 수 없는 기름을 붓고 있다. 사람들은 이제 당국이 내놓은 정보를 믿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신뢰는 주어진 정보와 눈앞에서 펼쳐지는 상황이 맞지 않을 때 결정적으로 흔들린다. 이럴 때 정부가 해야 하는 일은 정보와 상황 사이의 불일치를 진정시킬 수 있는 합리적 설명을 내놓는 것이다. 그 설명이 납득 가능할 때 사람들은 불안한 가운데에서도 안심할 수 있게 된다. 문화학자인 엄기호씨는 “그러나 방역당국은 정보와 상황 사이의 불일치를 메우려고 하기는커녕 그저 믿으라고만 윽박질렀다. 정부는 역학조사를 제대로 하지도 않았고 은폐하려는 듯한 모습마저 보였다. 공적인 정보에 대한 신뢰가 무너질 때 시민 간의 신뢰도 무너진다. 아무것도 믿을 수 없게 된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사람은 내가 곳곳에서 마주치는 사람이다. 믿을 만한 것은 멀리 있는 시민이고 가까이 있는 시민은 위해 요소가 된다. 더 이상 무심할 수도 없고 신뢰할 수 없다. 사람들은 신경질적으로 날카로워지고 공격적이 된다. 사회 구성원 간의 ‘무심한 신뢰’는 ‘날 선 불신’으로 대체된다. 사회가 박살나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http://goo.gl/FiA0e2

- [ 문화의 기반은 공간 ] 2005년 6월, 홍대앞 거대 상권이 만들어지기 전 한적한 거리에 작은 술집이 문을 열었다. 술과 음악을 좋아하는 친구들끼리 함께 놀기 위한 아지트 같은 공간이었다. 스트레인지 프룻이라는, 부르기도 힘든 이 가게의 간판은 알아보기도 힘들 만큼 작았다. 진정한 술꾼이라면, 게다가 이 가게 이름이 빌리 홀리데이의 노래 제목에서 따온 것임을 아는 술꾼이라면 오히려 이 작은 간판은 매력적이었다. 그들 중에서는 음악인도 많았다. 단골이 된 뮤지션들은 어느덧, 이 공간에서 공연을 하기 시작했다. 한 팀 두 팀 있는 그대로의 공간에서 공연을 하더니 자신의 장비를 하나둘씩 가져다 놓았다. 그렇게 조금씩 그럴듯한 앰프와 드럼을 모두 갖추게 됐다. 술집의 공연장화는 이렇게 자연스럽게 이뤄졌다.음악 술집의 정체성을 유지한 채 공연장이라는 새로운 정체성을 획득한 스트레인지 프룻이 10주년을 맞았다. 대중음악평론가 김작가씨는 “문화의 기반은 공간이다. 하나의 지역에서 문화가 만들어진다면 색다른 공간들이 있기 때문이다. 명동에 쎄씨봉이 있었고 이태원에 문라이트가 있었다. 그리고 홍대앞에는 드럭, 스팽글 같은 라이브 클럽이 있었다. 새로운 지역의 새로운 공간에서 새로운 문화가 만들어졌다.대개의 문화는 시스템 바깥에서 형성되는 법이다”라고 말한다. http://goo.gl/8Oqm8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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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6월 8일 경향신문

- [ 메르스보다 대통령이 더 무섭다? ] 지난 6월5일 서울 종로구 종각역과 마포구 홍대입구역 인근에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산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박근혜 대통령을 비판하는 전단이 뿌려졌다. 서울 종로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30분에서 7시 사이 종각역 인근 건물 옥상에서 ‘민주주의를 염원하는 시민들’ 명의의 전단 3000장이 살포됐다. 전단에는 “무서운 건 내가 아니라 너희들이야”라고 말하는 낙타 옆으로 박 대통령이 서 있는 6월4일자 경향신문 만평 ‘그림마당’과 함께 “메르스보다 대통령이 더 무섭다”, “책임지지 않는 정부, 국민들이 알아서 살아남아야 하는 현실, 이게 나라냐”는 문구가 쓰여 있다. 이날 홍대입구역 근처에서도 박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전단 수백장이 뿌려졌다. 전단에는 박 대통령을 풍자하는 그림과 “세월호로 아이들이 죽고 메르스로 노인들이 죽는다”고 쓰여 있었다고 한다. http://goo.gl/YRG64Z 

- [ 총리, 일요일엔 쉰다? ]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58)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하루 앞둔 7일 출근을 생략했다. 2주 연속 ‘주일(主日)’ 결근이다. 휴일인 데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산 사태까지 겹치면서 총리 후보자 결근에 뒷말이 나오지는 않았다. 하지만 정부는 물론 온 나라에 비상이 걸린 상황에서 ‘일각이 여삼추’ 같은 총리 후보자가 청문회 준비 시간을 그만큼 날려버린 것 아니냐는 걱정도 나온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황 후보자는 “주일은 하나님 앞에 드리는 것이 바르다고 생각한다”고 공·사석에서 밝혀 왔고 또한 가급적 이를 지켰다. 저서에서는 “주일에 사법시험을 치르는 것이 합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유감”이라고도 했다. 총리에 취임할 경우 앞으로 ‘주일 근무’는 어떻게 할지 관심을 끈다. ‘주일’에 일이 터져도 그는 교회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 물론 골프장에 있는 것 보다는 욕을 덜 먹겠지만… http://goo.gl/VlXzYU 

- [ 시민들에겐 욕할 자유뿐 ] 인간이 만든 정치체제 가운데 민주주의만 유일하게 ‘목적을 전제하지 않은 체제’로 불린다. 민주주의는 공동체가 지향해야 할 목적을 시민이 참여하는 공적 논의를 거쳐 결정하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보면 민주주의란 모든 시민이 의견을 가질 권리를 향유하는 체제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를 가장 날카롭게 비판하고 나선 사람이 있었으니…바로 플라톤이다. 그는 시민 대중의 불안정한 의견에 의존한다는 이유에서 민주주의를 나쁜 체제로 보았다. 불안정한 의견이 아니라 확고한 진리 위에 체제를 세워야 한다고 생각한 그가 주창한 것은 ‘철학자 왕’ 내지 교육받은 소수 엘리트에 의한 지배였다. 민주주의자라면 플라톤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플라톤의 주장처럼 행정권력이나 언론권력에 사회를 통째로 맡길 수는 없다. 정치발전소 학교장은 “민주주의는 집단과 조직, 결사체의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시민 참여와 의견 형성 과정으로 이해된다. 이런 기준에서 오늘의 한국 민주주의를 보면 국가와 개인 사이가 텅 빈 공간처럼 다가온다. 이 같은 상황이 달라지지 않는 한, 우리의 민주주의가 행정권력과 언론권력에 휘둘리는 상황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런 민주주의에서 시민이 향유할 수 있는 것은 욕할 자유뿐이다. 이래저래 시민은 더 사나워지고 사회는 더 분열되는 일만 많아지는 것 같아 걱정이다”라고 말한다. http://goo.gl/6Hk9TG

