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6월 4일 경향신문
- [ ‘사법 신뢰’가 무너진 한국 ] 미국에서는 ‘사법 부정’ 혹은 목격자의 진술이나 피의자의 자백에 의존해 엉뚱한 사람에게 누명을 씌우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는 생각에 ‘무죄 입증 프로젝트(Innocence Project)’를 운영하고 있다. 1992년에 시작된 독립 민간 기구인 이 프로젝트 활동을 통해 지금까지 총 343명의 사형 및 무기징역 등 장기수가 재심을 통해 무죄 판결을 받고 석방됐고, 이들 대신 140명의 진범이 검거됐다. 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 대표는 “범죄 사건의 진실은 오직 가해자와 피해자, 그리고 하늘만 안다. 그 현장에 함께 있지 않았던 경찰과 검찰, 법원이 내리는 결정이 진실에 가깝기 위해서는 철저하게 솔직하고, 치우치지 않으며, 이해가 반영되지 않고, 오직 과학과 법 절차에 기반해 발견한 증거에 입각해야 한다. 그런 완벽에 가까운 노력에도 불구하고, 인간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실수나 오판이 발생할 수 있다. 그 경우에 대비한 대안이 있어야 한다. 미국의 경우 ‘무죄 입증 프로젝트’가 그 대안이고, 우리의 경우 한때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 등 한시적인 기구들이 있었다. ‘사법 신뢰’가 무너진 대한민국,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http://goo.gl/cxG0PS
- [ 새정치 혁신, 새 것을 찾아라 ] 야당의 혁신 분위기나 자원이 강하지 않다고 보는 의견들이 많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분열적 분파가 극성을 부리며 광주와 봉하마을에서 물세례 사태를 연출했다. 상대방을 공격한다면서 결국은 자해행위로 귀결되는 행태를 반복한다. ‘민주주의’를 내세우지만, 국민들은 오히려 무책임하고 분열적인 소아병에 주목한다. 더 중요한 것은 혁신의 내용이다. 육참골단(肉斬骨斷)이니 우산지목(牛山之木)이니 하는 고사성어가 거론됐지만, 자칫하면 내용 없는 말의 성찬이 될 수 있다. 고인 물이 된 기득권 세력을 들어내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더 본질적인 문제는 새로움을 어디서 찾고 있나 하는 것이다. 경제학자인 이일영 한신대 교수는 “혁신이란 기존의 구조를 바꾸는 것이 본질이다. 슘페터 식으로 말하면 ‘창조적 파괴’나 ‘새로운 결합’일 것이고, 네트워크 사회학자들의 표현으로 하면 ‘새로운 연결’이 될 것이다. 기존의 경제적 배열 속에 들어와 있지 않은 요소들을 발견하는 것이 필수적 요소다. 새로운 경제적·사회적 흐름들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치적으로는 그간 대표되지 못한 혁신 세력을 연결하는 것이 관건이다”라고 조언한다. http://goo.gl/aB4cNM
- [ 이승엽 ‘400홈런’ 대업 ] 초등학교 4학년 때 야구를 시작한 후부터 이승엽(39·삼성)은 수많은 홈런을 쳤다. 6월3일 포항 롯데전에서 날린 홈런도 그중 하나였다. 하지만 ‘400’이라는 숫자는 모두의 마음을 뭉클하게 했다. 이승엽이 개인 통산 400번째 홈런을 드디어 달성했다. 5-0으로 앞선 3회 롯데 구승민에게서 2구째 140㎞ 직구가 날아왔다. 기다리던 볼이었다. 이승엽은 놓치지 않고 받아쳤고 타구는 쭉쭉 뻗어 포항구장 우측 담장을 넘겼다. 이승엽이 달성한 통산 400홈런 기록은 프로야구 역사가 한국보다 오래된 미국이나 일본에서도 흔치 않은 기록이다. 미국 메이저리그 통산 최다 홈런 기록을 갖고 있는 선수는 배리 본즈(762개·은퇴)다. 400홈런 이상을 기록한 선수는 51명에 불과하다. 일본 프로야구로 시선을 돌리면 가치는 더욱 크다. 전·현직을 통틀어 400홈런 이상을 기록한 선수는 18명이다. 과거 요미우리 자이언츠에서 함께 뛰었던 오가사와라 미치히로(주니치)가 현역 최다인 378홈런(19시즌 1952경기)을 기록 중이다. http://goo.gl/P6wJLU
- [ 메르스 2주 만에 대통령의 한마디 ] 감염환자 1명에서 시작된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문제가 ‘대란’으로 번지기까지 정부는 없었다. 메르스 발생 15일째인 3일 현재 격리자만 1300명을 넘을 정도로 사태는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특히 국민들이 ‘메르스 공포’에 빠지면서 상황은 악화일로다. 하지만 국민을 보호하고, 안심시켜야 할 정부는 이번에도 무능했다. 국민 불안이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국가신인도가 추락 위기에 놓였지만 정부는 메르스 방역에도, 국민의 ‘불안 방역’에도 모두 실패했다. 초기 안이한 판단과 대응은 메르스 대란으로, 우왕좌왕 대응과 비밀주의는 신뢰의 위기를 자초하며 ‘불안 방역’ 실패로 귀결됐다. 정부의 무능·무책임이 도드라진 지금, 1년여 전 세월호 참사 때처럼 ‘정부는, 국가는 어디 있는가’라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메르스 확진 판정이 나온 지 2주가 지난 이날에서야 처음으로 민관합동 긴급점검회의를 주재하며 메르스 대응 전면에 등장했다. 박 대통령은 “많은 국민이 불안해하고 계신다. 더 이상 확산이 안되도록 만전을 기해야 하겠다”고 말했다. 이 말은 많은 국민들에겐 사실상 “소 잃었으니, 외양간 고칩시다”라고 들렸을지도 모른다. http://goo.gl/CVOsXY
- [ 침팬지가 요리 안 하는 이유 ] 침팬지에게도 요리를 할 수 있는 인지능력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하버드대와 예일대 연구팀이 콩고의 침팬지 보호구역에서 2년간 실험한 결과다. 물론 침팬지는 인간과 똑같은 과정을 거쳐 요리를 할 줄 모른다. 연구팀은 침팬지에게 ‘요리가 가능한 인지능력’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플라스틱 그릇 두 개를 위아래로 붙인 간단한 요리 장치를 고안해냈다. 아래쪽 그릇에 미리 익힌 고구마를 넣어 놓고, 침팬지가 이 장치 안에 생고구마 조각을 넣으면 연구진이 이 통을 흔든 뒤 익힌 고구마를 꺼내줬다. 실험 결과 거의 90%의 침팬지들이 요리 장치에 생고구마를 넣고 기다렸다가 익힌 고구마를 먹었다. 심지어 일부 침팬지들은 나중에 익혀 먹기 위해 고구마를 최대 28조각까지 비축해놓기도 했다. 연구팀은 침팬지가 날음식이 익을 때까지 인내하고 자신을 통제할 능력, 특정 과정을 거치면 음식이 더 맛있어진다는 최소한의 인과관계를 이해할 능력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경향신문 국제부 남지원 기자는 “그럼에도 침팬지가 ‘진짜 요리’를 할 수 없는 것은 불을 다루지 못할 뿐 아니라 사회적 신뢰가 없기 때문이다. 날음식을 익히는 동안 누구도 음식을 훔쳐가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어야 요리가 가능한데, 침팬지들에게는 이런 신뢰를 구축할 수 있는 사회적 기술이 없다”는 연구팀의 설명을 전했다. http://goo.gl/oZPQK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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