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5월 23일 경향신문
- [ 노무현 정신이란 바로… ] ‘노무현 자살’ 그 비극적 사건이 일어난 지 6년이 지났다. 그가 슬프게 우리를 떠난지 6년이 지났지만, 그는 여전히 야당발 뉴스에서 인물이든 개념이든 가장 많이 호명되는 단어로 남아있다. 새정치민주연합에 있는 모든 사람은, 그와 친한가 아니면 그와 친하지 않은가, 그렇게 규정된다. 그의 자살도 비극적이지만, 그의 사후에 벌어진 일들 역시 비극적이다. 노무현과 친해? 안 친해? 친한 것도 계급장이고, 안 친한 것도 계급장이다. 역으로 보면, 친한 것도 낙인이고, 안 친한 것도 낙인이다. 비극인 것은, 우리와 언론이 이 ‘친소 놀이’를 하는 동안에 새누리당의 영구집권 구조가 더 공고해진다는 것이다. 친하면 어떻고 안 친하면 어떠냐? 우석훈 민주정책연구원 부원장은 “지금 돌아보면 ‘노무현 정신’은 상고를 나와도 행복할 수 있는 시대를 만들자는 것 아니겠는가? 상고 나와도 스스로 극복할 수 있었다는 것 아니겠는가? 제2, 제3의 노무현이 20~30대에 행복한 세상이라는 정신을 가슴에 품고 ‘개고생’ 하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그들이 움직일 수 있게 길을 만들어주자, 그게 2015년의 노무현 정신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래야 할 것 같다. ‘노무현과 친하냐 그렇지 않으냐’ 그랬던 지난 6년을 넘어 젊은 사람과 청년들이 과감히 돌파해 지금의 어려움을 극복할 주체로 성장할 수 있게 해주는 것, 그게 새롭게 해석한 노무현 정신 아니겠는가”라고 말한다. http://goo.gl/JQtvgp
- [ 황교안, 총리 지명은 실책 ] 근사(近思)는 <논어>의 ‘절문이근사(切問而近思:절실히 묻고 가까이 생각한다)’에서 나온 말이다. 매사를 작고 가까운 것에서 원대한 것으로, 지엽에서 근본으로 살펴간다는 뜻이다. 논리적으로 생각해봐도 ‘근사’가 제대로 되어야 ‘유추(類推)’를 할 수 있다. 비근한 사례를 통해 다른 사물을 미루어 추측할 수 있는 것이다. ‘근사’가 제대로 이뤄지려면 ‘작은 일’을 빠뜨리지 않고 챙기는 일에서 시작해야 한다. 옛사람들은 일상의 잗다란 일을 ‘소절(小節)’이라고 불렀고, 이를 배우는 공부를 ‘소학’이라고 했다. 작은 규칙과 규범이 몸에 체화될 때 비로소 개인의 인격과 품성이 형성된다. 그리고 사회의 공공윤리는 이러한 품성들이 확산될 때 이루어진다. 그래서 한 개인의 인격과 품성을 따져보려면 일상생활 속의 ‘소절’을 관찰하면 된다. 조운찬 경향후마니타스연구소장은 “옛날의 소절을 요즘식으로 말하면 교양 있는 언행, 법률 준수, 국민의 의무 이행 등이 해당할 것이다. 황교안 총리 지명자는 ‘나라의 기본을 바로잡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국정에 대한 포부를 피력하는 것은 총리 후보자답다. 그러나 그의 이력을 채운 ‘소절’ 하나하나는 결코 총리라는 대절(大節·큰 직분)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로펌 변호사로 활동할 당시 그는 전관예우를 받으며 17개월 동안 16억원의 수임료를 벌어들였다. 법무장관 청문회에서는 증여세 탈루, 병역 면제 등 수많은 의혹이 제기되었다. 부산고검장 시절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를 ‘투신사건’으로 표현하고, 김대중 전 대통령을 ‘김대중씨’라고 지칭하는 등 고위공직자에게 어울리지 않는 언행을 보이기도 했다. 소절도 감당하지 못한 황 지명자가 총리라는 중책을 맡는다는 것은 중대한 실책이다”라고 말한다. http://goo.gl/U23PCZ