- [ 메르스 퇴치의 기본 ] 전염병 퇴치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병원체와 감염경로를 확증하는 일이다. 그 다음으로는 그 확산 범위를 예측하고, 중요 길목을 지켜 더 이상 번지는 것을 막는 것이다. 그런데 지도를 펼쳐 발원지에 중심을 둔 동그란 원을 그려 그 구역을 격리하는 방식은 인적이 드문 시골에서나 통할 방법이다. 도시화가 완성된 공간에서의 거리는 교통망으로 결정된다. 뉴욕에서 밀워키로 가는 사람의 수보다 런던으로 가는 사람의 수가 더 많기 때문에 물리적 직선거리로 반경을 정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대도시의 중심에서 10분에 도달할 수 있는 모든 도착점을 모아보면 그 경계는 원이 아니고 교통망을 중심으로 길쭉한 소시지 모양의 타원체가 될 것이다. 또 모든 사람이 똑같은 정도로 남을 감염시킨다는 식의 단순 계산법으로는 전염병 확산 형태를 예측할 수 없다. 컴퓨터공학자인 조환규 부산대 교수는 “전염병 확산은 임계전이(critical transition)의 대표적인 예이다. 전염병, 폭동, 눈사태, 동식물의 멸종, 사막화, 인기 연예인의 몰락 등은 임계전이의 좋은 사례다. 임계전이는 파국 바로 직전까지도 별 조짐을 드러내지 않아 예측이 아주 어렵다. 게다가 임계전이 이후 다시 이전 상태로의 회복이 거의 불가능한 것이 일반적인 전이와 다른 점이다. 따라서 임계전이가 있는 시스템이라면 초기 상태부터 극단의 노력으로 시스템이 문턱을 넘지 않도록 방어해야 한다. 파국으로 인한 엄청난 손해와 비교하면 어떤 초기 비용도 아깝지 않을 것이다. 국가 경제와도 직접 맞닿은 작금의 메르스 사태에, 호들갑을 떤다느니, 감기 수준에 과잉 대응이다라는 식의 발상은 임계전이 현상에 대한 이해가 없는 사람들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메르스를 이기기 위해 필요한 것은 궐기대회나 결연한 각오, 유언비어 발본색원 등 정치적 과시가 아니라 계산이다. 지금은 계산역학(computational epidemiology)이 필요한 시점이다”라고 말한다. http://goo.gl/HbsnQa

- [ 메르스 감염자 말고 메르스와 싸워라 ] 경찰서, 병원, 법원은 안 가는 게 좋지만 살다보면 갈 일이 생기는 이 3곳에서 ‘아는 사람’의 여부는 대단히 중요하다. 꼭 도움을 받지 않더라도 아쉬운 소리를 하거나 소소한 정보를 얻어듣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때문에 난리인 지금 같은 때 아는 의사가 있다면 당장 연락을 해보고 싶을 것 같다. 적어도 이 동네 병원 중에 어디를 가지 말아야 할지, 일상 생활을 어떻게 해야 할지 정보와 위안을 얻을 수 있을 테니까. 어디서 파는지조차 알 수 없는 낙타유와 낙타고기 먹지 말라고 국민을 계몽하는 보건복지부나, 손을 자주 씻고 기침이나 재채기할 때 입과 코 가리라는 뒷북 문자를 요란스럽게 보내는 국민안전처보다 믿음직스러울 것이다. 상황이 이러니 누구라도 치안, 보건, 법 영역의 일을 맞닥뜨렸을 때 시스템이 아니라 ‘아는 사람’, 즉 연줄을 먼저 찾게 되는 것은 당연지사다. 문화평론가 정지은씨는 “언제부터인가 ‘생존’은 ‘각자도생’과 동의어가 되어버렸다. ‘행복한 사람은 시계를 보지 않는다’는데 나는 요새 자꾸 시계를, 달력을 들여다보게 된다. 시간은 흘러가는데 언제까지 이렇게 알아서 해결하는 방식으로 버틸 수 있을까 싶어 불안하기만 하다. ‘미국이 위대했던 때에는 가난과 싸웠다. 가난한 사람과 싸우지 않았다.’ 미국 드라마 <뉴스룸>에 나오는 대사다. 그렇다. 우리는 질병에 걸린 사람과 싸우는 대신 질병과 싸워야 한다. http://goo.gl/7BClL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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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6월 6일 경향신문

- [ ‘역병’에 내던져진 국민들 ] 인간 생명의 ‘3대 주적’은 전쟁, 기근, 역병이었는데 그중에서도 역병의 살상력이 가장 컸다. 역병은 인간의 대규모 이동 이후에 치성(熾盛)했다. 인간은 언제나 세균, 바이러스 등과 함께 이동했으며, 처음 밟은 땅에 그들을 퍼뜨렸다. 몽골군과 접촉한 이후 반복적으로 페스트의 참화를 겪었던 유럽인들은 역병이 어떤 재앙보다도 무섭다는 사실을 절감했고, 그 확산을 막기 위한 집단적 대응책을 세워갔다. 유럽인들은 16세기 이후 지구 전체로 활동 반경을 넓힐 때도, 자기들이 점령한 땅의 원주민보다 질병에 더 촉각을 곤두세웠다. 역사학자 전우용씨는 “2003년 세계적으로 사스가 창궐했을 때 한국은 사스 예방 모범국으로 국제적 칭송을 받기까지 했다. 그런데 2015년 6월, 메르스 방역 실패로 한국은 현대 문명국으로서의 자격을 의심받기에 이르렀다. 12년 전에 이 나라는 방역 모범국이었다. 그랬던 나라가 12년 만에 최악의 방역 후진국이 된 것이다. 나라의 기본을 이렇게 망가뜨렸으면, 국정 총책임자가 책임을 통감해야 정상이다. 그럼에도 그분은 다른 사람들을 질책할 뿐 국가의 기본이 무너진 게 자기와는 전혀 무관하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국가의 기본이 왜 이렇게 무너졌는지, 국가 운영을 책임진 사람들 스스로 통렬히 반성하지 않으면, 국민은 ‘나라 잃은 백성’과 다를 바 없는 불쌍한 처지에서 헤어나지 못할 것이다”라고 말한다. http://goo.gl/KpSR2W

- [ 박 대통령, 마스크도 안쓰고… ] 박근혜 대통령이 6월5일 오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발생 16일 만에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을 전격 방문했다. 국립중앙의료원은 메르스 의심환자 격리병동과 선별 진료소가 설치된 현장으로 박 대통령이 메르스 대처를 국정 최우선 순위에 두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청와대와 정부의 ‘뒷북 대응’에 대한 비판여론을 진화하기 위한 행보로 보인다. 노란색 민방위복 차림의 박 대통령은 의료진 등과 간담회를 가졌다. 이날 박 대통령은 마스크도 쓰지 않고 격리병동을 방문했는데 이를 두고 뒷말이 많다. 마스크를 쓰지 않고 갔다가 감염이라도 되면 어쩌려고 그랬냐는 의견이 있지만 마스크를 쓰고 갔더라면 또 마스크를 쓰고 갔다고 뒷말이 나올수도 있었다. 청와대 내부에서도 많은 의견이 있었겠지만 마스크를 쓰지 않는 것이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적을 것이라고 판단 했던 것으로 보인다. http://goo.gl/ob1bDd 

- [ 박 대통령, 국정운영 능력 있나? ] 전염병과의 싸움은 질병을 유발하는 바이러스와의 싸움이자 질병의 확산이 불러오는 공포와의 싸움이다. 바이러스의 피해 범위를 최소화하기 위해 감염자 또는 잠재적 감염자를 효율적으로 보호·격리하는 보건시스템적 대응, 바이러스 백신이나 치료제를 개발하는 의료기술적 대응, 불필요한 공포의 확산을 막고 시민이 차분하게 질병에 맞서도록 중심을 잡아주는 정치적 대응, 이 세 가지가 맞물려야 전염병과의 싸움에서 승리할 수 있다. 경향신문 사회부 정제혁 기자는 “국가적 재난의 극복은 대통령의 첫째 소임이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은 메르스 환자가 발생한 지 보름이 지나서야 점검회의를 소집했다. 그 자리에서도 남 일 말하듯 하는 특유의 유체이탈 화법으로 사람들의 속을 뒤집어놓았다. 메르스 확산 국면에서 정부가 취한 선제적 대응이라고는 ‘유언비어 엄벌’ 방침밖에 없다. 메르스 사태로 한국은 국제적 망신거리로 전락했다. 가게는 텅텅 비었고, 중국인을 비롯한 관광객은 급감했다. 이 정권이 말하기 좋아하는 ‘국격’은 곤두박질쳤고, 경제에는 적신호가 켜졌다. 서울 강남구가 ‘메르스 괴담’의 직격탄을 맞은 것을 보면 이 정권이 사회의 보편적 가치와 이익은 고사하고 우파적 가치와 핵심 지지층을 보호할 능력이 있는지도 의심스럽다. 박 대통령은 국가를 운영할 최소한의 능력이 있는가”라고 묻는다. http://goo.gl/EbR289

- [ ‘재난 콘트롤타워’ 자처한 정조 ] 1783년 경기·호남·동북지역에 기근이 들자 정조는 침전에 ‘상황판’을 걸어놓았다. “침실 벽에 재해를 입은 지역을 세 등급으로 나누어 고을의 수령 이름을 써놓고, 세금을 감면하거나 구휼을 마칠 때마다 그 위에 기록했다.”(<홍재전서>) 이기환 경향신문 논설위원은 “정조가 침실을 ‘재난 컨트롤타워’로 삼아 진두지휘한 까닭은 명쾌했다. ‘백성이 있어야 나라가 있으니 곤경에 빠진 백성을 편안하게 만들어야 과인의 마음도 편안해진다’는 것이었다. 군주가 나서 발 빠른 대처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정조의 재난대처법은 심금을 울린다”라고 말하며 박근헤 대통령에게 들려주면 좋을 것 같은 정조의 <홍재전서>에 나온 글을 전한다. “재난을 당한 백성을 돌보는 것은 특히 시기를 놓치지 않도록 서둘러야 한다. 백성의 목숨이 달려있는 사안이다.” http://goo.gl/JhvO4M

[ 대학 총장은 아무나 하나 ] 사학의 전횡을 볼 때마다 대학의 주인은 과연 누구냐는 물음이 떠오른다. 국공립대학의 주인은 두말할 나위 없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이며 궁극적으로 주권자인 국민이다. 한국 대학의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는 사립대학은 어떠한가? 큰 뜻을 품고 토지와 건물을 기부한 설립자의 소유도 아니요, 총장이나 이사장, 이사회의 재산도 아니다. 초·중·고교이든 대학이든 사학은 사회의 공유자산이며, 역시 국민이 주인이다. 그래서 사학도 공공성이 보장되는 투명한 운영을 해야 한다. 최근 총장 임명을 두고 갈등을 빚고 있는 동국대 정관은 이사 정원 13명 중에 무려 9명을 ‘대한불교조계종 재적승려’로 구성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스님들만 다니는 대학도 아닌데 말이다. 김명환 서울대 교수는 “대학이 행하는 연구와 교육의 질과 성과에 대해 최종 책임을 진다는 의미에서 대학 운영의 ‘주역’은 교수이다. 총장은 주역의 역할을 제대로 해야 할 교수진, 그리고 학생과 직원 등 다양한 대학 구성원을 이끄는 막중한 자리이다. 특히 학문의 길, 학자의 길에 대해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깊은 이해를 지녀야 한다. 또 대학의 사회적 책무에 민감한 동시에 권력과 자본의 압력과 유혹 앞에서 대학의 자율성과 학내 민주주의를 지켜야 한다. 기업 경영이 주된 이력인 분, 장관이나 국회의원 등 정무직 경력자가 대학총장으로 종종 적격이 아닌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라고 말한다. http://goo.gl/5GlFF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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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6월 5일 경향신문