- [ 조현아, 초고속 재판 특혜 출소 의혹 ] ‘땅콩 회항’ 사건으로 구속기소돼 1심에서 징역 1년을 받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41)이 22일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구속 143일 만이다. 서울고법 형사6부(김상환 부장판사)는 22일 조 전 부사장의 항로변경 혐의를 무죄로 판단하고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피해자인 박창진 사무장에게 허위 시말서 등을 쓰게 한 혐의로 함께 기소된 대한항공 객실담당 여모 상무는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으로 감형됐다. 국토부 조사결과를 여 상무에게 사전에 알려준 혐의(공무상 비밀누설)로 1심에서 집행유예를 받은 국토부 조사관 김모씨는 무죄가 선고됐다. 조 전 부사장 항소심은 ‘초스피드’로 진행됐다. 지난 4월1일 첫 재판이 열린 뒤 같은 달 20일 조 전 부사장이 최후 진술을 하는 결심재판이 이뤄졌다. 1심은 더 빨랐다. 지난 1월19일 첫 공판이 열린 뒤 2월12일 선고가 났다. 검찰의 기소 시점(1월7일)부터 계산하면 4개월보름 만에 1심과 2심이 모두 마무리됐다. 재판 기간이 3~4개월인 다른 형사사건과 비교하면 상당히 빠른 편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덕분에 조 전 부사장의 구속 수감 기간은 단축됐다. 조 전 부사장은 이날 선고가 끝나자 미리 준비해 온 검은색 정장으로 갈아입은 뒤 30분 만에 현장에서 출소했다. 집행유예를 받은 구속 피고인은 보통 구치소로 이송돼 짐을 챙기고 다른 수감자들과 인사를 나누는 것이 일반적이다. http://goo.gl/vehT43
- [ 타종교 아닌 이웃종교 ] 사랑과 관용을 가르치는 게 종교라지만, 종교 때문에 전 세계에서 전쟁과 폭력 사태가 끊이지 않는다. 다행히 한국은 다종교사회임에도 비교적 평화롭게 공존하는 편이다. 요즘 종교계에서는 ‘타 종교’ 대신 ‘이웃 종교’라는 표현을 쓴다.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의 7대 종단(개신교, 불교, 천주교, 원불교, 천도교, 유교, 한국민족종교협의회) 지도자들이 함께 이웃 종교의 성지(聖地)를 순례하고, 서로 간에 명절을 축하하는 모습은 보기 좋다. 이젠 스님과 목사와 신부·수녀가 함께 어울리는 모습도 낯설지 않다. 김석종 경향신문 논설위원은 “한국이 이처럼 모범적인 다종교 사회가 된 것은 과거 뛰어난 종교 지도자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김수환 추기경, 강원룡 목사, 청담 스님은 생전에 종교의 틀을 넘어 화합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김 추기경은 서울 성북동 길상사 개원법회에도 참석했다. 법정 스님은 이에 대한 화답으로 명동성당에서 특별 강론을 했다. 교황청이 올해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세계 불자들에게 “불자와 그리스도인들이 현대의 노예살이와 인신매매에 함께 맞서자”는 내용의 경축 메시지를 보냈다는 소식이다. 모든 종교가 힘을 합쳐 어려운 이웃을 돌보고 불의에 맞설 때 이 땅에 부처님의 자비와 하느님의 사랑이 충만해질 것이다”라고 말한다. http://goo.gl/EUpcaY
- [ 정신노동의 몰락 위기 ] 얼마 전 화제가 되었던 AP통신의 기사가 있었다. 애플사의 당기순이익 발표가 있은 직후 이를 분석한 기사였는데, 화제가 되었던 것은 그 기사의 내용이 아니라 그 기사의 작성 과정이었다. 사람이 쓴 것이 아니라 프로그램이 쓴 것이었기 때문이다. 이 기사 작성 프로그램은 애플사의 보고서를 놓고 이와 관련된 수백 개의 리포트와 문서들을 참조해 단 30분 만에 분석기사를 내놓은 것이다. 홍기빈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장은 “이는 분명히 컴퓨터 과학의 진보를 보여주는 사건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인간 정신노동의 쇠퇴를 보여주는 일이기도 하다. 기술 변화의 흐름을 되돌릴 것이 아니라면, 인간도 사회도 이러한 흐름에 적응해 나가면서 기계와 데이터의 흐름이 아니라 이성과 감성과 육신을 가진 인간만이 할 수 있고 또 해야 할 역할이 무엇인지를 새롭게 찾아나가야만 한다”고 조언한다. http://goo.gl/GH0pg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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