- [ 한국 정부는 왜 무능해졌나 ] 한국의 정부는 지난 30년간 깜짝 놀랄 정도로 무능해졌다. 과거 성장의 신화를 써나가던 시절 외국 학자들은 한국과 일본의 관료들에 대해 감탄을 금치 못했다. 명문대를 졸업한 최고의 인재들이 엄격한 시험을 거쳐 등용되어 개인의 이익보다 국가의 이익을 앞세워 정책을 끌고 나가니 나라가 잘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치적 독재에 대한 우려들은 많았으나 한국 정부가 유능하다는 데에 토를 다는 사람은 없었다. 그런데 불과 30년 사이에 이것이 과연 같은 나라가 맞나 싶을 정도로 무능해졌다. 그 이유는 뭘까. 사회학자인 장덕진 서울대 교수는 “현장에서 마주치는 대부분의 관료들은 탁월한 역량과 선한 의도를 가진 사람들이다. 그렇지만 한국의 국가는 무능해졌다. 뛰어난 학습능력을 가지고 한 부서에서 오래 근무한 관료들은 정책이 나아가야 할 길을 안다. 그러나 말하지 않는다. 한국의 정권은 제왕적이다. 특히 정권 초기에는 그렇다. 정책을 잘 아는 관료의 입장에서 보면 실패할 것이 뻔한 정책도 새 정권의 브랜드이기 때문에 해야 하는 경우가 수두룩하다. 그는 이 정책이 무슨 이유로 어떤 과정을 거쳐서 얼마쯤 세금을 낭비하고 실패할 것이라는 걸 대충 알고 있다. 정책전문가로서의 사명감으로 반대의견도 내보지만, 정권과 가까운 쪽에서 두어 번 태클이 걸리고 나면 입 다물고 가만히 있는 게 신상에 좋다는 걸 느끼게 된다. 그러니 관료의 역할은 정책이 실패할 걸 알면서도 말은 안 하고 예측대로 실패하는 걸 지켜보는 것이 된다. 유능한 관료가 무능한 정책밖에 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정권의 책임이다”라고 말한다. http://goo.gl/01seua

- [ 메르스보다 무서운 ‘불평등’ ]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이 한국에서 3차 감염까지 생긴 것으로 알려지면서 팬더믹(Pandemic)이라는 영어 단어가 일반인에게도 소개되었다. 한국말로 번역하면 ‘대창궐’이라고 할 수 있는데, 세계보건기구(WHO)가 분류한 전염병 경보단계의 최고단계를 의미하며, 대량 살상 전염병이 생겨날 때 이를 팬더믹이라고 표현한다. 팬더믹은 이른바 ‘비전통안보위협(Non-Traditional Security Threat)’이다. 이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팬더믹보다 더위협적인 ‘비전통안보위협’으로 ‘불평등’을 꼽는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는 불평등이 활력의 동인이 되기도 하지만 불평등이 구조적으로 고착화되고, 불평등 극복의 희망이 없어지면 사람들은 자본주의 시장경제 그 자체의 정당성에 대해서 근본적인 회의를 갖게 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고서에 의하면 선진국 인구의 5분의 2는 지난 몇 십 년 동안 소득이 거의 늘어나지 않았고, 선진국 34개 회원국의 소득 불평등이 꾸준히 증가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다보스 포럼으로 알려진 세계경제포럼에서도 불평등을 향후 세계가 직면한 가장 위험한 리스크 중 하나로 꼽고 있다”고 말한다. http://goo.gl/NSgzkK 

- [ 박원순의 승부수 ] 박원순 서울시장이 4일 35번째 확진판정 의사의 행적과 관련해 긴급 브리핑을 가진 것은 보건복지부의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에 대한 수동적 방역만으로는 서울시민들의 대량 감염 가능성을 차단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박 시장은 “지난 3일 대책회의 참석 과정에서 확진 판정을 받은 이 의사의 서울시내 동선을 자체 인지하게 됐다”며 “상황에 대해서 (보건당국의) 정보를 공유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박 시장은 이어 “개포동 재건축행사에 참여한 1565명이 메르스 위험에 노출된 시민들이라고 판단, 이 같은 사실을 알리고 추가 확산을 막기 위해 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에 사실관계 공개를 요청했다”며 “그러나 4일 오전부터 복지부 관계자와는 유선통화가 안됐다”고 덧붙였다. 또 “(보건당국은) 정확한 정보도 없고 동선도 모르고 1565명 참석자 명단 확보도 안 했다”고 말했다. 결국 정부는 아무것도 안했다는 것이다. 결국 서울시와 정부가 정면 충돌했다. 박원순 시장은 “시민을 직접 지키겠다”고 나섰고 박근혜 대통령은 “혼란만 초래한다”고 맞받았다. 누구의 말이 맞는지 지금 당장은 알 수 없으나 박원순 시장의 지지율은 올라가고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을 떨어질 것 같다는 느낌이다. http://goo.gl/uD42X0 

 

- [ 정부의 순진한 ‘질병관리’ ] 한국의 ‘질병관리본부’는 미국 관련 기구를 본뜬 것이다. 그런데 미국 기구의 공식 명칭은 ‘질병관리본부’가 아니라 ‘질병통제 및 예방중심’, 통칭 ‘질병통제센터’이다. 그런데 정작 한국은 ‘질병관리’라고 한다. 이번 경우와 같은 ‘괴질’을 어찌 관리하겠다는 말인지…허상수 지속가능사회연구소 소장은 “질병관리본부는 ‘환자가 다녀갔던 병원은 다른 사람들이 방문해도 안전한가요?’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한다. ‘메르스의 전파는 환자와 같은 공간에 동시에 머물면서 밀접한 접촉이 있었던 경우에 한해 제한적으로 발생합니다. 환자가 이미 거쳐 간 의료기관을 방문하는 것으로 메르스에 감염될 가능성은 없습니다.’ 이런 안이한 태도와 자세로 메르스의 퇴치는 불가능하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 왜냐면 정부는 자가 격리만으로도 메르스의 조기 퇴치가 될 것이라고 순진하게 전망하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한다. http://goo.gl/rgVXgP

- [ 황교안의 정체성, 애국가와 찬송가 ] 박근혜 대통령이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한 사람은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다. 왠지 낯설다 했더니 43대였던 이완구 전 총리를 비롯해 그간 총리로 재직한 사람들 가운데 법조인 출신은 많았지만 법무부 장관을 지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더구나 현직 장관이 곧바로 자리 이동을 하는 것도 흔치 않았다. 황교안 장관의 정체성은 애국가와 찬송가로 대표된다. 황 장관의 애국가 사랑은 유별나다. 기독교적 신념도 국가관 만큼이나 철저하다. 경향신문 김재중 사회부 기자는 “황 장관은 독실한 기독교인이다. 사법연수생이던 1983년 신학교를 졸업한 현직 전도사인 그에게 찬송가는 애국가 못지않게 소중하다.황 장관은 적 또는 남과 나를 구분하는 도구로 애국가와 찬송가를 즐겨 사용해 왔다. 그는 현역 국회의원 5명이 속한 통합진보당이 애국가를 부르지 않는다면서 ‘암적 존재’라고 했다. 애국가로 ‘국민’과 ‘비국민’을 가른 셈이다. 그가 책에 쓴 ‘우리 기독교인들로서는 세상법보다 교회법이 우선 적용돼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는 말은 교회 안에선 ‘신앙고백’이겠지만, 교회 밖으로 나오는 순간 ‘교인’과 ‘비교인’을 가르는 칼이 된다. 황 장관에겐 ‘다양성’보다는 ‘구분’이 어울린다. 그에게 구분은 나와 다른 상대방을 인정하기 위한 전제가 아니다. 강요와 배제로 가기 위한 징검다리에 더 가깝다. 그가 총리가 되면 한국 사회에서 관용과 다양성이 설 자리가 더욱 좁아지리라는 것은 쉽게 예상할 수 있다”고 말한다. http://goo.gl/Un8It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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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6월 4일 경향신문

- [ ‘사법 신뢰’가 무너진 한국 ] 미국에서는 ‘사법 부정’ 혹은 목격자의 진술이나 피의자의 자백에 의존해 엉뚱한 사람에게 누명을 씌우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는 생각에 ‘무죄 입증 프로젝트(Innocence Project)’를 운영하고 있다. 1992년에 시작된 독립 민간 기구인 이 프로젝트 활동을 통해 지금까지 총 343명의 사형 및 무기징역 등 장기수가 재심을 통해 무죄 판결을 받고 석방됐고, 이들 대신 140명의 진범이 검거됐다. 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 대표는 “범죄 사건의 진실은 오직 가해자와 피해자, 그리고 하늘만 안다. 그 현장에 함께 있지 않았던 경찰과 검찰, 법원이 내리는 결정이 진실에 가깝기 위해서는 철저하게 솔직하고, 치우치지 않으며, 이해가 반영되지 않고, 오직 과학과 법 절차에 기반해 발견한 증거에 입각해야 한다. 그런 완벽에 가까운 노력에도 불구하고, 인간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실수나 오판이 발생할 수 있다. 그 경우에 대비한 대안이 있어야 한다. 미국의 경우 ‘무죄 입증 프로젝트’가 그 대안이고, 우리의 경우 한때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 등 한시적인 기구들이 있었다. ‘사법 신뢰’가 무너진 대한민국,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http://goo.gl/cxG0PS

- [ 새정치 혁신, 새 것을 찾아라 ] 야당의 혁신 분위기나 자원이 강하지 않다고 보는 의견들이 많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분열적 분파가 극성을 부리며 광주와 봉하마을에서 물세례 사태를 연출했다. 상대방을 공격한다면서 결국은 자해행위로 귀결되는 행태를 반복한다. ‘민주주의’를 내세우지만, 국민들은 오히려 무책임하고 분열적인 소아병에 주목한다. 더 중요한 것은 혁신의 내용이다. 육참골단(肉斬骨斷)이니 우산지목(牛山之木)이니 하는 고사성어가 거론됐지만, 자칫하면 내용 없는 말의 성찬이 될 수 있다. 고인 물이 된 기득권 세력을 들어내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더 본질적인 문제는 새로움을 어디서 찾고 있나 하는 것이다. 경제학자인 이일영 한신대 교수는 “혁신이란 기존의 구조를 바꾸는 것이 본질이다. 슘페터 식으로 말하면 ‘창조적 파괴’나 ‘새로운 결합’일 것이고, 네트워크 사회학자들의 표현으로 하면 ‘새로운 연결’이 될 것이다. 기존의 경제적 배열 속에 들어와 있지 않은 요소들을 발견하는 것이 필수적 요소다. 새로운 경제적·사회적 흐름들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치적으로는 그간 대표되지 못한 혁신 세력을 연결하는 것이 관건이다”라고 조언한다. http://goo.gl/aB4cNM

- [ 이승엽 ‘400홈런’ 대업 ] 초등학교 4학년 때 야구를 시작한 후부터 이승엽(39·삼성)은 수많은 홈런을 쳤다. 6월3일 포항 롯데전에서 날린 홈런도 그중 하나였다. 하지만 ‘400’이라는 숫자는 모두의 마음을 뭉클하게 했다. 이승엽이 개인 통산 400번째 홈런을 드디어 달성했다. 5-0으로 앞선 3회 롯데 구승민에게서 2구째 140㎞ 직구가 날아왔다. 기다리던 볼이었다. 이승엽은 놓치지 않고 받아쳤고 타구는 쭉쭉 뻗어 포항구장 우측 담장을 넘겼다. 이승엽이 달성한 통산 400홈런 기록은 프로야구 역사가 한국보다 오래된 미국이나 일본에서도 흔치 않은 기록이다. 미국 메이저리그 통산 최다 홈런 기록을 갖고 있는 선수는 배리 본즈(762개·은퇴)다. 400홈런 이상을 기록한 선수는 51명에 불과하다. 일본 프로야구로 시선을 돌리면 가치는 더욱 크다. 전·현직을 통틀어 400홈런 이상을 기록한 선수는 18명이다. 과거 요미우리 자이언츠에서 함께 뛰었던 오가사와라 미치히로(주니치)가 현역 최다인 378홈런(19시즌 1952경기)을 기록 중이다. http://goo.gl/P6wJLU 

- [ 메르스 2주 만에 대통령의 한마디 ] 감염환자 1명에서 시작된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문제가 ‘대란’으로 번지기까지 정부는 없었다. 메르스 발생 15일째인 3일 현재 격리자만 1300명을 넘을 정도로 사태는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특히 국민들이 ‘메르스 공포’에 빠지면서 상황은 악화일로다. 하지만 국민을 보호하고, 안심시켜야 할 정부는 이번에도 무능했다. 국민 불안이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국가신인도가 추락 위기에 놓였지만 정부는 메르스 방역에도, 국민의 ‘불안 방역’에도 모두 실패했다. 초기 안이한 판단과 대응은 메르스 대란으로, 우왕좌왕 대응과 비밀주의는 신뢰의 위기를 자초하며 ‘불안 방역’ 실패로 귀결됐다. 정부의 무능·무책임이 도드라진 지금, 1년여 전 세월호 참사 때처럼 ‘정부는, 국가는 어디 있는가’라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메르스 확진 판정이 나온 지 2주가 지난 이날에서야 처음으로 민관합동 긴급점검회의를 주재하며 메르스 대응 전면에 등장했다. 박 대통령은 “많은 국민이 불안해하고 계신다. 더 이상 확산이 안되도록 만전을 기해야 하겠다”고 말했다. 이 말은 많은 국민들에겐 사실상 “소 잃었으니, 외양간 고칩시다”라고 들렸을지도 모른다. http://goo.gl/CVOsXY 

 - [ 침팬지가 요리 안 하는 이유 ] 침팬지에게도 요리를 할 수 있는 인지능력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하버드대와 예일대 연구팀이 콩고의 침팬지 보호구역에서 2년간 실험한 결과다. 물론 침팬지는 인간과 똑같은 과정을 거쳐 요리를 할 줄 모른다. 연구팀은 침팬지에게 ‘요리가 가능한 인지능력’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플라스틱 그릇 두 개를 위아래로 붙인 간단한 요리 장치를 고안해냈다. 아래쪽 그릇에 미리 익힌 고구마를 넣어 놓고, 침팬지가 이 장치 안에 생고구마 조각을 넣으면 연구진이 이 통을 흔든 뒤 익힌 고구마를 꺼내줬다. 실험 결과 거의 90%의 침팬지들이 요리 장치에 생고구마를 넣고 기다렸다가 익힌 고구마를 먹었다. 심지어 일부 침팬지들은 나중에 익혀 먹기 위해 고구마를 최대 28조각까지 비축해놓기도 했다. 연구팀은 침팬지가 날음식이 익을 때까지 인내하고 자신을 통제할 능력, 특정 과정을 거치면 음식이 더 맛있어진다는 최소한의 인과관계를 이해할 능력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경향신문 국제부 남지원 기자는 “그럼에도 침팬지가 ‘진짜 요리’를 할 수 없는 것은 불을 다루지 못할 뿐 아니라 사회적 신뢰가 없기 때문이다. 날음식을 익히는 동안 누구도 음식을 훔쳐가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어야 요리가 가능한데, 침팬지들에게는 이런 신뢰를 구축할 수 있는 사회적 기술이 없다”는 연구팀의 설명을 전했다. http://goo.gl/oZPQK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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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6월 3일 경향신문

- [ 사랑의 유효 기간 ] 아일랜드 더블린의 트리니티 대학 제프리 쿠퍼 박사는 실험을 통해 이성이 매력적인지 판단하는 데 1000분의 1초도 걸리지 않는다고 밝혔다. 실험대상자에게 수초간 이성의 사진을 보여준 뒤 이들을 한방에 모아놓고 5분간 대화하도록 한 결과, 사진 호감도와 대화 후 호감도가 63%나 일치했다. 이성을 선택하는 것이 매우 즉흥적인 것이다. 사랑이 끝나는 속도 역시 생각보다 빠르다. 미국 코넬 대학의 신시아 하잔 교수는 사랑의 유효 기간을 18~30개월로 잡았다. 물론 진화생물학의 관점에서 3년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결혼해서 아이 낳고, 아이의 생존이 보장되기까지 3년이 필요하기 때문이란다. 이대근 경향신문 논설위원은 “그래서 ‘끝없는 사랑’을 원하면 3년 이내 새로운 사랑을 시작해야 한다. 그러나 이건 알고 사랑하는 게 좋다. 뇌과학적으로 사랑은 판단 중추인 전전두피질의 비활성화, 사회 인지에 관여하는 두피질 영역인 측두극과 두정측두 결합부의 비활성화에 기인한다. 한마디로 판단력, 비판기능의 마비를 뜻한다. 병리학적으로 사랑의 증세가 정신병과 유사하다는 것도 그 때문이다. 지구상의 모든 사람들이 이 위험한 사랑에 빠져 인류가 멸망할까 걱정된다면 사랑의 유효 기간을 받아들이는 게 좋을 것 같다. 사랑 이후에는 무엇으로 사느냐고? 정, 의리, 우정, 연대 뭐 이런 것도 있지 않나”고 말한다. 실제로 주위를 둘러보면 정, 의리, 우정, 연대로 사는 부부들이 적지 않아 보인다. http://goo.gl/sP5Uqb

- [ 남성들이 매춘부에게 돈을 주는 이유 ] <노팅 힐> <러브 액츄얼리>의 배우 휴 그랜트는 대단한 미남이다. 지적이고 자상하고 위트 넘친다. 런던에만 집이 17채 있을 정도로 부유하다. 1995년 그는 큰 사건을 저질렀다. 심야에 자기 차의 뒷좌석에서 매춘부와 구강성교를 하다가 경찰에 체포된 것이다. 참으로 이상하다. 그랜트처럼 잘생긴 갑부라면 술집에서 젊은 여성을 유혹해 하룻밤 정을 나누기란 그리 어렵지 않을 터이다. 그런데 왜 매춘부에게 돈까지 내고 성교를 했을까? 아니할 말로, 남자가 그랜트라면 돈을 내야 할 쪽은 오히려 여자 아닐까? 왜 그는 일반인과의 뜨거운(?) 만남 대신 매춘부와의 거래를 택했을까? 진화심리학자인 전중환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의 답은 이렇다. “남성들은 성교에 대한 대가로 매춘부에게 돈을 주지 않는다. ‘성교만’ 하는 대가로, 즉 끝나고 사라지라는 뜻으로 매춘부에게 돈을 준다. 이처럼 남성들이 낯선 여성과 ‘성교만’ 하고자 기꺼이 돈까지 내놓는 까닭은 남녀의 진화된 성심리가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다. 성매매는 먼 과거의 진화적 환경에서 남녀가 자원과 성을 맞바꿨던 행동에서 유래했다. 시장경제가 발달한 오늘날에는 성매매가 더 빈번하고 다양하게 행해지고 있다. 성매매가 진화된 인간 본성에서 유래했다는 사실은 성매매에 대한 법적, 정책적 판단이 훨씬 더 세심하게 이루어져야 함을 뜻한다”라고 말한다. http://goo.gl/lEbelO

- [ 고종은 왜 전깃불을 켰나 ] “듣도 보도 못한 불이어서 공포감마저 들었다. 휘황찬란한 불빛이 대낮같이 환했다. 사람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었다.” 1887년 1~3월 사이 어느 날 경복궁에서 전깃불이 켜진 밤의 풍경에 대한 묘사이다. 이 광경을 숨어서 지켜봤다는 한 상궁은 이를 ‘불가사의한 불’이라 했다. 바람에 건들거리며 켜졌다 꺼졌다를 반복하는 전등불을 ‘건달불’이라고도 했다. 경복궁 전깃불 점등은 1879년 토머스 에디슨이 백열전구를 발명한 지 불과 8년 만의 일이니 얼마나 신기한가. “고종은 임오군란 및 갑신정변 이래 밤에 병란이 일어나는 것을 두려워했다. 궁궐 내에 전등을 많이 켜서 새벽까지 훤하게 밝히도록 명했다”(황현의 <매천야록>). 황현의 말대로라면 당시 2만4000달러가 넘는 거액을 들여 전등을 설치한 이유가 흥미롭다. 결국 ‘밤이 무서워서’였던 것이다. 이기환 경향신문 논설위원은 “변란을 우려해 밤을 환하게 밝히고 싶었던 고종과, 조선을 동양 진출의 교두보로 삼았던 에디슨의 생각이 맞아떨어진 것이지만 이 최초의 전깃불은 단명하고 만다. 당시 전등설비는 경복궁 내 연못을 이용한 증기동력으로 발전했다. 이 때문에 뜨거워진 냉각수가 다시 연못으로 역류되면서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했다. 그러자 ‘증어망국(蒸魚亡國)’이라는 흉흉한 소문이 돌았다. 고종은 꺼져가는 왕국의 불을 되살리려 궁궐을 밝혔지만 끝내 나라의 운명을 되살리지 못했다. 궁궐에 불을 켠 지 불과 23년 만인 1910년 조선의 불이 꺼졌다”라고 말한다. http://goo.gl/f9AhJR

- [ 중국판 세월호 사건 ] 중국 중부 양쯔(揚子)강 유역에서 458명을 태우고 가던 유람선이 지난 6월1일 밤 갑작스레 불어닥친 회오리바람에 휘말려 침몰했다. 불과 2분 만에 배가 침몰한 데다 배에서 구조신호가 발신되지 않아 뒤늦게 구조작업이 시작되면서 큰 인명피해가 생겼다. 한국의 사월호 사건 때 처럼 선장과 기관장이 소수의 생존자 안에 포함돼 구조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논란도 일고 있다. 승객 406명, 선원 47명, 여행사 직원 5명 등 458명이 탑승했다. 사고 수역은 수심이 약 15m이며 2013년에도 침몰사고가 있었다. 2일 오후 5시(현지시간) 현재 14명의 생존이 확인됐으며 5명은 숨진 채 발견됐다. 탑승객 중에는 50~80대의 고령자가 많았고 수백명이 실종 상태여서 얼마나 많은 승객이 구조될지 불확실하다. 중국 리커창 총리는 사고 다음날 비행기를 타고 곧장 사고현장으로 날아갔다. http://goo.gl/7O6uIl 

- [ 뭔가 잘못 알고있는 박 대통령 ] 1983년 미국 대법원은 의회가 행정부의 행정입법을 무효화할 수 있도록 한 입법적 거부(legislative veto) 제도를 위헌으로 판시한 적이 있다. 대법원은 법률안 제정을 위해선 상하 양원 통과가 필요하고 대통령은 상·하원을 통과한 법률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데, 입법적 거부는 한 개의 원(院)에 의해서도 행사될 수 있으며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기회가 없다는 이유를 들어 위헌으로 판시했다.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는 “1983년 미국 대법원 판결에 의해 위헌 판정을 받은 입법적 거부는 지금 문제가 된 한국의 국회법 개정안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미국의 입법적 거부는 의회가 거부권을 행사하면 그 순간 해당 규칙(시행령)이 무효화된다. 반면 우리 국회법 개정안은 상임위원회가 소관 부처로 하여금 처리하고 보고하도록 하는 데 그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정부의 시행령까지 국회가 번번이 수정을 요구하게 되면 정부의 정책추진은 악영향을 받게 되어서 국정이 마비상태가 되고 정부는 무기력하게 될 것’이라며 거부권 행사 뜻을 밝혔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발언에서는 위헌 논리를 찾아볼 수 없고 오히려 국민의 대표기관이며 원래 입법기관인 국회를 국정을 마비시키는 집단으로 보고 있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시행령 제정을 대통령의 전적인 재량으로 알고 있다면 그것 역시 큰 문제다”라고 말한다. http://goo.gl/nDdQzo

- [ 삼권분립의 진정한 의미 ] 박근혜 대통령과 국회가 기싸움을 하고 있는 개정 국회법의 핵심은 정부 시행령을 국회가 심사하고 수정을 요구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행정부의 곤혹스러움을 이해한다. 요컨대, ‘원칙주의자’인 국회가 ‘현실주의자’인 행정부에 대해 감독권을 행사하는 일이 벌어질 것이며, 이것은 행정부에겐 악몽이 될 것이다. 법률을 제정하기에도 인력과 자원이 부족해 정부나 심지어 민간의 도움을 받아가면서 일하는 국회가, 법률보다도 더 세부적이고 전문적인 행정입법까지 관리하겠다는 것은 사실 쉽지 않아 보인다. 한국의 경우 국회가 행정부에 요구한 것이지만 미국의 경우는 다르다. 법보다 운용을 어찌 할지가 더 중요해 보인다. 정치학자인 박원호 서울대 교수는 “흥미로운 사실은 미국 행정입법에 대한 의회제한(입법적 거부·legislative veto)은 후버 대통령이, 보다 많은 행정입법권을 보장받기 위해 의회에 먼저 안전장치로 제안한 것이라는 점이다. 의회에 잠재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행정입법 통제권한을 약속한 대신, 광범한 수준의 행정입법권을 넘겨받았던 것이다. 진정한 삼권분립은 삼부가 서로 경멸하며 견제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다름과 고유한 영역을 인정하는 데서 시작한다”고 말한다. http://goo.gl/JJT7r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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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6월 2일 경향신문

[ 아담에게 배꼽이 있었을까? ] 궁금하다. 아담과 이브에게는 배꼽이 있었을까? 인체의 생물학적 기능으로 따진다면 아담과 이브의 배꼽은 없어야 맞다. 양수에 싸인 태아는 탯줄을 통해 양분을 공급받다 세상의 빛을 본 후 탯줄을 자르는데 탯줄 아문 자국이 배꼽이라면, 조물주가 흙으로 빚은 아담과 한 가닥 갈비뼈로 빚은 이브에게 배꼽이 있다는 건 모순이다. 그들은 엄마의 자궁에서 태어난 게 아니라, 조물주의 손과 숨결로 생명을 얻은 태초의 인류이기 때문이다. 미켈란젤로가 5년여에 걸쳐 완성한 시스티나 성당 천장화 연작 가운데 정중앙에 배치된 ‘아담의 창조’에 등장한 아담에게는 배꼽이 있다. 신과 인간에 대한 새삼스러운 궁금증으로 아담의 배꼽이 논란거리가 됐던 르네상스 시대에 미켈란젤로는 기독교적 해석을 넘어 상식적 종교의 입장에 섰다. 구약성서의 창조설화에 개의치 않고 아담에게 배꼽을 그려 넣었다. 비교문학자인 류점석씨는 “기독교적 상식에서 없어야 할 것은 아담의 배꼽만이 아니다. 바벨탑처럼 위압적인 예배당 위에 마천루를 세우고 그 꼭대기엔 퇴마의 증표로 십자가를 덧댄 후 마무리로 매단 피뢰침은 어떤가? ‘지은 죄가 두려워 교회 안에서도 벼락을 맞을 것 같으니까 피뢰침을 달았다’고 하면 웃어넘길 교인은 없으리라. 양식 있는 기독교인이라면 민망하더라도 벼락을 막아줄 피뢰침 다는 걸 마다할 순 없다. 부끄러워해야 할 것은, 피뢰침 밑에 쌓아올린 바벨탑과 마천루에 쏟아부은 건축헌금 모금을 위한 협잡이다. 그것은 신도들의 무지와 몰상식에 기댄 종교 지도자들의 농간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한다. http://goo.gl/HLwqOA

[ 대통령은 통치, 의회는 정치 ] 정치하는 사람을 정치인이라고 할까, 아니면 정치인이 하는 것이 정치일까? 정치하는 사람이 정치인인 건 맞지만 그렇다고 해서 정치인이 모두 정치를 하는 건 아니다. 이름만 정치인일 뿐 실제 정치가 뭔지 모르거나 정치가 뒷전인 정치인이 많다. 우리 정치인의 문제 중 하나는 정치인이면서도 정작 정치를 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은 “제도로 보면 입법부가 행정부보다는 태생적으로 민주적이다. 대통령은 1인이기 때문에, 또 대통령을 보좌하는 관료화된 행정부는 효율성을 추구하기 때문에 권위주의와 친화성(affinity)을 갖는다. 반면 의회는 다수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부득불 조정하고 타협해야만 결정에 이른다. 민주적 절차를 중시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두 기관은 서로 다른 속성, 즉 대통령은 통치하려 하고 의회는 정치하려 한다. 그런데 대통령이 여당을 강하게 옥죄는 경우 의회는 위축되고 정치는 실종된다. 대통령이 여당을 통해 의회를 지배하게 되면 정치가 온전하게 구현되기 어렵다는 얘기다. 지금까지의 여당은 언제나 대통령의 뜻에 따르는 박수 부대, 거수기였다. 이런 잘못된 관행에 제동을 걸고 나선 게 바로 김무성·유승민 두 대표다. 그들에게 박수를 보낸다”고 말한다. http://goo.gl/yqehfb

- [ 같은 병을 앓고 있는 노빠와 박빠 ] 사람이 사람을 평가하는 건 결코 좋은 일이 아니다. 사람이란 근본적으로 편견과 주관성을 극복할 수 없는 존재이기 때문이며, 스스로 사유하려 하기보다 다른 사람들의 생각에 기대는 속성을 가진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사람으로 산다는 건 끊임없이 누군가를 판단해야 하는 일이기도 하다. 결국 사람이 할 수 있는 최선은 그런 한계와 모순을 최소화하는 일이다. 판단해야 하는 대상의 개인적 인격과 사회적 활동을 나누어 보는 건 그 출발점이라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그는 좋은 사람이지만 일을 잘하는 사람은 아니지.” “그는 예술가로선 훌륭하지만 애인으로선 빵점이지.” 식으로 말이다. 대개의 사람들은 그런 말에 대해 ‘이중적’이라 항의하지 않는다. 김규항 ‘고래가 그랬어’ 발행인은 “판단해야 하는 대상의 개인적 인격과 사회적 활동을 나누어 보는 게 안 되는 사람을 흔히 ‘빠’라고 한다. 빠는 ‘열렬한 지지자’와 전혀 다르다. 빠는 대상을 열렬히 사랑하는 사람도 아니다. 빠는 단지 자기애를 대상에 투사하는 사람이다. 빠는 대상에 대한 비판에 무작정 반발하며 증오감을 드러낸다. 일반적인 의미에서, 노무현 지지자는 박근혜 지지자보다 나은 사회의식을 가진 사람들일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노빠와 박빠는 같은 병을 앓는 환우일 뿐이다. 그들에게 필요한 건 비판이나 토론이 아닌 치료다”라고 말한다. http://goo.gl/cQ3spf

- [ 김상곤, 내년 총선 불출마…왜? ] 새정치민주연합의 혁신을 책임진 김상곤 혁신위원장(66)이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혁신위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당 안팎의 목소리를 잠재우려는 의도로 보인다. 김상곤 위원장은 6월1일 새정치연합 당무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에서 “노력 없이 얻을 수 있는 열매는 없으며, 희생 없이는 혁신을 이룰 수 없다”며 “저부터 내려놓겠다. 저는 내년 총선에 나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혁신을 위해서 모든 것을 바치겠다”고도 했다. 김 위원장은 또 ‘새정치연합은 당원을 중심으로 운영하돼 국민의 폭넓은 지지를 기반으로 한다’는 당헌 총칙 3조 2항을 근거로 혁신위 이름을 ‘당권재민 혁신위’로 명명했다고 밝혔다. http://goo.gl/bzIwE4 

- [ SK, 신약 덕 주가 훨훨 ] SK그룹이 개발한 수면장애 치료 신약(SKL-N05)이 미국에서 ‘임상 3상’ 시험에 들어간다. 신약 개발을 위한 임상시험 마지막 단계인 3상 시험이 성공하면 2018년 시판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바이오팜은 SKL-N05가 미국에서 임상 3상 시험을 시작한다고 6월1일 밝혔다. 통상 임상 1상은 동물, 2상은 제한된 수의 환자를 대상으로 하며 3상은 다수 환자에게 투약한다. SK바이오팜은 SK(주)가 100% 지분을 보유한 신약 개발 전문회사다. 이번 시험은 SK바이오팜 신약 개발 파트너인 미국 제약사 ‘재즈’가 북미·유럽 지역 전문병원에서 기면증이나 수면무호흡증을 앓는 주간 졸림증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다. 수면장애 치료약 시장은 30억달러(약 3조원) 규모로, 연평균 6% 이상 성장하고 있다. 현재 SK가 독자적으로 임상을 진행하는 뇌전증(간질) 신약(YKP3089)도 이달 임상 2상 후기 시험을 완료해 10월 임상 3상에 들어갈 예정이다. 뇌전증 시장 1위 제품인 빔팻 매출 규모를 감안하면 연 매출 1조원 이상을 올릴 것으로 SK는 기대하고 있다. SK그룹이 집중적으로 육성하고 있는 바이오사업이 가시적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SK 주가는 신약 소식이 전해진 6월1일 전일 대비 13.97% 오른 20만4천 원을 기록했다. http://goo.gl/JcXYb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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